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수의 우울증 클리닉]
살다 보면 누구나 우울해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연인과의 이별, 가족의 죽음, 직장에서의 실패는 우리를 우울하게 만든다. 이때 느끼는 우울감은 지극히 정상적이며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일시적으로 우울증과 유사한 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그렇다고 “우울증에 걸렸다”고 속단하면 안 된다. 인간은 정서적 동물이므로 상실과 좌절을 겪은 후에 우울해지는 것이 정상이다. 이런 기분은 대개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옅어진다. 특별한 치료 없이도 시간이 상처를 아물게 해주기도 한다. 이런 상태를 두고 굳이 진단을 붙이자면, 적응장애가 적합하다.
그런데 스트레스가 지나가고 어느 정도 적응할 만한 시간이 흘렀는데도 슬픔과 절망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극단적인 생각에 빠져 있다면, 질환으로서의 우울증을 의심해야 한다. 우울증이 생기면 부정적인 감정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시간이 지나도 좀처럼 약해지지 않는다. 기운 내보려, 기분을 밝게 해보려 애를 써도 쉽게 벗어나기 어렵다. 평소라면 기분이 좋아질 만한 일에도 즐거움이 느껴지지 않는다. 컬러였던 세상이 흑백으로 바뀐 것처럼 느껴진다. 정상적인 우울감에서는 기분이 가라앉아 있어도 기쁨과 활력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우울증 환자는 자신을 무가치한 존재라고 여긴다. 자신이 저지른 일을 지나치게 후회하고, 이미 벌어진 문제를 모두 자기 탓으로 돌린다. 주변 사람에게 폐만 끼친다고 믿기도 한다. 심지어 잘못한 것이 없는데도 자신이 죄인이라고 느낀다. 심하면 죽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정상적인 슬픔을 느끼는 사람은 과도한 자기 비난에 시달리진 않는다.
우울증에서 비교적 일관되게 나타나는 신체 신호는 식욕과 체중의 변화다. 먹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고,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맛을 잘 느끼지 못한다. 살이 빠지면서 기력도 약해진다. 이와는 반대로 유독 탄수화물이나 단 음식이 당기기도 한다. 우울증 이후 체중이 늘었다고 호소하는 환자도 있다. 불면증이 생기기도 하고, 거꾸로 잠이 너무 많아지기도 한다. 우울증이 있으면 깊은 수면이 줄어들어 평소처럼 잠을 자도 피로가 충분히 회복되지 않는다. 가족이 보기엔 잘 잔 것 같아 보여도 우울증 환자는 아침에 일어나서 “한숨도 못 자고, 밤새 사나운 꿈에 시달렸다”며 괴로워한다.
인지 기능 저하는 병리적 문제가 생겼다는 신호다. 주의집중력과 기억력이 떨어진다.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고, 생각이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평소에는 수월하게 하던 일도 잘 되지 않고, 예전처럼 해내려면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사소한 결정도 내리지 못하고 미루거나 꾸물거린다. 그래서 해야 할 일들이 자꾸 쌓인다.
주요우울장애에서는 ‘정신운동지연’이라는 증상이 나타난다. 표정이 굳고 자세가 구부정해지며, 상대와 눈을 잘 맞추지 못하고 시선이 아래로 내려간다.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이나 대화할 때 말하는 속도가 느려진다. 신체 움직임이 지연되고, 스스로 움직이는 일조차 힘들어진다. 반대로 안절부절못하고 초조해하는 증상이 생기기도 하는데,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며 짜증을 내고 과민해진다. 이를 ‘정신운동초조’라고 한다.
이런 증상이 하루 대부분 지속되고, 그 상태가 2주 이상 이어지면서 직장생활, 학업, 대인관계 기능에 상당한 지장이 생겼다면 주요우울장애라고 진단할 수 있고, 이때는 항우울제를 활용한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죽고 싶다는 생각이 반복된다면 반드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
우울증은 복잡하다. 환경과 생물학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생각과 현실의 충돌, 실존적 갈등까지 얽혀 나타난다. 우울증이라고 진단하고 적극적으로 치료해도 환자의 비관적 사고는 사라지지 않고, 사소한 자극에도 불쾌감에 시달리며, 우울감이 지속되는 사례가 임상에서는 매우 흔하다. 현실적인 문제도 없고, 생활에 큰 어려움이 없는데도 환자는 끊임없이 “인생이 무의미하다” “사는 게 고통이다” “당장 죽지는 않겠지만 사는 게 하나도 즐겁지 않다”라고 호소하기도 한다.
