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에 공짜는 없다지만 우울증약은 공짜가 널렸다.물론 병원 처방 약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약과 대등한 효과를 내거나 증상을 상당히 개선한다고 알려진 '공짜 실천법'이 많다는 뜻이다. 아무래도 우울증 같은데 병원은 부담스럽고, 심리센터에 방문할 힘도 안 나고, 해결책을 몰라 어영부영하는 사람들에게 우선 권장할 만한 생활 속 우울증약을 소개한다. 진짜 약(藥)이라고 생각하고 꾸준히 시도해보자.햇볕 최대한 많이 쬐기"햇볕만 쬐면 우울감이 눈 녹듯 사라진다"고 표현하는 환자가 많다. 햇볕을 얼만큼, 얼마나 자주 쬐는 게 좋은지에 대한 기준은 따로 없지만, 전문가들은 하루 최소 1~2시간 쬐고 되는대로 자주 쬐라고 말한다. 햇볕이 우울증을 완화하는 기전에 크게 3가지가 있다. 첫째는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 양을 늘리기 때문이다. 앞서 칼럼에도 설명했듯 세로토닌 부족은 우울증의 주요 원인이다. 병원에서 우울증 환자에게 세로토닌양을 늘리기 위한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를 흔히 처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두 번째로 햇볕은 멜라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 분비량을 늘린다. 멜라토닌은 수면을 유도하는 호르몬으로 알려졌는데 부족하면 우울감을 유발한다. 낮에 햇볕을 충분히 쫴야 멜라토닌이 잘 분비된다. 셋 째도 멜라토닌과 관련 있다. 낮에 햇볕을 충분히 쫴서 저녁에 멜라토닌이 많이 분비되면 잠이 잘 와 수면주기를 올바로 돌려놓기 때문이다. 수면주기가 불규칙한 우울증 환자는 이를 개선하는 것만으로도 우울감이 완화 된다. 실제 빛을 이용한 광(光)치료는 정신의학계에서 정식 우울증 치료법으로 인정받았다. 보통 2500lx(룩스) 이상의 아주 강한 밝기의 빛을 일정기간 규칙적으로 쏴 멜라토닌 분비량을 늘리는 식으로 진행된다. 일상적인 실내 전구 밝기가 50~500lx인 것에 비하면 매우 강한 빛이다. 햇빛의 밝기는 맑은 날 실외를 기준으로 2만~10만lx이다.일주일 3회, 45분 운동운동이 항우울제만큼의 효과를 낸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로 밝혀졌다. 단, 일주일에 3~5회, 한 번에 45분 이상, 중등도 강도로 운동해야 한다. 김병수 정신건강의학과의원 김병수 원장은 "45분 이상 운동을 했냐 안했느냐에 따라 우울감 완화 효과가 극명하게 갈린다"며 "하루 15~20분 설렁설렁 산책하는 것은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운동 강도를 높이고, 되도록 팔다리를 많이 움직여야 세로토닌 분비량이 더 늘어난다"고 말했다. 중강도 운동은 등에 땀이 나고 옆 사람과 이야기하기 조금 버거울 정도의 운동이다. 운동은 도파민과 세로토닌 활성도를 높여 우울감을 완화한다. 운동하면 심장이 빨리 뛰면서 뇌로 가는 혈액량이 늘고, 이로 인해 우울증으로 생기는 인지기능저하, 무기력증 완화 효과도 낼 수 있다.반신욕으로 체온 높이기고혈압 등의 건강 문제가 없다면 반신욕이나 사우나 등으로 체온을 높이는 것이 좋다. 겨울에도 옷차림에 신경 써 체온을 유지해야 한다. 김병수 원장은 "우울증 환자의 심부 체온을 1.5~2도 올렸더니 항우울제를 먹은 것과 동일한 효과가 나타났다는 연구가 세계적인 의학저널인 란셋에 실렸다"고 말했다. 그는 "체온을 올리는 것들이면 다 도움이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우리 몸의 체온을 조절하는 곳이 시상하부인데 그 주변에 기분, 식욕, 성욕 등 본능을 조절하는 조직들이 모여 있다. 따라서 체온을 높여 시상하부를 자극하면 주변의 감정을 조절하는 조직도 영향을 받으면서 우울감을 완화한다고 추정하고 있다. 김병수 원장은 "저녁에 얼굴에 땀이 살짝 맺힐 정도로 사우나를 하는 일상적인 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우울감을 떨치려면 무언가 '노력'해야만 한다.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으면 우울감이 지속되는 게 당연한 일이다. 약을 먹듯 위 3가지를 실천했으면 좋겠다. 물론, 소개한 실천법이 병원의 처방 약과 완전히 같지는 않기 때문에 빠르고 확실한 증상 개선을 원하면 병원이나 심리상담센터를 찾아야 한다.
