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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과임호준2004/08/06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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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은 된장찌개나 쌈장의 형태로 우리 생활 가장 가까이에 있는 식품 중의 하나다. 항암 효과 등의 숨어 있던 효능이 알려지면서 더욱 주목받게 된 된장이 우리 몸에 어떻게 좋은지 알아보고 재래식 된장과 비슷하게 출시된 된장 신제품을 살펴보도록 하자.
우리 몸에 좋은 된장
느끼한 서양 음식이나 밖에서 사먹는 음식에 지쳤을 때 생각나는 것은 집에서 먹는 따뜻한 밥 한 공기와 보글보글 끓는 된장찌개다. 된장찌개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의 하나로 양파, 두부나 호박, 고추 등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만으로도 맛있게 끓일 수 있어 주부들이 식탁에 가장 자주 올리는 메뉴이기도 하다. 고기를 먹을 때에도 된장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고기를 상추나 깻잎에 싸 먹을 때 짭짤한 맛을 더해 한층 풍미를 더해주는 것이 바로 된장이기 때문이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있어 콩으로 만든 된장은 영양학적인 균형을 맞춰주는 역할을 한다. 또한 된장 특유의 구수한 맛과 향은 식욕을 돋워주기도 한다. 된장은 몸에 좋은 콩의 성분을 대부분 그대로 담고 있으며 숙성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기능적 성분이 더해져 완전식품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된장의 효능 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은 바로 항암 효과이다. 암세포를 가진 쥐에게 된장찌개를 먹인 결과 그렇지 않은 쥐에 비해 암조직 무게가 약 80%나 감소하였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 된 바 있다. 된장에는 항암 효과뿐만 아니라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하는 기능이 있어 암예방협회의 암예방 15개 수칙 중에는 된장국을 매일 먹으라는 항목이 들어 있을 정도다. 뿐만 아니라 된장은 우리 몸에서 해독작용을 하는 중요한 기관인 간 기능을 강화해준다. 동의보감에도 된장의 해독작용에 대한 언급이 있으며 우리 조상들은 벌에 쏘이거나 상처를 입었을 때 된장을 약으로 바르기도 하였다. 이 밖에도 된장에는 고혈압 예방, 노화 방지, 노인성 치매 방지, 골다공증 억제 등의 다양한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된장의 다섯가지 덕
우리나라의 된장이 다른 나라에 비해 특유의 구수한 맛을 유지하며 발달해올 수 있었던 것은 우리 조상들이 그만큼 장을 담글 때 정성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장을 담그는 날을 신경 써서 정하고 새끼를 꼬아 부정을 막는 금줄을 치는 등 우리 조상들은 장 담그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에 그만큼 맛있는 장을 담글 수 있었다. 옛 문헌에 된장의 맛을 다섯 가지 덕에 비유하여 높이 평가한 것이 있다. 첫째로는 단심(丹心)으로, 다른 맛과 섞여도 고유한 향미와 자기의 맛을 잃지 않는다는 것이며, 둘째는 항심(恒心)으로 오래도록 상하거나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셋째로는 불심(佛心)으로 비리고 기름진 냄새를 없애면서 생선이나 고기보다 못하지 않다는 것이며, 넷째로는 선심(善心)으로 매운맛이나 독한 맛을 중화시켜 부드럽게 해준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다섯 번째는 화심(和心)으로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리고 자연과 동화되는 점을 높이 샀다.
된장에 관한 짧은 상식 Q&A
Q 된장을 사용하다 보면 흰꽃이 피는 경우가 있는데 인체에 해롭지 않은가요?
A 된장 표면에 피는 흰꽃은 유해한 물질이 아니고, 산소가 있어야만 자라는 미생물(효모)이다. 보통 장독 뚜껑을 열고 햇볕을 많이 쬐어주게 되면, 자외선에 의해 자연스럽게 죽게 되지만, 뚜껑을 닫아두게 되면 된장 표면에 흰꽃이 피게 된다. 이는 김치나 장류 같은 발효식품에 곧잘 자라곤 하는 미생물로서 인체에 전혀 해롭지 않다.
