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나’로 살기 어려운가

[한승민의 인간관계 설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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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클립아트코리아
“남들에게 멋있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은데…”

우리는 남들에게 좋게 보이고자 하는 욕구를 품고 산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정받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잠깐 떠올려 보면 이러한 욕망이 과도한 사람들이 주변에 꼭 한둘은 있다. 나의 실제 모습보다 더 대단한 사람처럼 보이고 싶은 마음, 우리는 이것을 흔히 ‘허영심’이라고 부른다.

흥미로운 점은, 허영심은 자신을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자신감 넘치는 사람들이 보이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정반대라는 것이다. 자신에게 내면의 부족함, 즉 결핍이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자신의 빈 공간을 감추기 위한 방어로 허영심이라는 화려한 옷을 선택한다. 겉으로는 ‘나 정도면 충분히 대단하지 않아?’라고 외치고 있지만, 내면 깊숙한 곳에서는 ‘나는 이 정도로는 부족해, 절대 들키면 안 돼.’라는 불안이 계속 요동친다.

내가 아니라 ‘캐릭터’가 관계를 대신할 때
허영심이 강한 사람은 타인 앞에서 무엇을 하든 긴장을 한다. 외출할 때면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지 상상하며 계속 거울을 보고, 말 한마디를 하더라도 멋지게 해야 하며, 행여나 실수라도 할까 봐 노심초사하는 일이 흔하다. 그래서 늘 긴장하고, 마음 한구석에 타인의 시선과 평가가 칼날처럼 날카롭게 자리 잡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자신을 과장하려는 마음은 결국 관계의 균형을 깨뜨린다는 것이다. 상대를 깎아내려야만 자신이 올라가는 것처럼 느끼고, 관계에서 자기 몫 이상의 영향력을 증명하려 애쓰고, 때로는 과장되고 포장된 모습만을 보여주면서 결국 진짜 ‘나’는 깊숙한 곳에 숨긴 채 인간관계를 유지하려 한다. 그 결과, 사람들은 허영심이 강한 사람과의 관계가 지속될수록 진실되지 못함을 눈치채고 피곤함을 느낀다. 진짜 나와 진짜 너의 관계가 아니라, 가짜로 키운 ‘이미지’가 관계에 대신 등장하기 때문이다.

허영심, 화려한 겉모습이 가리지 못한 마음
허영심이 강한 사람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아래에는 거의 항상 강한 열등감이 깔려 있다. ‘혹시 내가 별것 아닌 사람이면 어떡하지?’ ‘사람들이 나를 우습게 보고 무시하지 않을까?’ 이런 두려움은 사람을 감정적으로 예민하게 만들고, 타인을 경쟁자로 보게 하며, 관계에서 끊임없는 비교가 일어나도록 한다. 결국, 허영심이 강해질수록 인간관계는 더 왜곡되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과 나란히 걸어가는 것이 아니라, 타인을 디딤돌로 삼아 밟고 올라가 나를 증명하려는 관계가 된다. 이런 관계는 오래갈 수 없다. 상대도 지치고, 결국 본인도 지친다.

허영심이 커지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기 어려워지는 것이 큰 문제다. 현실의 ‘나’는 늘 부족하게 느껴지고, 머릿속의 ‘이상화된 나’만 따라가려 한다. 그러다 보면 현재의 능력, 감정,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감각이 무디어지고, 결국 남에게 비치는 ‘이미지 관리’에만 급급해진다.

당연하게도 이런 삶은 공허하다. 정말 행복한 것이 아니라 행복해 보이기 위해 살게 되기 때문이다. 정말 능력이 뛰어난 것이 아니라 뛰어나 보이기 위해 움직이게 되기 때문이다. 결국 허영심이라는 것은 나를 포장하는 화려한 옷이나 그럴싸한 갑옷이 아니라 쓸데없이 무거운 짐이 될 뿐이다.

허영심에 흔들리지 않기 위한 세 가지 접근
허영심을 완전히 없애는 것이 목표는 아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하다. 중요한 것은 허영심이 나를 끌고 다니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진료실에서 실제로 자주 활용하는 세 가지 접근을 함께 살펴보자.

첫째로, ‘나의 현재 위치’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허영심은 “지금의 나로는 너무 부족한데…”라는 생각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불안 대부분은 현실을 정확히 보지 못할 때 한없이 부풀어 오르는 법이다. 나의 능력은 아직 1층에 있는데, 2층 높이의 창문을 들여다보려고 까치발을 서는 것처럼 넘어질 듯 불안한 상태인 것이다. 지금 내 능력, 장점과 약점, 앞으로 다듬어야 할 영역을 솔직하게 적어보는 시간은 꽤 도움이 된다. 내 상태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타인의 평가를 지나치게 신경 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둘째로, 과시보다 진정성을 선택하자. 좋은 관계는 화려함이 아니라 편안함에서 생긴다.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종종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보자. ‘지금 나는 내 생각을 이야기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남들에게 멋져 보이는 나를 연기하고 있는 걸까?’ 오래 만나고 대화가 깊어진다면 과시하고 꾸미는 사람, 즉 진정성이 빠진 사람에게 마음을 여는 일은 없다. 오히려 약점, 부족한 점, 그래서 노력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진짜 당신을 더 멋지게 만든다는 점을 기억하자.

마지막으로, ‘행복해 보이는 삶’보다 ‘실제로 행복한 삶’을 선택하자. 인스타그램만 보더라도 ‘행복해 보이는 삶’을 연기하는 듯한 게시글로 넘쳐난다. 그러나 정작 사진과 텍스트 뒤에는 공허함이 숨어 있는 경우도 많다. 더 가진 것처럼 보이고, 더 즐거운 사람처럼 보이려고 애쓰는 마음 밑바닥에는 ‘나는 지금의 삶이 부족하다’는 감각이 계속 깔려 있다. ‘행복해 보이는 삶’보다 ‘실제로 행복한 삶’이 중요하다면, 부족한 것들을 채우느라 애쓰는 시간을 조금 줄이고, 이미 가지고 있는 것들의 소중함을 느끼는 날들을 더 많이 만들어 가는 것이 필요하다.

화려한 사람과 진정성 있는 사람, 당신은 누구에게 끌리나요?
허영심은 잠시 나를 화려하게 포장하는 듯하지만 결국 나를 고립시키는 감정이다. 인간관계의 가장 큰 매력은 ‘대단함’이 아니라 ‘진정성’이다. 우리가 조금 덜 멋져 보이려고 해도 괜찮다고 느끼는 순간, 관계는 훨씬 깊어지고 마음은 단단해진다. 허영심을 없애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나의 불안과 열등감을 이해하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는 것, 그 과정이 더 큰 성장을 만든다. 그렇게 진짜 나로 서기 시작할 때 사람들과의 관계는 훨씬 자연스러워지고, 그 안에서 우리는 꾸미지 않아도 되는 안정감과 진정한 자신감을 얻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