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년 전에 내 진료실을 찾은 40대 초반의 A씨는 재정 분석가이다. 4년 전 처음 당뇨병을 진단받고 운동과 식이요법 만으로 혈당이 잘 조절되었으나, 최근 혈당이 많이 올라 가서 내원했다. 약간 야윈 편인 A씨의 공복 혈당은 154 mg/dL이고 공복 시 인슐린 농도는 14.65 IU/L이었다. 인슐린 저항성 (HOMA index)를 계산했더니 5.57이었다. A씨는 인슐린 생산 및 분비 능력은 정상인보다 높으나, 인슐린의 조절 능력에 이상이 생겨서 발생한 당뇨병이었다.
약 1달 전에 내 진료실을 방문한 50 대의 B씨는 3년 전 당뇨를 발견하고 식이요법으로 혈당이 잘 조절되었는데, 최근 혈당이 증가하기 시작한다고 했다. 알맞은 체격에 과식하지 않고 운동도 열심히 하는 편이었다. 혈액 검사 결과 공복 시 혈당은 150 mg/dL로 A씨와 거의 같았으나, 공복 시 인슐린 농도는 2.76IU/L로 A씨와 비교하여 낮았고, 인슐린 저항성도 1.022이었다. B 씨에서 최근 높아지기 시작한 혈당은 인슐린 생산 및 분비 능력이 감소가 원인이었다.
인슐린 분비가 많고 인슐린 저항성이 높은 당뇨병에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약을 쓰면 인슐린 저항성이 악화되고 췌장의 인슐린 분비 능력이 빠르게 소진되므로 당뇨병을 악화시키게 된다. 또 혈액 안에 높은 농도로 유지되는 인슐린은 고지혈증, 비만, 동맥경화증 등을 악화시킨다. 인슐린 분비가 약하고 인슐린 저항성이 없는 경우에는 인슐린의 분비를 촉진시키는 약과 효율을 높이는 약을 동시에 사용하면 치료 효과가 좋다. 만일 이런 환자에서 지나친 식이요법을 고집하면 저체중, 영양 불균형 등의 문제가 동반할 수 있으므로 유의 하여야 한다.
A씨는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는 약과 꾸준한 운동으로 체중이 정상 범위로 늘고 혈당도 조절이 잘되고 있다. B씨는 기존에 사용하던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는 약물은 유지하며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약을 보강하였고 현재 혈당 조절이 잘 되고있다.
처음에는 인슐린 분비가 많던 환자들도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인슐린 분비 능력이 점차 소멸되는 예가 자주 있다. 그러므로 당뇨병를 처음 발견하면 전문의와 함께 나의 인슐린 분비 능력이 얼마나 되는지 반드시 확인하고, 적어도 6개월에 한번씩 그 추세를 확인해야 한다. 우리 몸은 변화하는 유기체이다. 관심을 갖고 몸이 요구하는대로 바르게 대처하는 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