Q 사먹는 된장에서 단맛이 나는 경우가 있는데 왜 그런가요?
A 된장을 잘 못 담그면 신맛이 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요즘 시판되는 일반 된장에서는 신맛은 느낄 수 없고 오히려 단맛이 강한 경우가 많다. 이것은 우리가 전통적으로 먹어 오던 된장은 콩만을 이용해 만드는 데 비해, 시판 일반 된장은 밀가루와 콩을 섞어 이용하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방법인 ‘콩된장’은 담그는 과정이 까다로워서 철저하게 온도가 낮아야 되고, 소금 조절을 잘하여야만 신맛이 나지 않게 된다. 시판 일반 된장의 경우는 온도가 높고, 소금이 적게 들어가더라도 단맛 때문에 신맛을 느낄 수 없다.
Q 재래식 된장이 검게 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높은 온도에서 보관하면 된장이 검게 변할 수 있다. 특히 여름철의 경우 온도가 높아지면 변색이 더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 집에서 만든 된장의 경우에도 항아리의 윗부분엔 검은 빛의 된장이 굳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색깔의 변화는 공기와의 접촉면적 및 온도에 따라서 급격히 변화될 수 있으므로 된장 상태를 신선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냉장보관 하는 것이 좋다.
(여성조선 신경원 사진 김수현(C-one Studi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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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집 건너 한 집이 외동아이라는 통계치가 나올 정도로 이제는 외동아이가 많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르신들은 여전히 "적어도 둘은 있어야 외롭지 않다"며 둘째 낳기를 권하고 엄마들은 외동아이라서 자기만 아는 고집쟁이로 자라지는 않을까 걱정을 한다. 그러나 외동 아이만 가지는 장점은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면 오히려 경쟁력 있는 아이로 키울 수 있다.
part1. 외동아이에 대한 오해 & 진실
2000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외동아이 가구 수는 23.2%. 네 집 중 한 집이 외동아이 가정이다. 외동아이는 20∼30년 전처럼 친구들 사이에서 더 이상 신기한 존재도 아니고 여성의 사회참여나 늘어나는 교육비를 생각할 때 앞으로는 더욱 많아질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외동아이는 자기밖에 모르고 고집쟁이에 숫기 없는 철부지며 혼자라서 외로움을 많이 탄다는 고정관념으로 외동아이는 문제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 실시된 몇몇 조사에서는 실제로 외동아이가 집에선 왕처럼 군림하려 들고 친구들 사이에서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거나 남자아이일 경우는 여성적 성향이 강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교육학자들은 이런 문제는 외동이기 때문이 아니라 육아 경험 없는 부모가 아이를 그렇게 키운 탓이라고 말한다.
외동아이는 숫기는 없고 으스대길 좋아한다?
극단적으로 내성적이거나 외향적인 아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런 성향은 유전적인 원인이 크고 외동아이는 형제가 있는 아이들과 성격적인 면에서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대가족 속에서 사는 아이들은 굳이 밖에 나가 놀 필요가 없어 자기가 먼저 용기를 내서 낯선 사람에게 다가가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부모와 오래 떨어져 있거나 질병 등 특별한 이유가 있으면 수줍은 성격이 될 수도 있다. 요즘은 외동아이라 해도 만 3세 이상만 되면 유치원에 다니기 때문에 일찍 또래 관계를 경험하게 되므로 성격 형성에 있어 형제 있는 아이와 차이가 없다. 외동아이가 숫기가 없어 보인다면 이는 형제 있는 아이처럼 자기 것을 챙기려는 노력을 안 해도 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외동아이는 형제가 아닌 부모를 상대로 자기 몫을 얻기 위해 많은 대화를 나누기 때문에 뛰어난 언어 능력을 가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취학 전의 유아인 경우 친구들 틈바구니에서 제멋대로 하려는 태도를 보이기도 하지만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친구 사귀는 법을 배우면 금세 사라진다.
