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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막 천자 검사 중 소아 환자 사망…법원, 4억여원 배상 판결

언론사

입력 : 2025.04.02 08:31

[메디컬투데이=김미경 기자] 소아 환자의 골막 천자 검사를 위해 진정제를 투여하는 과정에서 환자가 사망한 사건에 대해 법원이 병원의 책임을 일부 인정하고 약 4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대구지방법원 제14민사부는 최근 환자의 유가족이 A대학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 배상 청구 소송에서 A병원이 3억9880만원과 지연 이자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지난 2014년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을 진단받은 5세 환아는 3년간 항암 치료를 받았으며, 2018년 3월경 치료 종료를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2017년 11월 29일 고열 증세로 다시 A병원에 입원했다.

주치의인 소아청소년과 B 교수는 백혈병 재발 여부 검사를 위해 3년 차 레지던트 전공의 C씨에게 골막 천자 검사를 지시했다.

이에 따라 C씨는 환아에게 리도카인, 케타민, 미다졸람, 펜타닐을 혼합해 투여하도록 처방했고, 1년 차 레지던트 D씨에게 골막 천자를 지시했다. D씨는 같은 날 12시 20분부터 미다컴과 케타민을 차례로 투여하고 25분에는 미다컴을 추가로 투여했다.

그러나 12시 30분경 인턴인 E 전공의가 산소포화도 측정기 접지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을 발견하고, 다른 기기로 교체해 측정하자 산소포화도가 88%로 낮아진 상태였다.

D 씨가 엎드려 있던 환아를 뒤집어 청색증을 확인하고 즉각 응급조치를 시행했지만, 다음 날 오전 사망했다.

사건 당시 B 교수를 포함한 의료진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됐으나, 2024년 8월 형사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유가족은 의료진이 환아를 적절히 관리하지 못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총 4억5006만774원과 지연 이자 지급을 요구했다.

의료진이 진정 약물을 과도하고 부적절하게 투여한 점, 의료진 간 정보 공유가 부족한 상태에서 시술이 진행된 점, 진정 중 산소포화도 등 활력 징후에 대한 관찰을 소홀히 한 점 등이 의료진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특히 체중이 21kg에 불과한 당시 5세 소아 백혈병 환자에게 불과 5분 사이 약물을 중복해서 투여한 것이 소아진정 가이드라인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진정이 시작되기 전 시술 동의서를 받긴 했지만, 검사 목적이나 약물 부작용, 응급상황 대비 여부 등에 대해 충분한 설명이 없었다며 설명의무 위반도 함께 주장했다.

법원은 의료진 주의의무 위반을 일부 인정했다. 약물 투여나 이후 응급 처치 상 과실은 없으나 경과 관찰을 소홀했다는 것이다.

법원은 환아에게 투여한 약물은 “일반적인 사용 요량으로 허용된 범위 내이고 소아 진정은 적정 용량 이하 약물을 투여하더라도 호흡 곤란과 심정지 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응급조치에 대해서는 의료진이 적절하고 신속한 대응을 한 것으로 판단했다. 응급 장비는 처치실에서 10m 떨어진 간호사실에 있었고, 실제로 앰부백은 15초 이내 현장에 도착해 사용됐다.

설명 의무 위반 주장에 대해서도 법원은 “진정 동의서 및 검사 동의서에 대한 설명과 서명이 있었던 점을 들어,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실질적으로 침해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의료진이 활력징후를 실시간으로 감시하지 못한 점, 특히 산소포화도 측정기의 접지 불량으로 수치가 표시되지 않았음에도 이 문제를 조기에 인지하지 못한 점은 과실로 판단했다.

법원은 “산소포화도가 90% 이하에서 급격히 떨어질 수 있는 점을 감안해도 의료진은 환자에게 청색증이 나타나고 응급조치를 회복하기 어려운 수치에 이를 때까지 활력징후 변화 추이를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고 했다.

청색증이 뚜렷하게 나타난 뒤에야 환자의 상태를 인지한 의료진의 대처가 너무 늦었다는 것이다.

이에 법원은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을 의료진의 ‘환자의 활력징후에 대한 관찰 의무 소홀’로 판단하고 진정 약물 투여 과정에서 실시간 모니터링이 이뤄졌다면, 환아의 산소포화도 저하를 신속하게 인지하고 빠르게 대처할 수 있었을 거라는 점에서 의료진의 책임을 무겁게 다뤘다.

따라서 A병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70%로 제한하면서도, 의료진의 과실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해 손해배상액을 산정했다. 그 결과 법원은 대학병원 운영자가 유가족에게 위자료 2000만원을 포함해 손해배상금 총 3억9880만3580만원을 지급하도록 했다.


메디컬투데이 김미경 sallykim0113@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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