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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암 등 간질환으로 인한 국내 사망자 수는 매년 줄고 있지만, 간질환은 여전히 사망 원인 4위로 꼽힌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예방이 가능한데 잘못된 생활습관과 무관심 탓에 병을 키운다. 막을 수 있는 데 막지 못하는 사고는 인재(人災)로 볼 수 있다. 흔히 대형 사건사고에 인재라는 말을 많이 쓰지만, 진료실에서도 인재라는 말 밖에 쓸 수 없는 환자들이 있다. 바로 알코올성 간질환 환자들이다.지난 30여년 간 진료 현장에서 술 때문에 간이 나빠진 수많은 환자를 봐왔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술을 마시지 말았어야 했는데"라는 후회의 말을 무수히 들었다. 알코올성 간질환 환자 중에는 40~50대 남성이 매우 많다. 우리 사회에서 허리 역할을 하면서 한 가정을 책임진 가장들이다. 그들은 뒤늦게 후회하면서 "이제부터라도 절주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장기간의 음주로 망가진 간을 되돌리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불건전한 음주 문화가 만연한 우리나라에서 알코올성 간질환 문제는 누구도 손 대기 쉽지 않은 뜨거운 감자다. 최근 담뱃세 인상 논란 속에 흡연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화두가 됐는데, 음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이미 2009년에 흡연의 3배를 훌쩍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18조9839억원,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1년 진료비와 맞먹는 비용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우리나라의 1인당 알코올 소비량이 늘어나는 추세라는 것이다. OECD 국가들의 알코올 소비량은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순위가 오히려 상승하고 있다. 막걸리, 맥주, 와인보다 알코올 함량이 높은 소주, 양주 등의 증류주 소비가 전체 음주의 80%를 차지하고 있다.알코올성 간질환의 가장 큰 원인은 절대적인 알코올 섭취량이다. 취하지 않을 정도로 마시고, 습관적으로 자주 마시지 않으면 알코올성 간질환은 얼마든지 막을 수 있다. 정기 검진을 통해 간 상태를 지속적으로 살피고, 절주하는 습관을 들이면 얼마든지 간경변, 간암 같은 치명적 간질환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최근 대형 재난을 통해 우리 모두 안전불감증 환자였다는 사실과 안전이 얼마나 중요한지 배웠다. 더 심각한 것은 자신에 대한 안전불감증이다. 직장이나 사회에서 강요된 음주 문화는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불건전 음주 문화는 개인의 건강 뿐 아니라 가정폭력, 음주 운전 사고 등 건강한 사회를 병들게 만든다. 후진국형 음주 문화가 건전하게 바뀌도록 범정부적인 노력이 시급하다. 술로부터 국민의 간(肝)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일은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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