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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울증인 것 같은데 정상이고, 우울증 아닌 것 같은데 중증인 사람들…

    우울증인 것 같은데 정상이고, 우울증 아닌 것 같은데 중증인 사람들…

    연인과 이별하고, 가족을 저 멀리 떠나보내면 일시적인 우울증에 빠진다. 갑자기 직장에서 해고당하면 죽음과 맞먹는 심적 고통에 시달린다. 이런 상황에서는 증상이 아무리 심각해 보여도 “우울증에 걸렸다”고 속단하면 안 된다. 인간은 정서적 동물이므로 상실과 좌절을 겪은 후 우울해지는 것이 정상이다. 굳이 우울증이라는 이름을 붙여야 한다면 ‘상황적 우울증’이라고 부를 수 있겠다. 이때 느끼는 우울감은 지극히 정상적이며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또한 가끔 아무 이유 없이 우울해지기도 한다. 이런 기분은 대개 시간이 흐르면 저절로 없어진다. 기분이 저조해졌어도 기쁨과 기운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는다.그런데 우울증에서 느껴지는 우울감은 정상적인 우울감과 다르다. 우울증에 걸리면 부정적 감정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며 약해지지 않는다. 기운을 내거나, 기분을 밝게 하려고 발버둥 쳐도 쉬이 벗어나기 어렵다. 그리고 스스로 무가치한 존재라고 여긴다. 주변 사람에게 자신이 폐만 끼친다고 믿는다. 잘못한 것이 없는데도 죄 지은 것처럼 느낀다. 심하면 죽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정상적인 슬픔이나 우울감을 느끼는 사람은 이 정도의 과도한 자기 비난에 시달리진 않는다.이런 증상들이 상당 기간(진단 기준은 2주 이상) 지속되면서 직장, 학교, 대인관계에서 활동이나 기능에 상당한 지장이 생겼을 때 우울증이라고 진단한다. 심한 경우 침대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결근을 하거나 친구조차 만나려고 하지 않는다. 환자 자신뿐 아니라 가족도 함께 고통에 빠진다. 아무리 우울한 기분에 휩싸여 있다고 해도 위에 설명한 동반 증상들이 뚜렷하지 않다면, 병적이라고 단정해선 안 된다.또한 우울증 환자는 당연히 침울한 기분에 푹 젖어있을 것이라고 여기기 쉽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베스트셀러였던 책 제목처럼 기분은 죽고 싶을 만큼 우울한데 떡복이는 먹고 싶을 수 있다. 비정형 우울증(atypical depression)의 흔한 양상이다.비정형 우울증 환자는 멀쩡해보이고 곧잘 웃기도 해서 우울증이 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다른 이들이 볼 때는 웃기도 하고 표정이 살아있는 것 같은데, 내면은 우울하다. 이런 상태를 두고 의학적으로는 ‘감정 반응이 유지되고 있다’라고 한다. 과거에는 증상이 심해서 입원하는 사례가 전형적이었는데 이러한 경우와 다르기 때문에 ‘비정형’이라고 이름 붙인 것이다. 비정형 우울증이 드물거나 특이해서 명명된 명칭은 아니다.비정형 우울증에서는 식욕의 변화가 없을 수도 있지만 폭식하기도 하고, 과다 수면이 나타난다. 팔다리가 무겁게 느껴지는 ‘납 마비(leaden paralysis)’ 증상도 흔하다. 몸이 물 먹은 스펀지처럼 무겁게 느껴지고, 침대 속으로 푹 꺼져 들어가는 것 같다고 호소한다. 더불어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는 대인관계에 대한 과민성이다. 누군가의 무심한 태도나 가벼운 거절에도 심각한 상처를 받는다. 작은 무시가 큰 배신처럼 다가오고, 일상적인 거리감조차 버림받았다는 감정으로 확대된다. 이로 인해 관계가 어려워지고, 그 결과로 우울이 더 깊어지는 악순환에 빠진다.비정형 우울증은 진단이 쉽지 않다. 겉으로는 사회생활을 유지하고, 때로는 활발해 보이기 때문이다. 환자 스스로도 우울증이 아닐 것이라 생각하지만 내면에서는 설명하기 어려운 피로와 무기력, 예민함을 겪는다. 주변에서는 게으르다거나 의지가 약하다고 오해하기 쉽다. 비정형 우울증 치료에는 전통적으로 MAOI 계열의 항우울제가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현재는 SSRI와 SNRI 계열 약물이 널리 사용된다. 인지행동치료나 대인관계치료가 관계에서 비롯되는 상처와 예민성을 다루는 데 유용하다. 규칙적인 운동, 수면 관리, 균형 잡힌 식습관이 더해질 때 회복이 한층 빨라진다.
    칼럼김병수 김병수정신건강의학과 원장2025/10/01 14:37
  • 한가위, 소중한 사람 위해 많이 찾는 경옥고의 효능은?

    한가위, 소중한 사람 위해 많이 찾는 경옥고의 효능은?

    매년 추석이 되면 한의원에도 부모님이나 소중한 분을 위한 보약을 문의하는 환자들이 많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한약이 경옥고다. 다만 바뀐 것이 있다면 예전에는 보약을 찾는 환자들에게 한의사들이 먼저 ‘경옥고’라는 한약을 권했다면, 최근에는 TV광고 등의 영향으로 먼저 ‘경옥고’라는 한약을 문의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경옥고는 ‘동의보감’에서 이르기를 “정(精)과 수(髓)를 보하고 진기(眞氣)를 고르게 하며 원기를 보하여 노인을 젊어지게 하고 모든 허손(虛損)을 보하며 온갖 병을 낫게한다.”고 적혀있다. 다소 과장된 표현도 있으나 그만큼 효과가 좋아 인조, 효종, 현종, 숙종, 경종, 영조 등 많은 왕들이 경옥고를 복용했다는 기록이 전해질 뿐 아니라, 명나라에 보낼 조공품으로도 경옥고를 보낼지 논의했다는 내용이 존재한다.그만큼 경옥고를 조제하는 데에도 정성이 많이 들어간다. 전통적인 방식의 경옥고는 3일간 4가지 약재를 가루내어 항아리에 넣고 이를 중탕한 후 하루 동안 찬 물에 넣고 식힌 후 다시 하루를 더 끓여 완성시킨다. 현재는 한약 조제 과정도 많이 현대화되었지만 최대한 조제과정에서 비슷한 조건을 설정하고 오랜 시간 정성을 들여 조제하는 것만큼은 변하지 않았다.경옥고는 생지황, 인삼, 복령, 꿀 네 가지 약재가 들어가는데 생지황이 가장 많이 들어간다. 지황은 혈을 보하고 몸의 진액을 보충해주는 역할을 하며 인삼은 잘 알다시피 원기를 보하고 복령은 담음(몸속 노폐물)을 제거하고 꿀은 폐를 윤택하게 하고 해독과 오랜 기간 보존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현대과학적으로도 많은 연구가 진행되며 다양한 곳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경옥고를 기반한 51개의 실험연구에 따르면 항산화 효과, 신경보호 활성, 항암작용, 항염증작용, 면역활성, 성장촉진, 심혈관·호흡기·대사성 뼈질환 등 정말 다양한 효과를 가진 것으로 보고되었으며 종합하면 소모성, 만성, 대사성, 면역질환에 특히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난다.흥미로운 연구도 있는데 5년 이상의 운동경력을 가진 축구선수 24명을 대상으로 4주간 경옥고를 복용케하였더니 최대산소섭취량이 증가하고 운동후 심박수 회복률을 증가시켜 유산소성 운동능력을 증가시키고 운동 후 피로회복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기도 하였다.일반적으로 경옥고는 노인과 갱년기 여성에게 특히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남녀노소 누구나 복용해도 큰 부작용이 없이 효과를 볼 수 있는 전국민 보약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복용을 권하지는 않는다. 현재 자신의 상태가 경옥고를 복용하는 것이 최선의 한의약적 치료인지 판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즉 내 몸에 현재 경옥고가 필요한 상황인지, 아니면 다른 한약이나 처치가 필요한지 반드시 전문가와 상의한 후 복용하는 것이 올바른 경옥고 복용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칼럼최윤용 한의사(으뜸생약 대표)2025/10/01 14:29
  • [의학칼럼] “괄약근 기능 보존이 핵심” 치루 수술 시 중요 포인트는?

    [의학칼럼] “괄약근 기능 보존이 핵심” 치루 수술 시 중요 포인트는?

    치루는 항문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는 비정상적인 통로가 생기는 질환이다. 반복적으로 고름주머니를 형성해 항문 주위 농양을 발생시킬 수 있다. 초기에는 단순한 통증이나 분비물 발생 정도에 그쳐 여겨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기 쉽지만, 방치하면 만성적인 통증, 항문 주변 피부 손상,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치루 수술의 핵심은 재발을 막으면서도 항문 괄약근의 기능을 보존하는 것이다. 치료 과정에서 괄약근이 손상되면 변실금 같은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어 반드시 경험 많은 전문의에게 수술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치루는 주로 항문샘이 세균에 감염되면서 발생한다. 감염이 진행돼 농양이 형성되면 항문 내부에서 고름이 빠져나가기 위한 길을 만들게 되고, 이것이 만성적으로 지속되면서 치루가 된다. 주요 증상은 항문 주위 통증, 분비물 배출, 항문 주위 피부 자극, 반복적인 농양 발생 등이 있으며, 심한 경우 미열이나 전신 피로를 동반하기도 한다.치루는 약물 치료만으로는 완치가 어렵기 때문에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며, 치루의 형태와 위치, 괄약근 침범 정도에 따라 수술 방법이 달라진다.단순한 형태의 치루에서는 치루관을 절개해 개방한 뒤 자연스럽게 아물도록 하는 방식이 주로 사용된다. 그러나 치루가 괄약근을 깊게 통과하는 경우에는 항문 기능을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경우 치루길의 일부만 절개하고, 절개하지 않은 치루길에는 실을 걸어두어 점진적으로 치유를 유도하는 세톤법(Seton technique)이 활용된다.복잡하거나 재발성 치루의 경우에도 세톤법을 시행할 수 있으며, 치루관만 제거한 뒤 주변 조직으로 덮어주는 봉합술, 또는 치루길이 단단하게 굳은 경우에 치루길을 묶어 염증이 더 이상 안쪽으로 퍼지지 못하게 차단하는 수술법이 적용되기도 한다.환자의 상태와 치루의 형태에 따라 최적의 수술법을 선택하는 것이 재발 방지와 괄약근 기능 보존 모두에 중요하다.실제로 40대 남성 A씨는 몇 달 전부터 항문 주위에 통증과 분비물이 반복적으로 생겼지만, 단순 치질 증상으로 여기고 치료를 미뤘다. 그러나 증상이 점차 심해지면서 농양이 재발했고, 결국 전문병원을 찾아 정밀검사 끝에 치루 진단을 받았다. A씨는 괄약근 기능 손상을 최소화하는 세톤설치술을 통해 수술을 받았으며, 현재는 통증 없이 정상적인 배변이 가능하고 일상생활에도 불편함이 없는 상태다.치루를 치질이나 단순 피부질환으로 생각하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치루는 자연적으로 호전되지 않고, 오히려 만성화되면 수술 범위가 넓어질 수 있으므로 조기 진단과 치료가 필수다.무엇보다 치루의 정확한 진단을 통해 환자 맞춤형 치료법을 선택하고 괄약근 기능을 보존하는 안전한 수술을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이 칼럼은 한솔병원 대장항문외과 정규영 진료부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한솔병원 대장항문외과 정규영 진료부원장2025/10/01 11:40
  • 삶이 불행하게만 느껴질 때, 당장 시작해야 할 것은…