-
-
아이들이 자주 배가 아프다고 복통을 호소하고, 설사나 혈변이 장기간 지속된다면 신경성 장염이나 꾀병 등으로 치부하지 말고 염증성 장질환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염증성 장질환은 이름 그대로 장에 만성적으로 염증이 생기는 병이다. 보통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을 가리키는데 크론병은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관 어디에서나 발병하고 주로 소장과 대장에서 많이 발병한다. 궤양성 대장염은 대장에서만 발병한다.소장 혹은 대장 점막의 다발성 궤양이 발생하면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만성적인 설사, 대변에 점액이나 피가 섞여 나오는 점액변과 혈변, 특별한 이유 없이 자다가 깰 정도로 심한 복통, 급성 장염의 반복, 발열, 메스꺼움, 식욕 부진, 체중 감소, 피로감 등을 염증성 장질환의 위험 신호로 볼 수 있다.특히 소아청소년기에 염증성 장질환이 발병할 경우 성장 장애가 일어날 수 있다. 사춘기 이전에 염증성 장질환이 발병한 환자의 15~30%에서 성장 장애가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성장 장애가 일어나는 이유는 아이가 식욕이 없기도 하고, 먹으면 설사·복통·구역감 등 증상이 심해지다 보니 섭취량 자체가 줄어들며, 염증으로 인해 장에서 흡수 장애 등도 일어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호자가 충분한 열량을 공급하는 데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더불어 치료에 쓰이는 부신피질호르몬제(스테로이드제)도 성장 장애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꼭 필요한 경우에 단기간 사용하고 용량을 줄여가야 한다. 최근에는 염증성 장질환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염증 매개물질을 차단하는 항TNF제제 등의 생물학적제제가 도입돼 부신피질호르몬제의 대안이 되고 있다. 생물학적제제는 염증을 줄이고 점막을 치유하는 데 좋은 효과를 보인다.아이들의 염증성 장질환 치료 시에는 주변 사람들의 관심과 배려가 매우 중요하다. 수시로 일어나는 심한 복통과 설사는 괴로울 뿐만 아니라 아이를 당황하게 하고, 치료와 입원으로 인한 잦은 결석은 학교 생활이나 교우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아이가 동의한다면 가급적 학교, 학원 선생님과 친한 친구에게는 질환을 알리고 도움을 부탁하는 것이 좋다. 더불어 보호자가 먼저 병을 받아들이고 가능한 많은 정보를 알고자 노력해야 한다. 아이가 이해할 만한 나이라면 자신의 병에 대해 말해주고 궁금한 점이 있으면 언제나 보호자 혹은 의사와 상의할 수 있도록 격려해줘야 한다.소아 염증성 장질환은 유병률과 발병률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의심이 되면 미루지 말고 병의원을 방문해 적극적으로 진단을 받아야 한다. 최근에는 소아 내시경 전문의가 늘어나 소아에서의 대장 내시경이 보편화됐고, 비침습적인 칼프로텍틴 분변 검사를 통해 쉬운 선별검사도 가능하므로 불필요하게 병을 키울 필요가 없다.염증성 장질환은 난치성 질환이지만 의사, 환아, 보호자가 의지를 갖고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충분히 정상적인 성장과 일상생활이 가능한 질환이라는 점을 기억했으면 한다.
-
우울증이 심해 하루하루가 고달프고 표정마저 없어질 때. 환자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약 복용'을 고려해보게 된다. 하지만 이를 선뜻 결정하기 힘들어하는 환자들이 있는데, 청소년과 20~30대 젊은층이다. '나이가 아직 어린데 벌써 약을 먹기 시작하면, 평생 약에 의지해 살아야 하는 게 아닐까'라는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우선 어린 나이에 우울증을 겪는 사람이 나뿐만이 아니고,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국내 19세 이하 우울증 환자 수는 2만7050명으로 운동과다장애 다음으로 흔한 정신질환이었다. 20대, 30대에서는 우울증이 가장 흔한 정신질환 1위로 꼽혀, 환자 수가 각각 6만5141명, 6만8017명을 기록했다. 우울증 약의 안전성은 어떨까? 기자는 우울증 약이 어떤 식으로 뇌에 작용하며, 약을 끊은 후에도 우울증 완화 효과가 계속 지속되는지 궁금했다. 약을 먹어 효과를 보고→증상이 낫고→결국 약 없이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환자들이 어린 나이에 약 먹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우울증 약을 먹을수록 약에 의존하게 되고, 평생 끊을 수 없다면 어린 나이에 약물 치료를 시도하는 것이 당연히 두려울 테다.취재 결과, 다행히 우울증 약이 일시적으로 증상을 완화하는 것이 아니라 뇌 전반의 컨디션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우울증 약의 종류는 다양한데 보통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뇌에서 재흡수되는 것을 막는 약을 쓴다. 따라서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라고도 불린다. 우울증 환자는 대부분 기분을 좋게 하는 세로토닌 분비량이 적은 것이 병의 원인이기 때문이다. 뇌 신경들은 서로를 연결하는 '시냅스'를 통해 신호를 교환하는데, 세로토닌은 이 시냅스를 통해 뇌세포 사이를 이동한다. 보통 하나의 세포에서 세로토닌을 분비하면 다른 신경세포에서 이를 받아먹는다(쉽게 표현하자면). 그런데 세로토닌이 줄면 다음 세포가 세로토닌을 최대한 많이 받아먹기 위해 세로토닌을 받아먹는 도구인 '세로토닌 수용체'를 늘린다. 세로토닌이 줄어든 상태가 지속되면 뇌세포의 세로토닌 수용체가 계속 늘어나면서 혈중 세로토닌 농도가 떨어지고, 우울증이 심해진다. 따라서 우울증 약은 세로토닌이 뇌에서 재흡수되는 것을 막아 세로토닌 양을 늘린다. 그러면 점차 세로토닌 수용체 수도 줄면서 뇌 기능이 다시 정상적으로 이뤄진다. 성빈센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태원 교수는 "우울증 약은 고장 난 뇌의 회로를 고쳐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뇌 회로가 정상으로 돌아오면 약을 끊어도 문제없이 세로토닌 농도가 정상적으로 유지돼 약 없이 건강한 생활을 누릴 수 있다. 더불어 김 교수는 "우울증 약을 먹으면 뇌세포가 계속 재생된다는 연구가 있다"며 "결과적으로 뇌 건강에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병의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우울증 약을 먹으면 보통 1~3개월 안에 증상이 좋아진다. 이후에는 6개월~1년 정도 유지 치료를 한다. 순천향대부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지원 교수는 "유지 치료로 뇌의 컨디션이 정상으로 돌아오면 이후 약을 끊어도 된다"고 말했다. 혹여나 우울증 약을 먹다가 중단하고 싶은 상황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김태원 교수는 "우울증 약이 불편하면 복용하다 끊어버리면 그만"이라며 "부작용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우울증은 치료하지 않으면 50% 이상이 재발하고, 증상이 갈수록 심해진다. 우울증을 치료받은 환자는 병의 재발률이 10~20%인 반면, 그렇지 않은 환자는 80~90%나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청소년기나 20~30대 젊은층은 학업, 취업 등에 열심히 투자해야 할 시기인데, 단지 약에 대한 두려움으로 치료를 거부하면 중요한 삶의 시기를 놓치면서 잃는 것이 훨씬 많아질 수 있다.우울증이 의심된다고 해서 무조건 약을 먹으라는 것이 아니다. 우선 우울증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해보자. 운동을 꾸준히 하고, 심리상담센터 상담을 받아볼 수도 있다. 그래도 증상이 낫지 않고, 병원에서 우울증 확진까지 받았다면 약물 치료를 충분히 시도할 수 있는 선택지 중 하나로 고민해봤으면 좋겠다.
