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통 놔뒀는데 사망? 열명 중 한 명 죽는 무서운 '이 병'

입력 2019.04.23 07:15

머리 아파하는 청소년 사진
헬스조선 DB

지난해 말 수막구균성 뇌수막염에 감염된 대학생 김모씨는 다행히 목숨은 건졌으나 현재까지 심각한 패혈증 합병증으로 고생하고 있다. 처음에는 두통과 열이 나서 단순히 감기 몸살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감기약을 먹었는데도 밤새 열이 더 심해지고 피부 발진으로 응급실까지 가게 됐다. 진단명은 수막구균성 패혈증. 즉시 항생제 투여 및 인공호흡기, 저혈압 치료 등 처치로 기적적으로 살아났지만, 혈압은 33mmHg까지 떨어졌고, 수막구균성 패혈증 후 합병증으로 신부전이 와 신장 이식까지 받아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매년 4월 24일은 세계 뇌수막염 연합기구가 지정한 ‘세계 뇌수막염의 날’이다. 뇌수막염은 뇌와 척수를 둘러싸고 있는 뇌막에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원인에 따라 크게 바이러스성 뇌수막염과 세균성 뇌수막염으로 나뉘는데, 세균성 뇌수막염은 심각한 후유증을 유발하기 때문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 특히 세균성 뇌수막염의 한 종류인 수막구균성 뇌수막염은 어떤 감염성 질환보다도 환자를 빠르게 죽음에 이르게 하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한 번 감염되면 매우 치명적이고 단체 생활 속에서 발병위험이 높기 때문에, 질환에 대한 관심과 예방에 대한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

◇10명 중 1명은 사망… 치사율 높고 치명적 후유증 남겨

수막구균성 뇌수막염의 주된 증상은 발열, 두통 등으로 독감과 증상이 유사해 오인하기 쉽다. 하지만 발병 24시간 이내에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 수막구균성 질환은 감염 시 적극적인 치료에도 10명 중 1명은 사망할 정도로 치사율이 매우 높고, 완치되더라도 생존자 5명 중 1명은 사지절단, 청각상실, 신경손상 등 치명적인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수막구균성 뇌수막염의 전형적인 징후는 갑작스런 두통과 38도 이상의 고열, 목이 뻐근한 증상이다. 여기에 메스꺼움, 구토가 동반된다면 뇌수막염을 의심하고 병원행을 서둘러야 한다. 수막구균성 뇌수막염 진단을 위해서는 혈액과 뇌척수액 배양 검사 또는 중합효소 연쇄반응 검사 등을 한다.

수막구균 보균자는 인구의 5~10%로 알려져 있으며, 수막구균은 수막구균 보균자와 입맞춤, 재채기, 기침, 컵이나 식기를 공유하는 일상적인 접촉으로도 전염될 수 있다. 때문에 수막구균성 뇌수막염은 단체 생활을 많이 하는 집단의 경우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대표적으로는 학교생활, 수련회, 기숙사 생활 등 단체 생활이 잦은 어린이와 청소년에서 감염되는 경우가 많다. 올해(2019년 4월 16일 기준) 국내 뇌수막염 환자 보고건수는 6명으로, 환자 중 절반 이상이(4명) 10대 청소년이었다. 하지만 성인이라도 면역력이 약하거나 군대, 기숙사 등 단체생활을 하는 경우나 아프리카, 사우디아라비아 등지로 출장, 여행을 떠나는 경우에는 안심할 수 없다. 2013년 미국의 한 대학교에서 수막구균 뇌수막염이 집단 발병했고, 국내에서도 군인 1명이 사망한 사례가 있다. 수막구균성 질환은 치료하더라도 심각한 후유증이 남아 백신 접종을 통한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71년 수막구균 백신이 처음 사용된 후부터 뇌수막염 환자 수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뇌수막염 유행 대참사 막은 수막구균 백신

뇌수막염은 상당히 위협적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이를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을 절실히 필요로 했다. 1940년부터 1960년 초반까지는 수막구균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항생제를 사용해왔다. 하지만 수막구균이 항생제에 내성을 나타내면서 새로운 백신 개발이 필요했다. 1974년 7월, 브라질의 가장 부유한 도시인 상파울루에 뇌수막염이 유행했다. 매일 300명의 새로운 환자가 발생하고, 4000명의 환자가 사망했지만 당시 수막구균 혈청형 A에 대한 백신은 없었다. 다행히 이듬해에 사노피 파스퇴르에서 개발 중이던 수막구균 혈청형 A에 대한 결합백신이 세계 최초로 출시됐고, 나오자마자 브라질 9000만명의 사람들에게 대량으로 공급돼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이후 2005년에는 4가 수막구균성 단백접합 백신인 ‘메낙트라주’가 만 11세 이상 55세 이하 연령층을 대상으로 미국 FDA에서 승인받았다. 2010년에는 9개월 이상의 영아부터 만 10세까지의 소아에서 허가를 받으며 수막구균의 감염 위험이 높은 영유아도 뇌수막염을 예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2012년 칠레에 영유아 수막염 전염병이 유행했을 때에도 170만 도즈의 4가 수막구균성 단백접합 백신 ‘메낙트라주’를 빠르게 공급함으로써 뇌수막염 대유행의 비극을 막을 수 있었다.

현재 국내에서도 4가 수막구균성 단백접합백신이 접종되고 있으며, 40년 이상 수막구균성 뇌수막염 백신 개발 역사를 가진 사노피 파스퇴르의 ‘메낙트라주’ 등 총 2종이 있다.

◇4가 수막구균 백신 접종으로 예방

뇌수막염을 막는 최고의 해결책은 백신접종을 통한 사전 예방이다. 특히 학교, 어린이집 또는 유치원, 기숙사 등에서 단체 생활을 하는 경우 또는 아프리카, 사우디아라비아 등 유행 지역 방문 예정자는 고위험군으로 분류되어 수막구균 예방접종이 권장된다. 수막구균성 질환 예방 백신은 다당백신과 단백접합백신으로 분류되는데, 다당백신은 단백접합백신보다 먼저 개발돼 오랫동안 사용돼 왔으나 면역원성이 낮고 항체가 생긴 성인에서도 항체 지속 시간이 짧으며 추가 접종을 해도 면역기억 현상이 없어 방어력이 증가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단백접합백신은 다당백신의 한계를 보완한 백신으로 혈청 살균력이 상대적으로 높고 예방기간이 길며, 소아에게도 면역을 유발할 수 있다.

지금까지 국내 허가된 4가 수막구균 단백접합백신은 사노피 파스퇴르의 ‘메낙트라주’ 등 총 2종이 있다. 메낙트라주의 경우 출시 이후 전 세계 56개국 이상에서 9천 4백만 도즈 이상 공급된 백신으로,(2017년 5월 기준) 생후 9~23개월은 3개월 간격 2회 접종, 24개월 이상 유아부터 55세 성인까지는 단 1회 접종하면 주요 혈청형 4가지(A, C, Y, W-135)에 의한 수막구균성 뇌수막염을 예방할 수 있다. 한편, 유럽과 아시아에서는 혈청형 A와 C군이 주로 분포한다고 밝혀진 바 있는데, 메낙트라는 우리나라에서 수막구균 4가 단백접합 백신 중 유일하게 생후 9~23개월에서 혈청형 A에 대한 효능과 효과를 입증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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