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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탈모 약, ‘효과 센 약’이 다가 아니다

    탈모 약, ‘효과 센 약’이 다가 아니다

    탈모 치료에서 처음 선택하는 약은 이후 치료의 성격을 거의 결정합니다. 한번 시작한 약은 쉽게 바꾸기 어렵고, 치료에 대한 기대치와 태도 역시 그 선택을 기준으로 형성됩니다. 그래서 탈모 약을 처음 고를 때는 단순히 효과 비교를 하는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이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관리해 나갈 것인지까지 함께 생각하셔야 합니다.탈모 약은 없는 머리카락을 만들어주는 치료가 아닙니다. 아직 남아 있는 모낭이 더 나빠지지 않도록 하고, 반응이 좋은 분은 모낭이 다시 굵은 모발을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시간을 벌어주는 치료에 가깝습니다. 가늘어졌더라도 살아 있는 모낭이 있는 부위에서는 약물 반응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지만, 모낭이 이미 사라진 부위에서는 약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제한적입니다. 이 점을 이해하지 못한 채 치료를 시작하면, 약에 대한 기대와 실제 결과 사이의 간극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그래서 탈모 약 선택의 출발점은 약의 이름이나 강도가 아니라 지금 내 모낭이 어느 단계에 있는지, 탈모가 어떤 속도로 진행 중인지를 보고 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최근에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지, 아니면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된 상태인지에 따라 접근 방식은 달라집니다. 이 판단 없이 “더 센 약”을 찾는 것은 방향을 잡지 않은 채 속도부터 올리는 것과 비슷합니다.피나스테리드는 이런 맥락에서 탈모 치료의 기준선 역할을 해온 약입니다. 이 약의 장점은 극적인 변화보다는 안정적인 흐름에 있습니다. 탈모의 진행 속도를 늦추고, 현재 상태를 유지하는 데에 의미가 있으며, 장기간 사용에 대한 경험과 데이터가 충분합니다. 그래서 탈모 치료를 처음 시작하시는 분들, 아직 탈모 범위가 넓지 않은 분들, 혹은 치료를 오래 이어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인 분들에게 현실적인 선택이 됩니다.두타스테리드는 같은 계열이지만 작용 범위가 더 넓습니다. 탈모 진행 속도가 빠르거나, 앞머리와 정수리가 동시에 약해지는 양상을 보이는 경우에는 초기에 이 선택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억제 효과가 강한 만큼 개인에 따라 체감 차이가 나타날 수 있고, 심리적인 부담을 느끼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두타스테리드는 무조건 더 좋은 선택이 아니라, 현재의 진행 단계와 목표에 맞는 선택인지 신중히 판단하셔야 합니다.미녹시딜은 또 다른 방향의 치료입니다. 탈모의 원인을 억제하기보다는, 남아 있는 모낭이 다시 성장할 수 있도록 자극하는 역할에 가깝습니다. 이미 충분히 굵은 모발을 유지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지만, 아직 남아 있는 가는 모발의 성장 가능성을 끌어올리는 데에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래서 단독보다는 다른 약물과 함께 사용할 때 역할이 분명해지고, 병용치료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됩니다.병용치료는 이론적으로도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서로 다른 기전을 가진 약들이 각자의 역할을 나누어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도 단독 치료보다 더 나은 결과를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다만 병용치료가 항상 정답은 아닙니다. 치료의 효과만큼 중요한 요소가 바로 지속 가능성이기 때문입니다. 하루 한 번 복용하는 치료는 비교적 쉽게 습관이 되지만, 하루 두 번 도포하는 방식은 생활 패턴에 따라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의욕적으로 시작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빠뜨리는 날이 늘어나고, 결국 중단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탈모 치료는 얼마나 좋은 약을 쓰느냐보다, 그 치료를 얼마나 오래 유지하느냐가 결과에 더 큰 영향을 미칩니다.그래서 탈모 약을 처음 선택하실 때 가장 현실적인 기준은 이 치료를 몇 달이 아니라 몇 년 동안 자연스럽게 이어갈 수 있는가입니다. 가장 강한 약이 아니라, 가장 오래 유지할 수 있는 약이 결국 가장 좋은 약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탈모 치료는 의욕으로 시작되지만, 습관으로 유지되고, 습관이 되지 못한 치료는 대부분 중간에서 멈추게 됩니다.약물만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지는 않습니다. 두피 상태, 수면의 질, 스트레스 수준, 전반적인 생활 리듬은 모두 모낭의 환경에 영향을 줍니다. 같은 약을 사용해도 결과가 달라지는 이유는 이런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탈모 약을 처음 고르는 일은 약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이 문제를 어떤 태도로 관리해 나갈 것인지 정하는 과정입니다.첫 선택은 이후 치료의 흐름을 만듭니다. 너무 급하게 결정하실 필요도 없고, 처음부터 가장 센 선택을 하실 필요도 없습니다. 지금의 나와 몇 년 뒤의 내가 모두 감당할 수 있는 방향이라면, 그 선택은 충분히 안정적인 출발이 됩니다. 탈모 치료는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방향의 문제이고, 그 방향은 처음 선택에서 만들어집니다.(*이 칼럼은 뉴헤어 성형외과 김진오 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김진오 뉴헤어성형외과 원장(대한성형외과의사회 공보이사·대한레이저피부모발학회 수석탈모분과위원장)2026/01/05 21:32
  • [의학칼럼] 전립선비대증, 참는다고 낫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제때의 진단과 선택’

    [의학칼럼] 전립선비대증, 참는다고 낫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제때의 진단과 선택’

    나이가 들면 소변이 잦아지고 밤에 깨는 일이 자연스럽다고 여기는 남성들이 많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반복된다면 전립선비대증일 가능성이 크다. 전립선이 커지면 요도를 압박해 배뇨가 힘들어지고, 잔뇨감·절박뇨·야간뇨로 수면의 질이 떨어진다. 피로가 누적되면 업무 집중력과 정서적 안정까지 흔들린다.60대 직장인 A 역시 몇 달째 밤마다 두세 번씩 화장실을 찾았고, 낮에는 졸음이 쏟아질 정도로 피로했다. 약물치료도 효과가 없었고, 결국 그는 “참는다고 해결되지 않는 병”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병원을 찾았다.■전립선비대증은 나이 탓이 아니다전립선비대증은 자연적으로 좋아지지 않는 진행성 질환이다. 치료를 미루면 방광 기능 약화, 요로감염, 신장 기능 저하 등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HIRA) 통계에서도 전립선비대증의 증가 추세가 분명하다.●2019년 131만 8,549명 → 2023년 153만 2,151명●환자의 약 97%가 50대 이상●특히 70대 이상은 과거 약 5년간 연평균 14% 이상 증가이 통계는 “나이가 들면 흔한 증상이라 그냥 두는 병”이 아니라, 연령이 오를수록 관리와 치료의 필요성이 커지는 질환임을 보여준다.■치료의 핵심은 기술보다 ‘적절한 판단’최근 전립선비대증 치료는 아쿠아블레이션(Aquablation), 리줌(Rezum), 유로리프트(UroLift), 홀렙(HoLEP), TURP 등 선택지가 크게 늘었다. 그중 아쿠아블레이션은 고압의 물줄기를 로봇이 정밀하게 조정해 비대 조직만 제거하는 방식이다.●열을 사용하지 않아 주변 조직 손상을 최소화●출혈 적고 회복 빠름●절제 시간 약 15분 내외●성기능 변화 위험이 낮은 편하지만 기술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환자에게 어떤 치료가 적합한가를 정확히 판단하는 과정이다. 전립선 크기, 요도 형태, 방광 기능, 동반 질환은 환자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다양한 치료 옵션을 갖춘 병원에서의 맞춤 접근본원은 아쿠아블레이션·유로리프트·리줌·홀렙·TURP·결찰사 재수술 등 전립선비대증의 주요 치료법을 모두 시행하며, 환자의 상태에 맞춘 개인별 맞춤 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각 치료의 장점이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옵션을 바탕으로 환자에게 최적의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립선비대증은 ‘참는 순간’ 더 악화된다반복되는 배뇨 변화는 몸이 보내는 분명한 신호다. 전립선비대증은 저절로 나아지지 않기 때문에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 선택이 삶의 질을 결정한다. 전립선비대증은 나이가 들어 당연히 생기는 증상이 아니다. 빨리 확인하고 나에게 맞는 치료를 선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칼럼서울베스트비뇨의학과의원 안치현 원장2026/01/05 13:17
  • 이른둥이 부모라면 알아야 할 ‘발달’ 문제들

    이른둥이 부모라면 알아야 할 ‘발달’ 문제들

    산모의 연령이 높아지고 다태아 비중이 증가하면서 조산아도 늘고 있다. 과거에는 조산아의 발달 문제를 이야기할 때 뇌성마비나 중증 지적장애처럼 비교적 뚜렷한 장애를 중심으로 설명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의 임상 경험과 연구는 조산아의 발달 문제가 훨씬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발달 지연 증세, 영유아 지나서 나타나기도조산아란 임신 37주 이전에 태어난 아이를 말한다. 부모들 사이에서는 흔히 ‘이른둥이’라는 표현으로 더 익숙하다. 이른둥이는 단순히 예정일보다 조금 일찍 태어난 아이를 의미하지 않는다. 뇌를 비롯한 여러 장기와 신경계의 성숙이 충분히 이루어지기 전에 출생한 아이들로, 성장과 발달의 관점에서 보다 세심한 이해와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조산아 중 영유아기에는 큰 이상이 없어 보이지만, 성장하면서 또래에 비해 집중이 어렵거나 감정 조절이 서툴고, 학습 속도가 다소 느리거나, 기본적인 운동은 가능하지만 동작이 다소 서툰 모습으로 어려움이 드러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러한 아이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건강해 보이지만, 일상생활이나 학교 환경에서는 지속적인 어려움을 경험한다.◇조산아 6명 중 1명은 신경발달장애 겪어그렇다면 조산아는 발달 과정에서 어떤 문제를 겪게 될까. 최근 발표된 대규모 체계적 고찰 및 메타분석에 따르면, 의료 자원과 소득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국가에서 태어난 조산아의 경우, 약 6명 중 1명에서 신경발달 문제가 관찰됐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운동, 인지, 언어, 감각, 행동 영역의 어려움을 포함하는 신경발달장애의 유병률은 약 16%였다.구체적으로 운동 발달지연은 약 13%에서 보고되며, 이 가운데 대근육 발달지연은 약 9%, 소근육 발달지연은 약 8%로 나타났다. 인지 발달지연은 약 12%에서 관찰됐고 이 중 약 9%는 중등도에서 중증 수준의 인지지연으로 분류됐다. 언어 발달지연 역시 약 12%로 보고됐다. 전반적인 발달 영역에서 지연을 보이는 전반적 발달지연은 약 8%에서 확인됐다. 이러한 결과는 조산아의 발달 문제가 어느 한 기능에만 국한되기보다는, 운동, 인지, 언어 등 여러 발달 영역에 동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행동과 정서 발달 영역에서도 주의가 필요하다. 조산아에서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는 약 4%로 보고되며, 이는 일반 소아에서 알려진 유병률 범위와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다. 다만 재태주수가 낮거나 출생체중이 적은 경우, 또는 초기 신경학적 위험요인이 있었던 일부 고위험군에서는 주의력과 집행 기능과 관련된 어려움이 상대적으로 더 자주 관찰된다. 이러한 문제는 영유아기에는 뚜렷하지 않다가, 학령기에 학습과 행동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면서 드러나는 경우도 적지 않아, 성장 단계에 따른 지속적인 관찰이 중요하다.뇌성마비는 약 5%로 일반 소아 집단보다 뚜렷하게 높았다. 시각이나 청각 장애는 각각 약 1% 수준으로 절대적인 빈도는 높지 않았지만, 일반 소아 집단보다는 위험이 증가해 있었다.자폐스펙트럼장애의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비율은 약 8.8%에서 10%로 나타났다. 또한 불안, 위축, 공격성과 같은 행동 문제는 연구에 따라 약 4%에서 최대 50% 이상까지 다양하게 보고됐다. 이러한 차이는 사용된 평가 도구, 평가 시기의 연령, 추적 관찰 기간, 그리고 문화적 배경의 차이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이 연구에는 한국이나 일본과 같은 고소득 국가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조산아 발달 문제가 특정 국가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과제임을 보여준다. 고소득 국가에서도 조산아는 또래보다 학습과 행동, 정서 조절 영역에서 추가적인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더 자주 보고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장기 추적 관찰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뇌초음파 정상이라도 이른둥이는 추적 관찰 필요많은 부모가 조기 평가나 조기 개입이 아이에게 불필요한 치료를 하게 하는 것은 아닐지, 또는 아기에게 오히려 부담을 주지는 않을지 걱정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이 말하는 조기 개입의 본질은 아이의 발달을 이른 시기부터 체계적으로 살펴보고, 성장 과정에 맞추어 주기적으로 평가하며 변화를 추적 관찰하는 데 있다. 이를 통해 발달이 순조롭게 이어지고 있다면 불필요한 개입을 피할 수 있고, 반대로 이상 신호가 보일 경우에는 적절한 시점에 필요한 도움을 제공할 수 있다.조산아의 발달은 한 시점의 검사 결과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출생 이후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발달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여러 임상 연구에서 공통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영아기에는 괜찮아 보이던 아이라도, 유아기와 학령기를 거치며 요구되는 기능이 달라지면서 새로운 어려움이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기에 한 번 확인하고 끝내기보다는, 발달 단계에 따라 반복적으로 평가하고 필요할 때 적절한 도움을 연결하는 과정이 중요하다.이러한 관점에서 뇌초음파 검사가 정상일 때는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 뇌초음파 검사는 출생 직후부터 비교적 안전하게 시행할 수 있어, 조산아의 초기 뇌 상태를 평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출혈이나 큰 구조적 손상을 확인하는 데 매우 유용한 검사다. 다만 분명한 한계도 있다. 최근 이른둥이에서 더 흔하게 관찰되는 문제는 과거처럼 뚜렷한 뇌 손상이 아니라, 뇌가 충분히 성숙하지 못한 상태, 즉 백질 성숙의 실패다.
    칼럼임신영 임신영재활의학과의원 원장2026/01/05 10:05
  • 돼지고기도 부담인 시대… ‘제5의 고기’ 먹어볼까요

