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과 약은 한 끗 차이… 사약 속 한약재의 쓰임새

[최윤용의 藥이 되는 이야기]

왕과 사는 남자 스틸컷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스틸컷/네이버 무비 클립
최근 단종의 죽음을 그린 영화가 흥행을 하면서 오랜만에 극장가도 활기를 띠고 있다. 영화를 보면 어린 단종을 비롯해 여러 인문들이 사약을 받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사약을 먹고 피를 토하며 죽는 장면을 가끔 보는데 문득 이런 궁금증이 들기도 한다. 과연 사약을 먹으면 저렇게 바로 죽는 것일까, 사약에는 어떤 것들이 들어갈까?

우선 사약에 대한 흥미로운 오해를 하나 풀고 시작하자. 우리가 보통 사약이라고 하면 죽을 사(死)를 생각하기 쉽지만, 사약의 한자는 임금이 하사하는 약, 즉 사약(賜藥)이다. 이 사약에는 여러 가지 성분이 들어가는데, 대표적인 것들이 비상, 부자, 초오, 천남성, 수은과 같은 것들로 이런 것들을 혼합해서 쓰기도 하고, 단독을 대량 투여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중에서 지금도 많이 사용하는 한약재가 있으니 바로 부자다. 부자는 중국 남서 지역과 사천성에서 자생하는 미나리아재비과 바꽃 속에 속한 오두의 자근(子根)이다. 부자(附子)라는 이름 자체가 모근에 붙어있는 자식이라는 뜻인데, 모근(母根)은 천오라고 하며 일반적으로 한의학에서는 부자를 더 많이 쓴다.

부자의 주요 성분은 아코니틴인데 강력한 심장의 독성물질이자 신경독 물질이다. 신경세포와 심근세포에 존재하는 나트륨 채널에 결합하여 이를 고장나게 하는 역할을 한다. 나트륨 이온이 세포 안에 절제 없이 유입되면 입과 혀, 사지의 저림과 마비, 부정맥으로 이어지고 심실세동을 일으킨다.

이렇게만 보면 이걸 한약재로도 사용한다는 것이 선뜻 이해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독과 약은 한 끗 차이다. 한의학에서는 법제(혹은 포제)라는 개념이 있다. 약재의 독성을 억제하거나 효능을 더하기 위해 약재를 끓이거나, 다른 특정 한약재에 담궈 두거나, 볶거나 하는 과정을 말한다. 우리가 흔하게 먹는 고사리도 소금물에 삶아서 독성을 제거하는 것도 법제로 볼 수 있다.

부자 역시 법제 과정을 거치면 독성이 200분의 1에서 2000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한다. 물론 약효도 그만큼 감소하지만, 이 정도가 되어도 충분히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법제를 마친 부자는 극심한 냉증에 사용하는데 우리가 흔히 열을 내는 약재로 알고 있는 인삼이나 홍삼으로도 효과를 보지 못하는 환자에게 사용하면 드라마틱한 효과를 보는 경우가 많다.

약재로 사용한 기록 역시 무려 신농본초경에서부터 기록되었을 정도로 역사가 오래되었으며, 삼국지로 유명한 후한시대 의서인 상한론에도 진무탕, 사역탕 등 부자를 포함한 처방이 20개 이상 수록되었을 만큼 증상에 따라 잘 사용하기만 하면 이만한 약재도 없다고 하겠다.

다만 앞서 말한 대로 엄청난 독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전문가인 한의사의 진찰과 법제를 거친 안전한 의약품용 부자만을 사용해야 하며 절대 부자를 임의로 구해 복용해서는 안된다.

특히 부자와 비슷한 효과를 내는 약초 중에 한국에서 자생하여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약초가 하나 더 있는데 바로 초오다. 초오는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투구꽃의 뿌리를 말하는데 땅두릅 등으로 오해해서 섭취하여 사망하거나, 관절염을 고치기 위한 민간요법이라고 소개받아 초오를 함부로 섭취했다가 사망하는 사고가 몇 년 주기로 끊이지 않고 발생하였다. 영화 서편제에서 주인공이 먹고 눈이 멀게 되는 것이 초오이며, 초오 역시 부자와 함께 사약에 쓰인 대표적인 한약재다.

초오 역시 한의사들조차 신중히 사용하는 약재이므로 야생에서 채취한다고 하더라도 절대 임의로 섭취하지 말고 반드시 한의사의 진료 하에 복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