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기획

  • 홈
  • 기획시리즈
  • 프리미엄 칼럼
  • 칼럼
  • 명의인터뷰
  • [이해나 기자의 정신건강 테라피] 가장 싼 우울증약

    [이해나 기자의 정신건강 테라피] 가장 싼 우울증약

    세상에 공짜는 없다지만 우울증약은 공짜가 널렸다.물론 병원 처방 약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약과 대등한 효과를 내거나 증상을 상당히 개선한다고 알려진 '공짜 실천법'이 많다는 뜻이다. 아무래도 우울증 같은데 병원은 부담스럽고, 심리센터에 방문할 힘도 안 나고, 해결책을 몰라 어영부영하는 사람들에게 우선 권장할 만한 생활 속 우울증약을 소개한다. 진짜 약(藥)이라고 생각하고 꾸준히 시도해보자.햇볕 최대한 많이 쬐기"햇볕만 쬐면 우울감이 눈 녹듯 사라진다"고 표현하는 환자가 많다. 햇볕을 얼만큼, 얼마나 자주 쬐는 게 좋은지에 대한 기준은 따로 없지만, 전문가들은 하루 최소 1~2시간 쬐고 되는대로 자주 쬐라고 말한다.   ​햇볕이 우울증을 완화하는 기전에 크게 3가지가 있다. 첫째는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 양을 늘리기 때문이다. 앞서 칼럼에도 설명했듯 세로토닌 부족은 우울증의 주요 원인이다. 병원에서 우울증 환자에게 세로토닌양을 늘리기 위한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를 흔히 처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두 번째로 햇볕은 멜라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 분비량을 늘린다. 멜라토닌은 수면을 유도하는 호르몬으로 알려졌는데 부족하면 우울감을 유발한다. 낮에 햇볕을 충분히 쫴야 멜라토닌이 잘 분비된다. 셋 째도 멜라토닌과 관련 있다. 낮에 햇볕을 충분히 쫴서 저녁에 멜라토닌이 많이 분비되면 잠이 잘 와 수면주기를 올바로 돌려놓기 때문이다. 수면주기가 불규칙한 우울증 환자는 이를 개선하는 것만으로도 우울감이 완화 된다. 실제 빛을 이용한 광(光)치료는 정신의학계에서 정식 우울증 치료법으로 인정받았다. 보통 2500lx(룩스) 이상의 아주 강한 밝기의 빛을 일정기간 규칙적으로 쏴 멜라토닌 분비량을 늘리는 식으로 진행된다. 일상적인 실내 전구 밝기가 50~500lx인 것에 비하면 매우 강한 빛이다. 햇빛의 밝기는 맑은 날 실외를 기준으로 2만~10만lx이다.일주일 3회, 45분 운동운동이 항우울제만큼의 효과를 낸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로 밝혀졌다. 단, 일주일에 3~5회, 한 번에 45분 이상, 중등도 강도로 운동해야 한다. 김병수 정신건강의학과의원 김병수 원장은 "45분 이상 운동을 했냐 안했느냐에 따라 우울감 완화 효과가 극명하게 갈린다"며 "하루 15~20분 설렁설렁 산책하는 것은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운동 강도를 높이고, 되도록 팔다리를 많이 움직여야 세로토닌 분비량이 더 늘어난다"고 말했다. 중강도 운동은 등에 땀이 나고 옆 사람과 이야기하기 조금 버거울 정도의 운동이다. 운동은 도파민과 세로토닌 활성도를 높여 우울감을 완화한다. 운동하면 심장이 빨리 뛰면서 뇌로 가는 혈액량이 늘고, 이로 인해 우울증으로 생기는 인지기능저하, 무기력증 완화 효과도 낼 수 있다.반신욕으로 체온 높이기고혈압 등의 건강 문제가 없다면 반신욕이나 사우나 등으로 체온을 높이는 것이 좋다. 겨울에도 옷차림에 신경 써 체온을 유지해야 한다. 김병수 원장은 "우울증 환자의 심부 체온을 1.5~2도 올렸더니 항우울제를 먹은 것과 동일한 효과가 나타났다는 연구가 세계적인 의학저널인 란셋에 실렸다"고 말했다. 그는 "체온을 올리는 것들이면 다 도움이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우리 몸의 체온을 조절하는 곳이 시상하부인데 그 주변에 기분, 식욕, 성욕 등 본능을 조절하는 조직들이 모여 있다. 따라서 체온을 높여 시상하부를 자극하면 주변의 감정을 조절하는 조직도 영향을 받으면서 우울감을 완화한다고 추정하고 있다. 김병수 원장은 "저녁에 얼굴에 땀이 살짝 맺힐 정도로 사우나를 하는 일상적인 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우울감을 떨치려면 무언가 '노력'해야만 한다.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으면 우울감이 지속되는 게 당연한 일이다. 약을 먹듯 위 3가지를 실천했으면 좋겠다. 물론, 소개한 실천법이 병원의 처방 약과 완전히 같지는 않기 때문에 빠르고 확실한 증상 개선을 원하면 병원이나 심리상담센터를 찾아야 한다.
    전문칼럼이해나 헬스조선 기자2019/01/30 14:00
  • [이해나 기자의 정신건강 테라피] 우울증으로 얻은 건 없습니까?

    [이해나 기자의 정신건강 테라피] 우울증으로 얻은 건 없습니까?

    "우울증으로 얻은 건 없으세요?"과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백종우 교수와의 인터뷰 중 기자를 번뜩이게 했던 질문이다. 그는 우울증 치료를 끝낼 때 환자에게 꼭 이 질문을 던진다고 한다. 그럼 대부분의 환자는 뭐라고 반응할까? 그렇다. 도움이 됐다고 말한단다. '더 성숙해진 것 같다' '가족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 '우울증 치료를 통해 일상이 재밌고 즐겁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말이다. 환자에게 병이 가져온 이득(利得)을 묻는다는 것이 어불성설 같기도 하지만, 가끔은 어불성설도 약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이 인터뷰 기사에는 적지 않은 악성 댓글이 달렸다. "우울증으로 얻은 게 있냐고? 잘못 읽은 줄 알았다" "가족이 우울증 걸려서 20년 동안 안 낫고 고생해봐야 안다". 물론 우울증 환자의 고통을 가볍게 생각하면 안 된다. 하지만 우울증으로 얻게 된 점이 하나라도 있다면, 그것에 감사해보는 것이 환자에게 약인 게 분명하다. 백종우 교수는 인터뷰에서 "우울증은 뇌가 환자에게 기존 생활 방식을 바꿔 새로운 인생을 찾아가야 한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며 "좀 더 나은 인생을 살 수 있는 훌륭한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여겨보라"고 말했다.기자는 최근 우울증에 관한 '번뜩이는' 또 다른 사실 하나를 알게 됐다. 우울증은 인격이 성숙한 사람이 걸리는 병이라는 것이다. 정신과 서적을 살피다 알게 됐는데, 정신치료 쪽에서는 어느 정도 인격이 성숙해야 우울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고 본다고 한다. 책에 따르면 아주 낮은 수준의 방어기제만 주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우울을 느낄 수 있는 수준조차 안 되는 것이다. 방어기제란 자신에게 주어진 외적·내적 자극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고자 사용하는 다양한 심리적 수단이다.우울증은 한 사람의 삶을 사지로 몰아넣을 수 있는 무서운 병이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인생의 진짜 즐거움을 깨닫게 하는 약이 되기도 하며, 자신이 생각보다 '성숙한'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고마운 반증이 되어준다. 기자가 알게 된 이 두 가지 새로운 시각이 우울증 환자들에게 작게나마 위안이 됐으면 한다.
    전문칼럼이해나 헬스조선 기자2019/01/23 09:06
  • [전문가 칼럼] 小兒 염증성 장질환, 치료 미루다 성장 장애 온다