    삶이 불행하게만 느껴질 때, 당장 시작해야 할 것은…

    누구나 마음의 병을 겪을 수 있지만 쉽게 털어놓기 힘들고 때론 스스로 인정하는 것도 어려움을 겪는다. 헬스조선은 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강준 교수의 칼럼을 연재해 ‘읽으면서 치유되는 마음의 의학’을 독자와 나누려 한다. 정신건강 문제를 풀어내고 치유와 회복의 길을 제시한다.(편집자주)진료실 문이 열리고 중년 여성 한 분이 지친 발걸음으로 들어왔다. 자리에 앉자마자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선생님은 저처럼 불행한 사람을 보신 적이 있나요?”진료 중 종종 듣게 되는 말이지만 예상치 못한 첫마디에 잠시 당황스러웠다. 그녀는 이내 자신의 인생을 숨 돌릴 틈 없이 풀어놓기 시작했다.“결혼하고 애들 뒷바라지만 하다가 암에 걸렸고 간신히 치료를 마쳐 이제 좀 살 만하니 이번엔 남편이 실직했어요. 시댁이고 본가고 도와주는 사람 하나 없고 생활비에 치료비까지 전부 제가 감당해야 해요. 제 인생이 정말 지긋지긋해요.”그녀의 억울하고 딱한 사정에는 충분히 공감이 되었다. 그러나 말투에는 분노가, 목소리에는 짜증이 가득 배어 있어 대화를 이어가기가 쉽지 않았다. 짧은 면담 시간이었음에도 그녀의 말에서는 날카로움이 느껴졌고 가족 간의 대화나 관계도 원만하지 않았을 것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얼마나 큰 고통이 그녀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마음이 아팠다.비슷한 환자들이 몇 있다. 진료실에 들어오는 환자에게 “지난 한 달 동안 잘 지내셨어요?” 하고 인사를 건네면, 대부분은 일단 “네.”라고 답하고 말을 이어간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정색을 하며 “아뇨.”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그리고는 지난 한 달 동안 얼마나 괴롭고 힘든 시간을 보냈는지를 설명한다.드물게는 증상이 호전되었음에도 같은 이야기가 수년간 반복되는 경우가 있다. “우울감이나 짜증이 조금이라도 나아지진 않으셨어요?”“네. 조금도.”객관적으로 증상이 호전되었더라도 본인의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이건 단순히 우울증 약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만약 외부 환경을 바꾸기 어렵다면 그 환경을 대하는 자신의 태도와 시선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현실을 받아들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주변 환경이 불행해서 우울증에 걸릴 수 있지만 그 불행을 받아들이는 방식과 해석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 누가 봐도 불행한 상황임에도 꿋꿋이 잘 견디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비교적 덜 심각한 상황임에도 극심한 괴로움을 호소하는 사람도 있다. 유감스럽게도 현실적인 문제들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경제적 어려움, 가족 간의 갈등, 직장 문제 등은 하루아침에 해결될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통제 불가능한 것은 수용하고 적응하면서 통제 가능한 것은 서서히 변화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자신을 받아들이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나아가 스스로 변화하기까지는 더욱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불행의 틀에서 벗어나려면 ‘받아들이는 수용’의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다음 단계에서는 그 틀 안에서 익숙해져 버린 사고방식과 행동 패턴을 수정해 나가야 한다.매일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작은 목표를 세우고 성취하는 게 큰 도움이 된다. 작은 변화의 승리감을 느낀다면 언젠가 달라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변화는 느리겠지만 멈추지 않는다면 불행에서 분명히 벗어날 수 있다.
    칼럼기고자=이강준 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대한인지중재치료학회·한국정신신체의학회 이사장)2025/10/01 07:30
  • 이 시간에 깨 있는 당신, 탈모 아닌가요?

    이 시간에 깨 있는 당신, 탈모 아닌가요?

    우리 사회에서 밤늦게까지 깨어 있는 생활은 이제 낯설지 않다. 스마트폰, OTT, 야근과 모임까지 다양한 이유로 수면 시간이 점점 늦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런 생활 패턴이 단순히 피로와 집중력 저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머리카락 건강에도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최근 연구는 ‘올빼미형 생활’과 탈모 사이의 연관성을 분명하게 보여주었다.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저녁형 생활습관은 안드로겐성 탈모(AGA)의 독립적인 위험 요인으로 확인됐다. 특히 중증 탈모 환자는 심장 박동의 하루 리듬이 정상보다 늦게 정점을 찍었고, 모발 성장에 중요한 시계 유전자(PER3)의 활동도 저하돼 있었다. 쉽게 말해, 몸의 시계가 늦춰진 만큼 머리카락 성장 리듬도 함께 뒤로 밀려나 있었다는 뜻이다.머리카락에도 시계가 있다는 사실은 다소 의외일 수 있다. 하지만 모낭은 자라고 쉬고 빠지는 주기를 조율하는 자체적인 생체 시계를 가지고 있다. 동물 실험에서는 아침 시간대에 모낭 세포 분열이 가장 활발하며, 같은 자극을 받더라도 아침에 노출된 모발이 저녁보다 더 쉽게 손상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즉, 생체 시계는 모발 성장과 손실 모두에 영향을 주는 핵심 요소다.수면과 탈모의 연관성은 이미 다양한 연구에서 지적됐다. 탈모 환자들이 수면의 질 저하를 더 자주 호소하며, 원형탈모 환자에서도 불면증이나 수면 무호흡 같은 문제가 흔하게 나타난다. 수면 장애와 스트레스, 면역체계의 교란은 서로 연결되어 결국 머리카락 건강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남긴다.세대별로 살펴보면, 젊은 층은 주로 스마트폰, 게임, OTT 시청 등으로 인해 수면 시간이 늦어지고, 아침에는 학교나 직장 일정 때문에 충분히 자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생체 시계가 반복적으로 뒤로 밀리고, 낮 동안 집중력 저하와 함께 두피 피로감도 높아진다. 실제로 20~30대 환자 중에는 ‘밤에는 정신이 맑은데 낮에는 늘 피곤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이런 생활 패턴이 장기화되면 머리카락의 성장 리듬이 깨져 탈모 위험이 커진다.반면 중년 이후에는 다른 방식으로 생체 시계가 흔들린다. 나이가 들수록 깊은 잠이 줄고, 새벽에 자주 깨거나 아침 일찍 눈을 뜨는 현상이 흔하다. 여기에 직장에서의 책임, 가정 내 스트레스, 건강 문제 등이 겹치면서 수면의 질이 떨어지고, 이는 곧 두피 혈류와 모낭 건강에도 영향을 준다. 40~50대 환자들 가운데 “예전보다 머리가 잘 빠진다”고 호소하는 경우 상당수가 만성적인 수면 부족이나 얕은 수면 문제를 함께 겪고 있었다.생활 환경 역시 수면과 모발 건강에 큰 변화를 준다. 가정 내 조명이 늦은 밤까지 밝게 켜져 있거나, 침실에서 TV와 스마트폰을 오래 사용하는 습관은 몸의 시계를 늦추는 주된 원인이다. 특히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블루라이트는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해 쉽게 잠들지 못하게 만들고, 결국 수면 리듬이 무너져 머리카락 건강까지 악영향을 미친다. 이 문제는 젊은 세대뿐 아니라 중년층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며, 장시간의 야간 근무나 늦은 술자리 문화와도 깊이 연결돼 있다.가족 단위에서도 이 문제는 중요하다. 부모가 늦게 자면 자녀 역시 늦게 자는 습관을 따라 하기 쉽고, 이는 세대 전반의 건강 문제로 이어진다. 자녀의 수면 부족은 성장에 직접적인 해가 되며, 부모의 수면 부족은 탈모뿐 아니라 심혈관 질환, 당뇨 등 만성질환의 위험을 높인다. 결국 수면 습관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가정 전체의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라 할 수 있다.최근에는 스마트워치 같은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수면 패턴과 심박 리듬을 기록해 개인의 생체 시계가 정상보다 앞서 있는지, 늦춰져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수 주간 데이터를 모아 확인해보면 생활 습관 교정이 필요한 시점을 객관적으로 알 수 있고, 실제 교정 의지를 높이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이러한 디지털 도구는 특히 규칙적인 생활이 어려운 중장년층에게 현실적인 가이드라인을 제공할 수 있다.늦게 자는 습관은 단순한 생활 패턴의 문제가 아니다. 모낭 속 작은 시계에까지 영향을 미쳐 머리카락의 재생력과 성장력을 떨어뜨린다. 탈모는 유전과 호르몬만의 문제가 아니라 생활 습관과 깊이 맞물린 질환이다. 우리가 언제 자고 언제 깨어나는가, 어떤 빛을 쬐고 어떤 생활 리듬을 유지하는가는 머리카락의 운명을 바꾸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잠드는 시간을 조금만 앞당기는 노력, 규칙적인 생활을 지키려는 작은 습관이 탈모 예방과 치료의 큰 기반이 된다.
    칼럼김진오 뉴헤어성형외과 원장(대한성형외과의사회 공보이사·대한레이저피부모발학회 수석탈모분과위원장)2025/09/29 23:53
  • [의학칼럼] 망막박리, 실명 위험 높아 신속한 치료 필요