    돼지고기도 부담인 시대… ‘제5의 고기’ 먹어볼까요

    요즘 육류 가격이 만만치 않다. 쇠고기는 언감생심이고 돼지고기 역시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판매처와 부위별로 차이는 있지만, 삼겹살과 목살처럼 인기 많은 부위들은 100그램당 3000원대 후반에서 4000원대 초반을 오르내린다. 결국 매대 앞에서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결국 앞다리나 안심처럼 저렴한 부위로 선회하곤 한다. 삼겹살이나 목살을 먹는 느낌은 아무래도 아니지만 오르는 밥상 물가 앞에 배겨날 재간이 없는 걸 어쩌겠는가. 돼지고기마저 부담스러운 현실에서 대안은 없을까? 소, 돼지, 닭, 양고기에 이어 ‘제5의 고기’로 불리는 오리고기를 고려해볼 만 하다. 오리가슴살 두 덩이 500그램에 1만원 수준이니 돼지고기 가격과 비교하면 오히려 저렴하게 느껴질 수 있다. 오리고기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출한 게 1983년이니 누군가는 익숙하다고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재료의 이해도나 먹는 방식을 찬찬히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 한마디로 친숙한 듯 낯선 식재료가 바로 오리고기다.왜 그럴까? 무엇보다 가금류이기에 닭과 흡사할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운동을 거의 하지 않고 날지도 않는 닭은 고기의 색이 옅다. 부위별로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움직임이 적기에 근육속 산소 저장 단백질인 미오글로빈의 함량이 적다. 따라서 백색육으로 분류하고 맛도 색깔만큼이나 옅은 편이다.반면 오리는 닭보다 더 많은 힘을 쓰고 차가운 물에서 수영을 하는 덕분에 철분과 더불어 미오글로빈이 많이 함유돼 있다. 한마디로 근육의 힘이 닭보다 세기 때문에 색도 맛도 훨씬 진하다. 같은 가금류라고 하더라도 닭보다는 돼지고기와 맛과 질감이 비슷하다. 사십여 년 전 시장에 진출했을 때 가슴살을 썰어 가공해 ‘로스’라고 판촉을 했던 이유다. 이미 친숙한 돼지 삼겹살처럼 다가가려는 의도였다. 필수 아미노산과 불포화지방산, 비타민 A와 무기질 등이 풍부해 체력 증진, 혈액순환 개선 등에 좋으므로 오리고기는 그렇게 먹어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더 편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요령이 있으니 핵심은 껍질과 그 바로 아래 지방의 켜가 쥐고 있다. 두 켜 모두 닭에 비하면 두툼하므로 썰어 구우면 아무래도 좀 부담스럽다. 이들을 잘 다스리면 오리고기 특히 가슴살을 몇 배는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핵심은 ‘통구이’다. 썰지 않은 통오리 가슴살을 구입해 껍질에 2센티미터 간격으로 다이아몬드 칼집을 낸다. 가볍게 칼을 놀려 껍질에만 칼집을 넣은 뒤 소금을 솔솔 뿌려 간해 냉장고에 4~6시간 둔다. 먹을 때는 기름을 두르지 않은 차가운 팬에 껍질이 밑으로 가도록 올려 중불에서 서서히 굽는다. 온도가 올라가면서 껍질과 살 사이 지방의 켜가 다 녹아 나왔다 싶으면 뒤집어 반대면도 익힌다. 오리고기는 내부 온도가 섭씨 54~60도, 미디엄 레어 정도로 익혀을 때 가장 맛이 좋다. 다 구워지면 껍질면이 위로 가도록 접시에 담아 10분 정도 두었다가 그대로 도마에 올려 1센티미터 안팎의 두께로 썬다. 지방을 녹여내는 과정에서 껍질도 바삭하게 익어 미리 썰어 구운 것보다 훨씬 더 맛있다. 한식 고기 반찬으로 먹어도 좋고, 양식 취급하고 싶다면 오렌지나 체리 같은 과일의 잼(혹은 마멀레이드)과 잘 어울리니 참고하자.
    칼럼이용재 음식평론가2026/01/05 07:30
  • 챗지피티에게 상담하고 싶다면, 꼭 지켜야 할 ‘안전 수칙’

    챗지피티에게 상담하고 싶다면, 꼭 지켜야 할 ‘안전 수칙’

    요새 진료실에서 인공지능(AI) 챗봇과 상담한다는 분들의 이야기를 종종 듣습니다. AI와 상담할 수 있다는 것은 꽤 매력적입니다. AI는 언제든 만날 수 있고 피곤해하지도 않습니다. 가끔 말을 지어내긴 하지만 저보다 아는 것도 많고,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한 편견을 가진 사람들에게 병원에 가는 것을 들킬 염려도 없습니다. 하지만 치료자로서 걱정되기도 합니다. 내 환자에게 이상한 말을 하지는 않을까?실제로 가끔 그런 일이 생깁니다. 판에 박힌 조언을 하는 정도라면 다행입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더 위험한 문제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AI 챗봇이 자해, 타해나 자살을 부추기거나, 조현병과 양극성 장애 등으로 현실적 판단이 어려운 환자의 망상적 생각을 두둔하고 강화하는 일이 그것입니다.  누군가가 치료자나 친구, 가족 등 진짜 사람에게 “누가 날 미행하는 것 같다”고 이야기하는 상황을 떠올려 보세요. 진짜 사람들은 그 말이 정말인지를 검증하려고 할 것입니다. 저라면 물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미행하는 사람을 보신 적이 있나요?” “미행한다고 생각하시는 이유가 뭔가요?” 이런 질문은 그의 생각이 질주하는 것을 잠시 멈추게 하고, 자신의 공포와 실제 사실을 비교하도록 이끌어 줍니다. 하지만 AI는 상대가 대화를 중지하지 않도록, 상대의 감정이나 의견에 일단 동의하고 인정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근거 없는 편집증적 생각에도 도전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오히려 “정말 두려웠겠구나. 하지만 그걸 알아채다니 너의 관찰력은 정말 뛰어난 것 같아”라고 말하고는 합니다.최신 모델은 이전의 대화를 기억하고 이후 대화에 반영할 수 있는데 이 점이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듭니다. 예를 들어, 며칠 뒤 그가 아무도 없는 집에서 목소리 같은 것이 들린다고 한다면, AI는 이렇게 대답할 수 있습니다. “지난번에 누군가 널 미행한다고 했잖아. 그 사람들이 내는 소리 아닐까?” 이런 대화가 반복되면서 누군가가 나를 미행하고 있다는 것은 그에게는 논쟁의 여지 없는 현실이 되어버립니다. 이후 AI는 그가 “내가 횡단보도에 도착하자마자 신호가 바뀌었어” 같은 망상의 ‘증거’들을 가져올 때마다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그가 그 생각에 더 몰입하고 키워가도록 유도합니다. 그러면서 편집증적인 생각은 점점 더 강화됩니다. 그는 점점 더 AI만이 자신을 이해할 수 있다고 느끼고, 자신의 말에 ‘딴지’를 걸어줄 수 있는 실제 사람들과는 교류를 줄여갈지도 모릅니다. 어떤 경우에는 AI가 특별한 힘을 가진 존재이고, 자신만이 이해할 수 있다는 등 AI 자체에 대한 망상으로 발전하기도 합니다. AI 챗봇 서비스와 관련된 자살 사건 등의 채팅 기록을 검토해보니, AI 챗봇은 환자의 위험 징후를 알아채거나 현실적인 관점을 제공하는 능력이 매우 부족하고, 오히려 극단적인 생각이나 감정을 부추기는 경향이 있다는 것도 드러났습니다.  그렇다면 AI와 상담하기를 그만두어야 할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미 AI 도구들은 많은 사람의 삶에서 뗄 수 없는 것이 되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AI를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지가 더 현명한 고민이 아닐까 합니다. 물론 AI 도구를 상담에 활용하는 것은 아직 새로운 분야이기에 명확한 주의 사항이 확립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미국정신의학회 등 다양한 기관의 가이드라인 및 사용자들의 경험을 종합해 다음과 같은 권고를 드립니다.AI와의 상담은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역할이어야 합니다일상적인 스트레스에 대한 대처법, 대인관계에서의 조언, 생각을 정리하고 싶을 때, 특정 상황에서의 대화를 연습하고 싶을 때, ADHD 환자들이 생활 계획을 세울 때와 같이 목적이 구체적이고 명확한 상황에서 좋은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나의 생각을 구체적인 언어로 표현하고 반응을 얻는 것은 그 자체로 치료적이기도 하지요. AI를 일종의 말하는 일기장이라고 생각하세요. 일기장은 유용하고 도움이 되지만 일기장에게 치료를 기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정신질환의 치료나 진단이 필요할 때,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의 심한 고통이나 자살, 자해, 환청, 망상 등의 문제가 있을 때는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프롬프트에 명시적으로 요구하세요대화를 시작할 때 원하는 기능을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밝히세요. “내가 OO와 같은 상황에 처해 있어. 생각을 정리하고 싶은데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지하철에 탔을 때 불안하고 가슴이 두근거려. 지금 불안을 줄이기 위해 쓸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같이요. 대화 중에는 비판적인 생각을 요청하는 것이 도움됩니다. “내 생각의 맹점이 뭘까?” “다른 방식으로 생각해볼 수 있을까?” 등의 질문을 통해 나의 생각에 무조건적으로 동의하지 않고 다른 시각을 제공하도록 요청할 수 있습니다.다음과 같은 상황에서는 즉시 사용을 중단하고 전문가와 상의하세요▲AI와 대화하는데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사용해서 학교나 직장 생활, 수면, 식사 등에 방해가 된다 ▲AI가 단순히 컴퓨터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어떤 초월적인 의식, 실제 사람, 영혼 등이라는 생각이 든다 ▲당신만이 AI의 진정한 정체나 작동 원리를 깨달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경우, AI가 약물 복용이나 치료를 중단하라고 권유한다 ▲AI가 자신이나 타인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행동을 권유하거나 암시한다 등의 상황 중, 하나라도 해당되면 즉시 사용을 중지하시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상담하셔야 합니다.정기적으로 기억을 초기화하세요AI가 당신의 이전 대화 내용을 기억하는 것은 때로는 독이 됩니다. 망상을 부추기는 등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라고 해도, 모든 것을 기억해서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동의만 한다면 좋은 치료자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정신 치료는 서로의 의견이 다를 때, 치료자가 실수하거나 환자의 말에 동의하지 않을 때 진전되기도 합니다. 나에게 아첨하는 치료자보다는 차라리 나를 잘 모르는 치료자가 낫습니다. 정기적으로 새 대화를 시작하거나, 설정에서 기억 기능을 초기화하는 옵션을 이용해서 AI가 나에게 너무 맞춰주지 않는 상태를 유지하세요.AI와 상담하면서 동시에 실제 사람들의 의견을 구하세요AI는 기본적으로 당신에게 동의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어떤 의견이나 감정을 극단적인 쪽으로 몰고 가기도 합니다. AI의 응답을 여러 의견 중 하나라고 생각하세요. 가족이나 친구, 주치의나 상담사 등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동시에 조언을 구하십시오. 가능하면 AI와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고, 나는 그 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세요.개인정보 노출에 주의하세요AI 도구들은 여러분이 입력한 내용을 학습 자료로 이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용하는 서비스의 개인정보 처리에 관한 규정을 확인하세요. 당신이 누구인지를 직간접적으로 알아낼 수 있는 정보들, 주민등록번호나 정확한 주소,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직장의 이름 같은 것들은 공유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물론 정신과 의사도 아직 AI라는 새로운 도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잘 모릅니다.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 저희의 걱정이 금방 기우가 되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중요한 것은 AI와 마음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이 아직은 불완전하고 드물게는 위험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직은 사람의 존재가 주는 힘을 믿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최근 한 연구에서 참가자들에게 AI가 생성한, 공감하는 태도의 응답을 제공했는데, 참가자들은 같은 응답이라도 사람이 작성했다고 믿을 때 훨씬 더 지지적이라고 느꼈습니다. 또한, 참가자들에게 즉시 받을 수 있는 AI의 응답과 기다려야만 하는 사람의 응답 사이에 선택하게 했을 때, 다수의 참가자가 인간의 응답을 선택했습니다. 그 이유는 이해받고, 감정을 공유하고, 돌봄을 받고 싶어서 등이었습니다. 그러니 AI 도구들을 충분히 사용해 보십시오. 다만 AI와의 대화로도 해결되지 않거나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면 근처의 정신과를 찾는 것을 주저하지 마세요.[본 자살 예방 캠페인은 보건복지부 및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대한정신건강재단·헬스조선이 함께합니다.]
    칼럼박성현 같은마음정신건강의학과 부원장2026/01/04 21:03
  • 부기 빼는 호박이 그 호박이 아니었다고?