    [전문가 칼럼] 小兒 염증성 장질환, 치료 미루다 성장 장애 온다

    아이들이 자주 배가 아프다고 복통을 호소하고, 설사나 혈변이 장기간 지속된다면 신경성 장염이나 꾀병 등으로 치부하지 말고 염증성 장질환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염증성 장질환은 이름 그대로 장에 만성적으로 염증이 생기는 병이다. 보통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을 가리키는데 크론병은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관 어디에서나 발병하고 주로 소장과 대장에서 많이 발병한다. 궤양성 대장염은 대장에서만 발병한다.소장 혹은 대장 점막의 다발성 궤양이 발생하면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만성적인 설사, 대변에 점액이나 피가 섞여 나오는 점액변과 혈변, 특별한 이유 없이 자다가 깰 정도로 심한 복통, 급성 장염의 반복, 발열, 메스꺼움, 식욕 부진, 체중 감소, 피로감 등을 염증성 장질환의 위험 신호로 볼 수 있다.특히 소아청소년기에 염증성 장질환이 발병할 경우 성장 장애가 일어날 수 있다. 사춘기 이전에 염증성 장질환이 발병한 환자의 15~30%에서 성장 장애가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성장 장애가 일어나는 이유는 아이가 식욕이 없기도 하고, 먹으면 설사·복통·구역감 등 증상이 심해지다 보니 섭취량 자체가 줄어들며, 염증으로 인해 장에서 흡수 장애 등도 일어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호자가 충분한 열량을 공급하는 데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더불어 치료에 쓰이는 부신피질호르몬제(스테로이드제)도 성장 장애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꼭 필요한 경우에 단기간 사용하고 용량을 줄여가야 한다. 최근에는 염증성 장질환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염증 매개물질을 차단하는 항TNF제제 등의 생물학적제제가 도입돼 부신피질호르몬제의 대안이 되고 있다. 생물학적제제는 염증을 줄이고 점막을 치유하는 데 좋은 효과를 보인다.아이들의 염증성 장질환 치료 시에는 주변 사람들의 관심과 배려가 매우 중요하다. 수시로 일어나는 심한 복통과 설사는 괴로울 뿐만 아니라 아이를 당황하게 하고, 치료와 입원으로 인한 잦은 결석은 학교 생활이나 교우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아이가 동의한다면 가급적 학교, 학원 선생님과 친한 친구에게는 질환을 알리고 도움을 부탁하는 것이 좋다. 더불어 보호자가 먼저 병을 받아들이고 가능한 많은 정보를 알고자 노력해야 한다. 아이가 이해할 만한 나이라면 자신의 병에 대해 말해주고 궁금한 점이 있으면 언제나 보호자 혹은 의사와 상의할 수 있도록 격려해줘야 한다.소아 염증성 장질환은 유병률과 발병률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의심이 되면 미루지 말고 병의원을 방문해 적극적으로 진단을 받아야 한다. 최근에는 소아 내시경 전문의가 늘어나 소아에서의 대장 내시경이 보편화됐고, 비침습적인 칼프로텍틴 분변 검사를 통해 쉬운 선별검사도 가능하므로 불필요하게 병을 키울 필요가 없다.염증성 장질환은 난치성 질환이지만 의사, 환아, 보호자가 의지를 갖고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충분히 정상적인 성장과 일상생활이 가능한 질환이라는 점을 기억했으면 한다.
    전문칼럼문진수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2019/01/14 10:30
  • [이해나 기자의 정신건강 테라피] 아직 20대인데… 벌써부터 우울증 약 괜찮을까?

    [이해나 기자의 정신건강 테라피] 아직 20대인데… 벌써부터 우울증 약 괜찮을까?

    우울증이 심해 하루하루가 고달프고 표정마저 없어질 때. 환자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약 복용'을 고려해보게 된다. 하지만 이를 선뜻 결정하기 힘들어하는 환자들이 있는데, 청소년과 20~30대 젊은층이다. '나이가 아직 어린데 벌써 약을 먹기 시작하면, 평생 약에 의지해 살아야 하는 게 아닐까'라는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우선 어린 나이에 우울증을 겪는 사람이 나뿐만이 아니고,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국내 19세 이하 우울증 환자 수는 2만7050명으로 운동과다장애 다음으로 흔한 정신질환이었다. 20대, 30대에서는 우울증이 가장 흔한 정신질환 1위로 꼽혀, 환자 수가 각각 6만5141명, 6만8017명을 기록했다. 우울증 약의 안전성은 어떨까? 기자는 우울증 약이 어떤 식으로 뇌에 작용하며, 약을 끊은 후에도 우울증 완화 효과가 계속 지속되는지 궁금했다. 약을 먹어 효과를 보고→증상이 낫고→결국 약 없이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환자들이 어린 나이에 약 먹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우울증 약을 먹을수록 약에 의존하게 되고, 평생 끊을 수 없다면 어린 나이에 약물 치료를 시도하는 것이 당연히 두려울 테다.취재 결과, 다행히 우울증 약이 일시적으로 증상을 완화하는 것이 아니라 뇌 전반의 컨디션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우울증 약의 종류는 다양한데 보통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뇌에서 재흡수되는 것을 막는 약을 쓴다. 따라서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라고도 불린다.​ 우울증 환자는 대부분 기분을 좋게 하는 세로토닌 분비량이 적은 것이 병의 원인이기 때문이다. 뇌 신경들은 서로를 연결하는 '시냅스'를 통해 신호를 교환하는데, 세로토닌은 이 시냅스를 통해 뇌세포 사이를 이동한다. 보통 하나의 세포에서 세로토닌을 분비하면 다른 신경세포에서 이를 받아먹는다(쉽게 표현하자면). 그런데 세로토닌이 줄면 다음 세포가 세로토닌을 최대한 많이 받아먹기 위해 세로토닌을 받아먹는 도구인 '세로토닌 수용체'를 늘린다. 세로토닌이 줄어든 상태가 지속되면 뇌세포의 세로토닌 수용체가 계속 늘어나면서 혈중 세로토닌 농도가 떨어지고, 우울증이 심해진다. 따라서 우울증 약은 세로토닌이 뇌에서 재흡수되는 것을 막아 세로토닌 양을 늘린다. 그러면 점차 세로토닌 수용체 수도 줄면서 뇌 기능이 다시 정상적으로 이뤄진다. 성빈센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태원 교수​는 "우울증 약은 고장 난 뇌의 회로를 고쳐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뇌 회로가 정상으로 돌아오면 약을 끊어도 문제없이 세로토닌 농도가 정상적으로 유지돼 약 없이 건강한 생활을 누릴 수 있다. 더불어 김 교수는 "우울증 약을 먹으면 뇌세포가 계속 재생된다는 연구가 있다"며 "결과적으로 뇌 건강에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병의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우울증 약을 먹으면 보통 1~3개월 안에 증상이 좋아진다. 이후에는 6개월~1년 정도 유지 치료를 한다. 순천향대부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지원 교수는 "유지 치료로 뇌의 컨디션이 정상으로 돌아오면 이후 약을 끊어도 된다"고 말했다. 혹여나 우울증 약을 먹다가 중단하고 싶은 상황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김태원 교수는 "우울증 약이 불편하면 복용하다 끊어버리면 그만"이라며 "부작용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    우울증은 치료하지 않으면 50% 이상이 재발하고, 증상이 갈수록 심해진다. 우울증을 치료받은 환자는 병의 재발률이 10~20%인 반면, 그렇지 않은 환자는 80~90%나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청소년기나 20~30대 젊은층은 학업, 취업 등에 열심히 투자해야 할 시기인데, 단지 약에 대한 두려움으로 치료를 거부하면 중요한 삶의 시기를 놓치면서 잃는 것이 훨씬 많아질 수 있다.우울증이 의심된다고 해서 무조건 약을 먹으라는 것이 아니다. 우선 우울증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해보자. 운동을 꾸준히 하고, 심리상담센터 상담을 받아볼 수도 있다. 그래도 증상이 낫지 않고, 병원에서 우울증 확진까지 받았다면 약물 치료를 충분히 시도할 수 있는 선택지 중 하나로 고민해봤으면 좋겠다.
    전문칼럼이해나 헬스조선 기자2019/01/09 09:09
  • [이해나 기자의 정신건강 테라피] 이 나이 먹고도 울보라니