    [의학칼럼] 망막박리, 실명 위험 높아 신속한 치료 필요

    시야가 갑자기 가려지거나 눈앞에 번쩍임, 검은 점이 보인다면 단순한 피로나 노화가 아니라 시력을 위협하는 응급질환일 수 있다. 특히 망막박리의 신호일 가능성이 있어 검진을 빨리 받아보는 게 좋다.망막은 카메라의 필름처럼 눈의 핵심 역할을 하는 신경조직이다. 망막이 안구 벽에서 떨어져 나가면 빛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시야 일부가 차단되고, 치료 시기를 놓치면 실명으로 이어진다. 망막박리는 노화에 따른 유리체 변화가 가장 흔한 원인이다. 눈 속을 채우는 젤리 같은 유리체가 수축하며 망막을 잡아당겨 찢어짐을 만들고, 그 틈으로 액체가 스며들어 망막이 들뜨게 된다. 고도근시 환자나 눈 외상, 수술 이력, 가족력 역시 주요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증상은 비교적 분명하다. 눈앞에 벌레가 떠다니는 듯 보이는 비문증, 어두운 공간에서 번쩍이는 광시증, 시야 일부가 커튼처럼 가려지는 현상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많은 환자들이 이를 단순 노안이나 피로로 오해해 치료 시기를 놓친다. 문제는 망막박리가 시간이 지날수록 예후가 나빠지고, 망막이 떨어져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시력 회복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점이다. 따라서 작은 증상이라도 나타난다면 즉시 안과 검진을 받는 것이 안전하다.진단 과정에서는 산동제를 이용한 안저검사가 기본이다. 세극등 현미경과 특수 렌즈로 망막의 열공이나 박리 범위를 확인하고, 광각 안저 촬영이나 빛간섭단층촬영(OCT)으로 세밀한 분석을 더한다. 출혈이나 혼탁이 있을 경우 초음파 검사가 보조적으로 사용된다. 이렇게 다양한 검사를 종합해야 환자에게 적합한 치료 방향을 정할 수 있다.치료 방법은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망막이 단순히 찢어진 단계라면 레이저나 냉동 응고술로 추가 진행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이미 넓게 들떠 있다면 수술이 필요하다. 유리체절제술은 변성된 유리체를 제거하고 망막을 제자리에 붙이는 방식이며, 공막돌륭술은 눈 외부에서 실리콘 재질로 압박해 망막을 밀착시키는 방법이다. 경우에 따라 가스나 실리콘 오일을 안구 내에 주입해 망막을 안정시키기도 한다. 수술 이후에는 망막이 잘 안착했는지, 시력 회복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정기적인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망막박리는 흔한 질환은 아니지만, 한 번 발생하면 삶의 질을 크게 위협할 수 있는 무서운 질환이다. 하지만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히 치료하면 시력을 지킬 가능성은 충분하다. 고도근시 환자나 가족력이 있는 사람, 외상이나 수술 경험이 있는 환자는 특히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통해 작은 이상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환자 스스로 눈 건강에 관심을 가지고 작은 증상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실명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이 칼럼은 더원서울안과 허장원 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더원서울안과 허장원 원장2025/09/29 11:30
  • 계속 불안하고, 스스로가 의심될 때… ‘이렇게’ 말해보세요

    계속 불안하고, 스스로가 의심될 때… ‘이렇게’ 말해보세요

    우리의 마음은 마치 스포츠카와 같습니다. 원하는 곳 어디든 데려다줄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가끔은 길을 잃어 엉뚱한 방향으로 달려가기도 합니다. 그럴 때는 ‘마음의 브레이크’를 밟아야 합니다. 문제는 이 브레이크가 어디 있는지 잘 모른다는 겁니다. 대신 우리는 가속 페달을 더 세게 밟고, 핸들을 마구 돌리면서 상황을 더 악화시키곤 합니다. 종잡을 수 없는 마음은 결국 불안과 자기 의심으로 가득 찹니다.마음의 브레이크는 특별한 생각 방식을 말합니다. 이를 설명하기에 앞서 저의 생각 방식에 대해 고백하겠습니다. 저는 불안한 일들이 떠오르면, 그것을 기억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불안해지면 “난 불안하지 않아”라고 되뇌며 불안을 밀쳐내려 합니다. 저를 힘들게 하는 생각과 감정들을 부정적인 것으로 여기고, 그것들을 억누르기 위해 노력합니다. 열심히 노력했지만 저를 못살게 구는 것들이 제 인생에서 말끔히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부정적인 생각은 인생을 사는 내내 또다시 나타납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요?생각하지 않으려는 노력, 큰 효과 없어독특한 게임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 게임을 하고 나면 무엇이 문제였는지 알게 될 것입니다.자, 지금부터 강아지에 대해 생각하지 마세요. 강아지 외에는 무엇이든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젤리발을 내밀며, 꼬리를 흔들고, 당신의 얼굴을 핥기 위해서 뛰어오르는 작고 귀여운 강아지에 대한 생각이 떠오른다면, 이러한 생각들을 밀쳐내세요. 강아지를 떠올리는 건 해로운 일입니다. 제발 강아지에 대해 생각하지 마세요.​ 마음처럼 쉽지 않다면, 강아지 대신 모자를 생각해보세요.어떤 모자가 떠오르시나요? 캡 모자, 챙이 크고 우아한 모자, 길쭉한 마술사 모자가 떠오르시나요? 모자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이 순간에는, 강아지가 생각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강아지에 대해 생각하지 말라는 이상한 게임에서 이 정도면 성공적인 결과를 거둔 것 같습니다. 스스로의 생각을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정말 지운게 맞을까요? ▲검은색-흰색 ▲더움–추움 ▲모자–(  ), 비어있는 괄호를 보면 어떤 단어가 떠오르시나요? 강아지를 머리속에서 말끔히 지우는 데 정말 성공하셨나요?이러한 현상은 머릿속에서 순식간에 일어납니다. 하나를 배우고, 또 다른 하나를 유도하게 되면, 새로운 관계로 구성된 하나의 세트가 머릿속 네트워크에 들어옵니다. ‘A는 B가 아니다’라고 해서 A가 B와 관련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반대’도 관계이고, ‘다름’도 관계입니다. 이러한 관계 구성을 통해 네트워크는 더욱 커집니다. 특정 생각을 떠올리지 않으려고 하면, 머리릿속에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관계를 만들어내기에, 그 생각은 더 떠오르니다. 이것이 강아지를 떠올리지 않는 것이 불가능한 이유입니다.​많은 사람이 머릿속에 ‘삭제’ 버튼이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삭제 버튼은 없습니다. 삭제한 것처럼 느껴진다면, 이는 생각과 감정을 애써 억제하고 있는 것뿐입니다. 생각을 통제하려는 노력은 완전히 헛수고인 셈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원치 않는 생각이나 기억을 억제하기 위해 오늘도 고군분투합니다. 스포츠카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알아차리지도 못한 채, 가속페달을 밟고, 핸들을 있는 힘껏 좌우로 돌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자꾸만 더 불안해지고, 염려하고, 스스로를 의심하게 됩니다. 바로 이때가 ‘마음의 브레이크’가 필요한 순간입니다.불안과 자기 의심에서 벗어나는 방법불안과 자기 의심에서 벗어나는 세 가지 방법을 소개하겠습니다.첫 번째, 마음에 이름을 붙이는 방법입니다. 마음에 ‘명수’라는 이름을 붙여보겠습니다. 마음에게 이름을 붙였기 때문에, 이제 마음은 나와 다른 존재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거리를 두고 명수의 말을 듣고, 명수가 중얼거리는 것을 지켜봅니다. 명수는 좋은 조언을 해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나쁜 조언을 건네기도 합니다. 명수의 말에 따라 행동할지 말지는 내가 선택할 수 있습니다. 나는 명수와 논쟁할 필요가 없고, 명수가 나에게 말을 걸지 못하게 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알았어. 고마워 명수야. 또 할 말 있어?” 라고 답하면 그만입니다. 명수라는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재석이” “카리나” “마음씨” 등 무엇이든 괜찮습니다. 마음에 이름을 붙이면, 불안과 자기 의심이 떠오를 때, 그 생각과 분리될 수 있습니다. 그 생각들은 마음이 나에게 말하는 것일 뿐이기 때문에, 마음이 하는 말을 따라야 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입니다. 그냥 말하도록 두면 됩니다. 이것이 브레이크를 작동시키는 첫 번째 방법입니다.두 번째, 마음은 하늘로, 생각은 구름으로 만드는 방법입니다. 마음이라는 큰 하늘 아래, 불안이라는 감정과 자기 의심이라는 생각이 각각 하나의 구름이 돼 떠다닙니다. 하늘 위에 떠다니는 구름을 쳐다본다고 생각해봅니다. 내가 구름이 빨리 지나가기를 원한다고 해서 구름은 빨리 지나가지 않습니다. 우리가 구름을 조종할 수 없습니다. 마음의 구름도 같습니다. 그저 구름들과 거리를 둔 채 호기심 어린 눈으로 구름들을 바라봅니다. 구름을 자세히 살피다 보면 날개 같기도 하고, 고양이 같기도 한 의외의 면을 발견을 하게 됩니다. 감정과 생각이라는 구름도 우리가 그저 바라보면 예상치 못한 발견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또 다른 생각이 떠오다면, 새로운 생각 구름을 하나 더 띄웁니다. 구름을 조종하려는 마음을 내려두고, 감정과 생각의 구름이 두둥실 날아가는 ‘과정’을 지켜보려고 노력할 때, 마음의 브레이크가 작동됩니다.세 번째, ‘지금 너무 불안해서 이건 못할 것 같아’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자신에 대해 낙담하고 있다면, 만화 캐릭터 목소리로 그 생각을 말해봅니다. 예를 들면, 미니언즈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그 생각이 들린다고 상상해봅니다. 상상이 잘 안된다면, 엉뚱하고 짓궂은 미니언즈의 목소리를 흉내 내 “지금 너무 불안해서 이건 못할 것 같아”라고 직접 말해봅니다. 평소와 다르게 느껴지지 않으신가요? 누군가의 마음을 조롱하려는 게 아닙니다. 지금 떠오르는 생각은 마음의 목소리가 말하는 것일 뿐이라는 것을 상기시키고자 했습니다. 마음과 나 사이에 공간을 만들어, 분리시켜보는 겁니다. 이렇게 마음의 브레이크를 작동시켜 마음의 속도를 늦출 수 있습니다.불안 그대로 두고, 가치 있는 일 더해보기  마음의 브레이크는 ‘있는 그대로 두는 것’입니다. 불안과 자기 의심이 떠오를 때, 굳이 그 생각들을 제거하지 않아도 됨을 아는 것입니다. 부정적인 감정들이 나타났음을 알아차리고, 그 감정들이 머무를 수 있을만한 마음속 공간을 마련합니다. 그리고 감정들을 있는 그대로 그 공간에 머물게 합니다. 스스로에게 친절하면서도 연민 어린 태도를 취하고, 냉정한 호기심으로 마음을 관찰합니다. 마음이 나를 잘못된 방향으로 밀어붙인다고 여겨지면, 그때 마음의 브레이크를 밟습니다. 이 방법은 불안과 자기 의심으로 괴로워하는 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됩니다.그럼 브레이크를 밟고 난 후에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마음속 계산기에는 뺄셈이 없기에, 덧셈을 해야 합니다. 자신에게 가치 있는 것들을 덧셈해야 합니다. 스스로에게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발견하고, 가치의 방향에 다가가는 행위들을 자신의 삶에 더할 때, 우리는 보다 활력 있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우리가 어떤 노력을 하더라도, 인생에서 불안과 자기 의심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이 나타났을 때 마음의 브레이크를 통해 생각이 작동하는 방식을 바꿀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선택권이 있습니다. 마음의 브레이크를 밟고, 그 생각들이 나의 삶에 큰 영향을 주지 않게 할 수 있습니다. 멈춘 다음, 나에게 보다 가치 있는 것을 선택하면 됩니다.마음의 브레이크를 작동시키는 연습이 잘 이뤄진다면, 어느새 불안과 자기 의심에서 벗어나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입니다.[본 자살 예방 캠페인은 보건복지부 및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대한정신건강재단·헬스조선이 함께합니다.]
    칼럼이상헌 마인드웰병원 진료과장2025/09/28 21:02
  • [의학칼럼] 40~50대 찾아온 시력 변화, 노안 아닌 ‘백내장’일 수도

