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형간염 박멸 가능한데… 국가검진 도입 왜 안될까?

입력 2019.10.18 09:17

[C형간염 조기진단]
증상 없이 간경변·간암까지 발전… 조기발견하면 95% 이상 완치돼

전문가들 "선별 검사 1회면 효과"
프랑스·미국도 국가검진 도입
보건당국 "유병률 낮아 불가"

C형간염은 전 세계 간질환 사망 원인의 절반(48%)을 차지하지만, 2015년부터 여러 신약(新藥)이 나오면서 감염병 중에 완치가 가능한 몇 안 되는 질환이 됐다. 조기진단만 되면 환자의 95% 이상이 완치되는데, 조기진단을 위한 국가검진 적용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논쟁이 수년간 계속되고 있다.

◇증상 없고, 방치하면 간경변·간암 발전할 수 있어

C형간염은 증상이 없기 때문에 환자가 혈액 검사를 받기 전에는 병을 알기 어렵다. 10~30년 병을 갖고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간경변·간암 진단을 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부지불식 간에 다른 사람에게 C형간염 바이러스를 전파시킬 수 있다. 2015~2016년 시끄러웠던 병의원의 C형간염 집단감염 사태도 이런 병의 특성이 요인이 됐다.

C형간염의 경과
/게티이미지뱅크
C형간염 바이러스에 한 번 감염되면, 70~80%가 만성간염으로 진행되고 이중 30~40%는 간경변증·간암으로 발전한다. 간암의 15~20%는 C형간염 때문이다.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김도영 교수 연구에 따르면, C형간염 조기발견을 위한 특별한 대책이 없을 경우 2030년까지 '누적 환자 및 사망자 수'가 비대상성 간경변증(간 기능이 떨어져 복수, 황달 등의 증상이 있는 간경변)은 1만8829명, 간암은 2만4084명, 간이식 대상자는 798명, 간질환 사망자는 1만8640명에 이를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에 C형간염 국가검진을 시행해, 조기치료를 할 경우 비대상성 간경변증 환자 수는 3950명, 간암은 5750명, 간 이식 대상환자 275명, 간질환 사망자는 4679명 수준으로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김도영 교수는 "국내 C형간염 국가검진 도입이 1년 늦춰질수록, 2030년까지 누적 간질환 사망자 수는 30% 증가한다"며 "C형간염 조기진단과 치료를 하면 암 사망률 2위인 간암을 포함한 간질환 사망자 수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선진국은 국가검진 포함하는 추세

의료계는 숨어있는 환자를 찾기 위해 혈액에서 C형간염 항체 유무를 확인하는 C형간염 선별 검사를 국가검진 항목에 포함시키자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부는 낮은 유병률과 비용 효과 면에서 국가검진 적용에 부정적이다.

의료계는 'C형간염은 천연두처럼 박멸할 수 있는 유일한 만성 감염병인데, 왜 검사를 해서 퇴치하지 않느냐'는 입장이다. 세계보건기구도 2030년까지 C형간염 퇴치를 목표로 삼고 각국에 C형간염 퇴치 계획과 노력을 촉구하고 있다. 대만의 경우 2016년부터 국가 차원의 C형간염 퇴치 프로그램 부서를 조직해 C형간염 환자 검진과 치료 지원을 하고 있다. 프랑스도 C형간염 유병률이 0.42%에 불과하지만 2016년부터 모든 성인을 대상으로 검진을 하고 있다. 미국 역시 지난 8월 모든 성인을 대상으로 C형간염 검진 확대를 예고했다. 일본은 2002년부터 전 국민을 대상으로 C형간염 검진을 하고 있다.

건국대병원 소화기내과 김정한 교수는 "선진국들은 유병률과 상관없이 C형간염 국가검진을 도입하는 추세"라며 "한국은 나이가 들수록 유병률이 높아지므로 50세 이상에서 한 번 국가검진 항목에 넣으면 된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김강모 교수는 "혈액검사를 통해 항체 양성인 사람의 20~30%가 확진을 받는다"며 "C형간염 확진을 받은 환자는 8~12주간 약을 먹으면 95% 이상이 완치가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과 정영기 과장은 "C형간염 퇴치 필요성에 대해서는 정부도 공감하고 있지만 방식이 국가검진 도입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근 C형간염 유병률은 0.2%로 조사됐는데, 이를 국가검진 항목에 포함하는 것은 비용 대비 효과가 낮다는 것이다. 따라서 C형간염 고위험군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먼저 하고, 사업 결과에 따라 향후 재검토할 예정이다. 또한 국가검진 대신 문신,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 등 C형간염 전파 위험성에 대한 국민 홍보 등 별도의 사업을 전개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의료계는 정부가 감염병 퇴치 사업 같이 별도 사업으로 추진할 경우 예산이 더 투입되므로, 기존 국가검진에 C형간염 항목(채혈)을 하나 추가하는 방법이 가장 간단하며 비용 효과도 높다고 주장한다.

한편, C형간염은 예방백신이 없으므로 생활 속에서 예방을 해야 한다. 주사기나 침은 반드시 일회용을 사용해야 하고, 문신과 피어싱을 할 때는 반드시 소독된 도구를 사용해야 한다. 그 외에 면도기, 칫솔, 손톱깎이 등 혈액에 오염될 수 있는 모든 물건은 위생에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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