    [이해나 기자의 정신건강 테라피] 이 나이 먹고도 울보라니

    어린이들은 슬플 때는 물론, 무섭거나, 긴장되거나, 당황스러운 여러 상황에서 쉽게 울음을 터뜨린다. 그래 어리니까 그렇다 치자. 문제는 20~30대 성인이 돼서도 어렵고 당황스러운 일과 마주했을 때 원치 않게 울음부터 쏟아지는 사람들이다. 대부분 그런 자신의 모습을 창피해 하고 고민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직장 상사에게 쓴소리를 듣기만 하면 울음이 난다. 어떻게 고쳐야 할지 모르겠다"는 상담글을 본 적 있다. 기자 주변에도 유독 울음이 많은 친구가 있다. 고등학교 동창인데 당시 교생 선생님의 마지막 수업 날 혼자 울음을 터뜨려 주목받았다. 그 친구는 성인이 돼서도 직장 일이 힘들거나, 인간관계에 문제가 생겼을 때 친구들 앞에서 힘든 일을 토로하며 자주 운다. 커서도 울음이 많은 사람들. 이유가 뭘까? 우선 '과거부터 울음이 많았던 사람'과 '최근 들어 울음이 많아진 사람'을 구분해야 할 필요가 있다. 과거부터 울음이 많았던 사람을 먼저 살펴보자. 김병수 정신건강의학과의원 김병수 원장은 "1차 감정을 2차 감정으로 덮어버리는 습관이 원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직장 상사가 정당하지 못한 쓴소리를 했는데 울음이 터지는 사례를 보자. 쓴소리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느껴야 하는 정상적인 감정은 분노다. 이것이 '1차 감정'이다. 그런데 분노를 표현하지 못하고 슬픔이라는 감정으로 덮어버려 울음이 난다. 이때의 슬픔은 '2차 감정'이다. 분노를 슬픔으로 덮어버리는 이유는 분노를 표현했을 때 상대방과 분쟁이 생기는 것을 과도하게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김 원장은 "어린 시절 자기주장을 하면 부모님에게 과도하게 혼나는 등 자기주장을 편 후의 결과가 자신에 대한 비난으로 돌아온 사람들이 이런 증상을 잘 겪는다"고 말했다. 2차 감정으로 슬픔을 활용하는 이유는, 울음을 보이면 상대방이 나를 공격하거나 비난하지 않을 것이라는 무의식적인 기대를 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는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표현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상대 눈치를 보지 말고 자기감정을 있는 그대로 말하는 연습을 하는 게 좋다. ​이를 위해서는 나는 상대방에게 평가받아야 할 존재가 아니며, 충분히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 최근 들어 울음이 많아진 사람들은 우울증, 불안증, 번아웃증후군에 의한 것일 수 있다. 번아웃증후군은 과로 등으로 심신에 피로가 쌓여, 모든 일에 무기력해진 상태다. 이런 상태에서는 감정 조절이 어렵다. 김병수 원장은 "울게 만드는 자극도 문제인데, 이보다 선행하는 우울이나 번아웃 상태가 슬픈 감정을 극대화시킨다"고 말했다. 쉽게 설명하면 피로가 누적되고 스트레스가 많아져서 사소한 자극에도 감정이 파도치는 것이다. 이때는 우울감, 피로감을 주는 원인이 무엇인지 찾아 해결해야 한다. 혼자서 어렵다면 심리상담센터 등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런 고도의 심리 분석을 뒤로 하고, 울음이 나올 것 같을 때 샤이니의 '링딩동'을 되뇌이거나 숫자를 10부터 거꾸로 세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변화를 원하는 사람은 자신이 울보가 되어버린 이유를 분석해보는 게 낫다. 단순히 울지 않게 바뀌는 게 아니다. 사람을 대하는 태도, 갈등을 해결하는 능력 등 삶을 일구는 전반적인 기술을 레벨 업(!)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전문칼럼이해나 헬스조선 기자2018/12/12 10:02
  • [이해나 기자의 정신건강 테라피] "저는 우울한 기질을 타고났어요"

    [이해나 기자의 정신건강 테라피] "저는 우울한 기질을 타고났어요"

    "저는 우울한 기질을 타고났어요. 어릴 때부터 항상 우울했던 것 같아요. 유전될까 봐 아이 낳기도 겁나요."타고나기를 우울한 성향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 이에 대한 논란은 꾸준하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같은 종류의 상담 글이 넘친다. 댓글에는 "우울한 성향은 유전이 확실하다" "유전과 환경이 반반으로 작용한다" "나도 그런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다" 등 다양한 의견이 줄을 잇는다. 안타깝게도 이에 대한 명쾌한 답은 없었다.기자도 궁금했다. 다행히 그간 취재를 하며 연을 맺었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의 자문을 구할 수 있었다.의사들의 한결같은 대답은 "태어나면서부터 우울한 사람은 없습니다"였다. 전문의들의 말을 들어보니 자신이 우울한 기질을 타고났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현재 '우울증'이거나 '기분부전장애(지속적기분장애)'를 앓고 있을 확률이 높다. 우울증이 있으면 과거 행복했던 기억보다는 우울했던 일만 강조해서 기억, 실제와 달리 자신이 원래부터 우울했다는 일종의 '과거 회상의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서울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이해우 과장은 "태어날 때부터 우울한 걸 누가 알 수 있나요? 현재 우울한 기분에 기반해 과거를 판단하고, 자신은 원래 우울했던 사람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것이죠"라고 말했다. 기분부전장애는 일종의 우울증 전 단계다. 가벼운 우울 증상이 계속 지속된다.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백종우 교수는 "길게는 2년씩 이어진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기분부전장애를 질병 카테고리에 넣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정신과 학계에서는 이를 일종의 치료 대상으로 분류하기 시작했다.결론은 자신이 우울한 기질 탓에 고달픈 사람은 이를 '성향'으로 여기고 방치하기보다 개선이 필요한 가벼운 우울증으로 보는 게 낫다.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게 부담스럽다면 심리상담센터를 먼저 찾는 것도 방법이다. 용기가 있다면 병원을 찾아 증상에 대해 상담하고 약을 먹지 않더라도 의사와 함께 해결책을 고민해볼 수 있다. 유전 문제는 어떨까? 의사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부모가 우울증에 걸렸다고 해서, 그 유전자가 아이에게 전달되고, 아이가 그 유전자로 인해 우울증에 걸리는 일은 없다. 문제는 부모가 우울증을 치료하지 않은 채 자녀를 키워 양육 과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데 있다. 비만인 부모와 함께 사는 아이는 살이 찌기 쉬운 부모의 식단을 공유하면서 비만이 되기 쉬운 것과 비슷한 원리다. 서울청정신건강의학과 정동청 원장은 "부모가 우울해 삶이 무기력한 것이 자녀의 우울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부모가 우울증이 있으면 유전적으로 남들보다 우울증에 취약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아이를 갖지 않으려는 생각에 대해, 백종우 교수는 "부모가 자신의 고혈압이나 당뇨병이 유전될까 봐 아이를 안 낳는다고 주장하는 것과 비슷한 정도의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한편 자녀에게 우울감이 유전될까 봐 두려움을 느낄 정도면 이미 우울증이 진행되고 있는 상태일 확률이 크다. 자신의 우울증 진단을 먼저 시도해보는 것이 낫다. 온라인상 간혹 이런 글도 눈에 띄었다. "나는 어릴 적 너무 행복하게 자랐다. 화목한 가정과 경제적인 풍요를 누리며 부족한 것 없었다. 하지만 우울감이 심하다. 내재된 타고난 기질인 것 같다."완벽한 환경과 행복의 기준은 무엇일까? 전문의들은 완벽한 환경이란 있을 수 없다고 말한다. 가족이 주는 충분한 사랑, 경제적 여유로움 등 겉으로 봤을 때 완벽해 보이는 조건들도 사실 완벽하지 못하다. 자신의 정서를 건드리고 위축시키는 일은 예상치 못한 것에서 발생될 수 있다. 백종우 교수는 "과거 우울증이 잘 생기는 성격에 대한 수 없이 많은 연구가 이뤄졌다"며 "그런데 그에 대한 결론은 '누구에게든 생길 수 있다'였다"고 말했다. 어렸을 때 사랑을 많이 받고 안 받고 등에 관계없이, 누구든 예상치 못한 일로 우울증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우울증은 타고나는 게 아니며, 우울증이 잘 생기는 성격도 없다. 자신의 기질을 탓하며 우울한 인생의 옷자락에 끌려다니기에 삶은 너무 짧다. 자책은 우선 뒤로 하고, 심리상담, 약, 운동 등으로 도약하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전문칼럼이해나 헬스조선 기자2018/12/05 09:19
  • [의학 칼럼]액티브 시니어, 제2의 인생 즐기려면 뼈 건강 필수!

    [의학 칼럼]액티브 시니어, 제2의 인생 즐기려면 뼈 건강 필수!