    [의학칼럼] 40~50대 찾아온 시력 변화, 노안 아닌 ‘백내장’일 수도

    40~50대는 눈의 노화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시기다. 가까운 글씨가 잘 보이지 않거나, 밤 운전에서 불빛이 번져 시야가 흐려지는 경험을 하는 경우가 많다. 흔히 노안으로만 생각하기 쉽지만, 이 시기에는 백내장이 동시에 진행되기도 해 정확한 감별이 필요하다.노안은 수정체의 탄력이 줄어 가까운 거리에 초점을 맞추기 어려워지는 변화를 말한다. 반대로 백내장은 수정체가 혼탁해지면서 빛이 고르게 투과되지 않아 시야 전체가 뿌옇게 흐려지고, 빛 번짐과 눈부심이 심해지는 질환이다. 둘은 원인과 기전이 다르지만, 비슷한 연령대에 겹쳐 나타나기 때문에 증상만으로는 쉽게 구분되지 않는다. 여기에 안구건조나 장시간의 디지털 기기 사용으로 인한 시력 피로가 겹치면 진단이 더 어려워지므로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이 시기 시력 변화는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기능적 문제로 이어진다. 노안은 단순히 글씨가 잘 안 보이는 문제를 넘어 눈이 쉽게 피로해지고. 두통, 어지럼증 등을 유발할 수 있다. 백내장은 대비감 저하와 빛 번짐 때문에 낮에는 밝은 빛에 민감해지고, 밤에는 시야가 뿌옇게 보여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특히 운전이나 정밀한 작업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사고 위험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40~50대 시력 저하는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으로만 치부하기보다는, 일상 기능과 삶의 질을 지키기 위해 관리해야 하는 건강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백내장은 초기에는 생활 습관 관리와 정기 검진으로 경과를 관찰할 수 있으나, 혼탁이 진행해 일상에 뚜렷한 지장을 주는 단계라면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수술은 혼탁해진 수정체를 제거하고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며, 단초점 렌즈와 난시 교정용, 다초점 인공수정체 등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 특히 다초점 인공수정체는 혼탁해진 수정체를 제거하면서 동시에 원거리와 근거리 초점을 모두 보완할 수 있어, 백내장 수술과 노안 교정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활용된다. 다만 개인의 눈 구조나 생활 습관, 야간 활동 여부에 따라 적합성이 달라지므로, 충분한 상담과 검사를 거쳐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치료와 관리의 방향을 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핵심은 조기 진단이다. 눈의 변화를 정확히 파악하고 적절한 시점에 대응하는 것이 장기적인 시력 보호로 이어진다. 따라서 사소한 변화라도 무심히 넘기지 않고 정기적인 검진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야간 빛 번짐이 빠르게 심해지는 경우 ▲한쪽 눈만 시야 흐림이 두드러지는 경우 ▲당뇨병이나 스테로이드 사용 이력이 있는 경우에는 단순한 노안이 아니라 백내장이나 다른 안과 질환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조기 검진이 권장된다.노안과 백내장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노화 과정의 일부다. 그러나 그 진행 속도와 불편의 정도는 개인의 관리와 대응에 따라 달라진다. 초기 변화를 놓치지 않고 정확한 진단과 생활 관리, 적절한 치료를 이어간다면, 40~50대 이후에도 안정적이고 선명한 시력을 유지할 수 있다.(*이 칼럼은 천안김안과 천안역본점 정도현 대표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천안김안과 천안역본점 정도현 대표원장2025/09/25 14:14
  • [의학칼럼] 추석 지낸 후 허리통증, 쳑추협착증일 수도… 2주 이상 지속되면 검사받아야

    [의학칼럼] 추석 지낸 후 허리통증, 쳑추협착증일 수도… 2주 이상 지속되면 검사받아야

    추석 연휴가 끝나면 병원을 찾는 환자가 크게 늘어난다. 장거리 운전, 벌초, 무거운 제수용품 장보기, 제사 준비와 같은 고된 노동이 척추와 관절에 큰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이를 ‘추석 명절증후군’이라고 부르지만, 단순한 근육 피로가 아니라 허리디스크(추간판 탈출증)나 척추관협착증 같은 척추질환이 원인인 경우도 적지 않아 주의가 필요하다.명절증후군은 주로 근육의 긴장과 피로에서 비롯된다. 장시간 반복된 가사 노동이나 운전으로 근육이 뭉치면 뻐근함이나 당김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대체로 며칠간 충분히 쉬면 회복된다. 그러나 척추질환은 양상이 다르다. 허리디스크는 허리 통증뿐 아니라 다리 저림, 감각 둔화, 힘 빠짐이 동반되며, 척추관협착증은 조금만 걸어도 다리가 저려 쉬어야 다시 걸을 수 있는 ‘간헐적 파행’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10분만 걸어도 종아리가 터질 듯 아파 잠시 주저앉아야 하는 경우’는 단순 근육통이 아닌 협착증 신호일 가능성이 크다.추석 연휴 이후 척추질환이 심해지는 이유는 생활 패턴의 변화에 있다. 제사 음식을 준비하면서 허리를 오래 숙이거나 쪼그려 앉는 자세, 무거운 상차림을 옮기는 행동, 벌초에서의 반복된 허리 굽힘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장거리 귀성·귀경길 운전까지 겹치면 척추에 과도한 압력이 쌓인다. 이는 마치 낡은 고무줄을 반복해서 당기다 결국 끊어지는 것과 같다. 평소 잠복해 있던 디스크나 협착증이 이 시기에 갑자기 악화되는 이유다.만약 2주 이상 휴식으로도 통증이 가라앉지 않거나 다리 저림·감각 둔화·근력 약화 같은 신경 증상이 나타난다면 신경외과 전문의를 찾아 정밀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치료는 단계적으로 접근한다. 우선 약물치료, 물리치료, 도수치료와 같은 보존적 치료가 기본이다. 하지만 증상이 지속되면 신경차단술, 고주파 시술, 신경성형술 같은 비수술적 치료가 효과적이다. 일부 환자는 수술이 불가피할 수 있다. 다리가 심하게 마비되거나 대소변 기능 이상이 생기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때도 최근에는 척추내시경 같은 최소절개 수술이 널리 시행되고 있다. 약 5mm~1cm 정도의 작은 절개로 병변 부위를 직접 확인해 치료하는 방식으로, 회복이 빠르고 전신마취가 필요 없어 고령 환자도 비교적 안전하게 받을 수 있다.다수의 전문가들은 추석 전후 척추 건강을 지키기 위한 생활습관도 강조한다. ▲무거운 물건은 나누어 옮기고 ▲부득이하게 한 번에 들어야 한다면 허리를 굽히지 말고 무릎을 굽혀 하체의 힘으로 들어야 한다. ▲장시간 운전 시에는 최소 한 시간마다 휴식을 취하며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좋다. ▲제사 준비 중에는 쪼그려 앉는 대신 식탁이나 작업대를 활용해 앉아서 조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엇보다 명절 노동을 한 사람이 모두 감당하지 않고 가족이 함께 나누는 것이 척추 건강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이 칼럼은 참포도나무병원 최고 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참포도나무병원 최고 원장2025/09/24 11:41
  • [의학칼럼] 얇은 각막·고도근시 환자의 새로운 대안, ‘ICL 렌즈삽입술’ 주목

    [의학칼럼] 얇은 각막·고도근시 환자의 새로운 대안, ‘ICL 렌즈삽입술’ 주목

    라식이나 라섹은 대중적인 시력교정술로 자리 잡았지만, 모든 사람에게 적용 가능한 것은 아니다. 각막이 얇거나 고도근시·난시가 심한 경우, 각막을 절삭하는 과정 자체가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번 깎아낸 각막은 다시 되돌릴 수 없다는 점 또한 수술을 고민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며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는 것이 바로 ‘ICL 렌즈삽입술’이다.ICL 렌즈삽입술은 각막을 절삭하는 대신, 홍채와 수정체 사이 공간에 특수 제작된 렌즈를 삽입해 시력을 교정하는 방식이다.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는 수정체를 그대로 보존하기 때문에 눈의 구조적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가장 큰 특징은 ‘가역성’에 있다. 수술 후 다른 안질환 치료가 필요할 경우, 삽입했던 렌즈를 제거하거나 교체해 수술 이전의 눈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 이는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노안이나 백내장과 같은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어, 장기적인 눈 건강 관리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EVO+ ICL 렌즈에 사용되는 ‘콜라머(Collamer)’는 인체 친화성이 매우 뛰어난 소재로, 눈 속에서 염증 반응 없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자외선 차단 기능을 포함하고 있으며, 고도근시와 난시까지 넓은 범위의 시력 교정이 가능하다. 특히, 각막을 건드리지 않아 안구건조증이 심한 환자에게도 적합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성공적인 ICL 수술은 정교한 사전 검사에서 시작된다. 환자마다 다른 전방 깊이, 각막 내피세포 수, 동공 크기 등을 다각도로 측정하고,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의 눈에 정확히 맞는 렌즈 크기와 도수를 결정해야 한다. 미세한 오차도 시력의 질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개인별 맞춤 설계 과정은 수술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단계라 할 수 있다.수술은 국소마취 후 각막윤부에 미세한 절개창을 내어 렌즈를 삽입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각막의 가장자리인 각막 윤부는 혈관이 풍부하여 상처 치유 세포의 공급이 원활한 곳으로, 이곳의 미세 절개창은 수술 후 특별한 봉합 없이도 하루 이틀 내에 자연적으로 빠르게 아물게 된다. 수술 시간도 10분 내외로 비교적 짧다.하지만 안정적인 결과를 오래 유지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사후관리가 필수적이다.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통해 삽입된 렌즈가 제 위치에 잘 유지되는지, 안압에 변화는 없는지 등을 꾸준히 확인해야 한다. 숙련된 의료진의 체계적인 관리가 동반될 때, ICL 렌즈삽입술은 시력 개선을 넘어 장기적인 눈 건강까지 지키는 효과적인 솔루션이 될 수 있다.시력교정을 고민하고 있다면 현재의 불편함 해소를 넘어, 미래의 눈 건강 변화까지 고려하는 현명한 선택이 필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각막을 보존하며 안정성을 갖춘 ICL 렌즈삽입술은 중요한 선택지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이 칼럼은 닥터아이씨엘(ICL)안과 이동훈 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닥터아이씨엘(ICL)안과 이동훈 원장2025/09/24 11:18
  • [의학칼럼] 척추분리증으로 시작되는 척추전방전위증, 조기 검진으로 잡아내야

