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전문직 여성인 A씨는 최근 목 디스크로 진단받고 심한 왼쪽 팔 통증에 시달리고 있다. 가끔 목이 뻣뻣하고 등이 결리는 증상이 있었지만 이렇게 심한 통증은 처음이었고, 왼쪽 어깨를 걸쳐서 팔 그리고 손가락으로 내려 가는 통증은 시리고 저리고 전기가 오르는 것 같이 말할 수 없는 고통이었다. 어깨로부터 손가락까지 저리고 시리는 증상이 생기자 목 디스크는 아닌가 하고 버럭 겁이 나기 시작했다. 더욱이 멀리 여행을 가기로 한 시기를 한 주 남기고 증상이 나타났으니 여행을 취소하는 사태가 벌어질 까 두렵다고 내 진료실로 찾아 왔다. 내 진찰 소견으로도 목 디스크가 의심되어 신경외과로 전원하였다..
A씨는 신경외과 선생님의 목 디스크 같다는 진단을 받고 MRI 촬영을 하는데, 누워서 30분간 소요되는 MRI 촬영을 하지 못할 만큼 통증이 심했다. 할 수없이 시간이 짧게 걸리는 CT 촬영을 하고 듣고 싶지 않는 진단인 “경추 5-6과 6-7의 디스크 돌출”을 진단받았다. 우선 통증이 심하니 신경 치료를 하자고 해서 신경의 직접 주사를 하는 치료를 받았는데, 주사 치료 중에 받은 고통은 거의 전기 고문에 가까울 정도로 극심했다. 약 처방을 받고 집에서 몇 일 지내는데, 통증이 반 정도는 사라졌지만, 그래도 손 끝으로 저리는 증상이 남아 있고, 손에 힘이 약한 증상이 계속되었다. 다시 MRI를 찍고 진단을 받았더니 경추 5-6번이 양쪽 모두 디스크 돌출과 척추강 협착이 있다고 했다. 목 신경에 직접 주사를 맞고, 약물치료와 소프트 칼라를 사용해서 목을 지지하면서 여행을 가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다.
A씨는 이번 통증 때문에 중재 방사선과 의사 (방사선 기구를 이용해서 직접 치료하는 방사선과 의사)와 신경외과 의사 그리고 재활의학과 의사를 만났는데, 이번의 문제는 오래 진행된 것이라고 3 사람의 의사가 공통된 의견을 냈다. 거기에 한술 더 떠서 A씨를 담당한 물리치료사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문제”라고 농담까지 했다. 과거에 교통사고나 낙상 등 목을 다친 일은 없었으나, 곰곰히 생각해 보니 통증의 역사는 꽤 길었다. 20년 전 유학 중에 왼쪽 어깨와 팔이 아프고 저려서 정형외과 진료를 받은 적이 있었다. 이 때는 “근육통이다. 자세를 바르게 하고 어깨 근육을 풀어 주라” 는 진단과 처방을 받은 바 있다. 그 당시 동물 실험을 많이 했고, 주로 쪼그리고 앉아서 하는 일과 컴퓨터 작업을 많이 해서 오는 문제로 생각했었다. 귀국 후에도 가끔 비슷한 통증이 있어서 재활의학과의 통증 치료 단골 손님이 되었었다. 이 후 연구소를 떠나고 나서는 가끔 어깨와 등이 아파서 마사지를 받는 일은 있었어도 심한 통증이 없었기 때문에 이렇게 엄청난 문제가 잠재하리라는 것은 상상도 하지 않았다. A씨는 운동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꽤 오래 전부터 했었지만,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다가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외래에서 A씨와 비슷한 사례를 많이 만나게 된다. 허리나 머리가 아파서 오는 환자들이 많다. 요새는 인터넷이 길잡이라, 인터넷에서 허리가 아프거나, 머리가 아플 때 신장이 나쁠 수 있다고 신장내과 전문의를 찾아서 나에게 진료를 받으러 온 것이다. 이런 환자의 대부분은 목 근육이나 허리 근육이 심각하게 경직되어 있고, 장시간 컴퓨터 작업을 하는 직업을 가졌다. 특히 20-30대 젊은 사람들에게 많다. 허리도 못 펴고 컴퓨터의 노예로 살아가는 젊은 이들이 허리를 펼 수 있도록 회사 차원에서 휴식과 운동을 같이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좋겠다. 때로는 급격한 운동 후에도 같은 증상으로 찾아 온다. 자세를 바로 잡고 근육을 키우기 위하여 운동이 필요하지만, 기본기가 되어 있지 않은 무리한 운동은 화를 불러 올 수 있기 때문에 무리하지 않고 기본기부터 익히는 것이 필요하다.
신장은 등 부위에 양쪽 갈비뼈 밑에 붙어 있다. 일부 신장질환에서 허리나 머리가 아픈 경우가 있다는 이유로 요통이나 두통환자를 자주 접하게 되고 따라서 근육통 환자도 심심치 않게 만나게 된다. 대부분 소염진통제와 근육 이완제 그리고 가벼운 이완운동을 처방하면 나아지지만, A씨같이 심한 경우도 있으니 반복되는 통증이 있거나, 약을 먹어도 2-3일 내에 나아지지 않으면 방치하지 말고 꼭 정밀 검사를 받아 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