    바야흐로 ‘액티브 시니어’ 시대다. 액티브 시니어란 소비와 문화, 여가생활을 적극적으로 즐기는 5060세대를 가리키는 신조어로 젊은 층 못지않은 활기찬 사회생활을 누리는 것이 특징이다. 요즘은 백화점 문화센터에만 가더라도 노래, 요가, 댄스 등 다양한 취미생활을 즐기는 나이 지긋한 분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이 같은 액티브 시니어의 적극적인 사회생활을 위협하는 질환이 있으니 바로 골다공증이다. 골다공증은 뼈의 골밀도가 떨어져 뼈의 강도가 약해지고, 가벼운 충격에도 쉽게 골절을 일으키는 대표적 노인성 질환으로 50대 이상을 중심으로 유병률이 높아지고 있다. 대한골대사학회 조사에 의하면, 50세 이상 골다공증성 골절 발생률은 2008년부터 2013년까지 매년 4%씩 증가했다.골다공증은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잦은 골절의 재발로 삶의 질이 급격히 하락할 수 있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골다공증 환자는 척추, 고관절, 손목 등과 같은 부위에 골절이 발생하기 쉬워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을 뿐만 아니라, 심한 경우 생명까지 위협 받을 수 있다. 실제로 골다공증으로 인한 고관절 골절이 발생할 경우, 사망률은 일반인보다 10배 정도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이처럼 골다공증은 지속적인 치료와 관리가 반드시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정작 치료율과 치료 지속률은 낮다. 자신이 골다공증인 줄 모르고 지내다, 골절로 병원을 찾았다가 골다공증으로 진단 받는 환자도 많다. 골다공증은 골절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자각 증상이 없어, 오랫동안 병을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골다공증으로 진단받아도 치료를 꾸준히 받는 환자들이 적다. 골대사학회 역시 연구자료를 통해 골다공증 환자의 약물 치료율이 34%에 그쳤으며, 66%가 1년 안에 치료를 중단하고 있는 실정을 지적한 바 있다.일단 골다공증 진단을 받았다면, 반드시 약물치료를 지속하여 골밀도를 높이고 골다공증을 개선해야 한다. 최근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골다공증 약물치료로 주요 골격 부위의 골절위험이 척추는 68%, 고관절은 40% 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기존에는 약물 치료가 번거롭다는 이유로 꺼리는 환자들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약물 치료의 선택도 다양해지고 편리해졌다. 골다공증 약물로는 하루에 한번, 1주에 한번, 심지어 1달에 한번 먹는 약도 나와 있다. 약 때문에 속쓰림, 소화불량 등의 부작용을 경험한 환자의 경우 주사 치료도 가능하다. 특히, 요즘은 6개월에 한 번 주사를 맞으면 되는 치료제(데노수맙)도 있어 편하게 치료할 수 있으므로, 전문의와 상의하여 본인에게 맞는 약으로 선택하면 된다.나이가 들어도 마음만은 늘 청춘이라는 말이 있다. 젊은 날의 활기를 노년까지 이어가고 싶은 바람은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영원한 청춘까지는 아니어도 액티브 시니어로서 제2의 인생을 즐기고 싶다면 뼈 건강을 챙기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전문칼럼김상현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 류마티스내과 교수2018/08/06 08:30
  • [의학 칼럼] 골다공증 무시하면 '큰 뼈' 다쳐요

    [의학 칼럼] 골다공증 무시하면 '큰 뼈' 다쳐요

    뼈는 몸의 형태를 유지하고 내부 장기를 보호할 뿐만 아니라, 칼슘과 인 등을 저장해 혈중 농도를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골밀도가 떨어져 뼈의 강도가 약해지는 골다공증의 경우,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이다. 노년 건강을 위협하는 대표 요인이기도 하다.우리나라에서 골다공증은 50대 이상을 중심으로 유병률이 높아지고 있지만, 제대로 치료를 받는 사람은 많지 않다. 작년 골대사학회의 발표자료에 따르면, 국내 골다공증 환자 10명 중 4명만 약물치료를 받는다. 치료받는 10명 중 7명은 치료시작 1년 내에 약물치료를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골절 발생 후에도 약물치료를 받지 않고 방치하는 환자도 많았다. 골대사학회는 골절 발생 후 골밀도 검사를 받는 환자는 50%, 약물로 치료하는 환자는 40%에 그쳤다고 밝혔다. 이처럼 골다공증 치료율이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골다공증은 침묵의 병으로 불린다. 그 이유는 질환이 진행되고 있어도 아무런 증상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특징 때문에 환자들이 잘 몰라서, 또 알고 있더라도 치료가 필요하다고 느끼기 어렵다. 골다공증 치료를 잘 하지 않고 나중에 후회하는 경우가 무척 많다. 일반적으로 골절이 발생하기 전까지 외양이나 방사선 검사로 티가 나지 않는다. 환자는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후 점점 진행하면 점차 허리나 등이 구부러지며 키가 줄어든다. 방사선 검사상 척추의 변형이나 압박 골절이 나타나고 허리나 등에 심한 통증이 발생한다. 하지만 이런 상태는 이미 골다공증이 상당히 진행되어 다발성 골절까지 우려되는 상황으로, 적절한 예방 및 치료 시기를 놓친 상태다. 골다공증 치료는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이미 골절이 발생하면 치료가 어려워지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약물 치료가 번거로운 점 역시 골다공증 치료를 어렵게 한다. 골다공증의 대표적 치료제인 비스포스포네이트 계열 약물을 살펴보자. 매일 아침 식사 한 시간 전 공복상태에서 복용해야 한다. 약 복용 후에는 바로 눕지 않고 앉거나 서있어야 하는 등의 번거로움이 따르기 때문에, 환자들이 복용을 거르는 경우가 많다.약 복용이 번거로운 것에 비해, 뼈에 나타나는 치료 효과를 뚜렷하게 체감하기 어려운 것도 문제다. 골다공증 치료는 골밀도를 증가시켜 골절을 예방하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골밀도 증가는 환자가 직접 체감하기 어려운 부분이다보디, 불편함을 감수해가면서까지 치료를 장기적으로 지속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다행히 최근에는 경구용 치료제 외에도 다양한 치료제가 나와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특히 경구용 치료제 장기 복용을 힘들어하는 환자는 주사 치료제가 대안이 될 수 있다. 6개월에 1번 투여하면 되는 주사 치료제도 개발된 상황이다. 따라서 약 복용이 어렵다면 전문의와 상의, 자신에게 맞는 치료약제를 선택해 지속적인 치료로 골절을 예방해야 한다. 치료를 시작했다면 이를 지속하는 게 중요하다. 최근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약물치료를 꾸준히 받은 환자군에서 골절위험이 각각 척추 68%, 고관절 40%, 비척추 20%로 감소하는 등 골절 예방효과가 입증됐다.옛말에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이 있다. 이는 골다공증 치료에 딱 맞는 말이다. 골절이 발생하기 전에 골다공증을 꾸준히 치료하면, 잦은 골절 재발로 고생하는 일이 줄어든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가까운 병원에서 골밀도 검사를 받고, 골다공증 치료를 시작해 건강한 삶을 누리도록 하자.* 본 칼럼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김성규 교수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전남대학교 정형외과 수련 현 전남대학교병원 정형외과 교수    Asian Spine Journal(대한척추외과학회 영문학회지) 편집위원 대한척추외과학회 기초연구회, 척추변형연구회, 척추통증연구회
    전문칼럼전남대병원 정형외과 김성규 교수2018/07/02 09:00
  • [의학 칼럼] 항암제 개발, '인류를 위한 발명' 사명감으로 임해야