    [의학칼럼] 척추분리증으로 시작되는 척추전방전위증, 조기 검진으로 잡아내야

    허리 통증은 일상에서 흔히 겪을 수 있는 증상이지만, 반복되거나 악화되면 단순 근육통이 아닌 척추 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특히 척추분리증은 증상이 가벼워 초기에 놓치기 쉽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척추전방전위증으로 진행되는 특성이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척추분리증은 척추의 뒤쪽 관절 사이, 즉 협부(두 개의 큰 부분 사이에서 있는 좁은 부위)가 금이 가거나 끊어져 척추체가 제 위치를 유지하지 못하는 상태다. 선천적인 요인으로 발생하기도 하지만, 성장기 청소년의 격한 운동이나 반복적인 허리 사용으로 인해 후천적으로 생기기도 한다. 초기에는 특별한 불편이 없어 단순 요통으로 오인하기 쉽다.그러나 척추분리증이 방치되면 척추체가 점차 앞으로 밀려나오는 척추전방전위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척추전방전위증은 척추체가 정상적인 정렬을 잃고 이동하면서 신경을 압박하게 되며, 이로 인해 다양한 증상이 발생한다. 척추분리증이 원인이 돼 발생하는 대표적인 합병증이라는 점에서 조기 발견의 중요성이 크다.척추전방전위증의 증상은 허리 통증에서 시작해 엉덩이와 다리까지 이어지는 방사통으로 확대되기도 한다. 신경이 눌리면 다리 저림, 근력 저하, 감각 둔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심할 경우 보행 장애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단순한 허리 통증이 점차 신경학적 증상으로 확대되는 과정은 환자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치료 방법은 질환의 단계와 증상에 따라 달라진다. 척추분리증 단계에서는 약물치료나 물리치료, 운동치료 등 보존적 방법이 우선 적용된다. 하지만 척추전방전위증으로 진행되고 신경 증상이 두드러지면, 신경 감압술이나 척추 고정술과 같은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진행 정도에 따라 치료 방향이 크게 달라지는 만큼, 적절한 시기에 검진과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척추분리증은 가벼운 요통 정도로만 인식돼 병원을 찾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를 방치할 경우 척추전방전위증으로 이어져 더 큰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 반복적인 허리 통증이 나타난다면 조기 진단을 통해 진행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이 칼럼은 일산 포인트병원 백상훈 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일산 포인트병원 백상훈 원장2025/09/23 15:37
  • 번아웃 상태인가요? 무조건 버티기보다 ‘이것’이 더 중요합니다

    번아웃 상태인가요? 무조건 버티기보다 ‘이것’이 더 중요합니다

    요즘 정말 많은 사람에게서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일은 손에 잘 잡히지 않고, 사소한 일에도 짜증이 나며, 계속해서 무력감이 든다고 합니다. 흔히들 이걸 스트레스라 표현하지만, 사실은 이미 번아웃이나 깊은 좌절감 속에 있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우리 삶에는 늘 크고 작은 스트레스가 존재합니다. 중요한 시험, 직장에서의 업무 로딩, 인간관계의 갈등 등 스트레스의 원인은 끝이 없습니다. 그러나 스트레스 자체가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닙니다. 일정 수준의 스트레스는 오히려 집중력을 높이고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문제는 스트레스와 긴장이 지속적이고 압도적인 수준으로 이어질 때입니다. 마치 핸드폰 배터리가 계속 방전 상태로 유지되면 성능이 떨어지고 느려지다가 결국 꺼지듯, 우리의 마음도 충전의 시간을 갖지 못하면 쉽게 지쳐버립니다. 이것이 바로 ‘번아웃(Burnout)’입니다.정신과 의사인 저 역시, 환자를 돌보던 과정에서 큰 상실감을 겪은 후 한동안 마음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경험을 했습니다. 전문가라 해서 예외가 아님을 절실히 느꼈고, 그 경험은 제게 번아웃이 단순히 피로나 게으름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보편적 현상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줬습니다.번아웃은 단순한 피로와 다릅니다. 아무리 쉬어도 회복되지 않는 피로감과 의욕 상실, 일이나 사람에 대한 흥미 저하, 성과가 없다는 무력감이 대표적인 번아웃 신호입니다. 이를 무시하고 오래 방치하면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자신의 상태를 일찍 알아차리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스트레스가 길어지면 몸은 코르티솔(Cortisol)이라는 호르몬을 과도하게 분비합니다. 코르티솔은 원래 위기 상황에서 우리 몸을 지켜주는 호르몬이지만, 장기간 높게 유지되면 뇌의 기억과 감정을 조절하는 해마와 편도체에 악영향을 줍니다. 결국 불안과 우울을 더 쉽게 느끼는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또한 번아웃 상태에서는 뇌 보상회로도 둔화돼, 예전에는 기쁨을 주던 일도 더 이상 즐겁지 않게 됩니다. 그래서 번아웃은 단순히 마음의 문제가 아니라, 실제로 뇌와 신체의 기능 변화가 함께 일어나는 생물학적 현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그렇다면 우리는 번아웃 상태에서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까요? 무조건 버티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잠시 멈추고 스스로를 다시 세우는 힘입니다. 운동선수가 경기 후 호흡을 가다듬듯, 우리 삶에도 회복의 루틴이 필요합니다.하루 30분의 가벼운 걷기만으로도 스트레스 호르몬이 줄고 기분이 개선됩니다. 규칙적인 수면은 뇌의 회복력을 높여 감정을 안정시키며, 가까운 사람과의 대화는 사소해 보이는 말 한 마디라도 정서적 안전망으로 작용해 뇌와 마음을 동시에 진정시킵니다. 실제 연구에서도 사회적 지지가 높은 사람일수록 스트레스가 우울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된 바 있습니다.거창하지 않아도 됩니다. 일상에서 작은 것부터 실천하시면 됩니다. 먼저 다섯 가지를 추천합니다.△아침에 5분 스트레칭, 저녁에 짧은 산책 등 작은 루틴을 만들어 보세요.△불안이 몰려올 때는 4초 들이마시고, 6초 내쉬는 호흡을 해보세요. 몸과 마음이 서서히 진정됩니다.△오늘 해낸 일 한 가지를 기록해 작은 성취를 스스로 칭찬해 보세요.△잠들기 전 30분은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책이나 음악과 함께하는 디지털 휴식을 취해보세요.△가까운 이에게 안부를 전해 보세요. 사회적 연결은 스트레스 회복에 무엇보다 강력한 힘이 됩니다.살다 보면 누구나 실패와 좌절을 경험합니다. 중요한 것은 그 순간을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좌절을 ‘나는 부족하다’는 증거로 받아들이면 마음이 더 무겁지만, ‘새로운 방향을 찾으라는 신호’로 여기면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인지적 재구성’이라 부릅니다. 같은 사건을 다르게 바라보는 연습만으로도 정서적 부담이 크게 줄어듭니다.혹시 지금 마음이 지치고 무너져 있다면, 잠시 멈춰 호흡을 가다듬어 보세요. 가까운 사람에게 솔직하게 털어놓고, 필요하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셔도 됩니다. 마음을 열고 다가간다면, 의외로 곁에서 당신을 붙잡아줄 사람이 많습니다. 결국 우리는 늘 연결돼 있습니다.세상은 여전히 빠르게 변하고, 불확실성은 줄어들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회복하는 방법을 배울 때, 그 불확실성 속에서도 희망과 기회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본 자살 예방 캠페인은 보건복지부 및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대한정신건강재단·헬스조선이 함께합니다.]
    칼럼오상훈 의정부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2025/09/21 21:00
  • ‘자외선차단제 반대 운동’, 당신의 생각은?

    ‘자외선차단제 반대 운동’, 당신의 생각은?

    최근 몇 년간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 '자외선차단제 반대 운동'이라는 새로운 흐름이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자외선차단제를 바르는 것이 건강에 해롭거나 불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자연주의, 친환경 트렌드와 맞물려 선스크린 프리(sunscreen-free)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한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거나 왜곡된 경우가 많아, 과학적 데이터에 기반한 비판적 검토가 필요하다.자외선차단제 반대 운동, 그 논리는?자외선차단제 반대운동을 주장하면서 내세우는 주요 논리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 번째는 비타민D 결핍 문제이다. 자외선차단제를 매일 바르면 체내 비타민 D 합성이 억제되어 골다공증, 면역력 저하 등의 위험이 높아진다는 주장이다. 두 번째는 자외선차단을 하는 성분에 대한 불신인데 옥시벤존과 이산화티타늄과 같은 자외선 차단제 성분에 대한 불신에서 기인한다. 화학적 자외선차단 성분이 호르몬 교란물질로 작용하거나, 동물에서의 암 유발가능성, 산호초 파괴 등 해양 생태계에 악영향을 준다는 연구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독성 화학물질이라는 이미지가 형성되었다. 마지막으로 자연주의 건강론이 있는데 자외선노출 자체가 자연스러운 치유이며, 햇빛을 피하지 않고 받아들여야 신체 리듬과 정신 건강이 회복된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과도한 자외선 공포 마케팅이 화장품 산업과 제약회사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피부과 전문의로서 필자는 검버섯이나 점을 제거하기 위해 내원한 환자들에서 피부암을 진단하는 일이 드물지 않게 있기 때문에 피부암에 대한 예방이 반드시 필요하고 생각한다. 최근의 소셜 미디어에서 확산되고 있는 자외선차단제 반대 운동은 자외선차단제의 효능에 대한 혼란을 야기하고 있으며, 자외선차단제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장기적인 피부 건강을 증가시킨다고 주장하고 있어 놀람을 금치 못하는 상황인데, 그렇다면 자외선 차단제는 어떻게 작용하며, 어떤 성분이 들어 있을까? 자외선 차단제는 성분에 따라 자외선을 흡수하거나 반사시켜 피부를 보호해준다. 자외선 차단제의 성분은 화학적 자외선차단제와 물리적 자외선차단제 두 가지로 나뉜다. 화학적 자외선차단제는 아보벤존, 옥시벤존, 옥토크릴렌과 같은 성분이 주로 사용되며 자외선을 흡수하고 피부에 도달하기 전에 열로 변환시킴으로 자외선차단 효과를 보인다. 반면 물리적 자외선차단제는 산화아연이나 이산화티타늄 등이 주성분으로 자외선이 피부에 도달하면 반사시킴으로서 물리적으로 차단시켜준다.자외선 차단제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은 왜 존재할까?특정 화학 물질이 암을 유발하거나 체내에 과도하게 흡수된다는 연구 결과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기존의 건강 조언이나 규제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일상 생활용품의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자외선차단 성분 중 옥시벤존의 산화스트레스 유발 가능 및 발암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데 옥시벤존이 산화적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세포 DNA를 손상시킬 수 있다는 사실은 실험실 기반의 연구로 인체에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결론은 내지 않았고 쥐를 이용한 동물실험에서 간에 변화를 일으킨 사례가 보고된 적은 있지만 이 역시 사람에서의 발암가능성은 여전히 추가 연구가 필요한 상태이다. 아직까지는 국제적 규제에서 발암가능성에 대한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으로 1970년대부터 이미 오랜기간 사용되어 왔기 때문에 지금쯤이면 유해성을 알아냈을 것이지만 아직까지 관련 보고가 없으므로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사용이 꺼려진다면 이외의 다른 성분이 들어있는 자외선차단제를 선택하면 된다.피부과전문의의 자외선차단제에 대한 의견은?미국 암 협회에 따르면, 피부암은 가장 흔한 암 중 하나로 자외선차단제의 사용이 가장 효과적인 예방 수단 중 하나이다. 또한 자외선차단제가 피부암 위험 감소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십 년간의 데이터가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에 대한 근거로 2011년도에 발표된 호주에서 진행된 무작위 대조 시험 연구결과 약 10년 동안 1600명 이상의 참가자를 관찰했는데 매일 자외선 차단제를 사용한 사람들은 가끔 사용한 사람들에 비해 흑색종 발병률이 낮았다. 또 2013년도에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노르웨이에서 14만명 이상의 여성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전향적 코호트 연구로, 자외선 차단제 SPF 15 이상의 사용이 흑색종 발병 위험을 얼마나 낮출 수 있는지를 분석한 연구가 있었는데, 연구 결과, SPF 15 이상의 자외선차단제를 사용한 사람들이 SPF 15 미만을 사용하거나 전혀 사용하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흑색종 발병 위험이 33% 낮았다는 결과를 도출했다.피부과전문의들은 흐린 날에도 SPF 30 이상의 광범위 자외선 차단제를 매일 사용할 것을 권장한다. 자외선차단제는 세분화된 다양한 제품들이 많기 때문에 따거움이 있다면 따거움 유발을 적게 하는 제품으로, 번들거려 싫다면 기름지지 않은 제품을 선택하여 바를 수 있으므로 개개인의 피부상태에 맞는 제품을 찾아 사용하길 권한다.자외선차단제 반대 운동의 허점자외선차단제 반대 운동에는 다수의 과학적 허점이 존재한다. 자외선차단제를 사용하기 때문에 비타민 D 결핍이 될 수 있다는 논란은 그렇지 않음을 발표한 다수의 연구가 있다. 미국피부과학회(AAD)와 유럽피부과학회(EADV) 모두 비타민 D 수치는 균형 잡힌 식이와 보충제를 통해 충분히 보완 가능하다고 강조하며 피부암과 광노화의 위험성을 고려할 때, 자외선에 무제한 노출이 오히려 위험하다고 한 목소리를 낸다. 또한 하루 몇 분만 햇빛을 쬐어도 필요한 비타민 D 합성이 가능하다. 한국에서 건강한 성인은 봄, 여름, 가을에는 하루 10~20분 정도 팔·다리를 햇빛에 노출하면 필요한 비타민D를 합성할 수 있고, 겨울철에는 자외선 세기가 약해 부족할 수 있으므로 식이, 보충제를 병행하는 것이 권장된다. 일부 화학적 자외선 차단 성분에 대해 환경적·호르몬 교란 가능성, 동물 실험에서의 변화를 일으킨 사례가 제기된 것은 사실이지만, 대규모 인체 연구에서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부작용이 확인된 바는 없다. 다만 산호초 등의 바다 환경오염 이슈를 고려하여 최근에는 물리적 자외선차단제의 사용이 증가하는 추세다. 또한 자외선 노출이 심리적 안정과 생체 리듬 조절에 도움을 주는 것은 맞지만, 이는 짧고 안전한 노출일 때의 이야기다. 반복적이고 누적된 자외선 노출은 기저세포암, 편평세포암, 흑생종 등의 위험을 높이기 때문에 적절한 자외선으로부터의 피부보호가 필요하다.피부암 예방 및 광노화의 예방을 위해 자외선차단제를 매일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외선차단제를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것은 자외선차단제의 특정 성분이 피부에 흡수되는 것에 대한 우려보다 훨씬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다만, 개인의 피부 타입, 생활 습관, 환경에 맞춰 사용하기 편한 제품을 선택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의복·모자·선글라스 등 물리적 차단과 병행하는 통합적 자외선차단이 권장된다. SNS에서 자외선차단제 반대 운동 영상을 보고나면 솔깃하게 끌릴 수 있지만 이는 현대인의 건강, 환경,소비에 대한 불안이 반영된 사회문화적 현상이다. 무조건 배척하거나 무조건 수용하는 태도 모두 위험하며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균형 잡힌 접근을 하여 필요할 때 자외선차단제를 사용하고 환경과 건강을 고려한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대안을 찾으며 정확한 정보를 찾는 것이 필요하다.
    칼럼아름다운나라피부과 서동혜 원장(피부과 전문의)​2025/09/19 09:00
  • [의학칼럼] 시력 저하 원인 황반변성, 안과에서 조기 발견하는 게 중요

