펫 CT만으로 모든 암 찾는다? 맹신은 금물

입력 2013.01.23 08:30   수정 2013.01.24 10:35

신장·간암 발견율 낮아 판독 잘 못하면 무용지물

펫(PET) CT를 ‘만능 암검사’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만 이 검사로 전신의 모든 암을 진단할 수 없다. 건강한 사람은 의학계에서 인정하는 기본적인 암 검사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검사 한번으로 전신의 모든 암을 찾아낼 수 있다'는 펫(PET) CT가 주목받으면서, 건강한 사람이 이 검사 하나만 받기 위해 건강검진센터에 문의하는 경우가 많다. 펫 CT는 방사성 의약품을 정맥에 주사한 뒤 몸 속에서 일어나는 각 조직의 생화학적 대사 이상을 영상으로 만든 검사다. 암세포는 정상 세포보다 포도당을 더 많이 소비하는 특징이 있는데, 포도당 대사가 활발한 곳에 방사능 방출이 많아지면서 암이 있는 곳이 영상으로 표시되는 기법을 이용해 암을 찾아낸다.

하지만 펫 CT가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교수는 "2000년대 후반부터 펫 CT의 보급이 늘면서 병원들이 앞다퉈 과장된 홍보를 하는 바람에 이 검사가 만능인 것처럼 비춰지고 있다"며 "펫 CT만으로 모든 암을 찾아낼 수 있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지방의 한 대학병원 교수는 "의학계에서 인정하는 기본적인 암 검진을 꼽는다면 위암은 위내시경, 대장암은 대장내시경, 유방암은 유방초음파·유방X선 촬영"이라고 말했다.

펫 CT로 진단이 잘 안되는 암도 있다. 삼성서울병원 핵의학과 이은정 교수는 "암세포 특성 상 포도당 대사를 잘 하지 않는 암(세기관지 폐포암, 점액을 생산하는 선암 등)과 암 덩어리가 아닌 점막 표면을 따라 자라는 표재성암(위암, 대장암에 많음) 등은 상대적으로 발견율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또 정맥에 놓은 방사성 의약품이 신장→요관→방광을 통해 배설되는 과정에서 이들 장기에 방사능 방출이 많아지기 때문에 이 곳의 암은 가려질 수 있다. 또 간은 원래 포도당 대사를 가장 많이 하는 장기이기 때문에 암이 없어도 암이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방사선 피폭량도 고려해야 한다. 펫 CT를 한번 찍을 때의 방사선 피폭량은 7~10밀리시버트(mSv)로, 일반인이 1년간 방사선에 노출되는 양(1mSv)의 7~10배다.

그렇다면 펫 CT 검사는 어떤 경우에 받는 게 좋을까? 펫 CT는 검사 비용이 비싼데, 암 진단을 받은 환자의 경우 5년간 의료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암 환자라면 정확한 병기를 결정하거나 항암·방사선 치료 전후 그 효과를 판정할 때 이 검사를 받는다.

보험 적용이 안되는 일반인의 경우 ▷혈액 검사에서 특정 암의 종양 표지자(대장·전립선·간·난소 등) 수치가 높은데 영상 검사로는 발견되지 않을 때 ▷완치 판정은 받았지만 암에 걸린 적이 있을 때 ▷암 가족력이 있을 때 받는 경우가 많다.

이은정 교수는 "펫 CT 검사 자체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정확한 영상 판독"이라며 "이 검사는 방사성 동위 원소를 이용한 진단과 치료를 전문적으로 하는 핵의학 전문의에게 받아야 정확도가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