    부기 빼는 호박이 그 호박이 아니었다고?

    출산 후 부기를 빼기 위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음식이라고 한다면 역시나 호박즙이다. 동의보감에 호박을 찾아보면 ‘오장을 편안하게 하고 정신을 안정시키며 산후의 하복부 통증을 치료한다. 소변을 나가게 하고 눈병을 치료한다.’고 설명되어 있다.산후의 하복부 통증을 치료하고 소변을 나가게 한다니 역시 산후 부기를 제거하는 데 탁월할만 하다. 그런데 잠깐. 정말 동의보감에서 말하는 호박이 정말 우리가 먹는 식재료 호박일까?호박은 한국에 조선시대 후기에 들어왔는데 한의서를 포함한 예전 문헌에서 우리가 생각한 호박을 찾으려면 호박이 아닌 남과(南瓜)를 찾아야 한다. 남과에 대한 기록 역시 조선 후기 문헌부터 찾을 수 있다. 허준 선생님이 동의보감을 저술할 당시에는 호박이 한국에 들어오기 전이라고 할 수 있다.한마디로 동의보감의 호박에 대한 설명은 먹는 호박이 아니다. 그럼 동의보감속 호박은 무엇일까? 영화 쥬라기 공원에서 공룡 피를 머금은 모기가 갇혀 있던 그 보석, 호박(琥珀)에 대한 설명이다.한자가 아닌 한글 이름이 같다 보니 생긴 대표적인 오해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사실이 조금씩 알려지고 있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식재료 호박에 대한 설명을 동의보감을 인용하면서 소개한 경우가 많았을 정도다.물론 실제 식재료 호박은 정말 좋은 식품이다. 동의보감에는 소개가 없지만 본초강목에서는 호박에 대해 보중익기(補中益氣), 속을 보하고 기운을 더해준다고 하였는데, 베타카로틴이 풍부해 면역력 강화와 피로회복 효과가 뛰어날 뿐만 아니라 칼륨이 풍부해 이뇨 작용을 도와 실제 부기 제거에도 일정 부분 효과가 있다.계피와 시나몬도 이와 비슷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카페에서 시나몬 라떼를 주문하며 계피 향이 좋다 말하기도 하고 빵이나 쿠키 위에 뿌려진 브라운 컬러의 가루를 보며 ‘계피 가루’라고 부르는 것도 자연스럽다. 그러나 여기에도 중요한 구분이 있다.시나몬은 주로 인도와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등으로 보통 실론 시나몬으로 부른다. 이에 비해 계피는 계수나무 껍질을 말하며 중국 시나몬으로 불릴 정도로 중국과 베트남, 한국에서 주로 자란다.계피와 시나몬 모두 나무껍질을 쓰지만 계피에 비해 시나몬은 조금 더 안쪽의 껍질을 쓴다. 그러다 보니 계피는 조금 더 단단해 가루로 만들기 어려워 주로 껍질째 사용하는 반면 시나몬은 가루로 만들어 사용한다.향도 다르다. 시나몬은 부드럽고 단맛을 내는 반면, 계피는 확실히 매운 맛이 시나몬에 비해 강하다. 시나몬 가루를 뿌린 음료들과 수정과를 떠올리면 그 차이를 확연히 상상할 수 있다.이 정도 차이를 인식했으면 이제 약재로서도 다름을 알 수 있다. 시나몬은 혈당 조절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약재로 사용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이에 반해 계피는 한의학에서 빠질 수 없는 한약재다. 성미는 따뜻하여 속을 데워주고 혈액 순환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어 감기 초기에 몸이 으슬으슬할 때 쓰거나 냉증을 호전시키는 방향으로 처방에 활용된다.지금과 같은 추운 겨울에 차로 상시 섭취하면 딱 알맞은 약재라고 할 수 있다. 생강이나 대추와 함께 차로 만들면 그 효과를 더욱 배가시킬 수 있지만, 워낙 따듯한 성질의 약재인 만큼 평소에 열이 많거나 입술이 바싹 마르거나 눈이 뻑뻑한 증상 등이 있는 경우에는 과한 섭취는 금물이다.
    칼럼최윤용 한의사(으뜸생약 대표)2026/01/03 06:00
  • 인간 관계는 난로처럼… 따뜻함은 ‘적절한 거리’에서부터

    인간 관계는 난로처럼… 따뜻함은 ‘적절한 거리’에서부터

    얼마 전 본 영상인데, 골든리트리버가 여러 마리의 새끼를 낳고 키우는 장면이었다. 새끼들은 엄마 리트리버 곁에 찰싹 붙어 꾸벅꾸벅 졸기도 하고, 서로 뒤엉켜 장난치다 넘어지기도 한다. 또 다른 영상에서는 오리 새끼들이 고양이와 함께 몸을 맞댄 채 낮잠을 자고 있었다. 종이 달라도, 말이 없어도, 그 장면은 이상하게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 나뿐만 아니라 수많은 댓글도 편안하고 힐링이 된다고들 자신들의 느낌을 적어두었다.우리 인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아이를 품에 안고 있거나, 우리가 어릴 적 부모님의 품에 안겨 있을 때를 떠올려보면 괴로웠던 마음이 조용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이런 안정감은 부모와 자식 사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청소년들은 학교에서 친구들 사이에 끼지 못한다는 감각만으로도 깊은 상처를 입고, 성인이 되어서는 직장에서 혼자 소외된다는 느낌 때문에 결국 퇴사를 선택하기도 한다. 우리는 누군가 곁에 있을 때 따뜻한 온기를 느끼고, 그 온기가 사라질 때 허전함을 넘어 슬픔과 괴로움을 느낀다. 모든 동물이 그렇듯, 인간 역시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다. 다만 우리는 복잡한 사회 안에서 훨씬 더 섬세하고 복합적인 감정을 경험한다.왜 우리는 관계에서 가장 크게 흔들릴까인간관계를 오래 다루다 보면 종종 이런 질문을 받는다. “왜 인간관계인가요?” 하지만 오히려 되묻고 싶다. 살면서 인간관계만큼 중요한 것이 얼마나 있을까. 인간관계만큼 우리를 크게 기쁘게 하는 것이 무엇이고, 또 이만큼 우리를 깊이 괴롭히는 것이 과연 또 있을까.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는 인간관계가 모든 행복의 근원이자 동시에 모든 고민의 근원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원만한 관계 속에서 큰 행복을 느끼고, 관계가 틀어질 때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운 고통을 경험한다.인간관계는 난로처럼 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유난히 추운 겨울, 난로를 켜 두면 참 따뜻하다. 하지만 너무 멀리 떨어지면 온기가 느껴지지 않고, 그렇다고 너무 가까이 다가가면 자칫 데일 수도 있다. 사람 사이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너무 멀면 상대의 온기를 느끼기 어렵고, 너무 가까우면 서로에게 상처를 남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적절한 거리’다. 이 거리는 물리적인 거리가 아니라 마음의 거리이며, 이 균형을 아는 사람이 인간관계를 잘 맺는 사람이라 할 수 있다.적절한 거리를 만드는 세 가지 방법그렇다면 이 ‘적절한 거리’는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을까.첫 번째는 거절하기다. 누군가가 내게 너무 가까이 다가올 때, 그 거리를 조절할 수 있는 사람은 결국 나 자신이다. 마지못해 들어준 부탁, 싫다는 말을 하지 못하고 삼킨 마음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내 마음에서는 점차 상대를 멀어지게 만든다. 좋은 인간관계를 만들고자 한다면 거리 조절은 상대가 아니라 우선은 내가 해야 할 몫이다.두 번째는 오지랖을 부리지 않는 것이다. 오지랖은 원래 한복 겉옷의 앞자락을 뜻한다. 이것이 지나치게 넓으면 옷의 본래 모습을 가리게 된다.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필요 이상으로 타인의 삶에 참견하면, 아무리 좋은 의도라고 설명해도 상대에게는 간섭과 훈계로 느껴질 뿐이다. “묻지도 않았는데 왜 이러지?”라는 감정은, 상대가 원한 거리보다 훨씬 더 가까이 다가갔을 때 생긴다. 관계는 두 사람이 만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내가 아무리 좋은 의도가 있더라도 이것 역시 관계를 밀어내는 행동이다.세 번째는, 기대를 조정하는 것이다. 우리는 종종 인간관계에서 상대가 나의 마음을 알아주길 기대한다. 말하지 않아도 이해해주길 바라고, 내가 해 준 만큼 돌려주길 바란다. 하지만 기대는 쉽게 실망으로 바뀐다. 기대가 클수록 관계의 거리는 오히려 더 어긋난다. 관계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사람들은 기대를 완전히 버리기보다는, 현실적인 수준으로 조정한다. 이 사람은 여기까지 해 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그 이상을 요구하지 않는다. 기대를 낮춘다는 것은 관계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를 오래 유지하기 위한 선택이다. 내가 기대를 줄이는 만큼, 상대는 숨 쉴 공간을 얻고 관계는 다시 편안해진다.모든 관계가 깊을 필요는 없다관계의 기본은 대화다. 그리고 대화가 이어지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공통된 관심사가 필요하다. 아무리 친했던 사이도 시간이 지나 관심사가 달라지면 어색해진다. 학창 시절 친구들이 각자의 삶을 살아가며 취업, 결혼, 육아의 길로 나아갈 때, 그 흐름을 함께 나누지 못하면 대화가 맞지 않아 관계가 자연스레 정리되는 경우도 많다. 이는 단순한 열등감의 문제가 아니라, 말 그대로 ‘대화가 이어지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고립이다. 또한, 모든 사람과 깊은 관계를 맺을 필요는 없다. 어떤 관계는 인사만 나누는 거리에서 가장 편안하고, 어떤 관계는 일정한 역할 안에서만 유지될 때 안정적이다. 모든 관계를 ‘가깝게’ 만들려는 노력은 오히려 관계를 소진시킨다.관계의 성숙함은 친밀함의 크기가 아니라, 각 관계에 맞는 거리를 받아들이는 데서 나온다.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은 차가움이 아니라, 관계에 대한 이해라고 생각한다. 새해에는 많은 독자분이 주변 사람들과 건강한 관계를 만들어가며, 웃는 시간이 더 많이 늘어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칼럼한승민 선릉숲정신건강의학과 대표원장2026/01/02 20:03
  • [의학칼럼] 창원 당뇨망막병증, 증상 없을 때부터 관리가 필요한 이유

