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헌드레드' 시대 40대부터 준비하자

입력 2015.04.21 07:00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 100세 인간)'라는 용어가 있다. 유엔이 2009년 '세계인구 고령화'라는 보고서에서 사용했는데, 의료기술의 발달과 생활 수준의 향상으로 인류가 100세 장수(長壽) 시대에 접어들었음을 확인하는 용어다. 2013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100세 이상 인구는 1만3413명이다. 노인(65세 이상) 인구의 비율도 급격하게 늘고 있다. 2014년 13.1%(8명 중 1명)에서 2030년에는 24.3%(4명 중 1명)으로 늘고, 2040년에는 32.3%(3명 중 1명)이 될 전망이다.

호모헌드레드시대
하지만 장수는 우리에게 축복이 아닌 재앙이 될 수 있다.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의 기대 수명은 81세까지 늘어났지만, 평균 10년 정도는 병을 앓는다. 100세까지 살 경우 질병과 더불어 사는 기간이 더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이 같은 유병장수(有病長壽)는 개개인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의료비 부담을 높여서 국가적인 재앙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호모 헌드레드'가 재앙이 아닌 축복이 되기 위해 40대부터는 '무병장수(無病長壽)'를 준비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쏜꼽히는 장수마을 사람들의 생활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일본 오키나와, 이탈리아 사르데냐 지역 주민의 연구 사례가 흥미롭다. 두 곳은 섬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섬에서는 누구든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직접 일을 해야 한다. 하와이의대 노인의학과 브래들리 윌콕스 교수가 오키나와의 100세 이상 노인들을 관찰했더니, 심장·혈관이 튼튼하고 혈관 건강에 이로운 HDL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았다. 또 낙천적인 성격 덕분에 스트레스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았고 평소 소식(小食)을 하면서 해산물과 두부, 푹 삶아서 지방을 뺀 돼지고기 등을 즐겼다. 사르데나 지역도 비슷하다. 벨기에 연구팀에 따르면 사르데나 지역은 산악 지형이라 사람들의 신체 활동량이 많으며 나이가 들어서도 꾸준히 육체노동을 했다. 이곳 주민들은 성품이 너그럽고 올리브유와 채소를 기본으로 해 해산물을 즐겼다. 이 지역은 독거노인을 이웃이 함께 부양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무병장수에 중요한 것은 젊었을 때 건강한 생활습관을 들여 평생 유지하는 것이다.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 최윤호 부센터장은 "오키나와, 사르데냐 지역 노인들은 평생을 그렇게 살았기 때문에 장수하는 것"이라며 "평소 건강관리를 안 하는 사람이 어느날 갑자기 관리를 한다고 100세까지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골다공증, 치매, 심혈관질환 같은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도 나이가 들어 갑자기 생기는 게 아니라 40대부터 서서히 진행하기 시작한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