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편하다는 리포좀 철분, 안전할까?

김연휘의 근거로 알려주는 의학 퀴즈

임신이나 빈혈 등의 이유로 철분 영양제를 챙겨 먹는 사람이 많습니다. 다만, 철분은 위장을 자극해 속쓰림이나 변비를 유발하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이러한 불편을 줄이고 흡수율을 높인 ‘리포좀 철분’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다만, 철분은 수용성 비타민C처럼 ‘남으면 소변으로 쉽게 빠져나가는 영양소’가 아닙니다. 우리 몸은 원래 철분이 부족할 때는 더 많이 흡수하고, 충분할 때는 덜 흡수하는 식으로 아주 정교하게 조절합니다. 문제는 영양제로 철분을 드시는 분들은 병원처럼 주기적으로 혈액검사를 하면서 섭취하지 않으므로, 매우 안전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오늘의 퀴즈: 리포좀 철분 영양제는 속 불편함이 적으니 안전하다?
정답은 X입니다.

단순히 ‘흡수가 잘 되느냐’, ‘위장 부작용이 적느냐’보다, 내 몸에 철분이 충분할 때 ‘과잉 흡수를 막을 수 있느냐’를 먼저 따져봐야 합니다. 그 이유를 핵심 근거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고려사항1.
일반 철분과 리포좀 철분의 ‘흡수 경로’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 몸이 철분을 흡수하는 과정을 쉽게 비유해 보겠습니다. 일반적인 철분제는 장에서 정식 출입문을 통해 흡수됩니다. 우리 몸에는 헵시딘이라는 아주 똑똑한 수문장이 있어서, 몸에 철분이 이미 충분하거나 과하면 이 출입문을 닫아버려 더 이상 철분이 들어오지 못하게 억제합니다. 즉, 철분 중독을 막는 천연 안전장치가 있는 셈입니다.

반면, 리포좀 철분은 철분을 미세한 지방 성분(지질 이중층)으로 감싼 캡슐 형태입니다. 이 캡슐은 정식 출입문을 거치지 않고, 장의 'M 세포' 등 샛길을 통해 림프계로 흡수될 수 있습니다. 마치 검문소를 거치지 않는 '프리패스'나 '트로이 목마'처럼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이죠.

속이 편하고 흡수가 잘 된다는 장점이 있을 수 있지만, 영양제 관점에서는 치명적인 단점도 우려됩니다. "내 몸에 이미 철분이 충분해서 수문장이 제동 신호를 보내도, 이를 일부 우회하여 지속적으로 흡수될 수 있다"는 이론적 위험성 때문입니다.

고려사항2.
우리 인체는 땀이나 장 점막 탈락 등을 통해 하루에 고작 1~2mg의 철분만 수동적으로 배출할 수 있으며, 과도하게 들어온 철분을 능동적으로 내다 버릴 시스템이 없습니다. 남아도는 잉여 철분은 몸속에서 쉽게 말해 세포 내에 '녹이 스는 현상(펜톤 반응)'을 유발합니다. 이는 강력한 활성산소를 만들어내어 간이나 심장 등 장기 조직에 손상을 줍니다. 흡수가 잘 되는 리포좀 철분을 철분이 부족하지 않은 일반인이 무심코 장기간 섭취할 경우, 이러한 철분 과부하 위험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또한, 자신도 모르게 철분이 몸에 과도하게 쌓이는 유전성 혈색소침착증이라는 질환이 있습니다. 평소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다가 건강검진에서 우연히 발견되곤 하며, 이런 분들은 장기 철분 복용 시 철분 과부하에 더욱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핵심 근거1.
이러한 문제를 감수하고라도, 흡수율이 좋으니 먹는 것이 무조건 좋을까요? 리포좀 철분 광고를 보면 "흡수율이 탁월하다"는 상업적 연구 결과가 자주 인용됩니다. 하지만 기업의 자금 지원을 받지 않은 독립적이고 비상업적인 연구들을 살펴보면, 치료용과 일반 예방용의 결과가 꽤 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치료가 시급한 빈혈 환자에게는 리포좀 흡수가 효과적일 수 있지만, 철분이 정상인 일반인의 건강 유지(예방) 목적으로 투여했을 때는 기존 철분보다 아쉬운 결과가 보고되기도 했습니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건강한 영아 371명을 대상으로 한 튀르키예의 후향적 비교 연구입니다.

사진출처=Indian Pediatr. 2024 Jul 15;61(7):621-626.
연구진은 예방 목적으로 리포좀 철분을 사용했을 때 오히려 철 결핍 발생률이 가장 높게 관찰되었다고 밝히며, 예방적 사용에 대해 엄격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즉, 특정 환자군에서 얻은 단기적 장점을 일반 건강인이 장기간 섭취하는 영양제에 그대로 대입해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핵심 근거 2.
세계적인 규제 기관인 유럽식품안전청(EFSA)은 2024년 6월 발표한 최신 의견서에서 철분에 대해 매우 중요한 사실을 언급했습니다. EFSA는 성인의 철분 안전 수준을 하루 40mg으로 제시하면서, 이 기준 도출에 사용된 연구들이 다양한 제형의 철분을 사용했고, EFSA 스스로도 철분 제형 간의 생체이용률을 일률적으로 비교·서열화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따라서 리포좀 철분처럼 흡수 경로가 다른 고흡수 제형에 기존 안전 기준인 하루 40mg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리포좀 철분처럼 생체 이용률이 훌쩍 높은 제형은 적은 용량을 먹더라도 실제 몸에 들어오는 철분량이 많아져, 기존의 안전 기준을 동일하게 적용하고 비교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오늘의 결론
1. 리포좀 철분은 장의 안전장치(수문장)를 일부 우회하는 경로로 흡수될 가능성이 있어, 위장은 편할지 몰라도 일반적인 영양제로 장기간 먹을 시 체내 '철분 과다 축적' 위험을 높일 수 있다. 과잉 축적될 경우 장기 손상과 활성산소를 유발한다.
2. 광고 속 일부 장점과 달리, 독립적인 예방 연구에서는 리포좀 철분이 일반 철분보다 오히려 철분 유지 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3. 고함량 철분은 흡수율보다 나에게 정말 부족한지 확인하는 것이 먼저이다. 건강검진에서 혈색소가 낮거나, 빈혈 의심 증상이 있을 시, 영양제에 기대기 전 반드시 병원에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