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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브라질리언 왁싱을 받으니까 깨끗한 느낌이 들긴 하는데, 자꾸 뾰루지가 나요”회음부 전체 음모를 제거하는 브라질리언 왁싱을 꾸준히 받는 A(24)씨는 최근 고민에 빠졌다. 청결하다는 말에 브라질리언 왁싱을 받기 시작했지만, 피부가 더 예민해졌기 때문. 위생적이고, 건강에 좋다는 이유로 4년 전부터 주목 받은 브라질리언 왁싱은 이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소셜 미디어에서도 쉽게 브라질리언 왁싱 후기를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그러자 위생 측면에서 브라질리언을 권장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이 속속들이 제기되고 있다. 브라질리언 왁싱, 건강에 좋을까? 전문가들은 득보다 실이 많다고 입을 모았다.◇브라질리언 왁싱, 위생에 좋다고 알려진 이유는…브라질리언 왁싱은 성기, 항문 등 회음부 체모를 부분 또는 전부 제거하는 시술이다. 팬티 라인 바깥쪽 체모만 정리하거나, 음부 위쪽 체모만 남기고 전부 제거하거나, 모두 제거하는 3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왁싱 방법은 레이저로 모낭에 열 손상을 가하는 레이저 시술, 왁스를 제모하려는 부위에 바른 뒤 떼어내는 왁싱, 면도기나 크림 제모 등이 있다. 일반적으로 브라질리언 왁싱은 왁스로 회음부 부근 전체 제모를 제거하는 시술을 말한다.브라질리언 왁싱이 위생적이라고 알려진 이유는 털이 세균 번식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때문이다. 강동경희대 피부과 권순효 교수는 “음부는 세균이 번식하기 좋은 습한 환경이기 때문에 음모가 많다면 남아있는 세균이 번식해 악취를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음부 털을 통해 생길 수 있는 감염질환도 있다. 이대서울병원 산부인과 주웅 교수는 “사면발니라고 몸니 종류 중 하나인데, 음부 털을 통해 감염되는 질환이기에 브라질리언 왁싱을 한다면 예방 효과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유병률이 높지는 않다”고 말했다. 사면발니는 사람을 유일한 숙주로 하는 기생 곤충으로, 사람의 음모에 살면서 하루에 4~5회 흡혈을 해 생명을 유지한다. 주웅 교수는 “음모가 너무 많아 월경혈, 질 분비물 등이 엉켜 위생 관리가 어렵거나, 약을 발라야 하는데 피부에 도포하기 힘들다면 브라질리언 왁싱을 하는 게 더 좋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전문가들 “브라질리언 왁싱 건강에 안 좋아”브라질리언 왁싱의 몇몇 장점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건강 측면에서 본다면 실이 더 크다고 본다. 강북삼성병원 피부과 이현주 교수는 “악취 등 위생적 측면은 음모의 양이나 유무로 따지는 것보다 씻는 습관이나 생리대를 갈아주는 시간 등 개인의 습관과 더 관련 있다고 본다”며 “브라질리언 왁싱은 개인위생 측면에서 좋다고 보긴 어렵고, 사회문화적 관습 측면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권순효 교수도 “건강상 측면만 놓고 보면 브라질리언 왁싱은 실이 더 크다”며 “미용 성형 시술과 같은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더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주웅 교수 또한 “선호에 의한 것이지, 더 건강에 좋다고 증명된 연구는 없다”고 말했다.의학적으로 브라질리언 왁싱이 부정적으로 평가되는 건 털의 긍정적 역할 때문이다. 털은 먼지와 세균이 질로 유입되는 걸 오히려 막고, 마찰로부터 피부를 보호한다. 특히 음부는 피부가 약하기 때문에 물리적 자극이나 외부 노출로 다른 질환이 생기기 쉽다. 강북삼성병원 피부과 이현주 교수는 “사우디아라비아 연구 보고에 따르면 왁싱으로 화상을 입을 수도 있고, 털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물사마귀, 포도상구균 같은 세포감염과 농양이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털이 사라진 후 마찰로 피부열상, 가려움, 접촉피부염, 찰과상 등이 나타날 수 있고, 이외에도 피부 안으로 털이 자라는 인그로우헤어, 발진, 색소침착, 모낭염 등이 쉽게 유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란의 한 연구에서는 위생 관리가 철저하지 않은 왁싱 가게를 통해 HPV 바이러스(사람유두종바이러스)도 전파될 수 있다고 발표했다. 