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달팽이와 변에 대한 실험에는 달팽이가 먹는 음식에 따라 다른 변을 보는 것에 대한 것이 실려있다.
달팽이는 당근을 먹이면 주황색 변을 보고, 오이를 먹이면 녹색 변을 본다는 것인데, 색깔까지야 아니지만, 사람도 달팽이만큼 정직하게 변을 본다.
사람의 대변 또한 섭취하는 음식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특히 대장항문질환이 잘못된 생활습관이 부른 질병이라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장항문질환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것에는 식습관이 큰 영향을 미치므로, 어떤 음식을 섭취하는가에 따라 변비를 예방할 수도, 악화시킬 수도 있다.
가끔 대장 항문질환에 걸린 환자들이 무턱대고 약을 먹는 경우가 있는데 원인을 모르고 복용하는 약은 대장 항문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어 피해야 한다.대장 항문질환 환자들은 다음과 같은 식생활을 통해 대장에 힘을 길러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장항문질환 환자들이 꼭 섭취해야 하는 것이 바로 섬유소다. 섬유소는 대장운동을 원활하게 해주고, 변에 수분을 많이 포함하여 배변 시 무리 없이 배변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또한, 장운동을 촉진하고 변의 대장통과시간을 단축하는 효과도 있다. 특히 대장의 운동을 촉진하는 채소와 과일을 아낌없이 먹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는 김치, 나물 등 채식이 많으므로 섬유소가 충분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양보다 질에 문제가 있다. 채소는 날것으로, 과일은 되도록 껍질째 먹는 것이 좋으며, 요구르트 등 발효된 유제품도 도움이 된다. 시중에 나온 섬유소 제제를 복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매실을 하루 정도 물에 담가 두었다가 먹거나, 무화과, 양배추, 고구마, 감자를 삶아서 먹어도 좋다. 대장에 수분이 부족하게 되면 변비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물을 많이 마시면 변을 부드럽게 해 주며 장운동을 촉진한다. 특히 아침에 일어난 후 물을 한 컵씩 마셔주는 것이 좋다. 보통 하루 8컵 정도의 물을 마시는 것이 적당한데, 맹물을 마시는 것이 힘들다면, 차(茶)나 음료수, 국 등을 통해 수분을 섭취하는 것도 좋다.
차 중에는 우롱차와 녹차가 변비에 도움이 된다. 우롱차의 타닌 성분과 홍차의 사포닌 역시 변비 치료와 다이어트에 좋다. 약간 떨떠름한 맛이 나는 동규자차는 변비 치료, 다이어트에도 큰 효과가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동규자차를 많이 마실 경우, 선홍색으로 튼튼해야 할 장이 두꺼워지고 검게 변하는 경우가 있다. 즉 지속적,반복적으로 사용하면 장 기능을 오히려 떨어뜨릴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녹차에는 카테킨, 비타민(A, B1, B2, C 등), 미네랄이 풍부해 장 속의 나쁜 균을 없애고, 유익한 균의 활동을 촉진한다. 또 위장의 꿈틀거림을 활발하게 하는 효과가 있어 두통, 어지러움, 복부 압박감, 신경 불안정, 식욕감퇴 등으로 일어나는 변비를 막을 수 있다. 특히 녹차에 함유된 타닌산은 습관성 변비에 좋다. 하지만 카페인은 수면을 방해하므로 잠자기 2시간 전에는 마시지 않는다. 아침이나 식후 입가심으로 마시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
아침 식사를 꼭 챙겨 먹는 습관도 들여야 한다. 아침 식사를 거르면 뇌에 영양 공급이 안 돼 집중력이 떨어질 뿐 아니라 배변의 황금 시간대도 놓친다. 식사 후 위가 포만감을 느끼고 활발하게 움직이기 시작하면 대장 운동도 덩달아 잘 된다. 이를 위대 장 반사라고 하는데, 아침 식사 직후가 가장 활발하다.
40대 이후의 갑작스러운 변비는 암과 같은 다른 질환의 증상일 수 있으므로, 의심될 경우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또, 위와 같은 식생활의 교정 후에도 변비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대장항문외과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원인을 찾고 대장 항문질환을 치료할 필요가 있다.
/기고자 : 서울 양병원 양형규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