    [의학칼럼] 창원 당뇨망막병증, 증상 없을 때부터 관리가 필요한 이유

    당뇨병을 진단받은 이후 많은 환자들이 혈당 관리에는 신경을 쓰지만 눈 건강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은 경우가 많다.그러나 당뇨병은 전신의 혈관에 영향을 미치는 질환으로, 망막 역시 예외가 아니다. 특히 당뇨로 인해 발생하는 대표적인 안과 질환인 당뇨망막병증은 조기에 발견하지 못할 경우 시력 저하나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안과 진료 현장에서도 당뇨를 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력에 큰 불편이 없다는 이유로 안과 검진을 미루다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 내원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당뇨망막병증은 초기에는 통증이나 뚜렷한 시야 변화가 거의 없어 환자 스스로 이상을 느끼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증상이 없다고 해서 망막 손상이 없는 것은 아니며, 이 시기에 이미 질환이 서서히 진행되고 있는 경우가 많다.당뇨망막병증은 고혈당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망막의 미세혈관이 손상되어 발생한다. 혈관이 약해지면서 미세 출혈이 생기거나 체액이 새어 나와 망막 부종을 유발하게 된다. 초기에는 이러한 변화가 시력에 큰 영향을 주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황반 부종이나 신생혈관 형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질환이 진행되면 시야가 흐려지거나, 사물이 겹쳐 보이고 검은 점이나 실 같은 것이 떠다니는 비문증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중심 시야가 잘 보이지 않거나 사물이 찌그러져 보이는 경우도 있으며, 심한 경우에는 망막 출혈이나 망막박리로 인해 급격한 시력 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 이 단계에 이르면 치료가 복잡해지고, 시력 회복에도 한계가 생길 수 있다.당뇨망막병증 환자 중 상당수는 시력이 눈에 띄게 떨어진 뒤에야 안과를 찾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질환은 시력이 나빠진 이후에 치료를 시작하면 이미 손상된 망막 기능을 회복하기 어렵다. 따라서 치료의 핵심은 증상이 나타나기 전, 즉 조기에 질환을 발견하고 진행을 억제하는 데 있다.당뇨병을 진단받았다면 증상 유무와 관계없이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는 1년에 한 번 이상 안과 검진을 권장하며, 당뇨 유병 기간이 길거나 혈당 조절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에는 검사 주기를 더 짧게 가져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본원에서는 안저 검사, 망막 촬영, OCT 검사 등을 통해 망막 상태를 정밀하게 확인하고 질환의 진행 여부를 평가하게 된다.당뇨망막병증의 치료는 질환의 단계에 따라 달라진다. 초기에는 혈당·혈압·지질 관리와 함께 정기적인 경과 관찰이 이루어지며, 필요에 따라 레이저 치료나 항체 주사 치료가 시행될 수 있다. 망막 부종이 심하거나 신생혈관이 형성된 경우에는 보다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며, 이때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시력 보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당뇨망막병증이 예방과 관리가 가능한 질환이라는 사실이다. 혈당 조절과 함께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병행한다면 시력 손실을 상당 부분 예방하거나 늦출 수 있다. 반대로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 검진을 미루게 되면 치료 선택지가 제한되고 예후에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당뇨병은 평생 관리가 필요한 질환인 만큼, 눈 건강 역시 단기적인 문제가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시력이 아직 괜찮다고 안심하기보다는,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현재 망막 상태를 정확히 확인하고 체계적인 관리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당뇨망막병증은 조기에 발견할수록 시력을 지킬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질환인 만큼, 예방 차원의 안과 검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이 칼럼은 창원예일안과 심형석 대표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창원예일안과 심형석 대표원장2026/01/02 11:47
  • [의학칼럼] 투데이라섹, 시력 회복 이후의 변화까지 고려해야 하는 이유

    [의학칼럼] 투데이라섹, 시력 회복 이후의 변화까지 고려해야 하는 이유

    시력교정술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많은 환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은 수술 자체보다 그 이후의 변화다. 언제부터 일상생활이 가능한지, 시야는 어떤 과정을 거쳐 안정되는지에 대한 질문이 먼저 나온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투데이라섹은 수술 직후의 시력 회복뿐 아니라, 이후 시야가 어떻게 안정되는지까지 고려해 접근하는 시력교정술로 언급된다.투데이라섹은 각막 절편을 만들지 않고 각막 상피를 제거한 뒤 레이저로 시력을 교정하는 라섹 계열 수술이다. 각막 구조를 유지한 상태에서 교정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외부 충격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고, 회복 과정 역시 일정한 단계로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수술의 핵심은 레이저 기술 자체보다 상피 제거와 재생 과정이 어떻게 관리되는지에 있다.수술 직후에는 각막 상피 재생이 시작되면서 시야가 일시적으로 불안정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이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보호용 렌즈가 제거되고, 일상적인 활동이 가능해지는 시점에 접어든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시야의 선명도는 단계적으로 정리되며, 시간이 지나면서 안정되는 흐름을 보인다. 회복이 한 번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순차적으로 진행된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투데이라섹에 대한 경험이 사람마다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어떤 경우에는 비교적 빠르게 편안함을 느끼는 반면, 다른 경우에는 시야 안정까지 시간이 더 필요할 수 있다. 이는 수술 결과의 차이라기보다 각막 회복 속도와 시각 체계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의 개인차로 설명된다.회복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통증이나 눈부심, 건조감 역시 각막 상피가 재생되는 과정에서 동반될 수 있는 변화다. 대부분은 시간이 지나면서 완화되며, 이러한 반응은 회복이 진행 중임을 보여주는 과정으로 이해된다. 다만 회복 속도와 체감 정도는 개인의 눈 상태에 따라 차이를 보일 수 있다.투데이라섹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수술 방식은 아니다. 각막 두께와 형태, 안구 표면 상태, 생활 환경과 눈 사용 패턴에 따라 다른 시력교정술이 더 적합한 경우도 존재한다. 이 때문에 수술 선택 과정에서는 단순히 회복 속도만을 기준으로 삼기보다, 눈의 구조와 회복 특성을 함께 고려하는 접근이 필요하다.시력교정술의 만족도는 단순히 잘 보이느냐의 문제로 결정되지 않는다. 수술 이후 시야가 어떤 과정을 거쳐 안정되는지, 그 변화가 일상생활에 어떻게 연결되는지가 함께 작용한다. 투데이라섹은 이러한 점에서 결과와 과정이 분리되지 않는 시력교정술로 이해할 수 있다.(*이 칼럼은 더원서울안과 김태준 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더원서울안과 김태준 원장2026/01/02 11:44
  • [의학칼럼] 중심 시야의 변화를 부르는 황반변성, 조기 인지가 중요한 이유

    [의학칼럼] 중심 시야의 변화를 부르는 황반변성, 조기 인지가 중요한 이유

    황반변성은 시야의 중심을 담당하는 황반 부위에 변화가 생기며 시력의 질이 점차 저하되는 대표적인 망막질환이다. 주로 50대 이후 연령층에서 발생 빈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생활 환경과 전신 건강 상태에 따라 발병 시점과 진행 속도에는 개인차가 나타난다. 초기에는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노안이나 단순한 피로로 오해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황반은 사물을 선명하게 인식하고 글자나 형태를 구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부위에 변성이 생기면 중심 시야가 흐려지거나 직선이 휘어 보이는 변시증, 글자가 끊겨 보이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주변 시야는 비교적 유지되기 때문에 초기에는 불편을 크게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많지만, 중심 시야의 미세한 변화는 일상생활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황반변성은 진행 양상에 따라 건성과 습성으로 나뉜다. 건성 황반변성은 황반 아래 노폐물이 쌓이며 서서히 진행되는 형태로 비교적 완만한 경과를 보인다. 반면 습성 황반변성은 비정상적인 신생혈관이 발생해 출혈이나 부종을 동반하며, 짧은 기간 내 시력 저하가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습성 형태는 진행 속도가 빨라 조기 발견과 관리가 중요하게 작용한다.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단순 시력 검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안저검사와 함께 망막단층촬영(OCT)을 통해 황반의 구조적 변화와 부종 여부를 확인하게 되며, 필요에 따라 형광안저혈관조영술을 통해 혈관 상태를 평가한다. 이러한 정밀 검사는 황반변성의 유형과 진행 정도를 구분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된다.황반변성의 발생에는 연령 증가 외에도 흡연,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과 같은 전신 질환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혈관 건강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질환인 만큼, 전신 상태와 생활 습관 역시 황반변성의 경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때문에 증상이 없더라도 일정 연령 이후에는 정기적인 망막 검사를 통해 황반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치료는 황반변성의 유형에 따라 접근 방식이 달라진다. 건성 황반변성의 경우 진행 속도를 늦추기 위한 관리와 경과 관찰이 중심이 되며, 습성 황반변성은 신생혈관의 활동을 억제하는 치료가 필요하다. 다만 치료의 목적은 이미 손상된 시력을 회복하는 것보다는, 추가적인 시력 저하를 최대한 억제하는 데 있다.황반변성은 한 번 진행되면 시력 회복이 쉽지 않은 질환인 만큼, 초기 변화에 대한 인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글자가 휘어 보이거나 중심부가 흐릿하게 느껴지는 변화가 반복된다면, 이는 황반 부위에 이상이 생겼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황반변성은 이러한 작은 시야 변화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시력의 질 변화를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이 칼럼은 영등포원안과 유수진 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영등포원안과 유수진 원장2025/12/31 11:28
  • [의학칼럼] 시야 흐림의 원인, 백내장에서 달라지는 수술 판단 기준