브라질리언 왁싱 후 부작용이 나타났을 때 방치해선 안 된다. 권순효 교수는 “국소적으로 피부염 증상이 반복되면 흉터를 남길 수 있고, 깊게 진행되면 피부 괴사를, 세균 감염이 전신으로 퍼지면 패혈증까지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브라질리언 왁싱의 긍정적인 이점으로 질염을 예방할 수 있다는 얘기가 많은데 이 또한 사실이 아니다. 질염이 예방된다고 증명된 내용이 없으며, 오히려 외부 세균 감염이 쉬워져 질염이 유발될 수 있다.브라질리언 왁싱의 부작용은 성별을 떠나 나타난다. 이현주 교수는 “남성도 여성과 마찬가지로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웅 교수는 “여성은 드물게 털로 생긴 균이 질로 들어갔을 때 골반까지 올라가는 상행 감염이 있을 수 있지만, 남성은 그럴 가능성도 없어서 브라질리언 왁싱으로 얻을 수 있는 건강상 이점은 여성보다 더 적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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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 고지혈증이나 당뇨병 등과 같이 증상이 6개월 또는 1년 이상 계속되는 질환을 ‘만성질환’이라고 한다. 만성질환은 지속 기간이 길 뿐 아니라, 오랜 기간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며 점차 악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나이가 들수록 만성질환이 하나 둘 늘게 되는데, 이로 인해 여러 종류의 약을 꾸준히 복용하기도 한다. 이처럼 먹고 있는 약이 다양할수록 함께 먹지 말아야 할 음식에 대해서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약과 맞지 않는 음식을 먹을 경우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만성질환 약을 복용하는 사람들이 주의해야 할 음식에 대해 알아본다.자몽주스나 차(茶)로 자주 섭취하는 자몽은 비타민 C, 섬유소, 칼륨이 풍부해, 대표적인 건강식품으로 꼽힌다. 그러나 약과 함께 먹으면 장내 효소가 억제되고 혈중 약물농도가 높아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에 따르면, 자몽주스와 함께 먹을 경우 부작용 가능성이 있는 약물은 스타틴제제와 같은 고지혈증약이나 면역억제제, 혈압약인 칼슘길항제, 수면제(벤조다이아제핀계) 등 80여개에 달한다.바나나바나나는 칼륨이 대량 함유돼 특정 암이나 뇌졸중, 심장질환 등 뇌혈관 질환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고혈압 약인 안지오텐신 전환효소 억제제 또는 일부 이뇨제와 함께 먹을 경우, 혈중 칼륨 수치가 높아지며 고칼륨혈증이 나타날 수 있다.크랜베리크랜베리는 요로 건강을 위해 많이 찾는 식품 중 하나다. 크랜베리 속 ‘프로안토시아니딘’은 요로 감염을 유발하는 대장균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크랜베리 또한 고지혈증약물인 스타틴 제제와 먹을 경우 부작용 가능성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시금치시금치의 경우, 혈액을 묽게 해주는 ‘와파린’ 등과 함께 먹으면 치료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 다만 이는 과량 섭취한 경우로, 주 2~3회 정도 먹는 것은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따라서 와파린을 복용 중이지만 맛과 건강을 위해 시금치를 먹는다면, 섭취량을 주 2~3회 정도로 제한하는 게 좋다.고섬유질 음식곡물이나 채소, 과일 등에 함유된 섬유질은 심혈관 질환 예방 효과를 갖고 있다. 변비증상을 해소하기 위해 고섬유질 음식을 찾기도 한다. 다만, 고섬유질 음식은 위가 음식물을 오랜 시간 비우도록 해, 장내 약물 흡수를 떨어뜨릴 수 있다. 특히 항생제의 경우, 약효가 저하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한편, 약을 먹을 때는 물과 함께 먹는 게 가장 좋다. 커피, 유제품, 콜라, 술 등을 약과 함께 먹으면, 효과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 소화 장애와 같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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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멀미, 봄이 되면 꽃의 향기와 아름다움에 취해 어지럼을 느낀다는 뜻의 순우리말이다. 