-
어린이들은 슬플 때는 물론, 무섭거나, 긴장되거나, 당황스러운 여러 상황에서 쉽게 울음을 터뜨린다. 그래 어리니까 그렇다 치자.
문제는 20~30대 성인이 돼서도 어렵고 당황스러운 일과 마주했을 때 원치 않게 울음부터 쏟아지는 사람들이다. 대부분 그런 자신의 모습을 창피해 하고 고민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직장 상사에게 쓴소리를 듣기만 하면 울음이 난다. 어떻게 고쳐야 할지 모르겠다"는 상담글을 본 적 있다.
기자 주변에도 유독 울음이 많은 친구가 있다. 고등학교 동창인데 당시 교생 선생님의 마지막 수업 날 혼자 울음을 터뜨려 주목받았다. 그 친구는 성인이 돼서도 직장 일이 힘들거나, 인간관계에 문제가 생겼을 때 친구들 앞에서 힘든 일을 토로하며 자주 운다.
커서도 울음이 많은 사람들. 이유가 뭘까?
우선 '과거부터 울음이 많았던 사람'과 '최근 들어 울음이 많아진 사람'을 구분해야 할 필요가 있다.
과거부터 울음이 많았던 사람을 먼저 살펴보자. 김병수 정신건강의학과의원 김병수 원장은 "1차 감정을 2차 감정으로 덮어버리는 습관이 원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직장 상사가 정당하지 못한 쓴소리를 했는데 울음이 터지는 사례를 보자. 쓴소리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느껴야 하는 정상적인 감정은 분노다. 이것이 '1차 감정'이다. 그런데 분노를 표현하지 못하고 슬픔이라는 감정으로 덮어버려 울음이 난다. 이때의 슬픔은 '2차 감정'이다. 분노를 슬픔으로 덮어버리는 이유는 분노를 표현했을 때 상대방과 분쟁이 생기는 것을 과도하게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김 원장은 "어린 시절 자기주장을 하면 부모님에게 과도하게 혼나는 등 자기주장을 편 후의 결과가 자신에 대한 비난으로 돌아온 사람들이 이런 증상을 잘 겪는다"고 말했다. 2차 감정으로 슬픔을 활용하는 이유는, 울음을 보이면 상대방이 나를 공격하거나 비난하지 않을 것이라는 무의식적인 기대를 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는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표현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상대 눈치를 보지 말고 자기감정을 있는 그대로 말하는 연습을 하는 게 좋다. 이를 위해서는 나는 상대방에게 평가받아야 할 존재가 아니며, 충분히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
최근 들어 울음이 많아진 사람들은 우울증, 불안증, 번아웃증후군에 의한 것일 수 있다. 번아웃증후군은 과로 등으로 심신에 피로가 쌓여, 모든 일에 무기력해진 상태다. 이런 상태에서는 감정 조절이 어렵다. 김병수 원장은 "울게 만드는 자극도 문제인데, 이보다 선행하는 우울이나 번아웃 상태가 슬픈 감정을 극대화시킨다"고 말했다. 쉽게 설명하면 피로가 누적되고 스트레스가 많아져서 사소한 자극에도 감정이 파도치는 것이다. 이때는 우울감, 피로감을 주는 원인이 무엇인지 찾아 해결해야 한다. 혼자서 어렵다면 심리상담센터 등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런 고도의 심리 분석을 뒤로 하고, 울음이 나올 것 같을 때 샤이니의 '링딩동'을 되뇌이거나 숫자를 10부터 거꾸로 세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변화를 원하는 사람은 자신이 울보가 되어버린 이유를 분석해보는 게 낫다. 단순히 울지 않게 바뀌는 게 아니다. 사람을 대하는 태도, 갈등을 해결하는 능력 등 삶을 일구는 전반적인 기술을 레벨 업(!)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
"저는 우울한 기질을 타고났어요. 어릴 때부터 항상 우울했던 것 같아요. 유전될까 봐 아이 낳기도 겁나요."타고나기를 우울한 성향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 이에 대한 논란은 꾸준하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같은 종류의 상담 글이 넘친다. 댓글에는 "우울한 성향은 유전이 확실하다" "유전과 환경이 반반으로 작용한다" "나도 그런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다" 등 다양한 의견이 줄을 잇는다. 안타깝게도 이에 대한 명쾌한 답은 없었다.기자도 궁금했다. 다행히 그간 취재를 하며 연을 맺었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의 자문을 구할 수 있었다.의사들의 한결같은 대답은 "태어나면서부터 우울한 사람은 없습니다"였다. 전문의들의 말을 들어보니 자신이 우울한 기질을 타고났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현재 '우울증'이거나 '기분부전장애(지속적기분장애)'를 앓고 있을 확률이 높다. 우울증이 있으면 과거 행복했던 기억보다는 우울했던 일만 강조해서 기억, 실제와 달리 자신이 원래부터 우울했다는 일종의 '과거 회상의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서울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이해우 과장은 "태어날 때부터 우울한 걸 누가 알 수 있나요? 현재 우울한 기분에 기반해 과거를 판단하고, 자신은 원래 우울했던 사람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것이죠"라고 말했다. 기분부전장애는 일종의 우울증 전 단계다. 가벼운 우울 증상이 계속 지속된다.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백종우 교수는 "길게는 2년씩 이어진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기분부전장애를 질병 카테고리에 넣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정신과 학계에서는 이를 일종의 치료 대상으로 분류하기 시작했다.결론은 자신이 우울한 기질 탓에 고달픈 사람은 이를 '성향'으로 여기고 방치하기보다 개선이 필요한 가벼운 우울증으로 보는 게 낫다.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게 부담스럽다면 심리상담센터를 먼저 찾는 것도 방법이다. 용기가 있다면 병원을 찾아 증상에 대해 상담하고 약을 먹지 않더라도 의사와 함께 해결책을 고민해볼 수 있다. 유전 문제는 어떨까? 의사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부모가 우울증에 걸렸다고 해서, 그 유전자가 아이에게 전달되고, 아이가 그 유전자로 인해 우울증에 걸리는 일은 없다. 