    [의학칼럼] 시야 흐림의 원인, 백내장에서 달라지는 수술 판단 기준

    백내장은 수정체가 혼탁해지면서 시야가 점차 흐려지는 질환으로, 중장년층 이후 흔히 접하게 된다. 초기에는 눈의 피로나 노안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글씨가 번져 보이거나 밝은 환경에서 눈부심이 심해지는 등 시야의 질 변화가 뚜렷해진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시력 저하를 넘어 수정체 구조에 변화가 생겼음을 시사한다.백내장은 진행 정도와 눈의 구조적 상태에 따라 양상이 다르게 나타난다. 혼탁이 비교적 완만하게 진행되는 경우도 있지만, 수정체를 지지하는 구조가 약해져 있거나 과거 안과 수술 이력, 외상, 전신질환이 동반된 경우에는 수술 접근이 달라질 수 있다. 이처럼 수술 과정에서 추가적인 고려가 필요한 상태를 흔히 고난이도 백내장으로 분류한다.고난이도 백내장은 수정체 혼탁 자체뿐 아니라, 수정체를 지지하는 소대의 안정성이나 눈 안 공간의 조건을 함께 살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조건에서는 수정체 제거 과정과 인공수정체의 고정 방식에 대한 계획이 중요해진다. 수술 중 변수에 대비한 전략이 필요하며, 사전 검사를 통해 위험 요소를 정확히 파악하는 과정이 선행된다.백내장 수술의 핵심은 혼탁해진 수정체를 제거하고 인공수정체로 시각 기능을 회복시키는 데 있다. 다만 고난이도 백내장의 경우, 수술 시간이나 과정이 달라질 수 있고 회복 양상 역시 개인차가 커질 수 있다. 따라서 수술 여부를 결정할 때는 단순히 시력 수치만이 아니라, 시야 불편이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과 눈의 구조적 특성을 함께 고려하게 된다.수술 이후에는 시야가 점차 맑아지지만, 새로운 인공수정체를 통해 초점을 맞추는 과정에 적응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특히 고난이도 백내장에서는 수술 후 경과 관찰이 더욱 중요하며, 인공수정체 위치의 안정성과 염증·안압 변화 등을 면밀히 확인하게 된다. 이러한 관리 과정은 시력의 안정적인 회복을 돕는 중요한 단계로 이해된다.백내장은 모든 환자에게 같은 경과를 보이지 않는다. 같은 진단명이라도 눈의 구조와 동반 질환에 따라 접근 방식이 달라질 수 있으며, 고난이도 백내장으로 분류되는 경우에는 더욱 정교한 판단이 요구된다. 시야 흐림이나 눈부심이 반복된다면 이를 단순한 노화로만 받아들이기보다, 수정체 상태와 수술 난이도까지 포함한 종합적인 평가가 필요하다.백내장 치료는 시력을 다시 또렷하게 만드는 것을 넘어, 눈의 구조적 안정성을 회복하는 과정이다. 특히 고난이도 백내장은 수술 전·중·후 전 과정에 대한 이해와 준비가 함께 이루어질 때보다 안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이 칼럼은 더본안과 서지원 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더본안과 서지원 원장2025/12/30 12:55
  • [의학칼럼] 겨울이 되면 더 아파지는 무릎? 관절염과 인공관절을 다시 생각해야 하는 이유

    [의학칼럼] 겨울이 되면 더 아파지는 무릎? 관절염과 인공관절을 다시 생각해야 하는 이유

    겨울은 무릎 통증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는 계절이다. 평소에는 참고 지내던 통증이 추워지자 갑자기 심해졌다고 말하거나, 계단을 오르내리기 힘들 정도로 통증이 커졌다는 경우도 적지 않다. 많은 환자들이 이를 단순히 “날씨 탓”이라고 넘기지만, 실제로 추위는 무릎 관절염 증상을 악화시키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기온이 낮아지면 우리 몸은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혈관을 수축시키고 이로 인해 무릎 관절 주변의 혈액순환은 감소하며, 관절을 지지하는 근육과 인대는 쉽게 굳어지게 된다. 특히 이미 연골이 닳아 있는 퇴행성 무릎 관절염 환자의 경우, 이러한 변화는 통증으로 바로 이어진다. 관절을 보호해야 할 구조물들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관절 내부에 가해지는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겨울철 낮아진 기압과 온도 변화는 관절 내 압력에도 영향을 주어, 무릎 속이 뻐근하고 쑤시는 느낌을 더 강하게 만든다.날씨가 추워질수록 활동량이 줄어들고, 실내에서 앉아 있거나 움직임이 제한되는 시간이 늘어난다. 관절은 적절히 움직여야 그 기능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데, 움직임이 줄어들면 관절 주변 근육은 약해지고 관절은 더욱 뻣뻣해진다. 이로 인해 무릎에 가해지는 충격을 근육이 흡수하지 못하고 고스란히 관절로 전달하게 되며, 연골 손상은 더욱 빠르게 진행된다. 이런 상태가 반복되면 통증은 점점 만성화되고, 약물이나 주사 치료만으로는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운 단계에 이르게 된다.진료실에서 자주 듣는 질문 중 하나는 “이제는 인공관절 수술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인공관절 수술은 모든 무릎 관절염 환자에게 필요한 치료는 아니지만, 분명히 고려해야 하는 시점은 존재한다. 약물치료나 주사치료에도 불구하고 통증이 지속되고, 밤에도 통증 때문에 잠을 설치거나 보행 자체가 힘들어진 경우, 영상 검사에서 연골이 거의 소실된 말기 관절염이 확인된다면 인공관절 수술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인공관절 수술은 손상된 무릎 관절의 연골과 뼈 일부를 제거한 뒤, 인체에 안전한 금속과 특수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인공관절로 이를 대체해 통증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제거하는 수술이다. 무릎의 정렬과 움직임을 최대한 정상에 가깝게 회복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수술 전에는 단순한 통증 정도뿐 아니라 다리의 정렬, 변형의 정도, 인대 상태, 환자의 연령과 활동 수준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한 정밀한 평가가 필수적이다. 정렬이 조금만 어긋나도 인공관절의 마모가 빨라질 수 있기 때문에, 경험 많은 의료진의 판단과 숙련된 수술 기법도 무엇보다 중요하다.많은 환자들이 인공관절 수술 후 회복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지만, 실제로는 수술 후 비교적 이른 시점부터 보행 연습이 가능하다. 대부분의 경우 수술 다음 날부터 재활 치료가 시작되며, 점진적인 운동을 통해 관절 기능을 회복해 나간다. 적절한 재활 과정을 거치면 일상적인 보행은 물론, 계단 오르내리기와 같은 기본적인 생활 동작도 무리 없이 가능해진다. 통증으로 인해 제한됐던 활동 범위가 다시 넓어지면서 삶의 질이 크게 개선되는 경우가 많다.겨울철 무릎 통증이 반복되거나 점점 심해진다면, 단순한 노화 현상으로 넘기지 말고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통증을 참고 버티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관절 변형은 심해지고 주변 근육은 더욱 약해진다. 이는 결국 수술이 불가피하게 되고, 또한 수술을 결정했을 때 회복 기간을 길게 만들며 만족도를 낮추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수술 여부 자체보다도, 환자의 상태에 맞는 적절한 치료시점을 놓치지 않는 것이므로 무릎 통증이 걱정된다면, 더 늦기 전에 자신의 무릎 상태를 점검해 보길 바란다.(*이 칼럼은 신세계서울병원 무릎관절센터 박동철 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신세계서울병원 무릎관절센터 박동철 원장 (정형외과 전문의)2025/12/30 12:52
  • [의학칼럼] 단순 코골이인가, 수면무호흡증인가… 치료 기준은 ‘이것’

    [의학칼럼] 단순 코골이인가, 수면무호흡증인가… 치료 기준은 ‘이것’

    잠자는 동안 들려오는 코골이 소리는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쉽다. 그러나 특히 겨울철에는 단순 코골이가 수면무호흡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기온이 낮아지면 코막힘과 상기도 염증이 잦아지면서 기도가 좁아지기 쉽고, 실외 활동 감소로 인한 체중 변화와 음주 빈도 증가까지 겹치면 수면 중 호흡 장애가 악화될 수 있다.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 어떻게 구분할까?코골이는 수면 중 좁아진 기도를 공기가 지나가며 주변 조직이 진동해 발생한다. 피로가 누적되었거나 음주 후, 감기나 비염 등으로 코가 막힌 경우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고, 대부분 호흡은 유지된다. 다만 코골이가 지속되거나 점차 심해진다면 기도 구조 이상이나 수면무호흡증 가능성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수면무호흡증은 수면 중 호흡이 반복적으로 멈추거나 얕아지는 질환이다. 이로 인해 혈중 산소포화도가 떨어지고, 미세 각성이 반복되면서 깊은 수면을 유지하기 어렵다. 아침에 개운하지 않거나 낮 동안 심한 졸림, 집중력 저하, 두통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장기간 방치할 경우 고혈압, 부정맥, 심혈관 질환, 뇌졸중 등 다양한 합병증 위험이 높아진다.정확한 진단의 기준은 ‘수면다원검사’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을 구분하는 가장 객관적인 방법은 수면다원검사다. 수면다원검사는 머리, 턱, 흉부, 다리 등 신체 여러 부위에 센서를 부착한 뒤 하룻밤 동안 수면을 취하며 진행되고, 다음 날 아침 종료된다. 검사 과정에서 호흡 패턴, 산소포화도, 심박수, 뇌파, 각성 반응 등을 종합적으로 기록 및 분석하여 수면의 질과 호흡 장애 여부를 평가한다. 이를 통해 단순 코골이인지, 치료가 필요한 수면무호흡증인지 구분하고 개인별 치료 방향을 결정할 수 있다.양압기 치료, 처방보다 중요한 것은 ‘치료 과정’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 치료에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는 양압기 치료다. 양압기는 수면 중 기도로 일정한 공기를 지속적으로 공급해 기도가 좁아지거나 막히는 것을 예방하는 의료기기다.양압기 치료는 단순히 기기를 처방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수면무호흡증의 유무와 중증도를 확인한 뒤, 개인의 기도 구조와 수면 특성에 따라 치료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후에는 개인에게 가장 적절한 공기 압력을 찾기 위한 압력 검사가 시행된다. 압력 검사는 수면 중 호흡 상태를 분석해 무호흡과 저호흡이 가장 효과적으로 감소하는 압력을 확인하는 과정으로, 치료 효과와 사용 순응도를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최근에는 환자의 생활 패턴을 고려한 다양한 치료 옵션도 함께 활용되고 있다. 출장이나 여행이 잦은 경우에는 휴대성이 뛰어난 미니 양압기를 선택할 수 있으며, 양압기 사용이 불편하거나 적응이 어려운 경우에는 음압기 치료를 고려해 볼 수 있다. 음압기는 수면 중 입안에 음압(당기는 압력)을 형성해 혀와 연조직이 뒤로 처지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기도가 좁아지는 것을 막는 방식의 치료 기기다.양압기 치료 효과를 좌우하는 ‘마스크 피팅’양압기 치료의 효과는 처방 이후의 관리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그중에서도 마스크 선택과 피팅은 치료 효과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얼굴 형태, 기도 구조, 수면 자세, 호흡 습관은 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에 맞지 않는 마스크를 사용할 경우 공기 누출과 불편감이 발생해 치료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개인에게 맞는 마스크를 정확히 피팅하면 압력이 안정적으로 전달되고 착용 부담이 줄어들어 장시간 사용이 가능해진다. 이는 양압기 치료를 일상 속 관리로 이어가는 중요한 기반이 된다.양압기 치료의 완성은 ‘관리’양압기 치료에서는 정기적인 점검과 관리가 필수적이다. 검사 결과 확인부터 양압기 처방, 개인별 압력 조정, 마스크 피팅, 사용 관리까지 전 과정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해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통합 관리 시스템을 통해 착용 시 불편감이나 공기 누출, 기기 이상 여부를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필요시 A/S 및 기능 점검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는지 확인해야 한다.양압기는 단순 기기가 아닌 의료기기이므로, 지속적인 관리와 전문적인 케어가 뒷받침될 때 중도 포기 없이 안정적인 사용이 가능하다. 이는 수면 질환의 치료 효과를 높이고 전반적인 수면의 질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이 칼럼은 강북보아스이비인후과 이철희 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강북보아스이비인후과 이철희 원장2025/12/29 11:49
  • 자해를 멈추는 말, “많이 힘들었니?”​