외동아이는 혼자 노는 것을 좋아한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인 수잔 뉴먼 박사는 이런 외동아이의 특성은 가족 규모보다는 사회 계층과 관련이 깊다고 말한다. 실제 외동아이는 혼자 책을 읽거나 블록을 조립하고 음악을 듣는 것을 좋아하지만 이러한 취미는 부모의 가치관과 사회적으로 중상류 이상에 속하는 가정환경 영향이 크다는 것. 대체로 사회적 성취지향이 강한 부모는 아이를 적게 낳고 이런 부모의 취미생활을 아이들이 보고 배운다는 것이다. 미국의 한 아동학 박사는 “지시하는 말을 듣지 않고 스스로 주도하는 혼자만의 시간은 아동 발달에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형제가 있는 아이들은 외동아이에 비해 집단 활동을 더 좋아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외동아이도 유치원이나 학교 등 단체생활을 통해 점차 집단 활동을 좋아하게 되고 오히려 혼자 생각하는 시간을 형제 있는 아이들보다 더 많이 가지기 때문에 자기계발에 도움되는 면이 많다. 또 지금은 학교가 끝나고 놀이터에 몰려 나가 노는 대신 학원 등 시설에서 친구를 만나고 사귀기 때문에 외동아이라서 외롭다는 편견은 버려야 한다.
외동아이는 버릇이 없다?
최근의 외동아이에 대한 조사에 따르면 외동아이라서 버릇이 없는 것이 아니라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삶이 아이들 전체를 버릇없게 만들고 있다고 한다. 아이가 원하는 장난감을 사주고 주말마다 아이를 위한 여행을 가거나 집안이 온통 아이 물건으로 가득한 환경이 아이들에게 자기중심적인 성향과 많은 권리를 부여한 것이 원인이다. 중국도 한때 소황제 신드롬으로 외동아이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하였지만 얻은 결론은 요즘 아이들은 대체로 다 버릇이 없어 형제가 있는 가정이라도 부모의 육아태도에 따라 버릇없는 아이가 많다고 한다. 오히려 외동아이라 버릇없이 자랄까봐 엄하게 키우면 아이의 자아존중감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교육학자들의 주장이다.
외동아이는 이기적이다?
다른 사람의 시각을 고려할 수 있는 지적 능력은 여섯 살 이후에 발달한다. 그 이전 유아기 아이들은 이기적인 것이 정상이다. 이때 아이들에게 자기 것을 다른 사람과 나누라고 강요하는 것은 아이 고유의 특성을 무시하는 일이다. 오히려 유아기 때 형제간의 다툼과 경쟁으로 자기 물건이나 부모의 사랑을 충족되게 가지지 못하면 마음에 상처를 받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은 또래 관계를 형성하면 서서히 남을 배려하는 법을 배우게 되고 부모와의 관계에서도 남을 이해하고 감정을 존중하는 이타심을 충분히 배울 수 있다.
외동아이는 고집이 세다?
외동아이는 뭐든 독점하며 자란다. 텔레비전도 마음대로 볼 수 있고 원할 때는 언제든 컴퓨터 게임을 할 수 있다. 형제끼리 서로 자기 것을 챙기기 위해 경쟁하고 부모에게 잘 보이기 위해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외동아이들은 끊임없이 경쟁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에서 자라면서 나누어야 할 때 즐거운 마음으로 나눌 줄 아는 여유를 가진다. 육아 시설에서도 형제가 있는 아이들은 마음속에 자리잡은 경쟁심에 항상 맨 앞줄에 서고 자기 것을 챙기려고 애를 쓰지만 외동아이는 언젠가 자기 차례가 올 것을 틀림없이 알기 때문에 차분하게 기다릴 줄 아는 특성을 보인다.
외동아이는 의존적이다?