이런 상태를 단순히 “당신은 우울증입니다”라고 규정하며 정신질환의 관점으로만 해석할 수는 없다. 이때는 이른바 ‘인지적 우울증’, 즉 현실을 실제보다 더 비관적으로 해석하고 자신을 과도하게 비난하며, 왜곡된 생각을 사실처럼 믿는 사고 패턴도 함께 다뤄야 한다. 이것이 우울을 오래 지속되게 만든다. 약물치료가 증상을 덜어줄 수는 있어도, 생각의 습관과 삶을 대하는 태도까지 바꾸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완벽하지 않은 세상과 완벽하지 않은 자신을 끊임없이 비난하고, 애써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면 우울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왜곡된 믿음에 빠져 낙담하기보다는 “지금 이 순간, 무엇을 해야 성취감을 느낄 수 있을까?” “조금이라도 나를 기쁘게 만드는 행동은 무엇일까?” “인생의 목표는 무엇이며, 그것을 이루기 위해 지금 무엇을 해야 할까?”라고 자신에게 물어야 한다. 그리고 그 대답에 따라 일상에서 하나씩 실천해 나갈 때, 우울증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그런데 스트레스가 지나가고 어느 정도 적응할 만한 시간이 흘렀는데도 슬픔과 절망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극단적인 생각에 빠져 있다면, 질환으로서의 우울증을 의심해야 한다. 우울증이 생기면 부정적인 감정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시간이 지나도 좀처럼 약해지지 않는다. 기운 내보려, 기분을 밝게 해보려 애를 써도 쉽게 벗어나기 어렵다. 평소라면 기분이 좋아질 만한 일에도 즐거움이 느껴지지 않는다. 컬러였던 세상이 흑백으로 바뀐 것처럼 느껴진다. 정상적인 우울감에서는 기분이 가라앉아 있어도 기쁨과 활력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우울증 환자는 자신을 무가치한 존재라고 여긴다. 자신이 저지른 일을 지나치게 후회하고, 이미 벌어진 문제를 모두 자기 탓으로 돌린다. 주변 사람에게 폐만 끼친다고 믿기도 한다. 심지어 잘못한 것이 없는데도 자신이 죄인이라고 느낀다. 심하면 죽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정상적인 슬픔을 느끼는 사람은 과도한 자기 비난에 시달리진 않는다.
우울증에서 비교적 일관되게 나타나는 신체 신호는 식욕과 체중의 변화다. 먹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고,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맛을 잘 느끼지 못한다. 살이 빠지면서 기력도 약해진다. 이와는 반대로 유독 탄수화물이나 단 음식이 당기기도 한다. 우울증 이후 체중이 늘었다고 호소하는 환자도 있다. 불면증이 생기기도 하고, 거꾸로 잠이 너무 많아지기도 한다. 우울증이 있으면 깊은 수면이 줄어들어 평소처럼 잠을 자도 피로가 충분히 회복되지 않는다. 가족이 보기엔 잘 잔 것 같아 보여도 우울증 환자는 아침에 일어나서 “한숨도 못 자고, 밤새 사나운 꿈에 시달렸다”며 괴로워한다.
인지 기능 저하는 병리적 문제가 생겼다는 신호다. 주의집중력과 기억력이 떨어진다.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고, 생각이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평소에는 수월하게 하던 일도 잘 되지 않고, 예전처럼 해내려면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사소한 결정도 내리지 못하고 미루거나 꾸물거린다. 그래서 해야 할 일들이 자꾸 쌓인다.
주요우울장애에서는 ‘정신운동지연’이라는 증상이 나타난다. 표정이 굳고 자세가 구부정해지며, 상대와 눈을 잘 맞추지 못하고 시선이 아래로 내려간다.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이나 대화할 때 말하는 속도가 느려진다. 신체 움직임이 지연되고, 스스로 움직이는 일조차 힘들어진다. 반대로 안절부절못하고 초조해하는 증상이 생기기도 하는데,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며 짜증을 내고 과민해진다. 이를 ‘정신운동초조’라고 한다.
이런 증상이 하루 대부분 지속되고, 그 상태가 2주 이상 이어지면서 직장생활, 학업, 대인관계 기능에 상당한 지장이 생겼다면 주요우울장애라고 진단할 수 있고, 이때는 항우울제를 활용한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죽고 싶다는 생각이 반복된다면 반드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
우울증은 복잡하다. 환경과 생물학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생각과 현실의 충돌, 실존적 갈등까지 얽혀 나타난다. 우울증이라고 진단하고 적극적으로 치료해도 환자의 비관적 사고는 사라지지 않고, 사소한 자극에도 불쾌감에 시달리며, 우울감이 지속되는 사례가 임상에서는 매우 흔하다. 현실적인 문제도 없고, 생활에 큰 어려움이 없는데도 환자는 끊임없이 “인생이 무의미하다” “사는 게 고통이다” “당장 죽지는 않겠지만 사는 게 하나도 즐겁지 않다”라고 호소하기도 한다.
이런 상태를 단순히 “당신은 우울증입니다”라고 규정하며 정신질환의 관점으로만 해석할 수는 없다. 이때는 이른바 ‘인지적 우울증’, 즉 현실을 실제보다 더 비관적으로 해석하고 자신을 과도하게 비난하며, 왜곡된 생각을 사실처럼 믿는 사고 패턴도 함께 다뤄야 한다. 이것이 우울을 오래 지속되게 만든다. 약물치료가 증상을 덜어줄 수는 있어도, 생각의 습관과 삶을 대하는 태도까지 바꾸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완벽하지 않은 세상과 완벽하지 않은 자신을 끊임없이 비난하고, 애써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면 우울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왜곡된 믿음에 빠져 낙담하기보다는 “지금 이 순간, 무엇을 해야 성취감을 느낄 수 있을까?” “조금이라도 나를 기쁘게 만드는 행동은 무엇일까?” “인생의 목표는 무엇이며, 그것을 이루기 위해 지금 무엇을 해야 할까?”라고 자신에게 물어야 한다. 그리고 그 대답에 따라 일상에서 하나씩 실천해 나갈 때, 우울증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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