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30대 초반의 젊은 여성이 심각한 얼굴로 병원을 찾아왔다. 얼굴 표정만 봐서는 뭔가 심각한 질병이거나 큰일이 생긴 것 같았다. 진료실에서 어렵게 입을 연 여성은 변의가 느껴지면 참지 못하겠다고 했다. 출산을 힘들게 한 뒤부터 나타는 증상이라고 했다.
처음에는 ‘이러다 말겠지’ 라고 생각하며 몰래 속옷을 빨곤 했는데, 증상이 몇 차례 반복되면서 고민에 빠졌다고 말했다. 갈수록 외출도 힘들어지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더 이상 숨길 수 없어 병원을 찾은 것이다.
현재 국내 변실금 환자의 정확한 수는 파악되지 않았지만 고령일수록, 그리고 여성일수록 더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변실금이 시작되면 처음에는 어떻게 해서든 숨기려고 한다. 그 뒤에는 성인용 기저귀 등을 사용해 보기도 하지만 갈수록 증상이 악화된다.
이후에는 외출의 횟수도 줄고, 말수가 적어지며, 사회적인 격리나 심한 정신적 고립감을 느낀다. 위 사례처럼 30대의 젊은 여성이 변실금으로 병원을 찾는 일은 드물지만,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2년간 우리 병원에서 변실금으로 치료를 받은 20~30대 여성은 10명이 넘는다.
대변을 참는데 관여하는 요소는 변의 굳기, 신경 반사, 직장의 각도, 치골직장근과 외괄약근 등 다양하다. 이중 하나라도 장애가 발생하면 변실금 증상이 나타난다. 젊은 여성에게서 변실금이 나타나는 이유는 출산시 난산으로 인한 괄약근 손상이 대부분이다. 그 외에도 변비약 남용이나 신경학적 질환, 직장암이나 염증성 장질환과 같은 대장항문 질환도 원인일 수 있다.
간혹 변실금을 불치병이나 노환으로 여겨 치료를 받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데, 변실금은 치료를 받으면 호전이 가능한 병이다. 변실금 치료는 보존적 치료와 수술적 치료로 나눌 수 있는데, 보존치료로는 배변조절, 회음부 운동, 바이오피드백 치료가 대표적이다. 골반 근육, 항문괄약근이 손상됐다면 수술적 치료를 시행한다.
변실금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정해진 시간에 충분히 배변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배변이 가장 활발한 시간은 식후 20~30분이므로 이때, 배변을 하도록 훈련하는 것이 좋다. 또 어떤 음식을 먹었을 때 변실금이 악화되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고 변을 부드럽고 덩어리지게 하는 섬유질을 충분히 섭취하도록 한다. 설사를 유발한다고 알려진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또한 증상이 있으면 초기에 병원을 찾아 적극적인 치료를 시행하면 치료효과가 높다.
/기고자 : 서울 양병원 양형규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