일반적으로 외동아이는 문제 해결을 도와주거나 기댈 형제가 없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의지하는 정도가 더 높게 나타난다. 형제가 있는 아이들은 첫째는 지나친 독립심을 갖거나 둘째는 위의 형제들에게 기대려는 성향이 있다. 부모가 아이의 독립심을 길러주는 바른 육아태도를 지닌다면 외동아이는 오히려 자신의 일을 잘 해내는 독립심 강한 아이가 될 수 있다. 다만 부모가 과잉보호를 하며 키우면 아이의 독립심은 자랄 기회를 잃고 자기 감정을 자제할 줄도 모르게 된다.
part2. 외동아이 육아, 이렇게 하면 성공한다
아이들의 사회적 행동을 조사한 결과, 형제가 있는 아이들은 외동아이보다 더 협동적이고 친구들 사이에서 리더로 여겨지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출생 순위와 사교성 관련 연구에서는 막내가 가장 사교적이고 외동아이는 사교성이 제일 부족하다고도 나왔다. 그러나 외동아이는 호기심이 강하고 질문이 많으며 훌륭한 일을 해내려는 내적 요구가 강하다. 부모의 관심과 사랑을 독점하며 자라기 때문에 타인에 대한 두려움이 없고 또래들의 유아 언어가 아니라 어른들과 대화하는 시간이 많아 지적, 언어적 능력 발달 면에서도 외동아이가 유리하다. 또 외동아이는 교양 있고 창조적인 생각을 더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나는가 하면 전문직 종사자가 많고 수능시험이나 각종 평가에서 상위 등급에 속한다. 미국에서 3,000여 명의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20여 년 동안 조사한 것에 따르면 외동아이의 지적 수준이 형제 있는 아이들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외동이라는 환경의 단점을 보완하면 외동아이의 경쟁력은 두 배가 된다.
친구나 형제 같은 부모 되기
형제끼리만 익히고 경험할 수 있는 것을 아이가 이해하기 위해서는 부모가 형제의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즉, 항상 지시하고 지도하거나 무조건 베푸는 수직 관계가 아니라 형제처럼 동등하게 권리 주장도 하고 경쟁하거나 나누는 경험을 하는 수평적 관계를 가져야 한다. 음식을 먹을 때도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엄마랑 나눠 먹자. 엄마도 먹고 싶어”라고 말하는 식이다. 아이가 놀이를 할 때는 혼자 잘 논다고 내버려두지 말고 장난감을 서로 양보하며 가지고 노는 경험도 하게 해야 한다. 외동아이들의 경우 혼자서 잘 논다고 무조건 방치해 제때에 필요한 자극을 받지 못하는 일도 종종 있다. 아이가 질문을 해올 때 아는 것이라도 “엄마도 그게 궁금한데, 같이 알아보자”는 노력도 필요하다.
아이 스스로 하는 일 늘리기
외동아이가 "의존적이다", "고집쟁이다" 하는 말들의 대부분은 부모의 과잉보호 때문이다. 돌봐야 할 아이가 하나이다 보니 그만큼 더 많은 것을 해주고 싶고 대여섯 살이 돼도 마냥 갓난아이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아이 혼자 할 수 있는 일을 혼자 하도록 두는 것은 아이에게 꼭 필요한 과정이다. 아이가 음료수를 마시고 싶다고 할 때 엄마가 가져다 먹여주는 대신 혼자 마실 수 있도록 냉장고 아래칸에 음료수를 놓아두고 아이 손이 닿는 곳에 컵을 두면 엄마 할 일은 다 한 거다. 옷 입기, 세수하기, 가방 챙기기 등 아이 혼자 할 수 있는 일까지 부모가 대신 해주는 것은 사랑이 아니다. 이렇게 스스로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하면 자신이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만족감과 자신감까지 얻는다.