일교차가 커지는 봄철이 되면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환자가 늘어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2019년 2월 어지럼증 환자는 8만 8427명을 기록했다. 하지만 3월에는 어지럼증 환자가 10만 1466명으로 14.7% 급증하면서 월간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이후 4월(11만 184명)과 5월(11만7061명)에도 꾸준히 어지럼증 환자가 늘어나면서 이 기간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환자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어지럼증 원인 다양일교차가 커지는 시기에는 심혈관계, 면역계에 무리가 가면서 어지럼증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어지럼증은 원인이 다양하고 원인에 따라 증상이 다르므로 자신에게 나타나는 어지럼증 증상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어지럼증을 빈혈이나, 환절기 몸살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정확한 진단을 받지 않고 자가 치료하는 것은 병세를 더욱 악화시킬 수있다. 또 봄에는 시각적 자극이 늘어나 시각 예민성 어지럼증도 늘어나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일반적으로 어지럽다는 것은 균형감각을 담당하는 기관에 문제가 생긴 것을 뜻한다. 균형감각은 뇌 기능, 내이의 전정기관, 자율신경, 근골격계가 협업 관계를 맺으며 유지된다. 이 가운데 한 곳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어지럼증이 나타날 수 있다. 그중에서도 뇌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중추신경계 질환에 의한 어지럼증은 증상이 장기간 이어지는 경우가 많고, 팔다리 마비, 언어장애, 두통 등의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가만히 누워 있거나 앉아 있을 때는 어지럼증이 심하지 않다가 일어서거나 걸을 때 중심을 잡지 못하고 균형 장애가 발생하는 것이 특징이다.어지럼증과 함께 이명 증상이 생긴다면 전정기관의 문제로 발생하는 말초신경계 질환에 의한 어지럼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메니에르병과 이석증 대부분이 말초 전정 신경계의 이상으로 나타난다. 메니에르병은 어지럼증과 함께 귀가 먹먹해지고 오심, 구토, 이명 등의 증상을 보이는 게 특징이다. 이 같은 증상은 20분에서 수 시간 동안 지속하기도 한다. 이석증은 평형감각을 담당하는 전정기관 안에 미세한 돌인 이석이 떨어져 나와 반고리관을 자극하면서 극심한 어지럼증과 구토 등을 유발한다. 시야가 빙글빙글 도는 회전성 어지럼증이 특징이다.◇균형감각 재활치료로 어지럼증 개선 효과어지럼증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우선, 원인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원인이 파악되면 그 부위를 치료함과 동시에 균형 감각 재활 치료를 진행한다. 균형감각 재활 치료는 일원화된 치료법이 아닌 환자 개개인의 맞춤형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전담 치료사의 도움을 받으며 움직이는 발판에 서서 몸을 지탱하기, 고개를 한쪽으로 돌린 채 앞으로 걷기, 둥근 발판 위에서 공 던지고 받기 등의 치료를 통해 균형 감각을 강화한다. 오랫동안 어지럼증을 앓은 경우에는 균형감각 능력이 약해져 있기 때문에 원인 치료와 함께 균형감각 재활 치료를 진행하면 더 높은 치료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세란병원 신경과 박지현 진료부원장은 "일교차가 큰 요즘 같은 시기에는 면역력이 약해질 수 있기 때문에 건강관리에 각별히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며 "어지럼증 역시 일교차가 커지는 시기에 흔히 나타나는 질병 가운데 하나이므로 이 기간 동안 어지럼증이 지속 반복된다면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이어 "과거와 달리 어지럼증도 다양한 치료법을 통해 완치가 가능하기 때문에 섣불리 포기하지 않고 병을 이겨내려는 자세가 중요하다"며 "자신에게서 나타나는 어지럼증 증상을 자세히 메모해 뒀다가 전문의에게 전달하면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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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지고 단 음식이 아닌데도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가 있다. 