    [의학 칼럼] 항암제 개발, '인류를 위한 발명' 사명감으로 임해야

    매년 6월 둘째 주는 대한암학회가 지정한 '암 주간'이다. 암은 역사적으로 오랜 시간 인류의 삶을 위협해왔다. 약 170만 년 전에 살았던 고인류의 화석에서도 악성종양의 흔적이 발견됐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오랜 시간 암이라는 존재에 대해 속수무책이었다. 암의 실체를 파악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고, 그에 따른 적절한 치료법을 찾기란 더더욱 어려웠다. 방사선, 화학치료 등의 기본적인 항암치료도 20세기에 이르러서야 겨우 대중화되는 수준이었다.하지만, 이제 '암=불치병'이라는 그간의 인식이 바뀌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국립암센터)가 발표한 2015년 국가암등록통계자료를 보면 2011~2015년 발생한 암환자의 5년 상대 생존율은 70.7%로, 10년 전인 2001~2005년에 비해 16.7%p나 증가했다.암 치료율이 높아지기까지 항암제의 역할이 컸다는 점은 많은 의료·제약인들이 공감하는 부분이다. 더 나아가 필자는 항암제야말로 신약 개발의 가치를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생각한다. 끊임없이 진화를 거듭한 항암제는 불치병으로 여겨졌던 암의 치료율을 높일 수 있었고, 이는 삶의 질 개선, 수명 연장이라는 신약개발의 가치를 여실히 보여줬다.하지만 알려진 바와 같이 신약 개발은 연구 개발 과정부터 상용화 단계까지 수많은 위기가 찾아온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의하면 1985년 평균 4억달러였던 신약 개발을 위한 투자 비용이 1990년대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로 크게 상승했고, 2000년 이후 26억달러(약 3조원)까지 증가했다. 반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신약 허가 건수는 1996년부터 2004년까지 매년 36개였던 데 비해 2005년부터 2010년까지는 연 평균 22개로 감소했다.제약사들은 이러한 상황을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 항암제의 등장이 인류의 긴 숙원이었던 암 정복을 기대할 수 있게 했듯이, 신약 개발이라는 발명 활동을 통해 인류의 '건강한 삶'에 기여하는 것이 제약사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MSD는 이 같은 생각으로 비즈니스 상황과 상관없이 매년 매출의 4분의 1가량인 약 10조9000억원을 R&D에 투자하고 있다. 또한, 면역항암제 한 품목에만 700여 개의 임상을 동시에 진행해 신약의 가치를 규명하고, 환자에게 그 가치를 전달 할 수 있도록 전념하고 있다.우리는 암을 비롯한 수많은 질병 속에서 살아간다. 그럼에도 우리 인류가 과거보다 건강한 모습으로 현재를 살아갈 수 있는 데에는 여러 질환과 해결 방안을 연구하는 의료진, 과학자 그리고 제약업계에서 일하는 여러 부서의 직원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제약사들은 '삶을 위한 발명'을 통해 인류의 보다 건강한 삶에 기여한다는 사명을 새기며, 아직 해결되지 않은 여러 질환에 대한 과학적 호기심, 탐구 그리고 열정을 멈추지 않아야 할 것이다.
    전문칼럼아비 벤쇼산 한국MSD 대표이사 2018/05/28 09:09
  • '인류 문명의 시작' 엄지발가락 홀대하는 현대인

    '인류 문명의 시작' 엄지발가락 홀대하는 현대인

    인간이 문명을 이룰 수 있던 결정적 이유는 직립보행 때문이다. 두 발로 걷게 되면서 손이 자유로워졌고, 때문에 불을 발견하고, 도구를 만들어 사용할 수 있었다. 이 직립보행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엄지발가락이다. 과학저널 네이처에 따르면 직립보행을 하지 않았던 원시인류는 엄지발가락이 매우 크고 다른 발가락들과 마주잡을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 하지만 직립보행 원시인류로 꼽히는 '루시'의 경우 엄지발가락이 다른 발가락과 평행을 이루며 전방을 향해있다. 엄지발가락은 인간다운 삶에 필요충분조건인 셈이다이처럼 엄지발가락은 매우 중요한 부위이나, 눈에서 멀기 때문일까? 현대인들은 엄지발가락을 너무 홀대하고 있다. 특히 가장 큰 위협은 무지외반증이다. 과거 무지외반증은 유전에 따른 선천적 요인 환자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최근 하이힐이나 뾰족 구두처럼 볼이 좁은 신발이 유행하면서 후천적 요인의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전문칼럼박의현 연세건우병원 병원장2018/05/14 09:26
  • [의학 칼럼] 무조건 '비수술 치료'만 고집하다 허리 망친다

    [의학 칼럼] 무조건 '비수술 치료'만 고집하다 허리 망친다

    척추 비수술 요법만큼 환자 귀를 솔깃하게 하는 것도 없다. 주사 등을 이용해간단하게 고칠 수 있다는데 굳이 수술을 받으려는 사람이 있을까? 그래서인지 '비수술 전문'을 표방하는 척추병원들이 크게 늘었다. 비수술 요법은 발병 초기, 급성기 환자에게 적당한 좋은 치료법이지만 요즈음 '비수술' 자체가 과대광고되면서,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환자에게까지 남발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가장 흔한 비수술 요법은 염증이 생긴 신경근에 국소마취제와 스테로이드제를 함께 주사해 염증과 부기를 가라앉히는 것으로 흔히 '신경차단술'이라 한다. 특수 바늘이나 풍선 등을 이용해 눌려 있거나 들어붙어 있는 신경을 정상적으로 회복시켜주거나, 척추 주변 인대와 근육을 자극 또는 강화시켜주거나, 디스크 수핵을 응고시키는 등의 비수술 요법들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이런 비수술 요법들은 대부분 국소 마취를 하므로 전신 마취로 인한 후유증이나 부작용이 적으며, 당뇨병, 심장질환, 골다공증 등 만성질환이 있거나 고령인 경우에도 안전하게 시술이 가능하다는 매력이 있다. 그러나 이미 만성기에 접어든 환자에게는 효과가 별로 없기 때문에 아주 제한적으로 적용돼야 한다.허리가 아프면 환자들은 일단 약물이나 물리치료, 운동요법 등 보존적 요법을 시도하게 된다. 대부분의 환자가 보존적 요법으로 정상을 회복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의사를 찾아가 비수술 요법으로 치료가 가능한지, 수술이 필요한 상황인지에 대한 의학적 판단을 구하지 않고 많은 환자가 비수술 전문 병원을 찾는다. 비수술치료를 받고 정상으로 회복되는 환자도 물론 많다. 그러나 시술 직후 좋아지는 것 같다가 다시 증상이 재발하는 환자도 수 없이 많다. 비수술 요법이 효과가 없으면, 이때라도 수술을 고려해야 하지만 상당수 환자는 다시 비수술 요법에 집착한다. 어떻게 해서든 수술을 피하고자 하는 마음이 너무 앞서기 때문이다.최근 전신마취 척추수술을 받은 환자 김모(58)씨가 그런 경우다. 그는 2003년 산행 중 요통이 시작됐으나 오랜 기간 참고 살았고, 통증이 심해진 최근 2년간은 반복적으로 스테로이드 주사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일시적인 통증 개선 효과만 보았을 뿐 주사 부작용으로 척추 신경이 지나는 구멍에 지방층이 두터워져 심한 척추관 협착증으로 발전했다. 조금 더 일찍 왔더라면 간단한 국소마취 수술로 해결됐을텐데 십여 년간 고생하다 결국 꺼리던 전신마취 수술을 받아야 했다.척추질환도 조기에 치료할 수록 효과가 좋다. 2~6주의 보존요법으로도 좋아지지 않고, 영구적인 후유증이 남을 것으로 예측되는 경우엔 서둘러 근본 원인을 제거하는 수술이나 시술을 해야 한다. 전체 척추 환자의 약 10%가 여기에 해당한다. 수술을 피하려 오랫동안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하면서 돈은 돈대로 쓰고, 고통은 고통대로 당한 뒤 결국 꺼리던 수술을 받는 환자를 지금껏 너무 많이 봐왔다. 중증 척추관협착증, 뼈가 어긋나 있는 척추불안정증, 심한 요추간판탈출증, 걷다보면 허리가 꼬부라지는 척추변형증 같이 척추수술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비수술 요법에만 집착할 경우 신경 자체가 주변 조직과 엉겨 붙어 나중에 수술을 받더라도 저리고 시린 신경병증이 영구적으로 생길 수 있다.
    전문칼럼이상호 우리들병원 회장2018/05/14 09:23
  • 낫지 않는 발바닥 통증, 발목터널증후군 의심을

    낫지 않는 발바닥 통증, 발목터널증후군 의심을

    손목터널증후군은 낫지 않는 손목통증의 원인으로 알려진 뒤 지난 3년간 50만명 이상 병원을 찾는 대표 수부(手部) 질환으로 자리 잡았다. 손목터널증후군은 과거에 손목 과사용에 따른 근육통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았지만, 미디어를 통해 손목 주변 신경 압박으로 인한 신경 손상 문제가 원인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조기에 치료를 받는 사람이 많아졌다. 족부(足部) 질환 중에도 손목터널증후군과 비슷한 질환이 있는데, 바로 발목터널증후군이다. 손목터널증후군과 마찬가지로 발목터널증후군 역시 신경 압박에 따른 문제로 나타난다. 발목터널증후군은 경골 신경의 압박 또는 긴장으로 인해 발생하며, 초기 증상은 발바닥이 화끈거리고 욱신거리는 통증이 나타난다. 족저근막염, 지간신경종과 증상이 비슷해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발목터널증후군으로 신경 손상이 심화되면 발바닥이 저린 통증과 함께 감각이 사라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전문칼럼연세건우병원 병원장2018/04/23 09:32
  • 아픈 아킬레스건 70%가 염증… 파열 쉬워 조기치료를

