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신소영 기자 2026/03/24 11:02
손은 가장 많이 쓰이는 신체 부위지만, 그 움직임 자체가 고통인 사람들이 있다. 바로 ‘만성 손습진’ 환자들이다.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중증 질환임에도, 단순 피부 트러블로 오인돼 정책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이 같은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정책 세미나가 지난 1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과 대한접촉피부염·피부알레르기학회가 공동 주최한 이번 행사에서는 만성 손습진 환자의 치료 현실과 제도 개선 필요성이 집중 논의됐다.만성 손습진은 손과 손목에 습진성 병변이 3개월 이상 지속되거나 1년에 2회 이상 재발하는 질환으로, 홍반·인설·수포·균열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심한 경우 피부가 갈라져 출혈이 생기고 손을 쥐거나 펴는 것조차 어려워진다. 한림대강남성심병원 피부과 김혜원 교수는 “중증 만성 손습진은 단순 피부질환이 아니라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만성·난치성 질환”이라며 “가려움, 통증, 진물로 인한 수면장애와 일상생활 제한은 물론, 외모 노출로 인한 우울감과 사회적 고립까지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만성 손습진은 평생 유병률 약 7%, 연간 유병률 약 9%로 비교적 흔한 질환이다. 이 중 5~7%는 중증 환자로 분류되며, 환자 절반가량이 병가를 경험하고 일부는 직업 변경이나 조기 은퇴까지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발병에는 아토피 피부염 등 내부 요인과 함께 물·세정제 노출, 반복적 마찰, 특정 물질에 대한 알레르기 등 외부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 원인 물질을 확인하는 ‘알레르기 첩포 검사’가 중요하지만, 국내에서는 검사 항원 수급 문제로 활용이 제한적이다.치료 역시 한계가 뚜렷하다. 기본 치료인 국소 스테로이드는 장기 사용 시 피부 장벽 손상과 감염 위험이 있어 제한적으로 사용되며, 실제 환자의 약 70%는 충분한 치료 효과를 보지 못한다. 경구 레티노이드인 알리트레티노인은 중증 환자 치료에 쓰이지만, 기형 유발 위험으로 가임기 여성에게 사용이 어렵고 부작용 부담도 있다.최근에는 잭(JAK) 억제제 계열의 비스테로이드 국소 치료제가 등장하며 치료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염증 신호만 선택적으로 억제해 부작용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이 특징이다. 다만 해외에서는 이미 사용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 접근성이 떨어진다.김혜원 교수는 “중증 만성 손습진은 결근·결석 등 사회경제적 손실을 유발하는 질환”이라며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된 치료제의 보험 적용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피부과 질환은 미용 중심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지만, 난치성 피부질환에 대한 역학 연구와 정책적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패널토론에 참여한 고려대구로병원 피부과 전지현 교수 역시 “알레르기 첩포 검사에 필요한 항원이 제한돼 진단에도 어려움이 있다”며 “신약이 허가되더라도 비용 부담 때문에 실제 치료로 이어지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는 환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적 지원과 보험 적용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세미나를 주최한 이주영 의원은 “피부는 세상과 마주하는 첫 번째 소통 창구인 만큼, 환자들이 제도의 문턱에 가로막혀 치료를 포기하고 사회적 단절을 겪지 않도록 제도 개선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진료과목 ○○과’ 간판을 보고 병원을 찾았는데, 해당 전문의가 아니었어요.”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런 경험담의 배경에는 현행 ‘진료과목 표시 제도’가 있다. 현재는 전문의 자격이 없어도 ‘진료과목 ○○과’라고 표기할 수 있어, 환자가 의료진의 자격을 오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정부가 이러한 혼선을 줄이기 위해 의료기관 간판에 표시되는 ‘진료과목’ 제도를 손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본지 취재 결과, 보건복지부는 올해 1월부터 의료기관 명칭 표시 제도 개선을 위한 사전 의견 조회를 진행하는 등 내부 검토에 착수했다. 