    자해를 멈추는 말, “많이 힘들었니?”​

    더운 여름날 외래 진료실에서 마주한, 반팔을 입은 청소년 친구. 팔목에는 빨간색의 선명한 상흔이 여럿 보입니다. 학교에 가면 쉬는 시간에도 덩그러니 혼자 있는 상황이 영 익숙해지지가 않는다고 합니다. 점심을 혼자 먹는 것이 싫어서 학교에 다니고 싶지 않다는 말도요. 아이의 감정 흔적을 보며 쉽사리 말을 꺼내기 어려워 “아프지 않았어?”라는 말을 건네곤 합니다.많은 부모님, 학교 선생님, 정신 건강 분야 종사자 분께서 물어오십니다. “자해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요?”죽고 싶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몸에 스스로 상처를 내며 고통을 가하는 비자살적 자해(non-suicidal self-injury)는 역설적으로 아이들이 살아남기 위한 방법이기도 합니다. 사춘기 청소년의 감정 반응은 매우 빠르지만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은 아직 배워가는 단계인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사회·문화적으로 이 시기 청소년에게 학업과 성취를 강조하곤 합니다. 그럼 우리 아이들은 슬픔, 분노, 좌절과 같은 부정적인 정서를 표현하고 해소하는 방법을 어떻게 경험하고 배울 수 있을까? 저는 종종 이 같은 의문을 품곤 합니다.아이들에게 자해할 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질문을 하면 “감정이 폭발했어요” “무슨 감정인지 모를 다양한 감정들이 휘몰아쳤어요” “스스로가 너무 한심했어요”와 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자해 행동은 이렇게 아이들의 감정이 격앙될 때, 부정적 정서가 해소되지 않을 때, 스스로를 무가치하다 여길 때 심리적 괴로움을 줄이려는 수단인 경우가 많습니다.자해를 처음 접한 가정과 학교에서 어른들은 때로는 충격을 받기도, 때로는 죄책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다시는 하지 말라고 당부하기도 합니다. 아이들도 어른을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자신을 조절하고 통제하려고 노력하지만, 종종 실패하고는 합니다. 어른으로 살아온 시간이 오래된 우리는 학교 생활에서 친구와 다투는 것이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수많은 시험을 치르며 마음이 단단해지는 것이 얼마나 괴로웠는지, 매일 아침 일찍 학교에 가서 긴 시간 수업을 듣는 게 얼마나 피곤하고 힘들었는지, 매년 반이 바뀌어 적응하는 것이 얼마나 낯설었는지를 점점 잊어가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안 그래도 마음이 힘든데 어른들의 실망하는 모습을 보며 더 죄책감을 느낄 우리 아이들에게 “왜 그랬니?” 라고 말하기보다 “힘든 일이 있었니?” “그때 어떤 기분이었니?”라고 물어본다면 어떨까요?우리 아이들이 자해를 멈추게 하려면 자해를 무작정 금지하기보다,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대화하며 감정의 언어부터 만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아픔 자체를 없앨 수는 없지만, 아픔에 대해서 소통하고 단단하게 견디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어른들이 많아진다면 우리 아이들 팔목에 감정 흔적이 줄어들 수 있을 것입니다.[본 자살 예방 캠페인은 보건복지부 및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대한정신건강재단·헬스조선이 함께합니다.]
    칼럼신지윤 서울특별시 보라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2025/12/28 21:03
  • ‘달걀과 새우’ 안 먹으면 고지혈증 예방될까?

    ‘달걀과 새우’ 안 먹으면 고지혈증 예방될까?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네요. 식단 관리 좀 하셔야겠어요." 건강검진 결과지를 받아들고 진료실을 나설 때,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합니다. '기름진 걸 줄여야지'라고 다짐하며 냉장고를 열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밟히는 두 가지 식품이 있습니다. 바로 식탁 위의 완전식품이라 불리는 ‘달걀’과, 감칠맛 넘치는 해산물의 대명사 ‘새우’입니다.이 두 식품은 맛과 영양이 뛰어나지만, 동시에 '콜레스테롤 폭탄'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습니다. 실제로 달걀 노른자 하나에는 약 200mg, 새우는 100g(약 5마리)당 약 189mg에 달하는 상당량의 콜레스테롤이 들어있습니다. 과거 보건 당국이 권장했던 하루 콜레스테롤 섭취 제한량이 300mg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달걀 딱 하나만 먹어도 하루 허용량의 3분의 2, 새우 열 마리에 하루 허용량을 넘겨버리는 셈입니다. 수치만 놓고 보면 고지혈증의 주범처럼 보이기 충분하죠.그렇다면 고지혈증을 예방하기 위해, 우리 식탁에서 달걀과 새우를 추방해야 할까요? 의학적 근거로 알려드리겠습니다.오늘의 퀴즈: 고지혈증을 예방하려면, 달걀 노른자, 새우를 무조건 안 먹는 게 좋다?정답은 X입니다.핵심 근거1."달걀, 먹어도 될까?"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대규모의 조사가 진행되었습니다. 신뢰도 높은 의학 저널 중 하나인 BMJ(British Medical Journal)에 2020년 발표된 하버드 보건대학원 연구팀의 대규모 연구를 소개합니다.연구팀은 무려 32년이라는 긴 세월에 걸쳐 모인, 미국인 20만 명 이상의 데이터를 분석했습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연구의 정확성을 위해 유럽과 아시아에서 진행된 기존의 신뢰할 수 있는 연구들까지 모두 합쳐, 총 170만 명의 데이터를 종합 분석을 수행했습니다.170만 명의 데이터를 종합했을 때, 하루에 달걀을 1개(약 50g) 정도 매일 섭취하더라도 심혈관 질환의 발생 위험은 증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기서 한국인인 우리가 주목해야 할, 더욱 놀라운 사실이 숨어있습니다. 연구팀이 전 세계 데이터를 지역별로 쪼개서 분석해보니, 아시아 코호트(집단)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미국 코호트에서는 달걀 섭취와 질병 위험이 '관련 없음'으로 나온 반면, 아시아인에게서는 달걀 섭취가 오히려 심혈관 질환 위험을 약 8%가량 낮추는 경향이 관찰된 것입니다."왜 서양인과 아시아인 사이에 차이가 있었을까요? " 연구진은 이러한 차이가 발생하는 가장 유력한 원인으로 달걀 자체가 아닌 동반된 식습관을 지목하고 있습니다.▶서양의 식탁: 달걀을 주로 베이컨, 소시지, 버터와 함께 굽거나 스크램블로 먹습니다. 달걀과 함께 혈관을 막는 포화지방을 잔뜩 섭취하는 셈이죠.▶​아시아의 식탁: 우리는 어떤가요? 달걀을 주로 포화지방이 많은 베이컨, 소시지, 버터와 함께 먹기보다는, 밥과 채소 위주의 식단에 달걀찜으로 국과 먹는 것을 선호합니다.핵심 근거2.과거에는 콜레스테롤 섭취를 제한했으나, 지금의 의학계는 "근거가 불충분하다"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여러 실험 연구에서 콜레스테롤 섭취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으나, 개인차가 너무 크다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또한, 수많은 임상연구 결과로 콜레스테롤을 먹어서 오르는 수치보다, ‘포화지방산(육류의 기름)과 트랜스지방(가공식품) 섭취가 대부분의 사람에게서 훨씬 큰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오히려 콜레스테롤을 피하려다 식사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2015년 미국 식사권고안(Dietary Guidelines for Americans)에서는 제한 권고를 제외했습니다.▶​미국 (AHA/ACC): 2013년과 2018년 진료지침에서 "콜레스테롤 섭취 제한에 대한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라고 명시했습니다. 대신 건강한 식품으로 구성된 식사 패턴을 유지하면 콜레스테롤 섭취는 자연스럽게 낮아지므로 이를 더욱 강조했습니다.▶​유럽 (ESC/EAS): 2019년 유럽 지침에서는 "혈청 콜레스테롤이 높은 고지혈증 환자의 경우에만" 하루 300mg 미만으로 제한하도록 권고했습니다.▶​2020 한국인 영양소 섭취 기준: 한국 역시 성인에게 하루 300mg 미만 섭취를 권고하긴 하나, 이를 강제적인 '목표 섭취량'으로 설정하지는 않았습니다.이상지질혈증 예방을 위해 모든 사람이 일괄적으로 콜레스테롤을 제한할 필요는 없으나, 이미 콜레스테롤이 높은 분이라면 콜레스테롤의 과다 섭취를 주의해야 합니다. 일반인은 안심해도 좋지만, 콜레스테롤이 높다면 '주의'가 필요하다는 뜻입니다.그 생리학적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간의 자동 조절 능력 : 우리 몸속 콜레스테롤의 대부분은 음식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간에서 스스로 합성됩니다. 대부분의 건강한 사람은 달걀과 새우를 먹어 콜레스테롤이 들어오면 간에서 만드는 생산량을 줄여 전체 균형을 맞춥니다. 즉, 달걀과 새우를 많이 먹는다고 혈관 속 기름때가 그만큼 늘어나는 것은 아닙니다.▶​진짜 적은 '지방' : 혈관 건강을 해치는 진짜 주범은 콜레스테롤 섭취가 아니라 포화지방과 트랜스지방 섭취입니다. 새우의 지방 함량은 매우 낮습니다. 반면 삼겹살이나 꽃등심은 지방이 가득합니다. 콜레스테롤 수치는 새우가 높을지 몰라도, 혈관을 막는 위험성은 지방이 많은 육류가 훨씬 높을 수 있습니다.추가정보1.하지만 만약 여러분이 당뇨병을 앓고 계신다면, 주의가 필요합니다.여러 코호트 연구를 종합한 메타분석 결과, 제2형 당뇨병 환자가 달걀을 많이 섭취할 경우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유의미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앞서 살펴본 연구와 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이죠. (물론 관찰 연구만으로 인과관계를 단정할 수는 없겠지만, 당뇨병 환자라면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칼럼김연휘 의사·유튜브 ‘근알의’ (근거를 알려주는 의사) 운영2025/12/26 09:00
  • 검사 결과는 정상인데, 왜 이렇게 몸이 아플까?

    검사 결과는 정상인데, 왜 이렇게 몸이 아플까?