문제는 부모가 우울증을 치료하지 않은 채 자녀를 키워 양육 과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데 있다. 비만인 부모와 함께 사는 아이는 살이 찌기 쉬운 부모의 식단을 공유하면서 비만이 되기 쉬운 것과 비슷한 원리다. 서울청정신건강의학과 정동청 원장은 "부모가 우울해 삶이 무기력한 것이 자녀의 우울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부모가 우울증이 있으면 유전적으로 남들보다 우울증에 취약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아이를 갖지 않으려는 생각에 대해, 백종우 교수는 "부모가 자신의 고혈압이나 당뇨병이 유전될까 봐 아이를 안 낳는다고 주장하는 것과 비슷한 정도의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한편 자녀에게 우울감이 유전될까 봐 두려움을 느낄 정도면 이미 우울증이 진행되고 있는 상태일 확률이 크다. 자신의 우울증 진단을 먼저 시도해보는 것이 낫다. 온라인상 간혹 이런 글도 눈에 띄었다. "나는 어릴 적 너무 행복하게 자랐다. 화목한 가정과 경제적인 풍요를 누리며 부족한 것 없었다. 하지만 우울감이 심하다. 내재된 타고난 기질인 것 같다."완벽한 환경과 행복의 기준은 무엇일까? 전문의들은 완벽한 환경이란 있을 수 없다고 말한다. 가족이 주는 충분한 사랑, 경제적 여유로움 등 겉으로 봤을 때 완벽해 보이는 조건들도 사실 완벽하지 못하다. 자신의 정서를 건드리고 위축시키는 일은 예상치 못한 것에서 발생될 수 있다. 백종우 교수는 "과거 우울증이 잘 생기는 성격에 대한 수 없이 많은 연구가 이뤄졌다"며 "그런데 그에 대한 결론은 '누구에게든 생길 수 있다'였다"고 말했다. 어렸을 때 사랑을 많이 받고 안 받고 등에 관계없이, 누구든 예상치 못한 일로 우울증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우울증은 타고나는 게 아니며, 우울증이 잘 생기는 성격도 없다. 자신의 기질을 탓하며 우울한 인생의 옷자락에 끌려다니기에 삶은 너무 짧다. 자책은 우선 뒤로 하고, 심리상담, 약, 운동 등으로 도약하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
바야흐로 ‘액티브 시니어’ 시대다. 액티브 시니어란 소비와 문화, 여가생활을 적극적으로 즐기는 5060세대를 가리키는 신조어로 젊은 층 못지않은 활기찬 사회생활을 누리는 것이 특징이다. 요즘은 백화점 문화센터에만 가더라도 노래, 요가, 댄스 등 다양한 취미생활을 즐기는 나이 지긋한 분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이 같은 액티브 시니어의 적극적인 사회생활을 위협하는 질환이 있으니 바로 골다공증이다. 골다공증은 뼈의 골밀도가 떨어져 뼈의 강도가 약해지고, 가벼운 충격에도 쉽게 골절을 일으키는 대표적 노인성 질환으로 50대 이상을 중심으로 유병률이 높아지고 있다. 대한골대사학회 조사에 의하면, 50세 이상 골다공증성 골절 발생률은 2008년부터 2013년까지 매년 4%씩 증가했다.골다공증은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잦은 골절의 재발로 삶의 질이 급격히 하락할 수 있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골다공증 환자는 척추, 고관절, 손목 등과 같은 부위에 골절이 발생하기 쉬워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을 뿐만 아니라, 심한 경우 생명까지 위협 받을 수 있다. 실제로 골다공증으로 인한 고관절 골절이 발생할 경우, 사망률은 일반인보다 10배 정도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이처럼 골다공증은 지속적인 치료와 관리가 반드시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정작 치료율과 치료 지속률은 낮다. 자신이 골다공증인 줄 모르고 지내다, 골절로 병원을 찾았다가 골다공증으로 진단 받는 환자도 많다. 골다공증은 골절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자각 증상이 없어, 오랫동안 병을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골다공증으로 진단받아도 치료를 꾸준히 받는 환자들이 적다. 골대사학회 역시 연구자료를 통해 골다공증 환자의 약물 치료율이 34%에 그쳤으며, 66%가 1년 안에 치료를 중단하고 있는 실정을 지적한 바 있다.일단 골다공증 진단을 받았다면, 반드시 약물치료를 지속하여 골밀도를 높이고 골다공증을 개선해야 한다. 최근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골다공증 약물치료로 주요 골격 부위의 골절위험이 척추는 68%, 고관절은 40% 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기존에는 약물 치료가 번거롭다는 이유로 꺼리는 환자들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약물 치료의 선택도 다양해지고 편리해졌다. 골다공증 약물로는 하루에 한번, 1주에 한번, 심지어 1달에 한번 먹는 약도 나와 있다. 약 때문에 속쓰림, 소화불량 등의 부작용을 경험한 환자의 경우 주사 치료도 가능하다. 특히, 요즘은 6개월에 한 번 주사를 맞으면 되는 치료제(데노수맙)도 있어 편하게 치료할 수 있으므로, 전문의와 상의하여 본인에게 맞는 약으로 선택하면 된다.나이가 들어도 마음만은 늘 청춘이라는 말이 있다. 젊은 날의 활기를 노년까지 이어가고 싶은 바람은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영원한 청춘까지는 아니어도 액티브 시니어로서 제2의 인생을 즐기고 싶다면 뼈 건강을 챙기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
뼈는 몸의 형태를 유지하고 내부 장기를 보호할 뿐만 아니라, 칼슘과 인 등을 저장해 혈중 농도를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골밀도가 떨어져 뼈의 강도가 약해지는 골다공증의 경우,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이다. 노년 건강을 위협하는 대표 요인이기도 하다.우리나라에서 골다공증은 50대 이상을 중심으로 유병률이 높아지고 있지만, 제대로 치료를 받는 사람은 많지 않다. 작년 골대사학회의 발표자료에 따르면, 국내 골다공증 환자 10명 중 4명만 약물치료를 받는다. 치료받는 10명 중 7명은 치료시작 1년 내에 약물치료를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골절 발생 후에도 약물치료를 받지 않고 방치하는 환자도 많았다. 골대사학회는 골절 발생 후 골밀도 검사를 받는 환자는 50%, 약물로 치료하는 환자는 40%에 그쳤다고 밝혔다. 이처럼 골다공증 치료율이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골다공증은 침묵의 병으로 불린다. 