    아픈 아킬레스건 70%가 염증… 파열 쉬워 조기치료를

    아킬레스건은 종아리 근육과 발뒤꿈치 뼈를 연결해 우리가 발을 디디고 앞을 향해 뛸 수 있게 만드는 힘줄이다. 우리 몸에서 가장 크고 강한 힘줄이다. 그래서 아킬레스건을 다쳤다고 하면 심한 운동이나 스포츠활동과 연결해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전문칼럼박의현 연세건우병원장2017/11/13 09:13
  • 백신, 관리 부실로 5년간 8만건 폐기… 철저한 컨트롤 시스템 필요

    백신 접종은 각종 감염병을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특히 영유아와 65세 이상 노인은 백신 접종을 통해 인플루엔자(독감)나 폐렴 등을 예방해야 심각한 질환으로의 진행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백신 접종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때마다 매년 수급이 불안정하다는 소식이 들린다. 실제로 10월 현재 영유아가 필수로 접종해야 하는 폴리오(소아마비) 백신과 BCG 피내용(보건소에서 제공되는 백신으로 피부에 약 15도 각도로 바늘을 완전히 삽입하는 형태) 백신이 부족해서 내년 2월까지 접종이 연기된 상태이다. 또한 2015년에는 65세 이상에게 지급되는 독감 백신 공급이 지연돼 일부 지역에서는 백신 접종에 차질이 생기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백신을 최전선에서 제공하는 보건소에서 백신을 부실하게 관리해 백신 폐기가 잇따르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권미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제출받은 '백신 폐기 건수 및 폐기 사유별 현황' 자료에 따르면, 보건소에서 폐기되는 백신이 2013년부터 올해 8월까지 8만1076건(8억3000만원 상당)에 달했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집계된 폐기 사유별 원인을 보면 유효기간 경과로 인한 폐기가 2만9715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그 뒤로는 냉장고 고장 1만6476건, 정전 8855건, 개봉 전·후 오염이 98건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관리만 잘 했다면, 폐기율을 충분히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권미혁 의원은 "국가 필수 예방 접종 대상인 21종 백신 중 현재 5종만 국내에서 제조해 공급하는 등 백신 자급률이 25%에 불과한 상황에서 관리 부실로 인한 폐기가 잇따르고 있다"면서 "폐기되는 백신을 줄이기 위해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실제로 백신은 온도에 민감해서 온도가 조금만 달라져도 백신 효과가 감소하고 예방접종 후 이상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지난 2014년에 발표된 '예방접종 백신의 보관 및 관리' 연구에 따르면 대부분 백신의 유효 기간은 2년이며,백신 성질 변화를 막기 위해서는 2~8도에서 보관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백신을 취급하는 보건소나 병의원에서는 백신 전용 냉장고를 구비해서 백신을 따로 보관하고, 매일 백신의 유효기간을 확인해야 백신 폐기율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또한 백신 전용 냉장고는 비상전력 발전기 등을 통해 정전 등의 상황에서도 문제가 없도록 해야 한다. 질병관리본부 예방접종관리과 여상구 연구관은 "현재 보건소 내에 비상 전력발전기를 마련하는 한편, 의료진 교육을 통해 백신 폐기율을 줄이는데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칼럼이보람 기자2017/10/23 09:09
  • 새끼발가락 심하게 휘면, 온몸 관절 망친다

    새끼발가락 심하게 휘면, 온몸 관절 망친다

    발 앞쪽에 체중이 쏠리는 하이힐을 자주 신는 사람은 엄지발가락에 무지외반증(拇指外反症)이 생기듯 신발 앞코가 뾰족한 신발을 즐겨 신는 사람은 새끼발가락에 소지내반증(小指內反症)이 생긴다. 소지내반증은 새끼발가락이 엄지발가락 쪽을 향해 휘는 질환으로, '소건막류'라고 부른다. 그런데 소건막류는 단순히 발가락이 휘는 정도에서 그친다고 생각해선 안된다. 소건막류를 방치하면 발을 넘어 관절건강까지 망칠 수 있다. 그래서 소건막류를 사자성어 '제궤의혈(堤潰蟻穴)'에 빗대기도 한다. 제궤의혈이란 '작은 개미굴이 큰 둑을 무너뜨린다'라는 뜻으로, 사소한 실수로 큰 일을 망쳐버리는 것을 말한다.소건막류는 새끼발가락 뼈가 휘어서 밖으로 돌출되고 뼈 자체에 변형이 생기기도 한다. 이로 인해 통증이 발생하고, 걸을 때마다 아파서 무게 중심이 흐트러지게 된다. 무게 중심이 흐트러지면 무릎부터 골반, 허리, 어깨 관절 등에 부담을 준다. 결국 소건막류를 방치하면 발에서 시작된 통증이 신체 모든 관절을 망가뜨리는 꼴이 된다. 소건막류를 제궤의혈이라고 불리는 이유도 새끼발가락 변형에 의한 합병증까지 발생하기 때문이다. 소건막류는 진행형 질환으로 치료가 늦어질수록 새끼발가락 변형을 가져오고 관절 탈구까지 일으킬 수 있다. 또 관절에 가해지는 충격을 완화시키는 쿠션 역할을 하는 윤활낭에 염증을 만들어 붓게 만들고 이로 인해 통증과 압통이 생겨 정상적 보행을 어렵게 만든다.소건막류는 선척적으로 새끼발가락에 이상이 있어 발생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자신의 발 폭보다 좁은 신발을 오랫동안 신어 발생한다. 앞코가 좁은 신발은 새끼발가락에 과한 마찰과 압력을 줘 새끼발가락 변형과 통증을 일으킨다. 하지만 소건막류가 잘 알려져 있지 않다보니 많은 여성이 앞코가 좁은 신발을 신는다. 앞코가 좁은 신발은 소건막류 발생에 직결될 수 있어 반드시 피해야 한다. 만일 신발을 신고 걸을 때 새끼발가락이 아프거나 새끼발가락 옆에 돌출된 뼈 부위가 빨갛고 굳은살이 생겼다면 이미 소건막류가 진행 중일 가능성이 높다.소건막류는 우선 폭이 넓은 신발과 특수 제작된 깔창 등을 이용해 보존적으로 치료하게 된다. 그리고 보전적 치료 동안에는 새끼발가락에 무리가 가는 행동을 해선 안된다. 이러한 방법으로도 호전되지 않고 증상이 심해지면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과거엔 돌출이 심하면 뼈를 깍아냈지만 최근에는 관절 윗부분에서 새끼발가락을 안쪽으로 밀어주는 수술만으로 완치가 가능하다. 또 발목마취를 진행하기 때문에 통증이 없고 수술시간도 10분 정도로 짧아 수술 부담이 적다. 비교적 빠른 일상복귀가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그러나 소건막류는 치료나 수술 전 예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보행 불균형은 결국 발목부터 무릎, 고관절까지 망가뜨려, 전신의 관절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소건막류는 평소 발볼이 넓은 신발을 신고, 새끼발가락에 충격이 덜 가도록 구두 안쪽에 충격을 흡수할 스펀지만 대도 상당부분 예방할 수 있다.우리 몸의 가장 작은 부분인 새끼발가락에서 시작되는 소건막류는 결국 전신의 관절을 망칠 수 있는 만큼 사전에 신경쓰고 예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전문칼럼박의현 연세건우병원 병원장2017/10/23 09:07
  • 장기기증 환자·가족 예우 중요… 통일된 관리 체계 마련해야

