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은 위험을 알리는
고마운 신호
건강과 질병 중에, 질병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조금만 달리 생각해보면 질병도 고마운 존재임을 알 수 있다.
병에 걸렸을 때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증상을 꼽는다면 첫째가 통증, 두 번째가 부기, 세 번째가 발열이다. 이 세 가지 모두 분명히 불쾌한 증상이지만 이 같은 몸의 신호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만약 통증이 없다면 우리는 병이 생겼다는 사실을 알지 못할 것이다. 아프기 때문에 몸 어딘가에 이상이 생겼는지 알고 자신의 건강을 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부기는 일종의 염증으로, 이는 혈류 증가를 의미한다.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상처가 난 곳에 대량의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해 조직을 복구해야 한다. 부기는 통증과 마찬가지로 건강을 위해 소중한 생체 반응이다.
발열도 눈엣가시이기는 마찬가지지만, 이는 우리 몸에 순환대사가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DNA → RNA → 단백질 합성’이라는 대사 경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특히 열이 중요하다. 발열 없이는 병이 낫지 않는다. 이런 사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질병에 맞서 이길 수가 없다.
여기서 잠시 프로스타글란딘(prostaglandin)이라는 조직 호르몬에 대해 살펴보겠다. 프로스타글란딘은 혈관 확장, 발열, 통증을 유발하는 괴력을 갖고 있다. 통증, 부기, 발열의 질병 반응은 프로스타글란딘 때문에 생긴다.
병원에서 흔히 처방해주는 소염진통제는 이 프로스타글란딘의 생산을 억제하는 약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들 약을 진통제, 소염제, 해열제라고 부른다. 현대의학에서는 수많은 약제가 질병 치료에 쓰이는데, 이 소염진통제는 약의 여왕이라고 말할 정도로 자주 사용한다.
그러나 프로스타글란딘의 생산을 억제하는 약물은 통증을 멈추게도 하지만 질병의 근본적인 치료를 방해할 수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조직 복구를 위한 치유 반응을 중지시키기 때문에 병의 근본 치료를 할 수가 없다.
누구라도 통증, 부기, 발열을 피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이 세 가지 증상이 치료를 위한 과정으로 작용한다면 무조건 피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운전을 할 때는 자신의 차는 물론이고 앞차, 또 그 앞차까지 조심해야 안전 운전을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약을 사용하는 경우에도 바로 눈앞에 보이는 목적만 생각하면 안 된다. 현대의학에서 흔히 사용하는 대증요법 치료제는 일시적으로 증상만 가볍게 할 뿐 병의 근본 원인을 치료하지는 못한다.
통증, 부기, 열이 나면 우선 몸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이 보다 근본 치료에 접근하는 태도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