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AL | 계절과 질환
"강력한 한파에 한랭질환 환자 급증","저체온증으로 OO명 사망". 매년 겨울철, 뉴스에서 자주 듣게 되는 이야기다. 겨울을 단순히 두꺼운 외투와 목도리를 챙겨야하는 귀찮은 계절 정도로 생각하면 안 되는 이유다.
겨울철 목숨까지 앗아가는 한랭질환. 정확히 어떤 것들이 여기에 속하고, 특별히 주의해야 할 한랭질환은 무엇인지 알아봤다.

강추위가 계속되면서, 올겨울 한랭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이 급증했다. 지난해 12월 1일부터 올해 1월 15일까지 발생한 한랭질환자는 총 296명에 달했다. 이 중 7명은 저체온증으로 사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한랭질환자 수는 약 1.5배 증가했다. 사망자 수도 6명이나 많다. 발생한 질환으로는 저체온증이 232명, 동상이 52명, 동창이 2명, 기타 질환이 10명이었다.
한랭질환과 기온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송경준 교수가 17개 응급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한 ‘응급실 기반 한랭 손상 및 저체온증 조사 감시 체계 시범 사업’ 결과, 체감 온도가 1도 떨어지면, 저체온증이 8%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테네대학연구팀이 유럽 15개 도시 거주민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기온이 1도 내려가면 하루에 사망하는 사람 수가 1.35% 증가한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따라서 날이 추워질수록 각종 한랭질환에 더 주의해야 하며, 귀찮더라도 내복, 목도리, 모자 등 방한용품을 반드시 챙기는 게 좋다.
34~35℃ 몸을 가누지 못하는 떨림
정상체온에서 1~2도 정도 떨어진 34~35도가 되면, 심한 떨림 증상이 나타난다.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송경준 교수는 “이 시기의 떨림은 단순히 추워서 떨던 것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심하다”며 “혼자서 걸을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떨리는 증상이 생긴다”고 말했다.
32~33℃ 의식이 혼미해짐
34도에서 1~2도가 더 떨어지면, 근육이 점차 굳으면서 서서히 떨림이 줄어들기 시작한다. 맥박이나 호흡량이 현저히 줄어들면서 위급한 상황으로 진행될 수 있다. 이 정도에는 앰뷸런스를 부르는 등 적극적인 응급 병원 내원이 필요한 시기다.
31℃ 의식장애
30℃ 무의식
29℃ 맥박 및 호흡 저하
28℃ 심폐정지
1. 체온이 35℃ 이하로, 저체온증
가장 흔히 발생하는 한랭질환이다. 몸의 중심체온(심부체온)이 35도 이하로 떨어진 상태를 말한다. 추운 날씨에 인체의 자연스런 열 생산이 줄어들거나 물에 빠지는 등 사고로 열 손실이 증가할 때, 또는 두 가지가 복합적으로 발생할 때 생긴다.
why? 추운 환경에 노출되면 인체는 떨림과 근육 긴장, 대사량 증가 등을 통해 체온을 유지한다. 이러한 체온 유지는 시상하부의 조절로 이루어진다. 내분비계질환이나 저혈당, 알코올 중독 등 특정한 원인에 의해 열손실에 대한 적절한 방어기전이 작동하지 않으면, 저체온증이 발생한다. 하지만 겨울철 추운 환경에 장시간 노출되면, 건강한 사람도 저체온증에 걸릴 수 있다.
추위에 노출돼 발생하는 몸떨림은 기초대사량(생물체가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에너지 양)을 최대 5배까지 증가시켜 체온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하지만 이런 몸떨림에는 한계가 있다. 일반적으로 수시간 후에는 떨림이 줄어들고, 중심 체온이 30도 이하로 내려가면 몸떨림 반응이 아예 나타나지 않는다. 이렇게 방어기전이 작동하지 않으면, 인체는 지속적으로 열손실을 겪게 되면서 체온이 35도 이하로 떨어지는 저체온증이 발생한다.
심부체온이란?
외부 환경에 바로 영향을 받지 않는 몸속 고유 온도를 말한다. 보통 식도에 비위관을 넣어서 재며, 때때로 직장이나 결장까지 체온계를 넣어 잰다.
증상으로 의심해야
저체온증의 기준인 심부체온은 본인이 직접 잴 수 없다. 저체온증을 방치하면, 체온 저하가 지속돼 심각한 수준까지 진행돼 의식까지 잃을 수 있다. 따라서 초기에 저체온증을 의심해 최대한 빨리 병원을 찾아야 안전하다. 다행히 전문가들은 단순 추위와 저체온증의 증상이 명확히 구별돼 증상만으로도 조기에 저체온증을 의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어떻게 치료하나?
저체온증의 치료법은 크게 두 가지다. 외부가온과 내부가온이 그것인데, 외부가온은 겉을 따뜻하게 해주는 것이고, 내부가온은 내부를 직접 따뜻하게 데워주는 것이다.
외부가온은 신속하게
외부가온은 저체온증이 의심될 때 조기에 실시되어야 할 치료법이다. 적당히 뜨거운 물에 몸을 다 담그면 효과적으로 체온을 올릴 수 있다. 뜨거운 페트병이나 물주머니를 이용하면 더 신속하게 뜨거운 물체와 접촉할 수 있다. 담요로 겉에서 덮어주는 것도 효과 있다.
응급실에서 실시되는 내부가온
신체 내부 온도를 직접 올리는 치료는 응급하게 병원으로 옮겨져 받는 치료법이다. 뜨거운 수액이나 산소를 몸에 직접 주입하는 치료법이 대표적이다. 방광에 따뜻한 수액을 직접 주입하기도 한다.
28℃ 이하에서도 치료는 계속
저체온증 환자의 체온이 28도 이하로 떨어져 활력징후가 전혀 없을 때도 치료를 포기하지 않는다. 송경준 교수는 “체온이 떨어지면 몸의 신진대사도 떨어진다”며 “이 때문에 체온이 떨어지는 만큼 몸속 장기에게 필요한 혈액 공급량도 줄어든다”고 말했다. 실제로 체온이 6~7도 정도 떨어지면, 필요한 혈액 공급량도 30~40%에 불과해진다.
따라서 저체온증 환자는 적은 양의 혈액으로도 신체 각 장기가 완전히 손상되지 않을 수 있다. 송경준 교수는 “이 때문에 저체온증 환자는 심폐소생술을 일반 환자 보다 더 오래한다”며 “1시간 동안 심폐소생술을 실시해 멈췄던 심장이 돌아온 저체온증 환자도 있었다”고 말했다.
- 저체온증부터 한랭두드러기까지… 겨울 복병 '한랭질환' ①
- 저체온증부터 한랭두드러기까지… 겨울 복병 '한랭질환' ②
- 저체온증부터 한랭두드러기까지… 겨울 복병 '한랭질환' ③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