그 이유는 질환이 진행되고 있어도 아무런 증상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특징 때문에 환자들이 잘 몰라서, 또 알고 있더라도 치료가 필요하다고 느끼기 어렵다. 골다공증 치료를 잘 하지 않고 나중에 후회하는 경우가 무척 많다. 일반적으로 골절이 발생하기 전까지 외양이나 방사선 검사로 티가 나지 않는다. 환자는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후 점점 진행하면 점차 허리나 등이 구부러지며 키가 줄어든다. 방사선 검사상 척추의 변형이나 압박 골절이 나타나고 허리나 등에 심한 통증이 발생한다. 하지만 이런 상태는 이미 골다공증이 상당히 진행되어 다발성 골절까지 우려되는 상황으로, 적절한 예방 및 치료 시기를 놓친 상태다. 골다공증 치료는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이미 골절이 발생하면 치료가 어려워지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약물 치료가 번거로운 점 역시 골다공증 치료를 어렵게 한다. 골다공증의 대표적 치료제인 비스포스포네이트 계열 약물을 살펴보자. 매일 아침 식사 한 시간 전 공복상태에서 복용해야 한다. 약 복용 후에는 바로 눕지 않고 앉거나 서있어야 하는 등의 번거로움이 따르기 때문에, 환자들이 복용을 거르는 경우가 많다.약 복용이 번거로운 것에 비해, 뼈에 나타나는 치료 효과를 뚜렷하게 체감하기 어려운 것도 문제다. 골다공증 치료는 골밀도를 증가시켜 골절을 예방하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골밀도 증가는 환자가 직접 체감하기 어려운 부분이다보디, 불편함을 감수해가면서까지 치료를 장기적으로 지속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다행히 최근에는 경구용 치료제 외에도 다양한 치료제가 나와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특히 경구용 치료제 장기 복용을 힘들어하는 환자는 주사 치료제가 대안이 될 수 있다. 6개월에 1번 투여하면 되는 주사 치료제도 개발된 상황이다. 따라서 약 복용이 어렵다면 전문의와 상의, 자신에게 맞는 치료약제를 선택해 지속적인 치료로 골절을 예방해야 한다. 치료를 시작했다면 이를 지속하는 게 중요하다. 최근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약물치료를 꾸준히 받은 환자군에서 골절위험이 각각 척추 68%, 고관절 40%, 비척추 20%로 감소하는 등 골절 예방효과가 입증됐다.옛말에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이 있다. 이는 골다공증 치료에 딱 맞는 말이다. 골절이 발생하기 전에 골다공증을 꾸준히 치료하면, 잦은 골절 재발로 고생하는 일이 줄어든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가까운 병원에서 골밀도 검사를 받고, 골다공증 치료를 시작해 건강한 삶을 누리도록 하자.* 본 칼럼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김성규 교수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전남대학교 정형외과 수련 현 전남대학교병원 정형외과 교수 Asian Spine Journal(대한척추외과학회 영문학회지) 편집위원 대한척추외과학회 기초연구회, 척추변형연구회, 척추통증연구회
-
매년 6월 둘째 주는 대한암학회가 지정한 '암 주간'이다. 암은 역사적으로 오랜 시간 인류의 삶을 위협해왔다. 약 170만 년 전에 살았던 고인류의 화석에서도 악성종양의 흔적이 발견됐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오랜 시간 암이라는 존재에 대해 속수무책이었다. 암의 실체를 파악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고, 그에 따른 적절한 치료법을 찾기란 더더욱 어려웠다. 방사선, 화학치료 등의 기본적인 항암치료도 20세기에 이르러서야 겨우 대중화되는 수준이었다.하지만, 이제 '암=불치병'이라는 그간의 인식이 바뀌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국립암센터)가 발표한 2015년 국가암등록통계자료를 보면 2011~2015년 발생한 암환자의 5년 상대 생존율은 70.7%로, 10년 전인 2001~2005년에 비해 16.7%p나 증가했다.암 치료율이 높아지기까지 항암제의 역할이 컸다는 점은 많은 의료·제약인들이 공감하는 부분이다. 더 나아가 필자는 항암제야말로 신약 개발의 가치를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생각한다. 끊임없이 진화를 거듭한 항암제는 불치병으로 여겨졌던 암의 치료율을 높일 수 있었고, 이는 삶의 질 개선, 수명 연장이라는 신약개발의 가치를 여실히 보여줬다.하지만 알려진 바와 같이 신약 개발은 연구 개발 과정부터 상용화 단계까지 수많은 위기가 찾아온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의하면 1985년 평균 4억달러였던 신약 개발을 위한 투자 비용이 1990년대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로 크게 상승했고, 2000년 이후 26억달러(약 3조원)까지 증가했다. 반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신약 허가 건수는 1996년부터 2004년까지 매년 36개였던 데 비해 2005년부터 2010년까지는 연 평균 22개로 감소했다.제약사들은 이러한 상황을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 항암제의 등장이 인류의 긴 숙원이었던 암 정복을 기대할 수 있게 했듯이, 신약 개발이라는 발명 활동을 통해 인류의 '건강한 삶'에 기여하는 것이 제약사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MSD는 이 같은 생각으로 비즈니스 상황과 상관없이 매년 매출의 4분의 1가량인 약 10조9000억원을 R&D에 투자하고 있다. 또한, 면역항암제 한 품목에만 700여 개의 임상을 동시에 진행해 신약의 가치를 규명하고, 환자에게 그 가치를 전달 할 수 있도록 전념하고 있다.우리는 암을 비롯한 수많은 질병 속에서 살아간다. 그럼에도 우리 인류가 과거보다 건강한 모습으로 현재를 살아갈 수 있는 데에는 여러 질환과 해결 방안을 연구하는 의료진, 과학자 그리고 제약업계에서 일하는 여러 부서의 직원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제약사들은 '삶을 위한 발명'을 통해 인류의 보다 건강한 삶에 기여한다는 사명을 새기며, 아직 해결되지 않은 여러 질환에 대한 과학적 호기심, 탐구 그리고 열정을 멈추지 않아야 할 것이다.