    [의학칼럼] 시력 저하 원인 황반변성, 안과에서 조기 발견하는 게 중요

    시력이 떨어지면 대부분 나이가 들어서 생기는 노안이나 일시적인 피로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원인이 황반변성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황반은 망막의 중심부에 위치해 우리가 사물을 선명하게 보고 색을 인지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이 부위에 변성이 생기면 독서, 운전, 얼굴을 알아보는 일상적인 시각 활동이 심각하게 제한될 수 있다.황반변성은 대표적인 노인성 안질환으로 알려져 있으며 특히 50세 이후 발병 위험이 급격히 높아진다. 흡연이나 가족력, 고혈압, 고지혈증 같은 전신질환도 위험 인자로 작용할 수 있다. 초기에는 뿌옇게 보이거나 직선이 휘어져 보이는 등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증상으로 시작하지만, 진행될수록 시야의 중심부가 가려지며 일상생활이 어렵게 된다. 많은 환자들이 노안과 혼동해 조기 진단의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에 증상에 대한 인식이 특히 중요하다.이 질환은 형태에 따라 건성과 습성으로 나눌 수 있다. 건성은 비교적 서서히 진행되지만 치료 방법이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반면 습성은 망막 아래 비정상적인 혈관이 자라나 출혈이나 부종을 일으켜 급격한 시력 저하를 유발한다. 습성 황반변성은 조기 발견 후 항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 주사 치료를 통해 진행을 늦추는 것이 치료의 핵심이다. 최근에는 치료제가 발전하면서 일정 기간 꾸준히 관리하면 시력을 일정 부분 유지하거나 개선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황반변성은 완치를 기대하기 어려운 질환이므로 예방과 조기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기적인 안과 검진은 물론, 집에서도 자가 점검 도구인 암슬러 격자를 통해 중심 시야에 변형이 있는지 확인하는 습관이 도움이 된다. 또한 금연을 실천하고, 채소와 과일 위주의 균형 잡힌 식습관을 유지하며 루테인이나 지아잔틴 같은 항산화 성분을 꾸준히 섭취하는 것이 예방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여기에 규칙적인 운동을 병행하면 혈액순환이 개선돼 전반적인 안구 건강 유지에도 도움이 된다.실제로 많은 환자들이 증상이 심해지고 난 뒤에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황반변성은 시기를 놓치면 회복이 어렵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이상을 느낀다면 지체하지 말고 안과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시력은 한 번 잃으면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정기적인 검진과 생활습관 관리로 황반변성으로부터 눈 건강을 지키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이 칼럼은 영등포원안과 유수진 대표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영등포원안과 유수진 대표원장2025/09/18 13:54
  • 오늘도 처음 만난 이에게 MBTI를 물어봤나요?

    오늘도 처음 만난 이에게 MBTI를 물어봤나요?

    요즘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흔히 오가는 질문이 있다. “MBTI가 뭐예요?”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혈액형으로 성격을 풀이하는 것이 유행이었다. 하지만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점차 사라졌고, 그 빈자리를 MBTI가 채웠다. 이제 MBTI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자기소개와 관계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되었다. 왜 이렇게 빠르게 우리 일상 깊숙이 자리 잡게 된 걸까?정신의학적 관점에서 보면 이유는 분명하다. 오늘날 젊은 세대는 급변하는 사회와 불안한 미래 속에서 살아간다. 안정된 일자리와 관계, 미래의 청사진이 흔들릴수록 사람들은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누구인가?” 그 물음은 곧 정체성을 확인하려는 강한 욕구로 이어진다.SNS와 온라인 문화도 한몫한다. 온라인 세계에서 소통의 핵심은 짧고 간단한 언어다. 긴 설명보다 네 글자로 요약되는 MBTI가 훨씬 빠르고 편리하다. “나는 ENTJ다”라는 말 한마디로 상대방이 곧바로 나를 이해한 것 같은 착각이 생긴다.MBTI는 단순한 놀이가 아니다. 불확실한 시대를 사는 청년들에게 정체성의 코드이자 정신적 안전망이 된다. 자기 이해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검사 결과를 계기로 “나는 이런 특성이 있구나” 돌아보게 하고, 타인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언어로도 쓰인다. 대화의 빙벽을 깨는 소재가 되거나, 서로 다른 성향을 존중하게 하는 긍정적 효과도 있다.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과몰입은 자기 인식을 흐리게 하고 관계를 단순화한다. 복잡한 인간을 몇 가지 유형으로만 설명하면 관계는 피상적으로 변한다. 사람은 틀에 갇힌 존재가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성장하는 존재다. 따라서 결과에 자신을 가두지 않고 열린 태도로 활용할 때 건강한 자기 이해와 타인 이해가 가능하다.더 큰 문제는 진단 도구의 신뢰성이다. MBTI는 기업 현장이나 교육·상담에서 참고 도구로 활용되기도 하지만, 학문적으로는 신뢰성과 타당성에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검사 상당수는 검증조차 거치지 않았다. 누군가 재미삼아 만든 간이 테스트가 순식간에 퍼져, 마치 전문 도구처럼 사람들의 성격을 규정하기도 한다.이는 낡은 체중계로 몸무게를 재고 그 숫자 하나로 건강을 단정하는 것과 같다. 진단이나 처방처럼 받아들이는 것은 위험하다. 오히려 가벼운 대화 소재나 자기 성찰의 작은 단초로 활용하는 편이 바람직하다.더 깊은 자기 이해가 필요하다면 접근은 달라져야 한다. 그때 필요한 것이 바로 마음공부다. 마음공부란 마음·세상·관계가 작동하는 원리를 이해하는 과정이다. 뭉툭한 도끼날로 나무를 베는 것이 아니라, 날을 가는 준비 과정을 충분히 하고 나무를 베는 것이다.그리고 그 준비에는 행복이라는 방향성을 먼저 세우는 일이 포함된다. 많은 사람이 불행을 향해 달리면서도 자각하지 못한 채 ‘열심히만’ 살아간다. 쉽게 말해, 마음공부란 ‘어떻게 살아야 행복할지’를 먼저 묻는 공부다.
    칼럼사공정규 동국대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학박사 2025/09/17 22:47
  • [의학칼럼] 엄지발가락이 보내는 이상 신호, 무지외반증과 무지강직증

