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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큰롤의 제왕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의 사망원인이 만성변비 때문이라는 설이 공개되면서 변비의 원인과 대책에 대해 새삼 세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엘비스의 주치의였던 조지 니코폴로스(George Nick Nichopoulos)는 최근 자서전을 통해 엘비스의 대장 길이는 8~9피트(약 240cm)로 일반인들보다 2배나 길었으며, 심각한 만성변비가 있었다고 전해, 엘비스의 사망이 만성변비에 의한 것일 수 있다는 추측을 불러 일으켰다.
이에 대해 이동근 한솔병원 원장은 “대장이 2배나 더 길어져 있었다는 말은 장이 운동을 거의 안했다는 뜻으로 보면 된다. 장이 운동을 하지 않으면 변이 밖으로 나가지 않고 계속 안쪽에 머물러 있게 된다. 변의 80%는 독소로 이뤄져 있는데 이 독소가 배출되지 않고 계속 신체 내부에 머물러 있으면 간성혼수 등의 심각한 질환으로까지 이어져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특히 엘비스 프레슬리 같은 유명 가수는 당시 마약과 술도 많이 했을 것”이라며 그럴 경우 간의 해독능력도 떨어져 있어 간성혼수에 이르렀을 가능성이 더욱 높았을 것이다”고 말했다. 특히 만성변비는 통증이 느껴지지 않아 병을 방치했을 가능성이 높다. 엘비스 프레슬리 같은 만성변비 환자는 현재도 전체 변비 환자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
만성변비 심하면 대장내시경, 대장 X선, 배변조영술 등으로 정확한 진단 필요
만성변비는 통상 병원치료가 필요하지만, 정확한 진단이 이뤄지면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식이요법 및 배변훈련, 운동요법 등으로 증세를 어느 정도 호전시킬 수 있다. 다만, 대장무력증이나 선천성 거대결장증, 직장류에 의한 출구장애 같은 대장질환이 원인이 되어 변비가 생겼다면 문제가 되는 부위의 장을 절제하거나 직장류를 교정하는 수술로 변비를 치료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 대장 전체를 잘라내기도 하는데, 대장을 모두 잘라내도 나머지 직장이 남아 있으므로 큰 문제는 생기지 않는다.
변비는 정확한 진단을 통해 근본적인 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환자의 증상이나 병력에 따라 대장내시경 검사, 대장X선 촬영, 장 통과 시간 측정, 배변조영술, 항문 내압 측정, 항문직장근육 반응검사 등 환자의 상태에 따라 필요한 검사를 실시해 적절한 치료를 해야 한다.
하루 2ℓ 이상 물 마시고, 전신운동 꾸준히 해야
만성변비의 원인은 크게 기질성과 기능성의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기질성 변비는 대장암, 직장암, 장유착증, 탈장과 같은 병으로 인해 생기는 것을 말하며, 이 경우엔 원인이 되는 질환을 치료하면 변비도 함께 낫는다. 이에 비해 기능성 변비는 대장 기능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말하는 변비가 여기에 해당된다.
기능성 변비는 다시 이완성, 경련성, 직장형으로 구분된다. 이완성 변비는 대장의 운동력이 떨어져서 생기는 질환으로, 엘비스의 만성변비도 바로 여기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변을 보고 싶은 생각이 없고 변을 안 보아도 별로 고통스럽지 않으며 한번 볼 때 아주 많이 보는 특징이 있다. 보통 노인이나 오래 누워 지내는 환자, 허약체질, 위하수나 대장하수가 있는 사람에게 발생하며 좌측 복부에서 딱딱한 변이 만져지거나 심하면 설사를 하기도 한다.
경련성 변비는 말 그대로 대장이 흥분하여 경련을 일으켜서 변이 나오지 않는 것이다. 배에 가스가 차고 통증도 있으며, 변을 보아도 토끼똥처럼 딱딱하게 나온다. 주로 젊은 사람들에게 많으며 배에서 소리가 나고, 배가 차고, 만지면 아픈 증상을 보인다.
직장형 변비는 변이 직장에 걸려서 더 이상 내려오지 않는 경우다. 배변과 관련된 근육이나 신경 조직의 이상 때문에 생기거나, 잘못된 배변 습관이나 강박증으로 인해 무의식적으로 긴장해 변이 나오지 않는 수도 있다. 이 경우 항문 속에는 변이 가득한데 화장실에 가도 변이 나오지 않고 힘만 든다. 배변을 하려면 통증이 심해져서 스스로 변을 보기 힘들어 지며 묽은 변이 옷에 조금씩 묻기도 한다.
이와 같은 기능성 변비 가운데 이완성 변비는 수술치료를 해야 하며, 경련성 변비는 최근에 개발된 ‘바이오피드백’이라는 치료로 효과를 볼 수 있다. 직장형 변비는 배변 훈련을 포함해 전기 자극에 의한 항문 근육 이완, 바이오피드백, 보톡스 주사 등으로 치료하고, 직장이 너무 많이 늘어난 경우에는 직장류 교정수술이 필요하다.
변비증세가 있다면 평소 생활습관의 개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먼저 수분 섭취량을 하루 2L 이상으로 늘린다. 특히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물 한 컵을 마시면 변비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 섬유질은 자기 무게의 40배나 되는 수분을 흡수해 변의 양을 늘려주고 부드럽게 만들어 주므로 야채나 과일 등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을 충분히 섭취해 장 운동을 활발하게 해주는 것이 좋다. 또 걷기나 달리기 같은 전신운동은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해 배변을 촉진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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