바로 소음이다. 소음은 우리 건강에 얼마나 안 좋을까?◇부정적 감정 일으키고 위장장애 영향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일상생활에서 소음은 불쾌한 자극이 되어 부정적 감정을 유발한다. 소음에 노출되면 화가 나고, 위축, 무력감, 우울, 초조, 주의산만, 안절부절 및 탈진 등 다양한 부정적 감정이 생긴다. 주의집중도 어려워져 학습과 상대방과의 대화를 어렵게 만든다. 숙면을 취하기도 어렵다.또한 외부의 건설, 항공 소음 등 환경 소음은 고혈압 등 심혈관계를 비롯해 위장장애 등 소화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난청 일으키는 소음 수준은?소음은 청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다만, 난청과 이명은 일상생활보다 군대나 광업, 건설업, 제조업 등 상시 노출되는 높은 수준의 소음에 노출되었을 때 더 많이 나타난다. 총·포 등 강한 충격음에 노출되면 급성적으로 음향외상에 의한 난청이 발생할 수 있다.일상생활에서의 소음이 아닌 작업장에서의 소음 노출은 서서히 청력손실을 일으킨다. 수년에서 수십년이 경과된 후 일상생활에서 의사소통에 지장을 줄 정도의 난청 장애로 나타난다. 보통 일 8시간 평균 80dB(A) 이상 또는 24시간 70dB(A) 이상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청력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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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드라마 속에서 정체를 숨기기 위해 마스크나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장면을 자주 보게 된다. 실제 코로나19 이후 마스크 착용이 생활화되면서 지인을 알아보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매일 만나는 가족, 직장동료가 아닌 오랜만에 보는 사람은 가까이 오거나 목소리를 들을 때까지 인식하지 못하기도 한다. 선글라스와 마스크 중 무엇이 더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게 할까.결론부터 말하면 큰 차이는 없다. 다만 평소 자주 보지 못한 사람의 경우, 마스크를 착용했을 때 알아보지 못할 가능성이 조금 더 높다. 영국 인지심리학 전문가 노예스 박사와 그리니치대학교·레딩대학교·링컨대학교 연구진은 ‘익숙한 얼굴’과 ‘익숙하지 않은 얼굴’을 각각 ▲아무것도 착용하지 않은 얼굴 ▲선글라스를 착용한 얼굴 ▲마스크를 착용한 얼굴로 나눠 인식 여부를 확인했다.연구 결과 얼굴이 익숙한 사람이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각각 착용했을 때 인식 정도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익숙하지 않은 사람의 경우, 선글라스를 착용했을 때보다 마스크를 착용했을 때 인식률이 3%가량 낮았다. 또 익숙한 얼굴은 마스크나 선글라스를 착용했을 때 모두 90% 이상 높은 인식률을 보였지만, 익숙하지 않은 얼굴은 두 경우 모두 인식률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연구팀은 감정 표현 인식에 대한 실험도 진행했다. 실험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착용한 상태에서 ▲행복 ▲혐오 ▲놀람 ▲분노 ▲두려움 등이 담긴 표정을 보여준 결과, ‘행복’, ‘혐오’, ‘놀람’은 마스크를 썼을 때 더욱 인식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분노’와 ‘두려움’은 마스크, 선글라스 모두 쉽게 인식하지 못했다. 노예스 박사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잘 아는 사람들의 얼굴을 능숙하게 식별해낸다”며 “특히 이번 연구는 눈뿐만 아니라, 얼굴의 아래 부분이 사람의 얼굴을 식별하고 감정을 인식하는 데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한편, 이번 연구에서는 ‘Super Recognisers(얼굴 인식 능력이 뛰어난 사람)’에 대한 인지 능력 시험도 진행됐다. 