    누구나 마음의 병을 겪을 수 있지만 쉽게 털어놓기 힘들고 때론 스스로 인정하는 것도 어려움을 겪는다. 헬스조선은 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강준 교수의 칼럼을 연재해 ‘읽으면서 치유되는 마음의 의학’을 독자와 나누려 한다. 정신건강 문제를 풀어내고 치유와 회복의 길을 제시한다.(편집자주)중년 여성 A씨는 몇 년 전부터 어깨가 묵직하고 팔과 등이 아프고 허리가 굳고 손발이 저린 날이 많아졌다. 오래 앉아 있으면 뒷목이 당기고 걸음을 걸어도 팔다리가 콕콕 쑤셨다. 그러나 바쁘다는 이유로, ‘나이가 들어 그런가 보다’하며 넘겼다. 통증은 멈추지 않았고 어느 날부터인가 자리와 형태를 바꿔가며 이어졌다. 가슴이 조여 숨을 들이마시기 힘든 날이 있는가 하면, 배가 아픈 날도 있었다. 누군가가 몸 곳곳을 송곳으로 찌르는 것 같았다. 이런 증상 때문에 여러 병원의 내과, 신경과, 정형외과를 전전했지만 의사의 답변은 늘 같았다.“검사 결과는 정상입니다.”“큰 문제는 없어 보입니다.”그 말을 들을 때마다 다행이라는 생각보다 우울하고 절망적인 기분을 느꼈다.‘정상이라는데, 왜 나는 이렇게 아픈 거지?’‘난 이렇게 아픈데 아픈 곳이 없다니… 왜 원인을 못 찾지? 난 어디서 도움을 받아야 하지?’‘이 증상이 평생 동안 지속되면 어떻게 살지?’그러던 중 한 의사가 조심스럽게 말했다.“심리적인 요인이 통증을 키우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아보시는 건 어떨까요?”처음에는 속상하고 화가 났지만 통증이 지속되자 결국 정신건강의학과 문을 두드렸다. A씨는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신체증상장애’를 진단받았다. 정신적 과부하가 통증이라는 신체 증상으로 표현되는 상태를 말하며 이 현상 뒤에는 흥미로운 과학적 기전이 숨어 있다.통증은 말초 신경에서 척수 후각을 거쳐 뇌로 전달되지만 단순히 자극의 세기만으로 고통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뇌는 심리적 요인에 따라 통증 신호를 열어주기도 걸러내기도 하는 이른바 통증의 ‘게이트 조절’ 작용을 한다. 불안과 우울, 과도한 긴장은 이 문을 열어 작은 자극도 큰 통증처럼 느끼게 하고 반대로 안정과 이완은 문을 닫아 통증 신호를 약화시킨다. 검사 결과가 정상이기 때문에 때로는 꾀병으로 오해받기도 하지만, 환자가 느끼는 통증은 결코 가짜가 아니다. 통증을 증폭시키는 신경계의 조절 체계가 실제로 이상이 있기 때문이다.이런 이유로 신체증상장애나 만성 통증에서 진통제 대신 항우울제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이 회복되면 뇌의 하행성 통증 억제 시스템이 강화돼 열려 있던 통증의 문이 닫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항우울제는 기분뿐만 아니라 통증 조절 회로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한다.‘왜 A씨의 뇌가 이렇게 쉽게 통증 게이트를 열어버리는가?’를 이해하려면 조금 더 깊은 심리학적 이해가 필요하다. 임상적으로 신체적 통증은 마음에서 처리되지 못한 감정이 몸을 통해 표현되는 신호인 경우가 많다. 억눌린 분노, 슬픔, 죄책감, 과도한 책임감이 쌓일 때 그 부담은 신체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중년은 인생에서 가장 책임이 많아지는 버거운 시기다. 부모 부양, 자녀 문제, 직장 스트레스 등의 무게가 하루하루 어깨에 쌓인다. A씨는 치료 과정에서 이런 말을 했다.“저는 제 삶의 모든 짐을 혼자 짊어 들고 있었나 봐요. 누군가 한 번쯤 ‘힘들지?’하고 물어봐주길 바랐던 것 같아요.”그동안 억압되어 있던 가슴 속의 말을 꺼내놓는 정신치료와 항우울제 치료를 시작했다. 몇 주 뒤, A씨는 처음으로 통증이 덜한 날을 맞았다. “이렇게 편안한 하루가 있다는 걸 잊고 살았어요.”통증이 가벼워진 만큼 삶의 속도도 느긋해졌다. 치료는 단순한 약물 투여로 끝나지 않는다. 불안과 통증에 대한 과도한 집중을 분산시키고 왜곡된 해석을 교정하여 통증 게이트를 닫는 것이 필요하다. 호흡과 이완을 통해 몸의 긴장을 풀고 운동을 하고 자신을 짓누르던 과도한 역할과 책임을 다시 조정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통증을 완전히 없애는 것보다 통증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마음의 안정이 우선이다. 보통 우리의 정신이 신체를 지배한다고 말하지만 반대로 몸이 정신을 지배하는 경우도 많다. 건강한 삶은 어느 한쪽만으로는 완성되지 않는다.네덜란드계 미국인 정신과 의사이자 트라우마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비셀 반 데어 콜크는 “몸은 모든 것을 기억한다”고 말했다. 아마 A씨의 통증이 가벼워진 이유는 오랫동안 눌려 있던 그 기억이 이해받기 시작했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의 몸이 보내는 현실을 인정할 때 비로소 삶을 온전히 주도할 수 있다.
    칼럼기고자=이강준 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대한인지중재치료학회·한국정신신체의학회 이사장)2025/12/25 07:30
  • [의학칼럼] ‘렌즈삽입술’은 단순 시력교정이 아니다

    [의학칼럼] ‘렌즈삽입술’은 단순 시력교정이 아니다

    렌즈삽입술은 각막을 절삭하지 않고 눈 안에 특수 렌즈를 삽입해 시력을 교정하는 방법이다. 고도근시나 고도난시 등으로 레이저 시력교정술이 제한되는 경우 하나의 대안으로 고려된다. 각막 구조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점에서 시력교정 방식 중에서도 눈의 해부학적 조건을 중요하게 다루는 수술로 분류된다.다만, 렌즈삽입술은 눈 안에 직접 렌즈를 위치시키는 방식인 만큼 수술 방법 자체보다 이를 얼마나 전문적으로 다뤄왔는지, 그리고 어떤 기준으로 대상자를 선별하고 수술 계획을 세우는지가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동일한 수술이라고 하더라도 의료진의 경험과 진료 철학, 검사 시스템에 따라 접근 방식에는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본원은 렌즈삽입술을 핵심 진료 분야로 설정하고, 해당 수술에 집중한 진료 체계를 구축해왔다. 필자의 경우 렌즈삽입술 국제 교육 과정인 ‘엑스퍼트 인스트럭터(Expert Instructor)’로 활동하며 국내외 의료진을 대상으로 수술 교육과 임상 경험을 공유해 온 바 있다. 이러한 배경은 렌즈삽입술을 단순한 시력교정 옵션이 아닌, 정밀한 안구 분석과 장기적 관리를 전제로 한 전문 수술로 접근하는 기반이 된다.안내렌즈삽입술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개인의 눈 구조에 대한 정확한 평가다. 렌즈 도수뿐 아니라 전방 깊이, 홍채와 수정체 사이 공간, 각막 내피세포 상태 등 다양한 요소가 수술 안정성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본원에서는 3D 안구 정밀 측정 장비를 활용해 눈 내부 공간을 입체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렌즈 선택과 수술 가능 여부를 판단한다. 이러한 과정은 렌즈 삽입 후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 위험을 줄이고, 장기적인 눈 건강을 고려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된다.렌즈삽입술은 필요에 따라 렌즈 제거 또는 교체가 가능하다는 가역성을 지닌 시력교정술로도 알려졌다. 향후 시력 변화나 눈 상태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는 점에서 장점으로 설명되지만, 이 역시 충분한 임상 경험과 체계적인 판단이 전제되지 않으면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 본원은 누적 1만5000안 이상의 렌즈삽입술 임상 데이터를 토대로, 수술 적합성 판단부터 사후 관리까지 단계별 기준을 설정해 진료를 이어가고 있다.렌즈삽입술은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적용되는 만능 시력교정술이 아니다. 개인의 눈 구조와 굴절 이상 정도, 향후 눈 건강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한 대상자 선정과 세밀한 수술 계획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수술 자체보다 환자의 현재 눈 상태와 앞으로의 변화 가능성을 함께 바라보는 진료 기준이 결과의 안정성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렌즈삽입술은 경험과 기준이 중요한 시력교정술로 이해할 수 있다.시력교정술을 고민할 때에는 단순히 어떤 수술이 가능한지를 넘어서, 해당 수술을 얼마나 전문적으로 다뤄왔는지, 그리고 어떤 철학과 시스템을 바탕으로 접근하는지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렌즈삽입술을 중심으로 진료 방향을 구축해 온 본원의 사례는 이러한 판단 과정에서 하나의 참고 지점이 될 수 있다.(*이 칼럼은 닥터아이씨엘(ICL)안과 이동훈 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이동훈 닥터아이씨엘(ICL)안과 원장2025/12/24 17:47
  • 잠 안 올 때 찾던 멜라토닌, 탈모 치료에도 효과?

    잠 안 올 때 찾던 멜라토닌, 탈모 치료에도 효과?

    멜라토닌이라고 하면 대부분 수면과 관련된 성분으로 떠올리실 것입니다. 밤이 되면 자연스럽게 분비량이 늘어나고, 잠이 들기 어려운 날 찾게 되는 친숙한 호르몬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최근 탈모와 모발 관련 연구들을 보면, 이 멜라토닌이 조금 다른 자리에서 다시 언급되고 있습니다. 기존 치료제를 대신할 만큼 강력하다거나 혁신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탈모 관리의 바탕을 조금 더 안정적으로 만들어주는 성분으로 재발견되는 흐름이 보입니다.모낭은 주변 환경에 매우 민감한 기관입니다. 스트레스가 많거나, 피부가 과하게 지성화되거나, 자외선을 많이 받거나, 수면 리듬이 자주 흔들리는 환경이 반복되면 모낭은 서서히 지칩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다양한 자극에 반응하며 쉽게 손상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모낭이 지치는 과정은 곧 모발의 성장기 유지 능력 약화로 이어지고, 결과적으로 모발이 가늘어지면서 탈모가 진행됩니다. 그래서 최근 연구들은 ‘모낭 자체가 견딜 수 있는 힘을 어떻게 회복시킬까’, 즉 두피 환경을 건강하게 만들기 위한 방법에 더 큰 관심을 두기 시작했습니다. 멜라토닌이 다시 이야기되는 배경에는 바로 이 지점이 있습니다.멜라토닌은 우리 뇌에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모낭 내부에서도 소량 합성됩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항산화 작용, 항염 작용, DNA 손상 보호 같은 역할을 하며 모낭이 받는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기능을 합니다. 탈모가 진행될 때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이 바로 모낭의 항산화 방어 능력인데, 이 부분을 보완해 준다는 점은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산화 스트레스는 모낭 줄기세포의 기능을 떨어뜨리고, 성장기 유지 시간을 짧게 만들며, 염증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합니다. 멜라토닌은 이 흐름을 완전히 되돌릴 수는 없지만, 최소한 모낭이 과도한 스트레스 환경에서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실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이런 변화가 조금씩 관찰됩니다. 여성 안드로겐 탈모와 확산성 탈모 환자들에게 저농도 멜라토닌 용액을 매일 저녁 두피에 발라본 연구에서는, 6개월 후 도포 부위에서 ‘성장기 모발’의 비율이 위약군보다 높아졌습니다. 눈에 보이는 빠짐의 양이 줄었다는 체감뿐 아니라, 두피 내부에서 실제로 자라고 있는 모발의 비중이 늘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결과입니다.또 다른 연구에서는 두피를 여러 각도에서 촬영해 모발 수와 굵기를 분석한 결과, 멜라토닌을 사용한 사람들에서 몇 달에 걸쳐 모발 밀도가 완만하게 증가하는 흐름이 관찰되었습니다. 급격한 증가 형태는 아니지만, 꾸준히 위쪽을 향해 이동하는 곡선은 모낭이 안정감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습니다.멜라토닌의 또 다른 장점은 비교적 부담이 적다는 점입니다. 피나스테리드나 두타스테리드는 호르몬 조절과 관련된 치료이기 때문에 가임기 여성에게 사용할 수 없고, 미녹시딜은 피부 자극이나 홍반 같은 부작용이 나타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반면 멜라토닌은 두피 자극이 비교적 적고, 성별이나 연령의 제한도 크지 않습니다. 실제로 최근 남녀를 포함한 수백 명의 분석에서 대부분이 멜라토닌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성을 보였다는 연구도 소개되었습니다. 이런 특징은 특히 약물 사용에 신중해야 하는 여성 환자, 약 복용이 부담스러운 환자에서 현실적인 보조 옵션이 될 수 있는 근거가 됩니다.물론 아직 해결해야 할 부분도 많습니다. 연구마다 사용한 농도와 제형이 다르고, 표본 규모도 크지 않으며, 장기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했다고 말하기에는 이른 단계입니다. 그러나 두피 환경을 조금 더 건강하게 유지하고, 이미 사용 중인 치료제가 더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돕는 보조 치료로서는 충분히 의미가 있습니다.탈모 치료는 하나의 방법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과정이 아닙니다. 여러 요소들이 차분하게 균형을 이루며 모낭의 회복을 돕는 긴 여정에 가깝습니다. 그런 흐름 속에서 멜라토닌은 최근 조용하게 재발견되고 있는 성분입니다. 메인 성분은 아니지만, 전체 흐름을 더 단단하게 만들 수 있다면 그 역할은 생각보다 더 클 수 있습니다.(*이 칼럼은 뉴헤어 성형외과 김진오 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김진오 뉴헤어 성형외과 원장(대한성형외과의사회 공보이사·대한레이저피부모발학회 수석탈모분과위원장)2025/12/22 21:21
  • [의학칼럼] 발목인대 파열 수술, 인대 손상 정도에 따라 봉합술과 재건술 다르게 적용