-
-
척추 비수술 요법만큼 환자 귀를 솔깃하게 하는 것도 없다. 주사 등을 이용해간단하게 고칠 수 있다는데 굳이 수술을 받으려는 사람이 있을까? 그래서인지 '비수술 전문'을 표방하는 척추병원들이 크게 늘었다. 비수술 요법은 발병 초기, 급성기 환자에게 적당한 좋은 치료법이지만 요즈음 '비수술' 자체가 과대광고되면서,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환자에게까지 남발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가장 흔한 비수술 요법은 염증이 생긴 신경근에 국소마취제와 스테로이드제를 함께 주사해 염증과 부기를 가라앉히는 것으로 흔히 '신경차단술'이라 한다. 특수 바늘이나 풍선 등을 이용해 눌려 있거나 들어붙어 있는 신경을 정상적으로 회복시켜주거나, 척추 주변 인대와 근육을 자극 또는 강화시켜주거나, 디스크 수핵을 응고시키는 등의 비수술 요법들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이런 비수술 요법들은 대부분 국소 마취를 하므로 전신 마취로 인한 후유증이나 부작용이 적으며, 당뇨병, 심장질환, 골다공증 등 만성질환이 있거나 고령인 경우에도 안전하게 시술이 가능하다는 매력이 있다. 그러나 이미 만성기에 접어든 환자에게는 효과가 별로 없기 때문에 아주 제한적으로 적용돼야 한다.허리가 아프면 환자들은 일단 약물이나 물리치료, 운동요법 등 보존적 요법을 시도하게 된다. 대부분의 환자가 보존적 요법으로 정상을 회복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의사를 찾아가 비수술 요법으로 치료가 가능한지, 수술이 필요한 상황인지에 대한 의학적 판단을 구하지 않고 많은 환자가 비수술 전문 병원을 찾는다. 비수술치료를 받고 정상으로 회복되는 환자도 물론 많다. 그러나 시술 직후 좋아지는 것 같다가 다시 증상이 재발하는 환자도 수 없이 많다. 비수술 요법이 효과가 없으면, 이때라도 수술을 고려해야 하지만 상당수 환자는 다시 비수술 요법에 집착한다. 어떻게 해서든 수술을 피하고자 하는 마음이 너무 앞서기 때문이다.최근 전신마취 척추수술을 받은 환자 김모(58)씨가 그런 경우다. 그는 2003년 산행 중 요통이 시작됐으나 오랜 기간 참고 살았고, 통증이 심해진 최근 2년간은 반복적으로 스테로이드 주사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일시적인 통증 개선 효과만 보았을 뿐 주사 부작용으로 척추 신경이 지나는 구멍에 지방층이 두터워져 심한 척추관 협착증으로 발전했다. 조금 더 일찍 왔더라면 간단한 국소마취 수술로 해결됐을텐데 십여 년간 고생하다 결국 꺼리던 전신마취 수술을 받아야 했다.척추질환도 조기에 치료할 수록 효과가 좋다. 2~6주의 보존요법으로도 좋아지지 않고, 영구적인 후유증이 남을 것으로 예측되는 경우엔 서둘러 근본 원인을 제거하는 수술이나 시술을 해야 한다. 전체 척추 환자의 약 10%가 여기에 해당한다. 수술을 피하려 오랫동안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하면서 돈은 돈대로 쓰고, 고통은 고통대로 당한 뒤 결국 꺼리던 수술을 받는 환자를 지금껏 너무 많이 봐왔다. 중증 척추관협착증, 뼈가 어긋나 있는 척추불안정증, 심한 요추간판탈출증, 걷다보면 허리가 꼬부라지는 척추변형증 같이 척추수술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비수술 요법에만 집착할 경우 신경 자체가 주변 조직과 엉겨 붙어 나중에 수술을 받더라도 저리고 시린 신경병증이 영구적으로 생길 수 있다.
-
-
-
-
-
-
30대 남성 이모씨는 이번 추석 연휴에 부모님을 모시고 동남아 여행을 다녀올 계획이다. 너도 나도 긴 연휴에 여행 가기 바빠 비행기표를 간신히 구했는데, 여행 정보를 모아둔 인터넷 게시판에 들어가보니 ‘수인성질환’, ‘수양성설사’, ‘인수공통전염병’ 등 알 수 없는 질병 용어가 가득해 갑자기 겁이 덜컥 났다. 여행과 관련 있는 다양한 질병 용어를 알아보자.
수인성(水因性)질환수인성질환은 물 수(水) 자로 짐작할 수 있듯, 수분이 원인인 질환이다. 즉, 세균이나 바이러스 또는 독성물질로 오염된 깨끗하지 않은 물을 마셔 생기는 것을 말한다. 수인성질환 하면 여름철에만 생긴다고 착각하기도 하는데, 열기가 완전히 가시지 않은 9월에도 수인성질환의 위험성은 계속 이어진다.물 말고 입으로 들어가는 식품도 수인성질환을 일으키는 건 마찬가지다. 그래서 ‘수인성 및 식품매개질환’으로 한데 묶기도 한다. 오염된 물 또는 식품을 먹으면 설사, 복통, 구토 등 위장장애를 일으키게 된다.의학적으로 설사는 하루 3회 이상 대변을 보거나 하루 200g 이상 대변을 볼 때다. 또한 묽은 변이나 물 같은 변도 설사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수양성(水樣性)설사’란 무엇일까? 수양성에도 물 수(水) 자가 들어간다. 즉 물같은 설사를 수양성설사라고 한다. 수양성 설사 중에서도 쌀뜨물 같은 형태로 변이 나온다면 콜레라를 의심해봐야 한다. 수양성 설사라고 하면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사람이 많다. 수양성설사라는 표현 대신 이해하기 쉽게, ‘물 같은 설사’로 쓰면 어떨까 싶다.