아이 행동에 무관심하기
아이들은 부모의 직접적인 지시나 칭찬 같은 것 외에 행동이나 눈빛 같은 것에도 영향을 받아 의기소침해질 수도 있다. 부모가 항상 지켜보고 있으면 아이들에게 짐이 되기도 하고 혼자 있는 것을 못 견뎌하는 아이로 만들기도 한다. 또 부모가 무심코 “이건 이렇게 해야지”라고 건네는 말이나 도움을 주는 것도 자꾸 반복이 되면 아이 스스로 생각하는 기회를 앗아가는 것이다. 혼자서도 잘 놀 수 있는 나이가 되어서도 부모가 옆에 없거나 놀이를 제시하지 않으면 심심하다고 칭얼대는 아이는 부모가 다른 일은 다 제쳐두고 아이 하나에게만 온 관심을 집중해서이다. 때로는 아이가 방에서 무엇을 하건 관심 갖지 않고 내버려두고 심심할 때 혼자 놀이를 만들어내는 법도 알도록 해야 한다. 간혹 아이가 실수를 하거나 길에서 넘어져도 알아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부모는 한 발짝 떨어져 아이를 바라보는 여유가 있어야 한다.
나누어 쓰고 포기하는 경험 갖게 하기
외동아이는 남과 나누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차례를 기다릴 필요도 없고 경쟁 상대도 없이 자라 당연히 자기가 먼저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외동아이 부모라면 아이가 남과 나누고 기다릴 줄 아는 경험을 자주 하도록 해야 한다. 갖고 싶다는 장난감이 있어도 당장 사주지 않으면서 아이가 감정을 조절하는 법도 꼭 배워야 할 것들이다. 외동아이 부모들은 아이가 놀이터에서 놀 때도 친구들 사이에서 더 많은 것을 누릴 수 있도록 장난감을 뺏어주거나 놀이기구에 먼저 오르도록 다른 아이에게 양보하라고 강요하기도 하지만 결코 내 아이에게 이로운 행동이 아니다.
물질적 보상 줄이기
한번도 남에게 거부 당해보지 않고 자란 아이는 유치원이나 학교처럼 더 넓은 사회 환경 속에서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 것에 쉽게 적응하지 못한다. 더욱이 물질적인 것에 대해서 원하는 것을 항상 다 이루면서 자라면 물질적인 욕망을 절제하지 못하는 어른이 된다. 사달라는 것 다 사주고 싶은 것이 부모 마음이지만 아이를 위해선 자제할 필요가 있다. 헌 옷이나 헌 장난감을 물려받아 사용하게도 해보고 쓰레기 분리수거나 재활용 등을 아이와 함께 하면서 물건의 소중함도 일깨워줘야 한다. 외동아이들은 경제관념이 부족하기 십상인데 아이가 장난감이나 군것질거리를 사달라고 할 때 가지고 있는 장난감과 비교해 꼭 필요한 물건인지 생각해 보게 하고 전에 비슷한 것을 사서 후회한 경험은 없는지 알려주면서 현명한 소비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또 필요 없이 많은 물건을 사려 할 때 아이 이름으로 된 통장을 만들어 저축하는 즐거움도 알게 해준다.
지나친 칭찬과 아이에 대한 기대 버리기
외동아이를 둔 부모들은 하나뿐인 자식이기 때문에 교육적인 측면에서 큰 기대를 걸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런 과정에서 아이에게 "훌륭한 사람 돼라"거나 "엄마는 너 하나밖에 없다"며 착하고 훌륭한 사람되기를 강요하면 아이는 부담감을 느낀다. 외동아이는 매사 자신보다 완벽해 보이는 어른들 틈에 살기 때문에 스스로 완벽해지려는 욕구가 강하다. 거기다 주변의 기대마저 능력 이상으로 커지면 유아 스트레스로 고생할 수도 있다. 더불어 아이 기 살린다고 무조건 칭찬하고 "잘한다", "네가 최고야"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면 아이가 스스로 자신의 재능을 찾고 능력을 파악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 지나치게 칭찬만 받고 자란 외동아이가 학교에 들어가서 주위 친구들과 자신을 비교해보거나 학업 평가 등을 통해 자신의 진짜 능력을 알게 되면서 상처를 받을 수도 있고 낮게 평가되는 것에 못 견뎌하기도 한다.
