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치료제 ‘오남용 우려 의약품’ 규제? 묻지마 유통이 진짜 문제

대한비만학회 개원이사, 대한내과의사회 부총무이사
기고자=이창현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위고비(세마글루티드)와 마운자로(터제파타이드) 등 차세대 비만치료제를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비만 치료 현장에서 오랫동안 환자를 진료해온 필자로서는 이 소식이 반가움보다 깊은 우려로 다가온다. 자칫 비만 환자들을 내모는 ‘풍선 효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제기되는 오남용 논란의 본질은 약물 자체에 있지 않다. 정상 체중인이 BMI를 속여 약을 구하는 행태, 다이어트약 성지에서의 체중 확인 없는 ‘묻지마 처방’ 등 부적절한 처방 환경이 문제다.

GLP-1 계열 치료제는 기존의 마약류 식욕억제제와 달리 뇌의 도파민 보상 체계를 직접 건드리지 않아 의존성이나 중독성이 거의 없다. 대규모 연구에서도 신경정신과적 부작용 위험이 낮음이 입증됐다. 이런 안전한 약물을 마약류와 같은 선상에 놓고 규제하겠다는 것은 과학적 선후관계가 뒤바뀐 처사다.

위고비와 마운자로를 규제로 묶어버리면 환자들이 어디로 갈 지가 걱정이다. 과거 ‘동대문 언니약’으로 불리던 향정신성 의약품의 칵테일 처방은 단기간 체중 감량에는 효과적일지 몰라도 의존성과 심혈관계 부작용이라는 거대한 리스크를 안고 있었다. 현대 의학이 비만을 ‘호르몬 불균형에 의한 만성질환’으로 정의하고 안전한 치료제를 내놓았는데, 정부가 앞장서서 환자들을 다시 과거의 위험한 치료 방식으로 등 떠미는 건 아닌지 점검해봐야 한다.

‘오남용 우려 의약품’ 지정의 효과로 거론되는 ‘원내 처방 금지’ 또한 실효성이 낮다. 약을 병원 안에서 주느냐 약국에서 타게 하느냐는 장소의 문제일 뿐, 처방의 적절성을 담보하는 핵심 기전이 아니다. 오히려 현재 비만신약의 성지로 알려진 의원들은 대부분 원외처방을 하고 있다.

비만치료는 단순한 약 처방을 넘어 전문의의 밀착 모니터링과 적절한 검사, 그리고 생활 습관 교정이 병행되어야 하며 이런 노력을 위해서는 적절한 수가가 확보되어야 한다. 원내에서 체계적인 교육 및 검사와 함께 투여가 이루어지는 경로를 막는다면, 비만치료는 건강 관리의 영역에서 미용 쇼핑의 영역으로 더욱 변질될 것이다.

진정한 오남용 방지책은 규제가 아니라 ‘관리’에 있다. 첫째, 비만치료를 급여권(혹은 선별급여)으로 편입시켜 국가의 관리망 안에서 처방 적정성을 투명하게 모니터링해야 한다. 둘째, DUR(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 시스템에 국가건강검진에서 확인된 실제 BMI 기준을 연동하여 정상 체중자의 허위 처방을 실시간으로 차단하는 기술적 보완이 필요하다.

비만은 당뇨병, 고혈압, 심혈관 질환을 유발하는 심각한 만성질환이다. 환자가 전문가의 관리 하에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 약물로 치료받는 것은 당연한 권리다. 환자가 안전한 의료 시스템 안에서 치료받을 수 있는 실질적인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비만환자들이 단기간의 체중감량에 몰입하지 않고, 전문가 관리 하에 꾸준히 건강을 개선해 나갈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주는 것이 먼저다.

(*이 칼럼은 이창현 대한비만학회 개원이사의 칼럼으로, 헬스조선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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