    [의학칼럼] 엄지발가락이 보내는 이상 신호, 무지외반증과 무지강직증

    50대 한모씨는 3개월 전부터 시작된 오른쪽 엄지 발가락 관절 통증으로 병원을 찾았다. 외관상 무지외반의 모습도 보였고 특히 엄지 발가락을 발등 쪽에서 눌렀을 때 및 들어올릴 때 통증이 심했고 발가락이 위로 잘 움직여지지 않는 관절 운동의 제한이 있었다. 정밀 검사상 관절염, 즉 1중족골두 기저부의 골극이 관찰되고 관절 간격이 좁아진 상태로 무지외반증 및 무지강직증으로 진단하였다.엄지발가락에서 나타나는 통증으로 대표적인 질환은 무지외반증과 무지강직증이 있다. 무지외반증은 엄지발가락이 새끼발가락 방향으로 과도하게 휘면서 발의 구조가 변형되고 이로 인해 통증이 유발되는 질환이다. 비교적 흔하게 나타나는 족부 질환 중 하나이며 선천적인 원인과 후천적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병한다. 선천적 원인으로는 가족력이나 평발과 같은 선천적인 구조적 이상이 있으며, 후천적 요인으로는 발 볼이 좁고 굽이 높은 신발을 장시간 착용하는 습관이 영향을 줄 수 있다.또 다른 질환은 무지강직증이다. 무지강직증은 무지외반증과 달리 심해지기 전까지 외관상으로는 잘 나타나지 않는다. 엄지 발가락을 발등 방향으로 들어올리는 동작에서 심한 통증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엄지 발가락 관절에 생기는 퇴행성 관절염의 일종이다. 이 질환은 관절의 연골이 점차 마모되거나 손상되면서 통증이 생기고, 관절의 움직임이 제한되어 일상적인 보행에도 큰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이러한 질환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보존적 치료가 우선으로 시행된다. 보존적 치료방법으로는 약물 요법이나 물리치료뿐 아니라 특수 깔창 또는 중족골 패드 착용 등 신발의 형태를 교정하기도 한다. 이러한 치료들은 통증을 완화시키고 관절 기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러나 보존적 치료에도 불구하고 증상 호전이 되지 않거나 통증 및 기능 제한으로 일상생활에 지속적인 불편을 겪는 경우에는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무지외반증의 경우 일반적으로 중족골 절골술이 시행되며, 절골의 위치에 따라 원위부 절골술과 근위부 절골술로 나뉜다. 수술 방법은 발가락의 변형 정도와 관절 상태를 종합적으로 평가한 후 결정된다. 이와 함께 휘어진 엄지발가락의 정렬을 교정하기 위해   무지 내전건 절개술을 병행 한다. 무지강직증의 경우에는 돌출된 뼈(골극)를 제거하는 골극 절제술을 시행하여 발가락이   발등 쪽으로 젖혀지도록 하며, 관절 연골의 손상 부위에는 미세천공술을 통해 연골 재생을 유도하는 치료가 추가로 이루어질 수 있다. 앞서 언급한 한씨의 사례처럼 무지외반증과 무지강직증이 동시에 진단되는 경우에는 두 질환에 대해 각각의 수술을 모두 진행하기도 한다.이러한 족부 수술 이후에는 일정 기간 동안의 회복과 재활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수술 직후에는 수술 부위를 보호하기 위해 전용 수술 신발을 착용하게 되며, 일반적인 신발 착용은 대개 수술 후 6~8주 경과한 시점부터 착용이 가능하다. 초기 보행 시에는 부분 체중 부하를 유지하는 것이 원칙이며, 이때는 수술 부위에 가해지는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목발 사용이 권장된다. 샤워는 수술 부위의 상처가 어느 정도 아물기 전까지는 제한되며, 보통 수술 후 2주경 실밥을 제거한 이후부터는 방수가 가능한 방법을 통해 간단한 샤워는 가능하다. 다만 핀 삽입 부위에 물이 닿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통목욕은 금물이다. 운전은 개인의 회복 속도에 따라 다르나 일반적으로 수술 후 4~5주경부터 가능하다. 다만 수술 부위가 오른쪽이면 가속 및 제동 조작에 지장이 없고 통증이 없는 상태에서 재개해야 하므로, 반드시 의료진과 상의 후에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칼럼은 이춘택병원 정창영 과장의 기고입니다.)
    칼럼기고자=정창영 ​이춘택병원 족부센터 제7정형외과장2025/09/17 17:49
  • [의학칼럼] 망막응급질환, 실명까지 이어져… 안과 치료 골든타임 놓치지 말아야

    [의학칼럼] 망막응급질환, 실명까지 이어져… 안과 치료 골든타임 놓치지 말아야

    책을 보던 중 글자가 일부 가려진 듯 사라지거나, 눈앞에 갑작스러운 번쩍임이 나타나는 경험을 하는 경우가 있다. 어느 날부터 검은 점이나 실 같은 그림자가 평소보다 심하게 보이기도 하고, 시야 일부가 마치 커튼이 드리워진 것처럼 가려질 때도 있다. 이러한 증상은 단순한 피로나 노화로 오해하기 쉽지만, 사실 망막응급질환의 신호일 수 있다.망막은 카메라의 필름에 해당하는 조직으로, 들어온 빛을 감지해 뇌로 전달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 이 망막에 문제가 생기면 단순한 시력 저하를 넘어 실명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대표적인 응급질환에는 망막박리, 망막혈관폐쇄, 황반부 출혈, 외상으로 인한 망막 손상 등이 있다. 특히 망막박리의 경우, 초기에 발견해 치료하지 못하면 손상 부위가 급격히 확장되면서 시력을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를 수 있다.망막응급질환의 공통점은 골든타임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망막은 신경조직이기 때문에 손상되면 재생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발병 직후 수 시간에서 수일 내에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이뤄져야만 시력을 보존할 수 있다. 반대로 증상을 인지하고도 진료를 늦춘다면, 수술을 받더라도 시력 회복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응급 상황에서의 지연은 단순한 시력 저하가 아니라 평생의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치명적이다.망막 수술은 국소마취하에서 비교적 짧은 시간 내 진행되지만, 과정 자체는 고도의 정밀성을 필요로 한다. 손상된 망막을 본래 위치에 붙이기 위해 미세한 절개를 통한 유리체 절제술을 시행하고, 필요한 경우 가스나 실리콘 오일을 주입해 망막을 안정적으로 고정한다. 수술의 난이도는 병변의 위치와 범위, 동반된 전신질환 유무에 따라 크게 달라지며, 당뇨망막병증이나 고도근시 환자의 망막박리처럼 복잡한 경우에는 난이도가 더욱 높아진다.망막응급질환의 가장 무서운 점은 통증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불편감이 적다 보니 증상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것이 오히려 시력을 잃게 만드는 주된 이유다. 시야에 갑작스러운 번쩍임이 나타나거나, 검은 점이 급격히 늘어나고, 일부 시야가 가려지는 경험을 했다면 그 순간이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눈은 한 번 잃으면 되돌릴 수 없는 기관이다. 망막응급질환은 결코 드문 질환이 아니며, 조기 진단과 신속한 수술만이 시력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시야에 이상이 느껴진다면 ‘조금 더 지켜보자’는 생각보다, 그 즉시 진료를 받는 것이 실명을 예방하는 최선의 선택임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이 칼럼은 분당더본안과 최헌진 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분당더본안과 최헌진 원장2025/09/16 11:34
  • [의학칼럼] ‘고관절 인공관절 수술’ 적절한 시기… 실제 사례 토대로 살펴보니

    [의학칼럼] ‘고관절 인공관절 수술’ 적절한 시기… 실제 사례 토대로 살펴보니

    고관절은 허벅지와 골반을 연결해 체중을 지탱하고 보행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관절이다. 하지만 괴사나 관절염으로 고관절의 구조가 무너지면 심한 사타구니 통증과 절뚝거림이 발생하고, 나아가 가만히 있어도 통증이 지속되는 단계에 이른다. 보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통증이 장기간 지속된다면 단순한 치료로는 호전이 어렵기 때문에 고관절 인공관절 치환술을 고려해야 한다.최근에는 수술 기법과 인공관절 소재가 크게 발전했다. 과거에는 인공관절의 수명이 20년 남짓으로 알려져 수술을 미루는 경우가 많았지만, 세라믹 소재가 도입되면서 장기간 사용에도 마모가 거의 없어 수명에 대한 우려가 줄었다. 수술 후 회복 속도 또한 빨라져 환자들의 부담이 과거보다 크게 줄어든 것도 주목할 만한 변화다.고관절 인공관절 수술의 실제 사례실제 환자 사례에서도 수술 시기의 중요성이 확인된다. 59세 남성 A씨는 6개월 전부터 사타구니 통증을 호소하다 최근에는 절뚝거림이 심해져 보행이 어려워졌다. 영상 검사 결과, 고관절 골두가 골괴사증으로 무너지고 관절염까지 진행된 상태였다. 영상검사에서의 변화도 중요하지만, 환자가 느끼는 통증이 일상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가 수술 시기 결정의 핵심이다.보존적 치료가 불가능했던 A씨는 결국 고관절 인공관절 전치환술을 받았다. 약 한 시간 30분에 걸친 수술 끝에 괴사로 손상된 대퇴골두와 손상된 골반 관절면을 모두 인공관절로 교체했다. 수술 직후에는 통증이 있었지만 곧바로 워커를 이용한 보행을 시작했고, 2주간의 입원 재활을 거쳐 3개월이 지난 현재는 가벼운 운동과 운전도 가능할 정도로 일상에 복귀했다. 고관절염 말기 상태를 오래 끌지 않고 적절한 시기에 수술을 결정한 덕분에 빠른 회복이 가능했던 A씨는 치료 결과에 큰 만족감을 보였다.수술 시기를 미루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전문가들은 수술을 늦추는 것이 단순히 ‘통증을 참는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관절면이 변형되고 주변 근육과 인대가 약화되면 골반·척추·무릎까지 영향을 미친다. 결국 비정상적인 보행 패턴이 고착돼 수술 후 회복 속도가 떨어지고 재활 기간도 길어진다. 또한 통증과 변형으로 인한 보행 불안정은 낙상 위험을 높인다. 특히 골다공증이 흔한 고령 환자의 경우 작은 충격에도 골절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고관절 인공관절 수술로 이어지는 대표적인 원인 가운데 하나다. 수술 시기를 지나치게 늦추면 낙상과 골절 가능성이 커져 합병증 위험까지 높아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관절 전문 의료진 선택이 중요한 이유고관절은 전신의 체중을 지탱하는 관절로, 인공관절 삽입 시 각도와 하중 분배를 정밀하게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 미세한 차이가 수술 결과와 인공관절의 수명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풍부한 임상 경험을 갖춘 전문의를 선택하는 것이 필수적이다.전문적으로 고관절 수술을 다뤄온 의료진은 환자의 나이, 활동 수준, 관절 상태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맞춤형 수술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수술 후 기능 회복 속도를 높이고,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관절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고관절 전문 의료진을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이 칼럼은 가자연세병원 최윤석 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가자연세병원 최윤석 원장2025/09/15 11:26
  • 노인이 흔히 복용하는 변비약… ‘이것’ 확인 안 했다간, 부정맥 위험