인수공통감염병(人獸共通感染病)한동안 조류독감, 즉 조류인플루엔자(AI)로 닭 살처분이 사회적 이슈가 돼 곤혹을 치른 적이 있다. ‘고병원성조류인플루엔자’ 같은 질병을 인수공통전염병이라 한다. 인수(人獸)에서 수는 짐승 수, 즉 야수(野獸)란 단어를 쓸 때의 글자와 같다.결국 글자 자체로 보면 인수공통전염병은 사람과 동물이 공통으로 감염되는 질병이라는 뜻인데, 실제로는 사람을 중심으로 생각해 동물에게서 사람에게 전파되는 전염병이라는 의미로 쓰인다.탄저병, 공수병(광견병), 일본뇌염, 살모넬라증, 브루셀라증, 톡소플라스마증, 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콥병(인간 광우병), 라임병 등이 인수공통감염병에 속한다. 또한 최근 떠오르고 있는 신종 인수공통전염병인 에볼라바이러스감염증,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웨스트나일바이러스뇌염, 니파바이러스감염증, 헨드라바이러스감염증 등도 포함된다. 새로 등장하는 신종 전염병의 50~70%는 인수공통전염병일 정도로 동물에게서 사람에게 전파되는 질병의 수가 계속 늘고 있다.
해외 여행 인구가 늘어날수록 인수공통 전염병에 노출될 위험은 커진다. 낯선 곳에서 질병을 옮길 수 있는 모기, 진드기, 벼룩, 쥐, 박쥐 등은 피하는 게 상책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 예방백신이나 예방약이 있는지 확인해 미리 챙기는 것이 현명하다. 여행에서 돌아올 때 열이 나면 바로 보고하는 것도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
-
비타민E는 비타민C와 더불어 항산화제의 대명사처럼 쓰인다. 약국에서 판매하는 건강기능식품 스테디셀러이기도 하다. 노화방지, 피부미용, 혈액순환 등 비타민E의 효능으로 알려진 건 다양해 많은 사람들이 먹는다. 그런데 비타민E는 합성이냐 천연이냐에 따라 논란이 있다.
지방 산화 막아 세포 보호건강기능식품의 원료로서 식약처에서 인정한 비타민E 기능은 ‘유해산소로부터 세포를 보호하는 데 필요’이다. 다른 말로는 항산화 기능이다. 비타민E는 특히 지방의 산패(酸敗)를 막는 데 강력한 효과를 발휘한다. 혈관 내 나쁜 콜레스테롤(LDL)의 산화를 막는 데도 도움된다. 실제로 오메가3나 감마리놀렌산 같은 불포화지방산 건강기능식품을 살펴보면 비타민E가 소량(0.1%가량) 포함된 게 많은데, 이는 비타민E 복합제제가 아니라 원료의 산패를 막기 위해 비타민E를 첨가제로 사용한 것이다.의약품으로 판매되는 비타민E는 말초순환장애, 갱년기의 어깨·목 결림, 손·발 저림, 수족냉증 개선이 목적이다. 항산화 작용, 혈전생성 억제 작용, 그 외 아직 밝혀지지 않은 기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보인다. 알츠하이머나 빈혈, 월경통에도 비타민E가 도움될 수 있다.
대부분 인공이지만 천연 비타민E도 존재비타민E는 알파토코페롤, 베타토코페롤, 감마토코페롤 등 8개의 서로 다른 화학적 형태의 물질을 총칭한다. 이 중 알파토코페롤이 사람의 생리활성에 영향을 가장 많이 미치고, 인공적인 합성이 가능하다. 대부분의 비타민E 제품을 보면 알파토코페롤만 들어 있다. 그런데 많지는 않지만, 천연형태의 여러 토코페롤이 든 혼합제품도 판매되고 있다.비타민 B나 C는 합성 비타민의 구조가 천연 비타민과 동일하다. 비타민E는 구조가 달라, 둘 간에 차이가 있다. 동일 용량을 봤을 때 합성보다 천연 알파토코페롤의 효능이 더 우수하다. 또 합성 비타민E는 천연 비타민E보다 더 적은 양에서 혈소판 억제작용에 의한 출혈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다른 비타민은 천연이든 합성이든 큰 차이가 없다는 게 중론이지만, 비타민E는 천연이 낫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라벨 보고 천연과 합성 구분하기건강기능식품 라벨을 보면 성분표시가 있는데, 여기서 비타민E의 화학명을 살피면 해당 비타민E가 천연인지 합성인지 구별할 수 있다. 천연 비타민E는 디알파토코페롤(D-α-tocopherol) 또는 혼합 토코페롤(mixed tocopherol)로 표시되고, 합성 비타민E는 디엘알파토코페롤(DL-α-tocopherol)로 표시된다. 알파벳 한 자만 다르기 때문에 천연과 합성을 선택해 구매하려면 라벨 표시를 잘 보아야 한다. 포장 측면 ‘영양·기능정보’에는 일률적으로 천연, 합성 구분 없이 비타민E 또는 알파-TE(알파토코페롤)로 표시되어 구분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대신 포장의 다른 측면에 있는 ‘원료명 및 성분함량’에는 통상적으로 천연과 합성이 구분될 수 있게 표시되어 있다.섭취량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역시 라벨을 보면 된다. 비타민E의 함량은 알파토코페롤의 mg이나 IU(국제단위, International Unit, 중량이 아닌 생물학적 활성을 기준으로 한 측정 단위) 둘 중 하나로 표시된다. 국내 건강기능식품은 mg으로 표기되어 있고, 미국 FDA에서는 IU 표기가 의무라서 해외직구 제품은 IU로 표시된 게 많다. 천연 비타민E의 경우 1IU는 0.67mg(정확히 3분의 2)이다. 합성 비타민E 1IU는 0.45mg이다.