의료법 시행규칙 제40조의 예외 조항을 삭제해, 간판 등에 진료과목을 아예 표시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이르면 올해 상반기 중 제도 개정이 추진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 관계자는 “내부 검토 후 입법예고 등 절차를 거칠 예정”이라고 밝혔다.현행 의료법은 소비자를 오인하게 할 우려가 있는 의료광고를 금지하고(의료법 제56조), 시행규칙에서는 전문의가 아닌 경우 특정 전문과목의 전문의인 것처럼 표시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시행규칙 제40조에 따라 의료기관 명칭표시판에 ‘진료과목’을 함께 표기할 수 있어, 간판만으로는 전문의 여부를 구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예컨대 ‘△△의원 진료과목 ○○과’와 같은 표기는 고유 명칭과 진료과목을 함께 강조하면서 전문의 개설 의료기관으로 오인될 소지가 있다.이 같은 제도의 틈을 이용한 ‘편법’도 적지 않다. ‘진료과목’이라는 문구를 매우 작게 또는 크게 강조하거나, 밤에는 간판 조명에서 숨기는 방식 등으로 전문의 병원처럼 보이게 만드는 사례다.이 문제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은 “환자의 알권리를 위해 의원급 의료기관 명칭표시판에 전문의는 전문의 자격을, 전문의가 아닌 경우 일반의임을 표시하도록 시행규칙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반의는 전공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의사를 말하며, 의원 개원 시 신고하는 진료과목에는 개수 제한이 없다.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은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특히 이런 혼선은 피부과에서 두드러진다. 피부과는 미용 시술 비중이 높고 비급여 진료가 많아 개원 수요가 집중되는 분야다. 의료데이터에 따르면 국내에서 ‘피부과 진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은 약 1만7000곳에 달하는데, 이 중 ‘피부과 전문의’는 약 2500명에 그친다(2024년 말 기준). 환자가 간판을 보고 피부질환을 치료하러 방문했지만, 거절 하거나 미용 시술 상담만 권유받는 경우가 왕왕 발생한다. “아토피 치료를 받으러 갔는데 시술 상담만 받았다”는 등의 경험담도 적지 않다.전문가들은 이번 논의가 단순한 직역 갈등이 아니라, 의료 수련 체계와 국민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적 문제라고 말한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전문의 수련을 받지 않아도 특정 분야에서 병원을 운영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며 “이런 흐름이 지속되면 어렵게 전문의를 취득한 의료진의 가치가 떨어질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필수 의료 진료 인력 부족으로 이어지고, 환자에게도 피해가 간다”고 말했다.전문가들은 “의료 정보의 투명성을 높이고 환자 혼동을 줄이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지금 바로잡지 않으면 수련 기피 현상이 고착화될 수 있는 만큼, 의료 신뢰 회복과 국민 피해 예방을 위해 제도 개선 논의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반려동물과 함께 음식점을 이용할 때 적용되는 규정이 한층 완화된다. 예방접종 여부를 기존 증명서나 수첩 외에도 QR 코드나 수기대장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고, 케이지나 전용 의자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식탁 간격 조정 의무도 사라진다.식품의약품안전처는 19일 음식점 현장 방문과 실태조사, 소상공인 간담회 등을 거쳐 '반려동물 동반출입 음식점 운영 개선사항'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제도 시행 3주 차에 접어들었지만 현장 혼선이 이어지자 세부 기준을 보완한 것이다.이번 개선안의 핵심은 예방접종 확인 방식 확대다. 기존에는 동물병원 증명서나 반려동물 건강관리 앱으로만 접종 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매장 내 수기대장에 보호자가 직접 기록하거나 QR 설문폼을 통해 입력하는 방식도 허용된다. 현장 편의를 고려해 확인 절차를 간소화한 조치다.식탁 간격 기준도 보다 명확해졌다. 그동안 '충분한 간격 유지'라는 표현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케이지나 전용 의자를 사용하거나 반려동물을 안고 있는 경우에는 별도로 간격을 조정하지 않아도 된다. 목줄 고정장치를 사용할 때도 다른 손님과 접촉하지 않을 정도의 거리만 확보하면 된다. 식약처는 식탁 간격에 대해 "1m 이상 등 구체적인 수치 기준은 없으며, 영업자가 상황에 맞게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고 했다.소상공인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시설 기준도 완화됐다. 기존에는 목줄 고정장치, 케이지, 전용 의자 등을 모두 갖춰야 했지만, 앞으로는 이 중 한 가지만 구비하면 된다. 