    장기기증 환자·가족 예우 중요… 통일된 관리 체계 마련해야

    얼마 전, 장기기증을 한 아들의 시신을 직접 수습하면서 장기기증을 후회했다는 한 남성의 인터뷰가 보도됐다. 이를 접하고 장기이식에 몸담은 의료인으로서 곤혹스러움을 느꼈다. 보도에 따르면, 장기기증 후 시신을 장례식장까지 운반할 때 앰뷸런스에는 운전자를 제외하고 유가족 한 명이 탑승했다.국내에서 장기이식을 시행하는 병원 중 일부는 장기기증 및 구득 절차를 병원 자체적으로 진행한다. 나머지 병원은 한국장기조직기증원과 '뇌사자관리업무협약'을 맺었는데, 뇌사자가 생겼을 때 그 병원에서 바로 장기기증이 가능하도록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서 해당 병원으로 전문 인력 및 시스템을 제공하는 것이다. 장제를 돕고, 사망신고 등 행정 처리 시 동행하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1년간 심리 상담을 해주며, 유가족 모임 및 추모 행사 등도 연다. 이번 사건이 일어난 병원은 한국장기조직기증원과 협약을 맺지 않아서, 기증원의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렇다고 한국장기조직기증원과 협약 맺지 않은 병원이 장기기증 환자 및 가족에게 소홀한 것은 아니다. 병원 자체적으로 관련 매뉴얼을 만들어 철저히 시행한다. 다만 문제는 사례에서처럼 장기기증을 한 병원이 아닌 다른 곳의 장례식장을 이용하는 식의 변수가 생겼을 때 총체적으로 지원하는 국가적 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장기기증에 관여하는 모든 의료진은 기증을 결심한 환자 및 가족에게 무한한 감사와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장기기증의 숭고한 정신을 이해하고 동의한 가족에게 두 번 상처주고자 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급박한 장기기증 진행 과정에서 미숙함으로 인해 생기는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체계적인 장기기증 관련 시스템이 확립돼야 한다.다행히도 지난 9월에 국가가 기증자 및 유족에 대해 추모·예우 사업을 실시하고자 하는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매년 9월 두 번째 주간을 생명 나눔 주간으로 지정,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기념 행사를 시행할 수 있게 됐다. 추모 공원을 조성하고 조형물을 건립할 수도 있다. 향후에는 기증자 가족에게 사후 관리 서비스를 확대 지원하고 국가가 장례 지원 서비스를 직접 수행하는 등의 새로운 지원 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료계의 노력과 국민들의 관심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전문칼럼양재석 서울대병원 장기이식센터 교수2017/10/18 07:30
  • 수인성질환·인수공통전염병…여행과 관련된 아리송한 용어들

    수인성질환·인수공통전염병…여행과 관련된 아리송한 용어들

    30대 남성 이모씨는 이번 추석 연휴에 부모님을 모시고 동남아 여행을 다녀올 계획이다. 너도 나도 긴 연휴에 여행 가기 바빠 비행기표를 간신히 구했는데, 여행 정보를 모아둔 인터넷 게시판에 들어가보니 ‘수인성질환’, ‘수양성설사’, ‘인수공통전염병’ 등 알 수 없는 질병 용어가 가득해 갑자기 겁이 덜컥 났다. 여행과 관련 있는 다양한 질병 용어를 알아보자. 수인성(水因性)질환수인성질환은 물 수(水) 자로 짐작할 수 있듯, 수분이 원인인 질환이다. 즉, 세균이나 바이러스 또는 독성물질로 오염된 깨끗하지 않은 물을 마셔 생기는 것을 말한다. 수인성질환 하면 여름철에만 생긴다고 착각하기도 하는데, 열기가 완전히 가시지 않은 9월에도 수인성질환의 위험성은 계속 이어진다.물 말고 입으로 들어가는 식품도 수인성질환을 일으키는 건 마찬가지다. 그래서 ‘수인성 및 식품매개질환’으로 한데 묶기도 한다. 오염된 물 또는 식품을 먹으면 설사, 복통, 구토 등 위장장애를 일으키게 된다.의학적으로 설사는 하루 3회 이상 대변을 보거나 하루 200g 이상 대변을 볼 때다. 또한 묽은 변이나 물 같은 변도 설사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수양성(水樣性)설사’란 무엇일까? 수양성에도 물 수(水) 자가 들어간다. 즉 물같은 설사를 수양성설사라고 한다. 수양성 설사 중에서도 쌀뜨물 같은 형태로 변이 나온다면 콜레라를 의심해봐야 한다. 수양성 설사라고 하면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사람이 많다. 수양성설사라는 표현 대신 이해하기 쉽게, ‘물 같은 설사’로 쓰면 어떨까 싶다. 인수공통감염병(人獸共通感染病)한동안 조류독감, 즉 조류인플루엔자(AI)로 닭 살처분이 사회적 이슈가 돼 곤혹을 치른 적이 있다. ‘고병원성조류인플루엔자’ 같은 질병을 인수공통전염병이라 한다. 인수(人獸)에서 수는 짐승 수, 즉 야수(野獸)란 단어를 쓸 때의 글자와 같다.결국 글자 자체로 보면 인수공통전염병은 사람과 동물이 공통으로 감염되는 질병이라는 뜻인데, 실제로는 사람을 중심으로 생각해 동물에게서 사람에게 전파되는 전염병이라는 의미로 쓰인다.탄저병, 공수병(광견병), 일본뇌염, 살모넬라증, 브루셀라증, 톡소플라스마증, 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콥병(인간 광우병), 라임병 등이 인수공통감염병에 속한다. 또한 최근 떠오르고 있는 신종 인수공통전염병인 에볼라바이러스감염증,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웨스트나일바이러스뇌염, 니파바이러스감염증, 헨드라바이러스감염증 등도 포함된다. 새로 등장하는 신종 전염병의 50~70%는 인수공통전염병일 정도로 동물에게서 사람에게 전파되는 질병의 수가 계속 늘고 있다. 해외 여행 인구가 늘어날수록 인수공통 전염병에 노출될 위험은 커진다. 낯선 곳에서 질병을 옮길 수 있는 모기, 진드기, 벼룩, 쥐, 박쥐 등은 피하는 게 상책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 예방백신이나 예방약이 있는지 확인해 미리 챙기는 것이 현명하다. 여행에서 돌아올 때 열이 나면 바로 보고하는 것도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전문칼럼글 안지현(KMI 한국의학연구소 의학박사)2017/08/30 08:00
  • [조홍근의 푸드테라피] 미네랄 든 물이 좋다

    [조홍근의 푸드테라피] 미네랄 든 물이 좋다

    물은 과학이 발달하기 이미 오래전부터 이 세상과 생명의 기본 원소로 여겨졌다. 기원전 6세기에 그리스의 철학자 탈레스는 ‘물은, 대지와 공기와 하늘과 산, 신과 인간, 짐승과 새, 풀과 나무, 개미와 파리와 같은 벌레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구성하고 있다. 물에 대해 명상하라’고 하면서 물을 사물의 기본적인 속성으로 보았다. 2세기 후 아리스토텔레스는 물을 흙, 공기, 불과 더불어 이 세상을 이루는 4원소 중 하나로 열거했다. 물을 신성하게 보는 것은 서양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문명권에서 동일한 현상이었는데 여러 문명권의 신화를 보면 물이 생명의 시작이자 우주의 시작이라는 시각을 볼 수 있다.  
    전문칼럼글 조홍근(내과 전문의)2017/08/26 08:00
  • 항산화제의 대명사 비타민E

