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드라마 속에서 정체를 숨기기 위해 마스크나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장면을 자주 보게 된다. 실제 코로나19 이후 마스크 착용이 생활화되면서 지인을 알아보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매일 만나는 가족, 직장동료가 아닌 오랜만에 보는 사람은 가까이 오거나 목소리를 들을 때까지 인식하지 못하기도 한다. 선글라스와 마스크 중 무엇이 더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게 할까.결론부터 말하면 큰 차이는 없다. 다만 평소 자주 보지 못한 사람의 경우, 마스크를 착용했을 때 알아보지 못할 가능성이 조금 더 높다. 영국 인지심리학 전문가 노예스 박사와 그리니치대학교·레딩대학교·링컨대학교 연구진은 ‘익숙한 얼굴’과 ‘익숙하지 않은 얼굴’을 각각 ▲아무것도 착용하지 않은 얼굴 ▲선글라스를 착용한 얼굴 ▲마스크를 착용한 얼굴로 나눠 인식 여부를 확인했다.연구 결과 얼굴이 익숙한 사람이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각각 착용했을 때 인식 정도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익숙하지 않은 사람의 경우, 선글라스를 착용했을 때보다 마스크를 착용했을 때 인식률이 3%가량 낮았다. 또 익숙한 얼굴은 마스크나 선글라스를 착용했을 때 모두 90% 이상 높은 인식률을 보였지만, 익숙하지 않은 얼굴은 두 경우 모두 인식률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연구팀은 감정 표현 인식에 대한 실험도 진행했다. 실험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착용한 상태에서 ▲행복 ▲혐오 ▲놀람 ▲분노 ▲두려움 등이 담긴 표정을 보여준 결과, ‘행복’, ‘혐오’, ‘놀람’은 마스크를 썼을 때 더욱 인식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분노’와 ‘두려움’은 마스크, 선글라스 모두 쉽게 인식하지 못했다. 노예스 박사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잘 아는 사람들의 얼굴을 능숙하게 식별해낸다”며 “특히 이번 연구는 눈뿐만 아니라, 얼굴의 아래 부분이 사람의 얼굴을 식별하고 감정을 인식하는 데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한편, 이번 연구에서는 ‘Super Recognisers(얼굴 인식 능력이 뛰어난 사람)’에 대한 인지 능력 시험도 진행됐다. 인구의 2%에 해당하는 이들은 마스크와 선글라스 속 숨겨진 얼굴에 대해서도 일반인보다 뛰어난 인지 능력을 보였다.
-
-
-
이상의 단편 소설 ‘날개’의 엔딩은 절창이다. “희망과 야심의 말소된 페이지가 딕셔너리 넘어가듯 번뜩”이는 순간, 겨드랑이가 가렵고 혀끝이 간지럽다. 주인공은 외치려다 만다. 날자.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오랫동안 혀끝에 맴도는 소리가 내게도 있다. 숨자. 숨자. 숨자. 한 번만 더 숨자꾸나. 한 번만 더 숨어 보자꾸나.◇숨은벽, 그 오랜 무명과 은거 숨고 싶었다. 창피해서, 지쳐서, 꼴 보기 싫어서, 너무 나대고 난 뒤에, 날이 너무 환해서, 후회와 회한에 숨고 싶을 때가 많았다. 그러나 누구 하나 예외로 두지 않는 과잉 노출의 시대에 숨는 건 쉽지 않다. 숨으면 지고, 잊힐 것 같다. 지고 잊히는 게 별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숨으려다 만다. 숨었다가도 금방 튀어 나온다. 그래서 하는 얘기인데, 북한산의 ‘숨은벽’은 대단하다. 북한산의 '톱3'는 백운대(836m), 인수봉(811m), 만경대(800m)다. 