인구의 2%에 해당하는 이들은 마스크와 선글라스 속 숨겨진 얼굴에 대해서도 일반인보다 뛰어난 인지 능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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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의 단편 소설 ‘날개’의 엔딩은 절창이다. “희망과 야심의 말소된 페이지가 딕셔너리 넘어가듯 번뜩”이는 순간, 겨드랑이가 가렵고 혀끝이 간지럽다. 주인공은 외치려다 만다. 날자.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오랫동안 혀끝에 맴도는 소리가 내게도 있다. 숨자. 숨자. 숨자. 한 번만 더 숨자꾸나. 한 번만 더 숨어 보자꾸나.◇숨은벽, 그 오랜 무명과 은거 숨고 싶었다. 창피해서, 지쳐서, 꼴 보기 싫어서, 너무 나대고 난 뒤에, 날이 너무 환해서, 후회와 회한에 숨고 싶을 때가 많았다. 그러나 누구 하나 예외로 두지 않는 과잉 노출의 시대에 숨는 건 쉽지 않다. 숨으면 지고, 잊힐 것 같다. 지고 잊히는 게 별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숨으려다 만다. 숨었다가도 금방 튀어 나온다. 그래서 하는 얘기인데, 북한산의 ‘숨은벽’은 대단하다. 북한산의 '톱3'는 백운대(836m), 인수봉(811m), 만경대(800m)다. 숨은벽 정상 봉우리의 높이는 768m다. 톱3가 으뜸이면, 숨은벽은 버금들 중 수위다. 저 멀리 북한산 남쪽의 랜드마크인 문수봉과 보현봉도 700m를 갓 넘긴다. 예리함과 치솟음의 측면에서 숨은벽은 북한산 전체 봉우리 중 무시할 수 없는 존재다. 그런데 내내 숨어 있었다. 얼마나 숨었으면 이름마저 숨은벽인가. 그나마도 1970년대에 한 산악회가 붙여준 이름이다. 평생을 이름 없이 살다가, 느지막이 얻은 이름이 숨은벽이라니. 그 정도 무명(無名)과 은거(隱居)는 범인(凡人)의 일이 아니다.◇숱한 벼랑들을 좌우로 흘린 아찔한 능선백운대를 수없이 오르내리면서도 숨은벽의 존재를 몰랐다. 몇 년 전 지인이 물었다. 숨은벽으로도 가끔 올라? 나는 의아했다. 백운대 오르는 길이란 게 뻔한데…? 우이동 쪽이라면 도선사에서 하루재 넘고 백운산장을 거쳐 위문(백운봉 암문)에 도착해야 한다. 북한산성 입구 쪽이라면 서암문에서 출발해 원효봉 능선을 타든지, 대서문을 통해 계곡을 헤치든지 역시 위문에 들어야 한다. 위문이 그렇게 백운대의 유일 관문인줄로만 알았다. 그리고 어느 날 백운대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길에, 위문 못 미쳐 왼쪽으로 빠지는 길을 발견했다. ‘밤골’로 향한다는 표지판이 눈에 겨우 띌 만큼 가냘프게 세워져 있다. 혹시…? 바위와 자갈 그득한 길을 내려갔다. 밤골 표지를 따라가다 사기막골 방향으로 갈아타니, 듣도 보도 못한 능선이 펼쳐진다. 산성 넘어 반대편 의상능선의 기기묘묘(奇奇妙妙)와는 또 다른 풍경이다. 조금은 신경질적이고 거친 듯, 그러나 북한산과 도봉산의 주요 봉우리들을 좁은 각도로 한데 모아둔 절경. 그리고 숱한 벼랑을 좌우로 흘린 능선들의 아찔한 전개…. ◇잠적과 은거 중에 쌓이는 내공이 있다잠적과 은거 중에 무시 못 할 내공이 자란다. 주역 64괘 중에 택풍(澤風) 대과(大過)의 형국이 있다. 사람으로 말하면 하체가 부실한 상황, 집으로 빗대면 대들보가 무너질 조짐이다. 파탄과 장기간의 고립이 예상되는 난감한 상황에서 주역은 여덟 글자의 처방을 제시한다. 독립불구 둔세무민(獨立不懼 遯世無愍)혼자 있어도 두려워 마, 숨어 살아도 번민하지 마…. 두려움과 떨림에 지면 은거는 없다. 공포와 번민을 속으로 삭이고 이겨야 제대로 된 은거가 가능하다. 그만한 내공 없는 은거는 자아의 황폐로 이어진다. 끔찍하고 황망해. 그럼, 전설처럼 백운대와 인수봉 뒤에 숨어 태고의 세월을 은거한 숨은벽은 어디에다 자신의 내공을 숨겨뒀나. 자신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드러내지 않았기에 쌓은 내공을 어느 구석에 감춰뒀을까.◇능선과 벼랑과 바람이 만나…백운산장에서, 위문에서 백운대와 인수봉을 앞에 두고 아무리 살펴봐도 숨은벽은 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고개 넘어 북한산성 입구 쪽에서라면 보일까. 보이지 않는다. 구파발 출발을 기준으로 북한산성 입구를 한참 지나 북쪽, 사기막골 부근으로 가야 숨은벽은 예리한 능선을 슬쩍만 비친다. 보이지 않는 숨은벽을 향해 백운대와 인수봉의 틈을 파고든 그날, 절경과 함께 내공을 보았다. 백운대 정상에서 출발해, 밤골, 사기막골 표지판을 따라 가파른 숨은벽능선을 타고 내려오다가(험한 곳이 많아 능선 전부를 타진 못해요!) 뒤를 돌아보았다. 외로운 능선과 절박한 벼랑들, 그 위로 거친 바람…. 능선과 벼랑과 바람이 만나는 지점마다 차가운 긴장이 피어올랐다. 겨울 안개 같은 그 긴장이야말로 오랜 시간 은거를 택한 숨은벽의 내공, 그 흔적이라 생각했다. 지금은 북한산 역사문화관으로 변신을 준비 중인 백운산장에서 북한산 정상 쪽으로 발길을 떼면 바로, 밤골로 빠지는 표지판이 보인다. 