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이 주목한 C형간염… 무증상으로 간암 불러

입력 2020.10.06 15:24

바이러스 밝힌 3인, 생리의학상 공동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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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형간염은 증상이 없어 방치하기 쉽지만, 수년 후 간경화나 간암을 유발할 수 있어 예후가 나쁜 질환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 5일부터 노벨상 수상이 시작됐다. 한국인도 화학상 후보에 올라 관심을 끌고 있는 가운데, 올해 첫 노벨상인 '노벨 생리의학상'은 C형간염 바이러스를 밝혀낸 하비 알터, 마이클 호튼, 찰스 라이스에게 돌아갔다. C형간염은 예후가 상당히 나쁜 감염병임에도 불구하고, A·B형간염보다 인지도가 낮은 편이다. 아직 백신은 없지만, 다행히 치료약이 개발됐다. C형간염 바이러스는 제한된 환경에서만 전파되기 때문에 조기에 진단해 치료하는 것을 반복하면 언젠가 완전히 사라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세 학자의 C형간염 바이러스 발견, 이젠 '완치' 가능해졌다
미국 국립보건원 선임연구원 하비 올터 박사는 만성 간염에 걸린 침팬지 연구를 통해 이들의 증상이 A형간염과 다른 바이러스 질환이 원인이었음을 밝혀냈다. 전 캐나다 앨버타대 마이클 호턴 교수는 감염된 침팬지의 혈액과 환자 혈청에서 나중에 'C형간염 바이러스'라는 이름이 붙은 양성 클론의 존재를 처음으로 규명했다. 전 워싱턴대 찰스 라이스 교수는 C형간염 바이러스의 내부 단백질 구조와, 수혈을 통해서 C형간염 바이러스가 전파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 노벨위원회는 "생리의학상 수상자들의 C형간염 바이러스 발견 덕분에 정확도 높은 혈액검사가 가능해졌고 수혈 매개 간염을 막아 인류 건강을 크게 향상했다"며 "C형간염을 겨냥한 항바이러스제 개발을 가능하게 했다"고 말했다. 현재 C형간염 바이러스를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은 개발되지 않았지만, 2015년부터 2~6개월간의 경구약 복용으로 '완치'가 가능해졌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최종기 교수는 "C형간염은 4대 감염 질환(말라리아, 결핵, 에이즈, 바이러스성 간염)에 속하기 때문에 C형간염 바이러스 발견은 의의가 크다"고 말했다.

간암의 20%를 차지하는 C형간염, 일생 한 번은 검사 받아야
C형간염은 간경변증이나 간암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어 예후가 나쁜 병이다. 물론 심각한 상태로 악화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지만, 대부분 감염 초기에는 아무런 증상을 보이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최종기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간경변증의 10%, 간암의 20% 정도가 C형간염 바이러스 때문으로 보고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C형간염 환자 중 치료를 받는 환자는 20% 정도에 불과하다. 증상도 없는 데다, 진단도 활발히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C형간염은 B형간염과 달리 필수 국가검진에 포함되지 않아서 본인이 원해서 검사하지 않으면 확인할 수 없다. C형간염으로 증상을 보이는 것도 약 6%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위험한 바이러스에 백신이 없다면, 예방은 어떻게 해야 할까. C형간염은 주로 혈액을 매개로 전파하기 때문에 ▲수혈(특히 1992년 이전에 수혈한 경우) ▲비위생적인 피어싱·문신 시술 ▲무분별한 성접촉 ▲면도기·칫솔·손톱깎이 공동 사용 ▲정맥주사 약물 남용 등을 통해 감염된다. 따라서 바이러스에 노출되지 않도록 이런 행동을 최대한 피하고, 이미 경험했다면 C형간염 항체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다만, 전문가들은 위험군이 아니더라도 일생에 한 번은 검사를 받아볼 것을 권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신동현 교수는 "위험요인과 무관하게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한 번쯤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바이러스 발견 후 30년, 지구촌은 'C형간염 퇴치'를 목표로
세계보건기구(WHO)는 C형간염이 백신도 없고, 여전한 전파 위험을 갖고 있으며, 예후가 상당히 나쁜 질환임에도 2030년까지 전 세계적 C형간염 퇴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완치 가능한' 치료제가 있다는 특성 때문이다. 이에 미국, 대만, 일본, 프랑스 등 세계 각국은 국가적 검진, 치료지원 등 보건정책을 펼치고 있다. 특히 대만은 국가 차원에서 45세 이상의 C형간염 검진 및 치료를 지원해 WHO 목표보다 5년 빠른 2025년에 퇴치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일본도 2002년부터 전 국민을 대상으로 C형간염 항체검사를 지원한다.

최근엔 국내에서도 한 발짝 늦게 관련 사업을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C형간염의 정확한 발생 파악을 위한 전수감시 체계가 시작된 것도 불과 약 3년 전이다. 2010년부터 전환기 검진에 C형간염 검진이 포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020년 10월 현재까지도 국가검진에 포함되지 않았다. 첫 번째 시범사업이 시행된 지 3년여가 지난 올해와, 내년 한차례씩 다시 두 번째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국가검진 도입 근거를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질병관리청은 지난 9월 1일부터 오는 10월 31일까지, 그리고 내년 일정 기간 무료로 C형간염 검진을 진행하는 시범사업을 추진 중이다. 오는 31일까지는 고위험군인 1964년생은 무료로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일반건강검진 대상자 중 아직 검사를 받지 않은 사람에게만 해당한다. 사업 시행 후, 결과를 분석해 유병률이나 비용효과성 등 ‘C형간염 국가검진 시행을 위한 근거’를 확보할 계획이다. 이처럼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기는 하지만 2030년까지 C형간염 퇴치를 이루기 위해서는 검사나 치료에 있어 국가적 차원의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목표 설정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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