숨은벽 정상 봉우리의 높이는 768m다. 톱3가 으뜸이면, 숨은벽은 버금들 중 수위다. 저 멀리 북한산 남쪽의 랜드마크인 문수봉과 보현봉도 700m를 갓 넘긴다. 예리함과 치솟음의 측면에서 숨은벽은 북한산 전체 봉우리 중 무시할 수 없는 존재다. 그런데 내내 숨어 있었다. 얼마나 숨었으면 이름마저 숨은벽인가. 그나마도 1970년대에 한 산악회가 붙여준 이름이다. 평생을 이름 없이 살다가, 느지막이 얻은 이름이 숨은벽이라니. 그 정도 무명(無名)과 은거(隱居)는 범인(凡人)의 일이 아니다.◇숱한 벼랑들을 좌우로 흘린 아찔한 능선백운대를 수없이 오르내리면서도 숨은벽의 존재를 몰랐다. 몇 년 전 지인이 물었다. 숨은벽으로도 가끔 올라? 나는 의아했다. 백운대 오르는 길이란 게 뻔한데…? 우이동 쪽이라면 도선사에서 하루재 넘고 백운산장을 거쳐 위문(백운봉 암문)에 도착해야 한다. 북한산성 입구 쪽이라면 서암문에서 출발해 원효봉 능선을 타든지, 대서문을 통해 계곡을 헤치든지 역시 위문에 들어야 한다. 위문이 그렇게 백운대의 유일 관문인줄로만 알았다. 그리고 어느 날 백운대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길에, 위문 못 미쳐 왼쪽으로 빠지는 길을 발견했다. ‘밤골’로 향한다는 표지판이 눈에 겨우 띌 만큼 가냘프게 세워져 있다. 혹시…? 바위와 자갈 그득한 길을 내려갔다. 밤골 표지를 따라가다 사기막골 방향으로 갈아타니, 듣도 보도 못한 능선이 펼쳐진다. 산성 넘어 반대편 의상능선의 기기묘묘(奇奇妙妙)와는 또 다른 풍경이다. 조금은 신경질적이고 거친 듯, 그러나 북한산과 도봉산의 주요 봉우리들을 좁은 각도로 한데 모아둔 절경. 그리고 숱한 벼랑을 좌우로 흘린 능선들의 아찔한 전개…. ◇잠적과 은거 중에 쌓이는 내공이 있다잠적과 은거 중에 무시 못 할 내공이 자란다. 주역 64괘 중에 택풍(澤風) 대과(大過)의 형국이 있다. 사람으로 말하면 하체가 부실한 상황, 집으로 빗대면 대들보가 무너질 조짐이다. 파탄과 장기간의 고립이 예상되는 난감한 상황에서 주역은 여덟 글자의 처방을 제시한다. 독립불구 둔세무민(獨立不懼 遯世無愍)혼자 있어도 두려워 마, 숨어 살아도 번민하지 마…. 두려움과 떨림에 지면 은거는 없다. 공포와 번민을 속으로 삭이고 이겨야 제대로 된 은거가 가능하다. 그만한 내공 없는 은거는 자아의 황폐로 이어진다. 끔찍하고 황망해. 그럼, 전설처럼 백운대와 인수봉 뒤에 숨어 태고의 세월을 은거한 숨은벽은 어디에다 자신의 내공을 숨겨뒀나. 자신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드러내지 않았기에 쌓은 내공을 어느 구석에 감춰뒀을까.◇능선과 벼랑과 바람이 만나…백운산장에서, 위문에서 백운대와 인수봉을 앞에 두고 아무리 살펴봐도 숨은벽은 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고개 넘어 북한산성 입구 쪽에서라면 보일까. 보이지 않는다. 구파발 출발을 기준으로 북한산성 입구를 한참 지나 북쪽, 사기막골 부근으로 가야 숨은벽은 예리한 능선을 슬쩍만 비친다. 보이지 않는 숨은벽을 향해 백운대와 인수봉의 틈을 파고든 그날, 절경과 함께 내공을 보았다. 백운대 정상에서 출발해, 밤골, 사기막골 표지판을 따라 가파른 숨은벽능선을 타고 내려오다가(험한 곳이 많아 능선 전부를 타진 못해요!) 뒤를 돌아보았다. 외로운 능선과 절박한 벼랑들, 그 위로 거친 바람…. 능선과 벼랑과 바람이 만나는 지점마다 차가운 긴장이 피어올랐다. 겨울 안개 같은 그 긴장이야말로 오랜 시간 은거를 택한 숨은벽의 내공, 그 흔적이라 생각했다. 지금은 북한산 역사문화관으로 변신을 준비 중인 백운산장에서 북한산 정상 쪽으로 발길을 떼면 바로, 밤골로 빠지는 표지판이 보인다. 가보지 못한 길이다. 지도만 보아선 숨은벽의 존재를 가늠할 수 없는 루트. 그렇게 지도에서도 자신을 감춘 숨은벽을, 이번주에 다시 한 번 만나보려 한다. 나도 한번 쯤 숨을 수 있을까 고민해볼 생각이다.