    노인이 흔히 복용하는 변비약… ‘이것’ 확인 안 했다간, 부정맥 위험

    변비는 노인들에게 매우 흔한 증상이자 어려움이다. 65세 이상은 여성 26%·남성 16%가, 84세 이상은 여성 34%·남성 26%가 변비로 고생하고 있다. 요양원에 입소 중인 노인의 경우 50% 이상이 변비다. 나이 들면 변비가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또 변비약에는 어떤 종류가 있고 어떻게 복용해야 하며 주의사항은 무엇인지 하나하나 알아보자.나이가 들며 변비가 증가하는 이유에는 ▲신체기능·활동 저하 ▲동반 질환 ▲다량의 약 복용 ▲수분 섭취 부족 ▲식사량 부족 ▲정신적 요인 ▲치과·구강·식도 문제 등이 있다. 특히 노인에게는 근육이 매우 중요한데, 대장 근육 감소로 인해 운동능력이 떨어지면 장 운동이 느려지고 골반 주위 근육이 감소해서 배변 관련 근육의 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 거동 능력을 상실한 노인의 경우 변비가 더 심해진다.신경 손상이나 자율신경 기능 저하, 직장 감각 저하와 관련된 동반 질환이 있는 경우에도 변비가 유발·악화된다. 당뇨 합병증, 갑상선 기능 저하증, 파킨슨병(신경 퇴행), 뇌종양, 척추 질환 등이 대표적이다. 먹는 약이 많은 노인 또한 변비가 심해질 수 있다. 제산제, 항히스타민제(알레르기약, 감기약), 일부 요실금약, 근육이완제, 강한 진통제(트라마돌 등), 항우울제, 정신과약, 철분제, 칼슘제 등이 부작용으로 변비를 유발한다.노인의 경우 미각 감소 등으로 갈증을 덜 느껴 물을 적게 섭취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역시 변을 딱딱하게 만들어 변비를 유발한다. 식욕 감소 등으로 식사량이 부족해도 변비가 잘 생기며, 불규칙한 식사 또한 장의 리듬을 깨뜨려 변비를 유발한다.이밖에 노인 우울증이나 노인 불안 등 정신적인 문제도 변비에 영향을 주며, 치아가 좋지 않은 경우에도 식사량이 줄어들어 변비 발생 위험이 더욱 커진다. 삼킴장애(연하곤란)가 있어 음식을 삼키기 어려우면 식사량이 줄어 변비가 발생한다.노인 변비 관리 방법은 ▲규칙적인 운동 ▲야채, 채소 등 식이 섬유 섭취 ▲충분한 수분 섭취 ▲규칙적인 배변 등이다. 아침 배변반사가 생체리듬에 맞기 때문에 아침에 변을 보면 좋다.그래도 안 되면 변비약 복용을 고려할 수 있다. 변비약에는 먹는 약, 좌약, 관장약 등이 있다.먹는 변비약은 주로 ‘자극성 변비약’, ‘삼투성 변비약’, ‘팽창성 변비약’ 세 가지가 많이 사용된다. ‘둘코락스’, ‘메이킨큐’, ‘센코딜’ 등이 자극성 변비약이고, ‘마그밀’, ‘듀락칸 이지시럽’ 등이 삼투성 변비약이다. 팽창성 변비약에는 ‘아락실 과립’, ‘아기오 과립’, ‘실콘’, ‘웰콘’ 등이 있다.자극성 변비약은 장을 직접 자극해 장 운동을 촉진하고, 삼투성 변비약은 대장 내 수분을 증가시켜 대변을 묽게 해준다. 팽창성 변비약은 장에서 팽창해 변의 양을 늘려 장운동을 촉진해준다.자극성 변비약은 TV에서 광고도 많이 하고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구입 가능하지만, 장기간 과도하게 사용하지 말고 1주일에 3일 이하 정도로 복용해야 적당하다. 취침 전 두 알을 복용하면 다음날 아침에 변이 나온다.삼투성 변비약은 병원에서 노인에게 가장 많이 처방하고 있는 약이다. 장기간 복용해도 내성이나 중독성 등이 없어 안전하지만, 콩팥 기능이 저하된 노인의 경우 마그네슘 독성 위험이 있고 마그네슘 전해질 불균형으로 심장 부정맥이 발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병원에서 콩팥 기능이 정상인지 확인해보고 복용해야 한다.팽창성 변비약은 장이 약해서 장협착이나 장폐쇄 위험이 있는 노인에게는 쓰면 안 된다. 장이 막혀 응급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연로하고 허약한 노인은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좌약의 경우 거동이 불편한 노인에게 주로 사용된다. 15~30분 만에 효과가 있지만, 1주일에 1회 이하 사용이 적당하다. 관장약의 글리세린 성분은 혈당이 올라가는 부작용이 있으므로, 당뇨병을 앓는 노인은 이 부분을 감안해 사용해야 한다.통상적인 변비약으로 해결이 안 되는 난치성 변비의 경우 ‘프루칼로프라이드’ 성분의 난치성 변비 전문의약품을 사용할 수 있다. 다만 병원 처방전이 있어야 복용할 수 있고,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약값이 비싸다.변비약은 남용을 주의해야 한다. 실제 변비가 아닌데 변비약을 먹는 노인들이 많다. 지난 3개월 동안 ▲배변 회수 주 3회 미만 ▲배변 시 과도한 힘을 줘야 하는 경우 ▲딱딱하고 덩어리진 변을 보는 경우 ▲대변의 불완전 배출이 있다고 느끼는 경우 ▲항문이나 직장의 폐쇄감을 느끼는 경우 ▲배변을 돕기 위한 수지 조작(수지관장, 아랫배 누르기, 골반근육 지지)이 필요한 경우 중 두 가지 이상에 해당될 경우에만 변비약을 사용하고, 그보다 경미한 경우에는 생활요법으로 배변을 관리하는 것이 좋다.
    칼럼엄준철 약사2025/09/15 08:53
  • 당신은 ‘살만한 삶’을 살고 있나요?

    당신은 ‘살만한 삶’을 살고 있나요?

    지난 9월 10일은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이었습니다. 세계적으로 증가 추세인 자살 문제의 심각성을 널리 알리고 함께 예방책을 도모해자는 취지로 제정된 날이지요. 혹시 여러분 주변에 삶이 힘들어 극단적 선택을 고민했거나, 하고 있거나, 심지어는 이미 선택해버린 사람이 있나요? 여러분 자신은 어떤가요?자살률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자살이 아주 멀리 있는 남의 일만은 아닐 수 있다는 뜻일 겁니다. 그래서 2025년도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을 보내며, 모두 함께 이 문제에 대해 한번 쯤 생각해보자는 취지에서 이 글을 씁니다.자살 예방이란 과연 무엇일까요? 자살률을 낮추면, 즉 자살을 막으면 진정한 자살 예방이라 할 수 있을까요? 흔히들 ‘죽지 못해 사는 삶’이라는 얘기를 합니다. 그런 삶을 살고 싶은 사람은 아마 지구상에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사실, 제 진료실에서 찾아와 “죽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보면, 대다수는 ‘죽음’ 자체가 좋아서라기보단, 삶이 고통스러운데 거기에서 벗어날 방법을 도저히 모르겠어서 최후의 수단으로 자살을 고민하고 있었습니다.즉, 핵심은 ‘죽는 상태를 경험하고 싶다’는 것이 아니라, ‘현생에서의 고통을 줄이고 싶다’는 것이죠. 하지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저로서도 이 점을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의도와 다르게 ‘죽지못해 사는 삶’을 강요하는 꼴이 되었고, 몇몇 환자는 더 이상 제 진료실에 오지 않았습니다.자해 및 자살 행동에 대한 근거 기반의 심리치료인 변증행동치료(DBT, Dialectical Behavior Therapy) 개발자 마샤 리네한 박사는 ‘살만한 삶 (life worth living)’을 목표로 자살의 늪에서 빠져나오는 치료법을 만들었습니다. 즉, 무조건 살아야 된다고 강요하는 방식이 아닌, 삶의 고통을 줄이고 행복감을 늘리는 여러 가지 작업을 통해 자신의 삶에 대해 ‘고통이 아예 없지는 않지만 이 정도면 살만하다’고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저는 변증행동치료를 접하면서, 자살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 대부분은 이를 고통스러운 삶에 대한 나름의 마지막 해결책으로 여기고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삶이 극도로 괴로운데, 그 괴로움을 줄이기 위한 거의 모든 방식을 다 시도해봤으나 아무것도 소용이 없다면, 그런 생각을 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하지만 자살은 그 어떤 문제도 해결하지 못합니다. 게다가, 죽으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확실하지 않습니다. 말장난 같지만, 자살에 성공하니 괴로움에서 해방됐다는 사람을 만나볼 수가 없으니 확인할 길도 없습니다. 그런데, 만약 삶의 고통을 조금씩이나마 줄일 수 있다면 어떨까요? 괴로움이 없어질 수는 없겠지만, ‘이 정도면 견딜만하다’는 생각이 든다면 어떨까요? 누가 옆에서 “죽지 말라, 살아야 한다”는 말을 하지 않아도, 극단적 생각이 저절로 줄어들지 않을까요? 우리의 생존 본능은 생각보다 무척 강하니까요.저는 이제 변증행동치료자로서, 죽음을 고민하는 이에게 “그래도 살아야지”라는 말은 하지 않습니다. 그 말이 그 사람으로 하여금 자살을 포기하게 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대신 이러한 질문을 던집니다.“당신을 가장 많이 괴롭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삶이 어떻게 된다면 조금이나마 고통이 줄어들 것 같나요?” “당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삶에서 무엇이 바뀌면 지금보다 살만하다고 느낄 수 있을 것 같나요?”다양한 대답이 나옵니다. 마음이 편안한 삶, 사람들과 함께 하는 삶, 무언가를 성취하는 삶, 지금보다 자유로운 삶 등등. 그렇게 그 사람만의 ‘살만한 삶’을 목표로 세웁니다. 그리고 그 목표를 향한 길을 함께 찾아나갑니다. 먼저 자살충동위기에서 행동을 조절하는 법을 연습하고, 삶을 고통스럽게 하는 요인중에서 해결 가능한 것이 있는지 확인한 후 해결책을 함께 모색하고 실행합니다. 해결하기 어려운 것이라면, 그 상황에서 자신의 감정 반응을 바꾸거나 현실을 수용하는 방법을 배웁니다. 감정이 조절되고 고통을 감내할 수 있는 능력이 향상되면, 상황이 크게 바뀌지 않았는데도 의외로 마음의 고통이 줄어들기도 합니다.동시에 삶에서 긍정적인 부분을 늘려나가는 것도 몹시 중요합니다. 인간 관계, 일, 취미 활동, 신체적 건강, 종교 등 무엇이든지 각자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에 따라 새로운 행동을 시도해보고 그 순간을 온전히 체험하는 연습을 합니다. 행복감이 올라가면 삶의 이유가 생기고 괴로움이 희석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지속적으로 반복하다보면, 몇몇 사람들은 정말 이렇게 말합니다. “이제는, 살만하다” “괴로움이 없는 건 아니지만, 죽진 않아도 되겠다”여러분도 주변에 자살을 고민하는 이가 있다면 “그래도 살아야지”라는 말보다는, “삶이 어떻게 바뀌면 좀 낫겠어?” 라는 말을 건네주시면 어떨까요?물론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삶의 문제가 아니기에 그들도 수많은 문제 해결 시도와 고민 끝에 벼랑 끝까지 왔을 것입니다. 이럴 때 그 사람에게 필요한 말은 “소중한 목숨을 버리지 마” 보다는, “너의 소중한 목숨을 버리고 싶을 정도로 괴롭다는 거구나”라는 이해의 한 마디 일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함께 색다른 해결책을 고민해주세요. 죽음을 막는 것 자체도 중요하지만, 관점을 살짝 바꿔 ‘살만 한 삶‘을 향하게 도와주세요. 함께 고민하면 의외로 창의적인 해결책이 나올 때가 많습니다. 필요하면 전문가의 도움을 찾아주세요.그리고 여러분 자신에게도 한 번쯤 물어보세요. 나의 ‘살만한 삶’은 어떤 것인가요?[본 자살 예방 캠페인은 보건복지부 및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대한정신건강재단·헬스조선이 함께합니다.]
    칼럼송혜현 두드림정신건강의학과 원장2025/09/14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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