지나치게 엄하게 키우면 오히려 역반응
외동아이는 부모의 야단에 대응하는 법을 다른 형제를 보고 배울 기회가 없다. 야단맞은 뒤 다른 누구에게 위안 받을 데도 마땅치 않다. 그런데 간혹 외동아이라서 버릇 없을까봐 어려서부터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엄격하게 구분하고 어른에게 인사만 안 해도 심하게 야단치는 것은 아이 마음에 상처를 주고 소심한 아이로 만드는 길이다. 가르칠 것은 대화를 통해 가르치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 형제 있는 아이들보다 대화 나눌 여유가 많기 때문에 부모가 아이의 잘못된 행동을 차근차근 설명하면 아이들은 야단칠 때보다 더 큰 행동의 변화를 보인다. 부모와 대화를 하면서 자기의 논리를 명확하게 주장하기 위해 그만큼 더 많이 생각하면서 사고력이나 언어능력 발달도 기대할 수 있다. 만약 야단을 쳤다면 아이를 감싸주어 사랑받고 있음을 확인시켜주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또래와 어울릴 기회 많이 만들기
외동아이는 또래 아이들과 어울릴 기회가 가정에선 거의 없다. 가급적이면 아이들이 또래와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자주 만들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촌 형제들이나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 놀게 하고 모임을 만들어 나들이나 문화 체험 등을 함께 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이다. 처음에는 아이가 또래와 섞이기 싫어하고 숫기 없이 굴 수도 있지만 친구 사귀는 법을 잘 모르기 때문이니 부모가 조금만 도와주면 큰 문제 없이 친구들 틈에 섞인다. 분명 어른인 부모가 해줄 수 없는 것들이 또래들 사이에는 있다. 엄마가 귀찮다고 집안에서만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 잘못 자란다고 걱정하는 것은 현명한 부모가 아니다.
(여성조선 이선정 참고도서 외동아이가 성공한다(이미지박스), 우리 귀한 외동아이 올바르게 키우는 방법(이미지박스))
출산·육아일반2004/08/04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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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서객들이 2004년 7월 11일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을 찾아 물놀이와 일광욕을 즐기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태양이 이글이글 타오르는 본격적인 휴가철이다. 산으로 바다로 달려가는 고속도로와 국도는 콩나물 시루처럼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그렇게 많은 사람이 몰린 피서지에선 또 얼마나 즐거운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그러나 자칫 잘못하면 즐거운 휴가를 망치고 건강을 해치는 경우도 많다. 피서지에서 생기기 쉬운 응급 상황과 그 예방·처치법을 알아본다.
지난해 여름 A(32)씨는 다이빙 솜씨를 자랑하다 수영장 바닥에 머리를 심하게 부딪혀 목뼈 골절을 당했다. 목뿐 아니라 등까지 심한 통증이 느껴졌으며, 몸을 움직일 수도 없었다. 다행히 안전요원이 능숙한 솜씨로 목을 고정한 뒤 병원으로 옮겨 줬다. “잘못 처치했으면 척수 손상을 입어 전신 마비가 올 수 있었다”고 의사는 말했다. 석 달간 목 깁스를 했지만 큰 후유증 없이 회복됐다.
골절상 환자는 손상 부위가 움직이지 않도록 부목(副木)을 대서 최대한 고정시켜야 한다. 특히 목이나 허리에 부상을 입은 경우 척수 손상이 생길 수 있으므로 환자를 업거나 부축해서 병원으로 옮기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완벽하게 후송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응급요원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한편 물에 빠진 사람을 건져냈을 때는 먼저 호흡과 맥박이 있는지 여부를 살펴야 한다. 호흡이 있다면 구급차를 부른 뒤 담요 등을 덮어주면 된다.
