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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미식가연 하는 사람들은 절대 그런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는다. 냉면 전문점이 아닌 식당에서 내오는 이름값을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단 하나의 예외라면 'ㅂ'갈빗집 정도일 것이다)
함흥냉면(회냉면)은 제대로 만들지 못하면 일단 1차 검문기관인 구강에서부터 거부 당한다. 설혹 어떻게 입속을 통과해도 식도와 위장을 거치며 2차, 3차 검열을 당하기에, 함흥냉면의 수준 감별은 냉면을 좀 먹는 사람들에겐 물냉면 들이키기보다 쉬운 일이다.
필자는 십수년의 도전과 실패를 거듭한 끝에 단 두 곳에서만 회냉면을 먹는다. 오장동 함흥냉면집과 흥남집이 바로 그곳이다. 명동에도 한 식당이 널리 알려져 있지만 내 입맛에는 아니었다.
살다보면 아주 사소한 사건 때문에 연인 사이나 친구 관계가 뒤틀어지기도 하는데, 근래 두 집 중에 흥남집만 찾게 된 이유도 그와 비슷하다. 그러나 곰곰 생각해보면 두 집의 맛 차이는 분명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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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맹에 가까운 내가 느낄 정도라면 예민한 혀를 가진 사람들은 단박에 알아차릴 수가 있다. 1952년에 생긴 흥남집이 고소하고 순하다면, 1953년에 생긴 오장동 함흥냉면집은 새콤하고 조금 간이 강한 편이라 할 수 있다.
흥남집의 면 메뉴에는 회냉면, 비빔냉면, 섞임냉면, 물냉면 등이 있지만 지금껏 회냉면 이외에는 한 눈을 판 적이 없다. “오늘만큼은 비빔냉면이나 섞임냉면에 도전해봐야지” 굳은 결심을 하다가도 정작 주문할 때는 언제 그랬냐는듯 회냉면만 부르짓게 된다. 육수도 사골을 진하게 우려서인지 계속 들이키게 되는데 면 삶은 물보다는 깊은 맛을 내며 간도 제법 있다.
테이블 위 각종 양념통들 중에는 설탕통도 한자리를 차지하는데 주로 실향민이나 노년층들이 설탕을 뿌려 드시는 것 같다. 실제 설탕을 한두 스푼 넣어서 먹어보면 한층 맛이 산뜻해지니 시도해 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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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의 간판에는 할머니 그림이 있다. 그 할머니가 새댁시절에 아들과 모델이 된 그림이 옛날 지폐에 나왔다는데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이다. 혁명인지 화폐 개혁 때문인지 지폐의 통용 기한이 매우 짧았기에 사람들의 기억에서 가물가물한지도 모르겠다.
이집에서 느끼는 불만은 주문을 하자마자 돈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들의 편의성 때문에 손님들의 자존심을 뭉개는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그래도 그 굴욕을 감내하며 오늘도 오장동 거리를 배회하는 데는 분명 중독에 버금가는 그 무엇이 있기 때문이다.
회냉면, 비빔냉면, 섞임냉면, 물냉면 모두 6000원
수육 한 접시 1만5000원 홍어회 한 접시 1만5000원
서울시 중구 오장동 101-7
02-2266-0735
/석창인-수원에스엔유치과병원 원장 s2118704@freech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