    [의학칼럼] 발목인대 파열 수술, 인대 손상 정도에 따라 봉합술과 재건술 다르게 적용

    발목을 자주 삐끗하거나 걸을 때 불안정한 느낌이 반복된다면 단순한 염좌가 아닌 ‘만성 발목 불안정성’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만성 발목 불안정성은 인대 구조물 자체가 손상돼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태로, 반복 염좌가 지속될 경우 수술적 치료가 필요해지는 경우가 많다. 발목인대 파열 수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 발목의 상태를 정확히 평가하고, 손상 정도에 맞는 수술 범위를 설정하는 것이다. 같은 인대 완전 파열이라도 모든 환자에게 동일한 수술이 적용되지는 않는다.발목 염좌는 계단을 내려오다 발을 헛디디거나 울퉁불퉁한 지면을 밟았을 때, 농구·축구처럼 점프 후 착지 과정에서 발목이 안쪽으로 꺾이면서 흔히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발목 바깥쪽을 지지하는 외측 인대, 특히 전거비인대(ATFL)가 손상되는 경우가 많다. 급성 손상 이후에도 발목이 반복적으로 접질리거나 휘청거리는 증상이 지속된다면, 인대가 늘어나거나 끊어져 발목 안정성을 유지하지 못하는 ‘기계적 불안정’ 상태로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다.발목인대 파열이 의심될 경우에는 X-ray, 초음파, MRI 등을 통해 인대 손상 범위와 조직 상태를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이때 단순히 인대가 끊어졌는지 여부뿐 아니라 인대 조직의 질이 남아 있는지, 봉합을 통해 기능 회복이 가능한 상태인지를 함께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골절이 동반된 경우라도 전위가 크지 않으면 염좌처럼 느껴질 수 있어, 증상만으로 판단하기보다는 영상 검사를 통한 정확한 진단이 수술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 기준이 된다. 반복적인 염좌로 일상생활이나 운동에 지장이 크고, 영상 검사에서 인대 손상이 명확하게 확인된다면 수술적 치료를 우선 고려하게 되며, 손상 정도와 인대 조직 상태에 따라 크게 인대봉합술과 인대재건술로 나누어 수술을 진행할 수 있다.발목 외측 인대가 비교적 잘 남아 있고 조직의 질이 유지돼 있다면, 파열된 인대를 원래 부착 부위에 다시 고정하는 ‘인대봉합술’을 우선 고려한다. 손상된 인대의 기능을 최대한 살려 발목 안정성을 회복하는 방식으로, 흔히 변형 브로스트롬 술식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관절내시경을 이용해 절개 범위를 줄이고 회복 부담을 낮추는 방식도 활용되고 있다.반면, 반복된 염좌로 인대가 심하게 늘어나 있거나 조직이 충분히 남아 있지 않아 봉합만으로는 안정성 회복이 어려운 경우에는 ‘인대재건술’을 시행할 수 있다. 자가건이나 기증받은 동종건을 이용해 새로운 인대를 만들어 발목 외측 안정성을 다시 형성하는 수술로, 봉합술로는 기능 회복 가능성이 낮은 경우에 적용된다.인대봉합술과 인대재건술은 수술 방법은 다르지만, 공통된 목적은 발목의 구조적 안정성을 회복하고 반복 염좌를 줄이는 데 있다. 수술 범위를 결정할 때는 영상 검사에서 확인되는 인대 손상 정도뿐 아니라 발목의 불안정 양상, 반복 염좌의 빈도, 환자의 활동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발목인대 파열 수술은 단순히 인대를 이어주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재발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적절한 수술 범위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발목을 자주 삐끗하는 증상을 습관성 문제로 넘기기보다, 현재 발목 상태를 정확히 평가해 본인에게 맞는 수술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장기적인 발목 관절 손상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이 칼럼은 가자연세병원 임경한 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가자연세병원 임경한 원장2025/12/22 11:43
  •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어떤 의사가 명의일까?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어떤 의사가 명의일까?

    사람은 자기 마음을 스스로 파악하기가 어렵다. 자신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타자가 필요 하다. 정서적으로 깊이 교감할 수 있는 타인과의 대화를 통해서만 심리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다. 마음의 문제는 최첨단 의료 기술로도 해결하기가 어렵다. 지금도 여전히 환자와 치료자 사이의 인격적인 대화를 통해서만 회복의 길을 찾을 수 있다. 직장에서의 어려움, 양심의 가책과 죄책감, 분노와 스트레스, 실패와 낙담, 우울과 불안 등 마음 을 괴롭히는 문제라면 그 어떤 것이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치료 효과를 거둘 수 있다.정신건강의학과에는 명의가 따로 없다. 나는 그렇게 믿고 있다. 그래도 굳이 꼽자면 “자신의 이야 기에 귀 기울이고 가능한 한 최대의 관심을 쏟아주는 의사”라면 누구나 명의일 것이다. 환자를 얼마나 많이 봤는지 자랑하는 의사가 반드시 좋은 의사는 아니다. 오히려 환자 수가 많 을수록 한 사람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줄어들고, 상담의 깊이는 얕아질 수 밖에 없다. 아무리 탁월한 정신과 의사라도 하루에 볼 수 있는 환자 수에는 한계가 있다. 오히려 “환자를 많이 봤다”는 의사일수록 한 명 한 명에게 쏟은 시간은 짧아지므로 양질의 상담은 못했을 수도 있다. 정신과 의사의 유능함은 환자 숫자로 증명되지 않는다.환자는 자신에게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다줄 무언가를 기대하지만, 누구에게나 잘 작동하는 그런 치료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정신과 수련을 받을 때 지도교수님은 “정신치료는 심혼을 다루 는 일이며, 단기간에 끝나는 코칭이나 카운슬링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셨다. 꿈을 분석하고, 과거의 기억과 연상을 풀어내며, 그림자와 콤플렉스를 의식화하해 자기실현을 향해가 는 정신치료는 수개월에서 수년에 걸친 지난한 작업이다. 카를 융의 저서에 기술된 바에 따르면, 그는 환자를 일주일에 최대 세 번에서 네 번 정도 만나야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고 했다. 적어도 일주일에 한두 번의 상담 회기를 가져야 한다고도 적혀 있다. 하지만 요즘 임상 현장에서는 전통적인 정신분석을 받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보다, 삶의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단기간 상담을 받으려는 경우가 더 많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우울이나,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인생의 변곡점을 슬기롭게 통과하기 위한 조력자를 찾는 사례도 늘고 있다.정신과 치료법이 다양할 뿐만 아니라, 의사마다 접근 방식도 다르다. 어떤 의사는 오랜 시간 상담하며 근원적인 통찰을 이끌어내려 하고, 어떤 의사는 짧은 안에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 효과를 끌어낼 수 있는 실용적 접근을 선호한다. 그러나 아무리 유능한 의사라도 환자의 성향이나 선호와 맞지 않으면 치료 효과를 내기 어렵다. 환자와 의사가 맺는 치료적 동맹은 치료 기법 그 자체 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환자가 치유적으 로 변화하고 회복하는 데 결정적인 요인은 특정한 기법이 아니라 신뢰와 공감으로 형성된 관계 다. 서로 잘 소통하고, 신뢰가 생기며, 환자 내면에서 변화의 동기가 자나날 때 그 관계 자체가 치료가 된다.물론 이 의사 저 의사 쇼핑하듯 옮겨 다니는 것은 좋지 않다. 그러나 필요하다면 한두 곳 정도 더 방문해 자신과 잘 맞는 의사를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몇 군데 병원을 다니는 걸 이상하 게 여길 필요는 없다. 상담 시간에 불편감을 느낀다면 새로운 치료자를 고려해 보는 것도 괜찮다. 나와 잘 맞는 의사를 찾는 데 시간과 노력이 들 수 있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특히 더 그렇다.정신과 상담에 대해 지나친 믿음이나 환상을 갖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마음의 문제가 명확하지 않거나, 환자가 스스로 무엇을 원하는지 혼란스러워할 때는 심리를 탐색하고 해결책을 찾아 가는 데 시간이 걸린다. 한 번의 상담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의사도 한 번의 만남으로 환자의 모든 면을 이해할 수 없다. 치료 계획이나 방향에 불만이 있다면 그것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좋다. 속으로 감추면 치료 관계를 맺기 어렵다. 정신과 의사는 독심술사가 아니다. 환자가 스스로의 이야기를 하지 않거나 회피하면, 상담은 깊어질 수 없다. 피상적인 대화만 오가거나 상호작용이 단절되면 치료는 의미를 잃는다.의사는 환자의 언어는 물론 비언어적 표현까지 세심히 관찰하지만, 말로 표현되지 않은 환자의 속마음 까지 완벽히 읽어낼 수는 없다. 정신과 상담이 처음이라 어색하더라도 가능한 한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표현해주면 좋다. 병원에 오게 된 이유와 목적, 내원 전의 스트레스, 그리고 어떤 증상이 있었는지를 말로 설명해주면 효과적으로 진단과 치료 계획을 세울 수 있다. 마음속에서 어떤 생각과 느낌이 드는지를 이야기해 주면 더 좋다. 막연하게 “힘들다, 행복해지고 싶다”라고 말하기 보다 “불면을 해결하고 싶다, 의욕이 생겼으면 좋겠다”처럼 도움을 받고 싶은 지점을 의사와 구체적으로 공유할 수 있다면 진료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
    칼럼김병수 김병수정신건강의학과 원장2025/12/2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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