-
-
-
-
-
-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옷이 얇아지자 다이어트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운동, 식단변경 등의 다양한 다이어트 방법이 있지만, 빠르게 날씬한 몸을 얻기 위해 일단 굶기부터 시작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전문가들은 굶어서 살을 빼려고 하면 다이어트는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왜 무작정 굶는 다이어트는 하면 안 되는 걸까?◇다이어트, 뇌의 문제… 굶어 봤자 소용없어굶어서 다이어트를 하면 뇌의 적극적인 에너지 절약 본능을 자극해 오히려 살이 찌기 더 쉽다.우리 몸은 음식을 먹으면 '렙틴'이 증가한다. 렙틴은 식욕을 억제하고 에너지 소비를 증가시키는 호르몬이다. 음식을 먹고 나서 포만감을 느끼는 것은 렙틴이 정상적으로 분비되고 있다는 증거다. 비만인 사람들이 렙틴 저항성으로 인해 포만감을 잘 느끼지 못하고, 과식하는 경향이 있음을 생각한다면, 다이어트에 성공하기 위해선 렙틴의 정상적인 활동이 매우 중요하다.굶는 다이어트는 렙틴의 정상적인 활동을 방해한다. 빨리 살을 빼기 위해 굶으면, 체내 렙틴이 급격히 떨어지고 배고픔은 더 빨리 느끼게 된다. 사람의 뇌는 렙틴이 없다고 느끼면, 에너지 소비와 신체활동을 증가시키는 교감 신경 활동을 감소시킨다. 대신 미주 신경 활동을 증가시켜 식탐욕구를 가중한다.경희대 의대 약리학교실 박승준 교수는 "뇌에서 렙틴이 없다고 느끼면, 몸은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고, 에너지 저장을 최대화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든다"고 말했다. 즉, 몸이 절약 상태에 들어갔기 때문에 지방은 더 쉽게 축적될 수밖에 없는 상태로 변화한다는 것이다. 박승준 교수는 "생화학적으로 볼 때, 우리 몸은 절식 다이어트로 열량 섭취를 줄였다가 원래 식습관으로 돌아가면, 살이 더 쉽게 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한양대병원 가정의학과 박훈기 교수도 "사람은 끼니를 거르면 무의식적으로 폭식을 하게 된다"고 밝혔다. 박훈기 교수는 "무의식적으로 거른 끼니 이상의 열량을 섭취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하루 한끼만 먹는 식의 다이어트는 반드시 요요현상이 생긴다"고 말했다.◇식사량만 줄여도 한 달 2kg 감량 가능전문가들은 다이어트에 성공하고 싶다면, 절대 굶어서 안 되고, 반드시 운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장은 굶어서 살이 빠진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시간이 갈수록 살이 빠지는 속도는 줄어들고, 오히려 더 빠르게 살이 찔 가능성만 커진다는 것이다.박훈기 교수는 "운동을 하지 않고 굶어서 다이어트를 하면, 근육량이 감소하면서 기초대사량이 줄어 두 달만 지나도 체중감량 효과가 매우 줄어든다"고 말했다. 보통 사람들은 에너지의 70%를 기초대사량으로 소비하는데, 근육량이 줄어들면 자연스럽게 기초대사량도 줄어든다. 우리 몸이 기초대사량이 줄어든 상태에 적응하면, 그 뒤로는 아무리 먹는 양을 줄여도 살은 덜 빠지고 더 쉽게 찔 수밖에 없다.박 교수는 "살을 빼기 위해 식단조절을 한다면 전체 열량(kcal)은 줄이고, 지방 함량은 줄이면 된다"고 밝혔다. 그는 "밥 1공기가 320kcal인데 매끼 식사량을 3분의 1로만 줄여도 한 달에 2kg은 뺄 수 있고, 여기에 운동을 더하면 효과는 더 좋다"고 설명했다.효과적인 다이어트를 원할수록 생활습관이 될 수 있는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훈기 교수는 "무리하게 단식을 한다거나 식사량을 줄이면 혈당 농도가 떨어져 예민해져 정신건강에도 좋지 않아 다이어트를 지속할 수도 없으며, 살은 갈수록 덜 빠진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무리하지 않는 수준으로 식사량을 줄이고, 운동을 하는 것만으로도 한 달에 3kg은 꾸준히 감량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절대 살을 빼는 목적으로 굶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
-
-
-
-
-
-
대전을지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최원충 교수(사진)가 간 질환에 관한 최신지견을 담은 전공서 ‘최신 간학‘을 발간했다.해당 도서는 지난 2018년 출판한 전편(임상 간의학)을 최신화한 것으로 간염, 간경변증, 간암 등 총 24개 분야 내용들을 업데이트했고, 약인성 간손상, 간농양, 간경변 환자의 내분비질환, 임신 중 간질환, 수술 환자의 간기능 이상 등의 내용을 추가해 증편했다.아울러 국내는 물론 미국, 유럽 등에서 최근 발표된 가이드라인을 포함했으며, 그림과 도표 등을 활용해 전문지식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간결하게 기술했다. 최원충 교수는 “점차 의료 정책에 따른 단순화되고 규격화되는 진료 환경 속에서 질병의 원인과 진행과정을 이해하고 증거 중심의 논리적 진료를 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최원충 교수는 대한내과학회, 대한소화기학회, 대한간학회,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및 미국간학회 등에서 활동 중이며 50여 편의 의학논문과 다수의 건강칼럼을 집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