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수시로 건강 상담이 가능한 단골 약국을 정해놓고 있나요? 직장이나 집 근처의 약국 약사님과 친하신가요? 자주 다니는 병원 근처의 약국을 단골 약국이라고 생각하시는가요? “그게 뭐가 중요해?”, “그러면 뭐가 좀 달라?”라고 의아해 할 수 있습니다. "단골 약국이 뭐야“라고 묻는 분도 있습니다.
간단히 얘기해볼게요. 약을 먹다가 불편함을 느낄 때 쉽게 물어볼 수 있는 곳을 단골 약국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어느 병원에 가야할지 잘 모를 때 손쉽게 물어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해요. 지난 밤 TV에서 언급된 각종 건강 상식에 대해 물어볼 수도 있겠지요. 여러분이 동네약국 약사님과 친해 놓으면 아주 편리하답니다.
우리 동네 단골약국에서 처방전을 처리하는 법에 대해서 알아 볼게요. 2000년 이전에는 동네 의원에 가서 진료를 받으면 의원에서 약을 지어 주었고 약국에서도 간단한 질환의 약은 지어줬습니다. 약국이 동네마다 하나씩 있었는데, 의약분업 실시되면서 약국은 주로 병원 근처에만 자리잡게 되었지요.
의약분업은 의사와 약사의 역할을 나누고 서로 견제 보완하게 만든 제도로, 1240년 신성 로마제국의 황제 프리드리히 2세가 시행한 의약법이 그 효시로 알려져 있습니다. 독일, 프랑스, 미국 등 선진국 여러 나라에서 실시되고 있지요.
이 제도로 인해 우리나라 의료 체계가 바뀌었는데, 의사는 환자 진료 후 처방전을 발행하고, 약사는 처방전에 따라 약을 조제 투약하도록 됐습니다. 의약분업은 처방전 발행을 통해 본인이 먹는 약의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선진국의 몇 배에 이르는 약물의 오남용을 줄이고 질 높고 정확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처방전에 따라 복용하는 약은 대부분 전문의약품으로, 의사나 치과의사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약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의약분업이 도입되면서 혼란도 있고 불편도 있었지만, 결정적으로 고객과 약국 간 갈등이 빚어진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각 약국의 처방조제약 본인부담금이 시간에 따라 다르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처방전에 적혀 있는 약이 내가 방문한 동네약국에 없다는 거지요.
건강보험에 의한 조제약 본인부담금은 나라에서 정한 본인부담금 계산법대로 정해지기 때문에 전국 모든 약국의 본인부담금은 동일해야 합니다. 간단히 얘기해 볼게요. 일반인들의 처방조제약 본인부담금은 (약값+조제료)×30%며, 65세 이상 어르신의 경우는 총 약값(약값+조제료)이 1만원 이하인 경우 1200원을 받는 정액제를 적용합니다. 본인부담금이 1만원 초과면 30%를 본인부담금으로 받는 정률제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 환자의 본인부담금은 약을 제조한 시간을 기준으로 평일 9~18시와 평일 18시 이후가 다릅니다. 그리고 토요일, 일요일, 공휴일의 본인부담금도 평일 낮의 본인부담금과 다릅니다. 왜냐하면 평일 18시 이후에는 야간 조제료가, 토·일·공휴일에는 공휴 조제료가 가산되기 때문입니다.
동네약국이 고객에게 본인 부담금을 많이 물린다고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된 것은 약 조제 시간이 오후 7시 이후거나, 주말 혹은 공휴일이기 때문입니다. 처방 조제약을 더 비싸게 받거나 본인부담금을 일부러 더 받는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처방전에 사용되는 개별 약의 기준 가격은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처방조제를 하는 대부분의 전문의약품은 약국에서 기준가격대로 팝니다.
이번에는 고객들의 두 번째 불만 요소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의사 처방대로 약을 사고 싶은데, 그 약이 고객이 자주 들르는 약국에 없을 수 있습니다. 처방전을 발행할 때 사용되는 약품명은 아세트아미노펜(혹은 페니실린) 같은 성분명이 아니고, 타이레놀, 써스펜,타스펜, 타세놀 같은 제품명입니다. 병원에서 좀 떨어진 동네약국에는 처방전에 적힌 약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 대체 조제라는 것을 하기도 합니다. 성분이 같은 다른 이름의 약을 대신 조제해주는 것입니다. 물론 이 경우 성분과 함량이 동일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볼게요. 병원에서 타이레놀이알 서방정 650mg(한국얀센)을 처방했습니다. 그런데 고객이 찾은 약국에 이 약이 없을 수 있어요. 이 경우 같은 성분을 쓰는 써스펜이알 서방정 650mg(한미약품)으로 대체조제를 할 수 있습니다. 반면 타이레놀정 500mg으로는 대체할 수가 없답니다. 타이레놀이알 서방정과 타이레놀정은 성분과 이름은 같지만 함량이 다르기 때문이지요. 또 같은 성분, 같은 함량이라 하더라도 캅셀과 정제는 대체가 안 된답니다.
여러분이 동네 약국에서 약을 지을 때 처방전에 적힌 약이 없을 경우 약사에게 “대체 조제 해달라”고 한 마디만 하시면 됩니다. 의약분업이 된지 18년 째인데 아직도 고객들은 대체조제를 하면 큰 일 나는 줄 아는 경우가 많아요. 만일 대체조제로도 약을 지을 수 없다면 다시 처방을 낸 병원에 가지 말고, 동네약국에 처방전을 맡겨주세요. 그러면 약사가 도매상에 그 약을 주문할 수 있기 때문에 몇 시간 뒤에는 약을 받아 가실 수 있습니다.
다만 시럽과 연고는 성분이 같아도 대체조제를 할 수가 없어요. 대체 조제는 약이 인체 내에서 동일한 효능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확인하는 실험을 거친 약만 가능한데, 시럽과 연고는 그런 실험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체조제가 불가능한 것이지요. 시럽과 연고를 제외한 나머지 약은 성분과 함량(mg), 제형(정제 혹은 캅셀)이 같다면 환자의 동의하에 다른 약으로 바꾸는 게 가능합니다.
또 하나 기억하실 게 있습니다. 의약분업 시행 이후부터는 처방전 없이 임의로 약국에서 전문의약품을 조제하는 것(임의제조)이 금지되었답니다. 아무리 급해도 “약 하루 분만 빌려달라”는 게 불가능한 것은 그 때문입니다.
* 본 칼럼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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