반려동물을 직접 안고 있거나 개인이 가져온 유모차나 케이지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별도의 통제 장비도 필요 없다. 조리장과 객석을 구분하는 칸막이 역시 고정형이 아닌 이동형이나 접이식 제품 사용이 가능해졌고, 재질과 크기 제한도 없앴다.식약처는 관련 기준을 충족하면 지자체 인증 없이도 바로 영업이 가능하다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 기준 충족 여부에 대해 지방정부의 별도 확인을 받아야 한다는 현장 오해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다.정부는 제도 초기 혼선을 줄이기 위해 올해 7월까지 단속을 유예하고, 홍보와 안내에 집중할 방침이다. 영업자가 신청하면 지방정부가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하며, 칸막이와 음식물 덮개 등 일부 시설 비용도 지원한다. 매장 입구에 부착할 수 있는 안내 표지판도 무상 제공된다.이와 함께 소비자 편의를 위한 서비스도 도입된다. 식약처는 '반려동물 국·문·식·답(QnA) 코너'와 사례 중심 FAQ를 운영하고, 반려동물 동반 가능 음식점을 지도 기반으로 검색할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제도 시행 이후 참여 음식점도 빠르게 늘고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시행 첫 주 287곳이던 참여 음식점은 3주 차 기준 802곳으로 약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식약처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불편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장애인 건강정책의 패러다임을 ‘재활 중심’에서 ‘일상 속 건강 관리와 스포츠 참여’로 전환해야 한다는 논의가 국회에서 제기됐다. 장애인을 치료와 재활의 대상으로만 보지 말고, 스스로 건강을 관리하는 주체로 바라봐야 한다는 취지다.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1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제6차 장애인 건강정책 개선 릴레이 간담회 – 재활의 틀을 넘어 건강권으로: 장애인 건강정책 패러다임 전환’을 개최했다. 이번 간담회는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국장애인보건의료협의회와 공동으로 열렸다.간담회에서는 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 제15조에 명시된 ‘재활운동 및 체육’ 개념을 중심으로 장애인 건강정책의 방향을 논의했다. 현행 제도가 의료적 ‘재활’ 중심에 머물러 있는 만큼, 이를 인권적 관점에서 ‘보편적 건강증진과 스포츠 참여 권리’로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특히 재활이 필요하지 않은 장애인을 포함해 생애주기별로 일상 속 신체활동 참여를 보장할 수 있는 정책 모델과 의료·보건·체육 분야 간 협력 체계 구축 방안이 논의됐다.그동안 ‘재활운동 및 체육’은 법적 근거가 있음에도 시범사업조차 시행되지 못했다. 용어 정의, 의사 처방 기준, 대상자 범위, 전문 지도자 체계, 평가 기준, 전달 체계, 재정 구조 등 핵심 요소가 정비되지 않아 정책 추진에 혼선이 있었다는 지적이다.김예지 의원은 “이번 간담회는 멈춰 있는 시범사업의 시작을 촉구하는 자리를 넘어 장애인의 건강을 바라보는 사회적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출발점”이라며 “장애인을 치료와 재활의 대상이 아니라 운동을 통해 스스로 건강을 만들어가는 주체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발제자로 나선 국립재활원 재활연구소 건강보건연구과 은선덕 과장은 “의학계는 재활운동을 치료의 연장으로, 체육계는 생활체육의 한 유형으로 인식하는 등 개념 혼선이 존재한다”며 “용어에 대한 정책적 정리가 향후 하위 법령과 제도 설계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정책·학계·현장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들은 장애인 운동 정책이 보건복지부와 문화체육관광부로 분산돼 있는 만큼 두 부처가 공동으로 정책 방향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의사 처방 중심 구조를 최소화하고 장애인의 욕구에 맞는 다양한 신체활동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국 장애인건강과 임현규 과장은 “지난달 발표한 제1차 장애인 건강보건관리 종합계획에 재활운동 및 체육에 대한 방향을 담았다”며 “법령 정비와 시범사업을 통해 정책을 전국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김 의원은 “재활이 필요한 시기에는 전문 의료서비스를 지원하되 이후 일상에서는 누구나 제약 없이 체육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와 지원체계를 바꿔야 한다”며 “국회에서도 재활을 넘어 일상의 스포츠가 장애인에게 당연한 권리가 될 수 있도록 입법과 정책 마련에 힘쓰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