가보지 못한 길이다. 지도만 보아선 숨은벽의 존재를 가늠할 수 없는 루트. 그렇게 지도에서도 자신을 감춘 숨은벽을, 이번주에 다시 한 번 만나보려 한다. 나도 한번 쯤 숨을 수 있을까 고민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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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옷이 얇아지자 다이어트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운동, 식단변경 등의 다양한 다이어트 방법이 있지만, 빠르게 날씬한 몸을 얻기 위해 일단 굶기부터 시작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전문가들은 굶어서 살을 빼려고 하면 다이어트는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왜 무작정 굶는 다이어트는 하면 안 되는 걸까?◇다이어트, 뇌의 문제… 굶어 봤자 소용없어굶어서 다이어트를 하면 뇌의 적극적인 에너지 절약 본능을 자극해 오히려 살이 찌기 더 쉽다.우리 몸은 음식을 먹으면 '렙틴'이 증가한다. 렙틴은 식욕을 억제하고 에너지 소비를 증가시키는 호르몬이다. 음식을 먹고 나서 포만감을 느끼는 것은 렙틴이 정상적으로 분비되고 있다는 증거다. 비만인 사람들이 렙틴 저항성으로 인해 포만감을 잘 느끼지 못하고, 과식하는 경향이 있음을 생각한다면, 다이어트에 성공하기 위해선 렙틴의 정상적인 활동이 매우 중요하다.굶는 다이어트는 렙틴의 정상적인 활동을 방해한다. 빨리 살을 빼기 위해 굶으면, 체내 렙틴이 급격히 떨어지고 배고픔은 더 빨리 느끼게 된다. 사람의 뇌는 렙틴이 없다고 느끼면, 에너지 소비와 신체활동을 증가시키는 교감 신경 활동을 감소시킨다. 대신 미주 신경 활동을 증가시켜 식탐욕구를 가중한다.경희대 의대 약리학교실 박승준 교수는 "뇌에서 렙틴이 없다고 느끼면, 몸은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고, 에너지 저장을 최대화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든다"고 말했다. 즉, 몸이 절약 상태에 들어갔기 때문에 지방은 더 쉽게 축적될 수밖에 없는 상태로 변화한다는 것이다. 박승준 교수는 "생화학적으로 볼 때, 우리 몸은 절식 다이어트로 열량 섭취를 줄였다가 원래 식습관으로 돌아가면, 살이 더 쉽게 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한양대병원 가정의학과 박훈기 교수도 "사람은 끼니를 거르면 무의식적으로 폭식을 하게 된다"고 밝혔다. 박훈기 교수는 "무의식적으로 거른 끼니 이상의 열량을 섭취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하루 한끼만 먹는 식의 다이어트는 반드시 요요현상이 생긴다"고 말했다.◇식사량만 줄여도 한 달 2kg 감량 가능전문가들은 다이어트에 성공하고 싶다면, 절대 굶어서 안 되고, 반드시 운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장은 굶어서 살이 빠진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시간이 갈수록 살이 빠지는 속도는 줄어들고, 오히려 더 빠르게 살이 찔 가능성만 커진다는 것이다.박훈기 교수는 "운동을 하지 않고 굶어서 다이어트를 하면, 근육량이 감소하면서 기초대사량이 줄어 두 달만 지나도 체중감량 효과가 매우 줄어든다"고 말했다. 보통 사람들은 에너지의 70%를 기초대사량으로 소비하는데, 근육량이 줄어들면 자연스럽게 기초대사량도 줄어든다. 우리 몸이 기초대사량이 줄어든 상태에 적응하면, 그 뒤로는 아무리 먹는 양을 줄여도 살은 덜 빠지고 더 쉽게 찔 수밖에 없다.박 교수는 "살을 빼기 위해 식단조절을 한다면 전체 열량(kcal)은 줄이고, 지방 함량은 줄이면 된다"고 밝혔다. 그는 "밥 1공기가 320kcal인데 매끼 식사량을 3분의 1로만 줄여도 한 달에 2kg은 뺄 수 있고, 여기에 운동을 더하면 효과는 더 좋다"고 설명했다.효과적인 다이어트를 원할수록 생활습관이 될 수 있는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훈기 교수는 "무리하게 단식을 한다거나 식사량을 줄이면 혈당 농도가 떨어져 예민해져 정신건강에도 좋지 않아 다이어트를 지속할 수도 없으며, 살은 갈수록 덜 빠진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무리하지 않는 수준으로 식사량을 줄이고, 운동을 하는 것만으로도 한 달에 3kg은 꾸준히 감량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절대 살을 빼는 목적으로 굶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