-
태양의 계절, 7월이 시작됐다. 한낮 기온이 30℃를 오르내리는 무더위가 몰려오고 있는 것. 다행히 퇴근 후, 해가 떨어지고 나면 아직 시원한 느낌이 남아 있다. 이런 시간에는 한강변에 둘러앉아 와인 한잔 마시기 안성맞춤이다. 직장 동료나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 꽃을 피우다 보면 업무에 지친 피로와 스트레스가 한꺼번에 풀리기 때문이다.이번 호에서는 레스토랑에서 잔으로 판매(바이 더 글라스)하는 와인을 소개한다. 와인 한 병을 모두 마시기에 부담스럽거나, 코스요리에 맞춰 샴페인이나 화이트 혹은 레드 등 다양한 종류의 와인을 모두 맛보고 싶을 때 ‘바이 더 글라스 와인’를 외치면 된다.대부분 가격 대비 품질도 우수하다. ‘박스째 사놓고 마셔도 돈 아깝지 않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다만 와인의 특성상 마개를 개봉한 후 3~4시간 내, 최소한 당일 소비가 가능한 곳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와인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와인 종류에 따라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향을 잃거나 맛이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글라스 와인, 실패 확률 낮아“레스토랑에서 잔으로 파는 와인을 선정하는 것은 매우 신중하고 까다로운 일이죠. 어떤 음식과 함께 먹느냐에 따라 와인의 맛과 향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전문가 의견을 듣고, 에피타이저와 메인요리의 특성을 최대한 반영해 결정을 내립니다.” 요리사 출신 소믈리에인 박순석 씨의 설명이다.현재 한남동 정통 프렌치 레스토랑 ‘수마린’에서 근무하고 있는 그는 잔으로 파는 와인을 믿고 선택하면 그만큼 실패 확률이 낮다고 강조한다.“실제 수마린에는 코스요리와 함께 세 종류의 와인을 주문할 수 있도록 별도 메뉴판을 갖추고 있는데, 손님들 반응이 아주 좋습니다. 그만큼 와인 페어링이 좋다는 의미 아니겠어요.”그렇다면 과연, 시중 레스토랑에서 잔으로 파는 와인은 어떤 종류가 있을까. 가장 먼저 이탈리아 화이트 와인 ‘피오 체사레 가비(Pio Cesare, Gavi)’가 떠오른다. 풍부한 꽃향과 적당한 산도가 하루 종일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뛰어다닌 영업사원들의 열기를 식혀주기에 충분하다.피에몬테 지방 가비에서 주로 생산된 ‘코르테제’ 포도품종을 100% 사용했으며 푸른빛 감도는 밝은 레몬 컬러가 특징이다. 한 모금 꿀꺽 삼키고 나면 은은하면서도 상쾌한 맛이 올라와 샐러드와 함께 주로 식전에 마시기 편하다. ‘강가에서 부는 바람 같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도멘 클로 드 넬’ 지친 삶 보상다음으로 프랑스 부르고뉴 와인 ‘도멘 클로 드 넬(Domaine Clau de Nell)’을 꼽을 수 있다. 와인잔에 코를 들이대면 카베르네 프랑(포도 품종 중 하나) 특유의 향과 맛을 단박에 느낄 수 있다. 상큼한 느낌의 붉은 산딸기 향이 도심 속 지친 삶을 보상해준다.이어 균형 잡힌 산미와 부드러운 타닌감이 나타난다. 미사질 점토와 사암, 석회질로 된 테루아가 주는 선물이다. 한마디로 상쾌한 기분으로 하루를 마무리 지을 수 있는 와인이다. 자연효모를 사용했으며 18개월 오크통 숙성을 거쳤다.이와 함께 스페인 토종 품종 템프라니오 100%를 사용한 ‘도미니오 데 에구렌 프로토콜로 틴토’ 레드 와인도 식사하면서 한두 잔 곁들이기에 부담 없다. 와인을 잔에 따르면 가장 먼저 강렬하고 짙은 자주 컬러가 눈에 들어온다.초기 향은 그렇게 고급스럽지 않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자두 등 붉은 과일 향을 느낄 수 있다. 집중하면 감초와 커피 맛도 잡을 수 있다. 반전이다. 다만, 와인 수입사 테이스팅 노트에 표현된 ‘가벼운 바닐라 향’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이젠 맛보기로 넘어가자. 와인을 입안에서 굴리다 고민 끝에 ‘꿀꺽’ 삼키자 밸런스 구성 등 강한 마무리가 인상적이다. 시중 소비자 가격은 1만원대로 저렴하지만 품질만큼은 어디 내놔도 손색없다. 알코올 도수 14%.
판티니, 깔끔한 맛 최고이외에도 이탈리아 아브르초 지역에서 생산된 ‘파네세 판티니 산지오베제’는 깔끔한 맛이, 칠레 콜차구아 밸리의 비냐 몽그라스 대표 와인인 ‘안투 쉬라’는 태양처럼 강렬한 맛이 가장 큰 특징이다.특히 판티니는 딸기와 체리 향이 강한 편으로, 와인에 대해 잘 모르는 초보자라도 별다른 어려움 없이 단박에 잡을 수 있다. 와인전문가들 중에서는 ‘청량감이 좋다’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기도 한다.산지오베제 100%를 사용했으며, 산도와 당도 밸런스가 좋다. 2013년 9월 센트럴시티(율산실업) 창업 40주년 기념행사 때 공식 와인으로 채택하기도 했다. 가격은 3만원대 중반으로 누구라도 큰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다.쉬라 100%로 양조된 몽그라스 안투 쉬라는 14개월간 프렌치오크통 숙성과 4일간 저온발효시켜 장기보관이 가능하다. 알코올 도수 14.6%, 서빙 온도는 16~18℃가 적정하다. 육류요리, 숙성 치즈와 잘 어울린다.
김동식와인칼럼니스트국제 와인전문가 자격증(WSET Level 3)을 보유하고 있다. ‘와인 왕초보 탈출하기’ 등 다수의 와인 칼럼을 썼다. 서울시교육청 등에서 와인 강의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