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 후두개염이 단순 질병군? “고난도 수술 반영하도록 중증 기준 손봐야”

입력 2026.04.21 14:47
이비인후과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사진=클립아트코리아
대한이비인후과학회가 의정사태 이후 악화된 수련 환경 실태를 공개하고, 정부의 비수도권 전공의 배정 확대 정책이 가져올 부작용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단순한 인력 배정의 양적 균형을 넘어 지방 수련기관의 교육 역량을 실질적으로 보강할 수 있는 정책적 대안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도 전문의 부족한데 전공의 배정
대한이비인후과학회는 지난 18일, 킨텍스에서 열린 국제학술대회에서 수련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2023년 5월 대비 2025년 5월 기준 이비인후과 수련병원의 전체 지도전문의 규모는 575명에서 517명으로 58명(10.1%)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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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대한이비인후과학회 제공
이러한 감소세의 핵심 원인은 전임·임상교원의 이탈보다는 임상강사(펠로우)의 급격한 감소에 있다. 실제로 교원 인력은 1.6% 감소하며 비교적 유지되는 양상을 보였으나, 수련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임상강사는 79명에서 29명으로 무려 63.3%가 증발하며 전체 감소분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문제는 비수도권 전공의 배정 확대가 지방의 열악한 교육 인프라와 충돌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기존 수도권 60%, 비수도권 40%였던 전공의 정원 배정 비율을 5:5로 조정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지역 의대 졸업생이 해당 지역 수련병원에 정착하도록 유도하여 수도권 쏠림을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학회 분석 결과, 전공의 배정 비율을 수도권과 지방 5대 5로 적용할 경우 지방 지도전문의의 교육 부담은 수도권보다 1.75배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지방은 임상강사 확보가 구조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며, 현재의 이탈 흐름이 지속될 경우 지방 수련기관은 ‘인원 배정’과 ‘교육 역량’ 사이의 심각한 불균형에 직면하게 될 위험이 크다. 학회는 전공의 정원 정책 설계 시 지방 지도전문의 기반을 병행 보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어려운 수술 반영 못하는 현행 기준 개선 필요 
또한 학회는 상급종합병원 내 이비인후과 진료 위축을 방지하기 위해 ‘이비인후과형 변형 중증도 분류 체계’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사업에서 질병의 중증도를 가르는 ‘환자분류체계(KDRG)’가 임상 현장의 복잡성보다는 행정적 편의에 치중돼 있어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희귀·난치성 질환이나 고난도 수술이 단순 질병군으로 분류되는 왜곡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유착이 심한 편도 재수술이나 뇌하부 골판이 노출된 고난도 중이염 수술, 급성 후두개염 등은 생명과 직결되거나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지만 단순 질병군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로 인해 상급종합병원 내에서 이비인후과는 전문질병군 비중이 낮다는 이유로 수술방 배정 후순위, 병상수 제한, 신규 교원 정원 감소 등의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는 게 학회의 설명이다. 이는 결국 젊은 의료진의 지원 기피와 교육 역량 약화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학회는 이를 완화하기 위해 연간 최소 청구 건수 조건을 완화하고, 80세 이상 초고령층 수술이나 다학제 융합 진료 등 위험 요인을 반영한 4단계 알고리즘을 통해 중증도 평가 기준을 다각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이비인후과학회 구자원 이사장(분당서울대병원)은 “이비인후과는 감염병 대응부터 암 치료, 청각 재활까지 국민 삶의 질 전반을 책임지는 필수의료 분야”라며 “앞으로도 국민과 함께하는 학회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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