삼킨 물을 뱉게 한다고 배를 눌러선 안 된다. 물과 함께 음식 찌꺼기가 올라오면서 기도를 막을 수 있다. 호흡과 맥박이 없는 경우엔 구급차가 올 때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다. 주위에 심폐소생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면 급한 대로 구한 사람이 환자 입에다 숨을 불어넣는 등 심폐소생술을 시도해야 한다.
당뇨환자 B(56)씨는 지난해 지리산에 휴가를 갔다 쇼크가 발생해 병원 응급실로 실려 갔다. 기분이 들떠 약 복용도 않고 산에 올라 땀을 뺀 데다, 허기가 져 평소보다 음식도 많이 먹었기 때문. 그 바람에 혈당이 급격하게 높아져 쇼크가 왔다.
평소의 생활 리듬이 깨지는 휴가철엔 특히 당뇨환자는 주의해야 한다. 낭패를 보지 않도록 피서를 떠날 때 반드시 약을 챙겨 가야 하며, 반대로 땀을 많이 흘리거나 식사를 건너뛰어 생기는 ‘저혈당 쇼크’ 대비를 위해 혈당을 높이는 사탕이나 초콜릿도 준비해야 한다.
모래사장을 맨발로 걷거나 무리하게 산행을 하다 발에 상처를 입는 경우가 많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고혈압 환자도 평소처럼 규칙적으로 약을 복용해야 하며, 협심증 환자는 니트로글리세린 등 응급약을 구비해야 한다.
설악산을 찾은 C(45)씨는 내려오는 길에 넘어져 팔뚝이 다 까졌다. 벗겨진 살갗 속으로 모래 등이 박혔고, 피도 계속 배어 나왔다. 수건으로 모래를 털어낸 뒤 약국서 구입한 소독약으로 소독하고 마른 거즈를 둘둘 말았다. 숙소에 돌아와선 물이 들어갈까봐 상처 부위는 씻지도 않고 잠자리에 들었다. 일어나 보니 피로 얼룩진 거즈는 상처에 바짝 말라붙어 있었다. 거즈를 떼어내니 들러붙은 피부가 함께 일어나면서 상처에서 다시 피가 났다.
상처를 입으면 우선 흐르는 물로 상처를 깨끗이 씻은 뒤, 상처가 습한 상태로 유지되도록 드레싱을 해야 한다. 그래야 흉 없이 빨리 낫는다. 드레싱제가 없다면 마른 거즈에 피부 연고 등을 발라 상처가 마르지 않도록 해야한다.
상처에 물이 들어가면 안 된다는 상식은 완전히 잘못됐다. 상처와 거즈가 달라붙은 경우엔 거즈에 물을 적신 뒤 떼내야 한다. 소독약은 피부 재생을 느리게 한다. 물로 씻으면 대부분 소독이 된다.
제주도서 친구들과 자전거 하이킹을 하던 D(22)씨는 사흘째 되던 날 갑자기 쓰러졌다. 말로만 듣던 열사병 같았다. 당황한 친구들은 황급히 D씨를 병원으로 옮겼다. 몇 시간 뒤 D씨는 무슨 일 있었냐는 듯 멀쩡하게 깨어났다. 그러나 야단법석을 치르는 통에 일행은 지치고 의욕을 잃어 오래전부터 계획했던 일정을 포기했다.
땡볕에서 지나친 육체활동을 하면 탈수와 체온 상승으로 갑자기 쓰러질 수 있다. 이 때는 재빨리 그늘로 옮겨 옷을 벗긴 뒤 몸을 찬 수건 등으로 닦아서 체온을 내려줘야 한다. 의식이 있다면 물(가급적 0.1% 소금물)을 마시게 해야 하지만, 의식이 없다면 물을 마시게 해선 안 된다. 단순한 실신은 이렇게 하면 곧 회복된다. 하지만 몸은 무척 뜨거운데 몸에서 땀이 나지 않는 경우는 열사병 가능성이 있다. 이 때는 지체하지 말고 체온을 식히면서 응급실에 데려가야 한다. 지체하면 사망하거나 회복해도 뇌 손상이 생길 수 있다.