    항산화제의 대명사 비타민E

    비타민E는 비타민C와 더불어 항산화제의 대명사처럼 쓰인다. 약국에서 판매하는 건강기능식품 스테디셀러이기도 하다. 노화방지, 피부미용, 혈액순환 등 비타민E의 효능으로 알려진 건 다양해 많은 사람들이 먹는다. 그런데 비타민E는 합성이냐 천연이냐에 따라 논란이 있다. 지방 산화 막아 세포 보호건강기능식품의 원료로서 식약처에서 인정한 비타민E 기능은 ‘유해산소로부터 세포를 보호하는 데 필요’이다. 다른 말로는 항산화 기능이다. 비타민E는 특히 지방의 산패(酸敗)를 막는 데 강력한 효과를 발휘한다. 혈관 내 나쁜 콜레스테롤(LDL)의 산화를 막는 데도 도움된다. 실제로 오메가3나 감마리놀렌산 같은 불포화지방산 건강기능식품을 살펴보면 비타민E가 소량(0.1%가량) 포함된 게 많은데, 이는 비타민E 복합제제가 아니라 원료의 산패를 막기 위해 비타민E를 첨가제로 사용한 것이다.의약품으로 판매되는 비타민E는 말초순환장애, 갱년기의 어깨·목 결림, 손·발 저림, 수족냉증 개선이 목적이다. 항산화 작용, 혈전생성 억제 작용, 그 외 아직 밝혀지지 않은 기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보인다. 알츠하이머나 빈혈, 월경통에도 비타민E가 도움될 수 있다. 대부분 인공이지만 천연 비타민E도 존재비타민E는 알파토코페롤, 베타토코페롤, 감마토코페롤 등 8개의 서로 다른 화학적 형태의 물질을 총칭한다. 이 중 알파토코페롤이 사람의 생리활성에 영향을 가장 많이 미치고, 인공적인 합성이 가능하다. 대부분의 비타민E 제품을 보면 알파토코페롤만 들어 있다. 그런데 많지는 않지만, 천연형태의 여러 토코페롤이 든 혼합제품도 판매되고 있다.비타민 B나 C는 합성 비타민의 구조가 천연 비타민과 동일하다. 비타민E는 구조가 달라, 둘 간에 차이가 있다. 동일 용량을 봤을 때 합성보다 천연 알파토코페롤의 효능이 더 우수하다. 또 합성 비타민E는 천연 비타민E보다 더 적은 양에서 혈소판 억제작용에 의한 출혈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다른 비타민은 천연이든 합성이든 큰 차이가 없다는 게 중론이지만, 비타민E는 천연이 낫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라벨 보고 천연과 합성 구분하기건강기능식품 라벨을 보면 성분표시가 있는데, 여기서 비타민E의 화학명을 살피면 해당 비타민E가 천연인지 합성인지 구별할 수 있다. 천연 비타민E는 디알파토코페롤(D-α-tocopherol) 또는 혼합 토코페롤(mixed tocopherol)로 표시되고, 합성 비타민E는 디엘알파토코페롤(DL-α-tocopherol)로 표시된다. 알파벳 한 자만 다르기 때문에 천연과 합성을 선택해 구매하려면 라벨 표시를 잘 보아야 한다. 포장 측면 ‘영양·기능정보’에는 일률적으로 천연, 합성 구분 없이 비타민E 또는 알파-TE(알파토코페롤)로 표시되어 구분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대신 포장의 다른 측면에 있는 ‘원료명 및 성분함량’에는 통상적으로 천연과 합성이 구분될 수 있게 표시되어 있다.섭취량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역시 라벨을 보면 된다. 비타민E의 함량은 알파토코페롤의 mg이나 IU(국제단위, International Unit, 중량이 아닌 생물학적 활성을 기준으로 한 측정 단위) 둘 중 하나로 표시된다. 국내 건강기능식품은 mg으로 표기되어 있고, 미국 FDA에서는 IU 표기가 의무라서 해외직구 제품은 IU로 표시된 게 많다. 천연 비타민E의 경우 1IU는 0.67mg(정확히 3분의 2)이다. 합성 비타민E 1IU는 0.45mg이다.  
    전문칼럼글 정경인(약학정보원 학술팀장)2017/07/12 10:42
  • 한 잔이라 더 맛있는 글라스 와인

    한 잔이라 더 맛있는 글라스 와인

    태양의 계절, 7월이 시작됐다. 한낮 기온이 30℃를 오르내리는 무더위가 몰려오고 있는 것. 다행히 퇴근 후, 해가 떨어지고 나면 아직 시원한 느낌이 남아 있다. 이런 시간에는 한강변에 둘러앉아 와인 한잔 마시기 안성맞춤이다. 직장 동료나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 꽃을 피우다 보면 업무에 지친 피로와 스트레스가 한꺼번에 풀리기 때문이다.이번 호에서는 레스토랑에서 잔으로 판매(바이 더 글라스)하는 와인을 소개한다. 와인 한 병을 모두 마시기에 부담스럽거나, 코스요리에 맞춰 샴페인이나 화이트 혹은 레드 등 다양한 종류의 와인을 모두 맛보고 싶을 때 ‘바이 더 글라스 와인’를 외치면 된다.대부분 가격 대비 품질도 우수하다. ‘박스째 사놓고 마셔도 돈 아깝지 않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다만 와인의 특성상 마개를 개봉한 후 3~4시간 내, 최소한 당일 소비가 가능한 곳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와인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와인 종류에 따라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향을 잃거나 맛이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글라스 와인, 실패 확률 낮아“레스토랑에서 잔으로 파는 와인을 선정하는 것은 매우 신중하고 까다로운 일이죠. 어떤 음식과 함께 먹느냐에 따라 와인의 맛과 향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전문가 의견을 듣고, 에피타이저와 메인요리의 특성을 최대한 반영해 결정을 내립니다.” 요리사 출신 소믈리에인 박순석 씨의 설명이다.현재 한남동 정통 프렌치 레스토랑 ‘수마린’에서 근무하고 있는 그는 잔으로 파는 와인을 믿고 선택하면 그만큼 실패 확률이 낮다고 강조한다.“실제 수마린에는 코스요리와 함께 세 종류의 와인을 주문할 수 있도록 별도 메뉴판을 갖추고 있는데, 손님들 반응이 아주 좋습니다. 그만큼 와인 페어링이 좋다는 의미 아니겠어요.”그렇다면 과연, 시중 레스토랑에서 잔으로 파는 와인은 어떤 종류가 있을까. 가장 먼저 이탈리아 화이트 와인 ‘피오 체사레 가비(Pio Cesare, Gavi)’가 떠오른다. 풍부한 꽃향과 적당한 산도가 하루 종일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뛰어다닌 영업사원들의 열기를 식혀주기에 충분하다.피에몬테 지방 가비에서 주로 생산된 ‘코르테제’ 포도품종을 100% 사용했으며 푸른빛 감도는 밝은 레몬 컬러가 특징이다. 한 모금 꿀꺽 삼키고 나면 은은하면서도 상쾌한 맛이 올라와 샐러드와 함께 주로 식전에 마시기 편하다. ‘강가에서 부는 바람 같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도멘 클로 드 넬’ 지친 삶 보상다음으로 프랑스 부르고뉴 와인 ‘도멘 클로 드 넬(Domaine Clau de Nell)’을 꼽을 수 있다. 와인잔에 코를 들이대면 카베르네 프랑(포도 품종 중 하나) 특유의 향과 맛을 단박에 느낄 수 있다. 상큼한 느낌의 붉은 산딸기 향이 도심 속 지친 삶을 보상해준다.이어 균형 잡힌 산미와 부드러운 타닌감이 나타난다. 미사질 점토와 사암, 석회질로 된 테루아가 주는 선물이다. 한마디로 상쾌한 기분으로 하루를 마무리 지을 수 있는 와인이다. 자연효모를 사용했으며 18개월 오크통 숙성을 거쳤다.이와 함께 스페인 토종 품종 템프라니오 100%를 사용한 ‘도미니오 데 에구렌 프로토콜로 틴토’ 레드 와인도 식사하면서 한두 잔 곁들이기에 부담 없다. 와인을 잔에 따르면 가장 먼저 강렬하고 짙은 자주 컬러가 눈에 들어온다.초기 향은 그렇게 고급스럽지 않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자두 등 붉은 과일 향을 느낄 수 있다. 집중하면 감초와 커피 맛도 잡을 수 있다. 반전이다. 다만, 와인 수입사 테이스팅 노트에 표현된 ‘가벼운 바닐라 향’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이젠 맛보기로 넘어가자. 와인을 입안에서 굴리다 고민 끝에 ‘꿀꺽’ 삼키자 밸런스 구성 등 강한 마무리가 인상적이다. 시중 소비자 가격은 1만원대로 저렴하지만 품질만큼은 어디 내놔도 손색없다. 알코올 도수 14%. 판티니, 깔끔한 맛 최고이외에도 이탈리아 아브르초 지역에서 생산된 ‘파네세 판티니 산지오베제’는 깔끔한 맛이, 칠레 콜차구아 밸리의 비냐 몽그라스 대표 와인인 ‘안투 쉬라’는 태양처럼 강렬한 맛이 가장 큰 특징이다.특히 판티니는 딸기와 체리 향이 강한 편으로, 와인에 대해 잘 모르는 초보자라도 별다른 어려움 없이 단박에 잡을 수 있다. 와인전문가들 중에서는 ‘청량감이 좋다’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기도 한다.산지오베제 100%를 사용했으며, 산도와 당도 밸런스가 좋다. 2013년 9월 센트럴시티(율산실업) 창업 40주년 기념행사 때 공식 와인으로 채택하기도 했다. 가격은 3만원대 중반으로 누구라도 큰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다.쉬라 100%로 양조된 몽그라스 안투 쉬라는 14개월간 프렌치오크통 숙성과 4일간 저온발효시켜 장기보관이 가능하다. 알코올 도수 14.6%, 서빙 온도는 16~18℃가 적정하다. 육류요리, 숙성 치즈와 잘 어울린다. 김동식와인칼럼니스트국제 와인전문가 자격증(WSET Level 3)을 보유하고 있다. ‘와인 왕초보 탈출하기’ 등 다수의 와인 칼럼을 썼다. 서울시교육청 등에서 와인 강의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전문칼럼글 김동식(와인칼럼리스트)2017/07/02 08:00
  • 61
  • 62
  • 63
  • 64
  • 65
  • 66
  • 67
  • 68
  • 69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