여름방학 캠프에 갔다 모기에 물린 E(10)군은 가려움을 참지 못하고 계속 긁어댔다. 일어나 보니 특히 왼쪽 검지 손가락과 손등이 평소의 1.5배 이상으로 새빨갛고 탱탱하게 부풀어 올라 있었다. 손톱 세균이 감염을 일으킨 것. E군은 1주일 이상 항생제-스테로이드 치료를 받아야 했다.
모기 등 벌레에 물렸을 때 손톱으로 긁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상처가 덧나서 감염될 수 있다. 침을 바르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니다. 침이 가려운 증상을 약간 완화하지만 그 속엔 세균도 엄청나게 많다. 일단 수돗물 등 흐르는 물로 깨끗이 씻어낸 뒤 얼음 찜질을 하거나 우유를 바르면 가려운 증상을 덜 수 있다.
야외에 나갈 때는 가급적 몸에 뿌리는 모기약(모기기피제)과 벌레 물린 데 바르는 약을 준비해야 하며, 산에 갈 땐 긴소매·긴바지 옷이 좋다. 밝은색 옷, 헤어 스프레이, 향수 등은 곤충을 유인할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게 좋다.
〈도움말: 송형곤·삼성서울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황환식·한양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오진호·세란병원 응급의학과 과장〉
( 임호준 기자 hjlim@chosun.com ( 이지혜 기자 wigrace@chosun.com )
종합임호준2004/08/03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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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철 피로회복, 탈진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물을 자주 마시고 단백질을 풍부히 섭취해야 한다.푹푹 찌는 듯한 더위, 며칠씩이나 계속되는 열대야. 심신이 지치고 있다. 몸이 나른하고 기운이 빠진다. 의욕은 감퇴되는 반면 불쾌지수는 높아진다. 10년만의 폭염이 맹위를 떨치면서 사람들이 호소하는 부작용이다. 어떻게 하면 이 무더운 여름을 지혜롭게 이겨낼 수 있을까. 몸과 마음을 시원하게 하는 여름철 먹거리를 알아본다.
▶단백질을 지켜라.
여름철 피곤과 무기력감의 원인은 단백질 부족 때문이다. 땀 흘리고 운동할 때는 우선 글리코겐(포도당의 저장 형태)이 사용되고 이후에는 단백질이 소비되는데 여름철에는 땀을 많이 흘리기 때문에 특히 단백질의 소비가 늘어난다.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으론 두유, 두부, 콩비지 등 콩으로 만든 음식이 있다. 특히 입맛까지 돋게 하는 콩국수는 여름철 음식으로 제격이다. 메밀국수나 냉면도 여름철 인기 식품이지만 단백질 함유량이 적기 때문에 주식으로 먹는 것은 금물이다.
보신탕이나 삼계탕 등 보양식들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 여름철 먹거리. 하지만 단백질 가운데서도 동물성 지방이 많은 것은 섭취에 주의해야 한다. 삼계탕은 닭고기의 껍질을 벗겨서 조리하고 국물을 반 정도만 마시는 게 다이어트에 좋다.
적당한 단백질 섭취량은 체중 1㎏당 1g 정도이며 에너지 소비량은 15~20% 수준을 유지하도록 권장된다.
▶비타민, 무기질을 잡아라.
비타민과 무기질도 많이 소모되는 영양분 가운데 하나. 땀을 통해 수분과 무기질, 비타민B-C 등이 배설되기 쉽다.
이를 보충하는 데는 과일이 필수다. 수박은 약 90%가 수분이지만 비타민B1-B2-C, 칼륨, 인, 아미노산 등을 함유하고 있다. 또 포도당의 원천인 당분을 포함하고 있어 피로회복에 도움이 된다.
참외 역시 여름철 탈진 예방에 그만이다. 비타민C의 함량이 높고 칼륨이 많아서 수박과 같은 이뇨작용을 한다. 열량도 100g당 26~31kcal로 낮은 편이다. 뿐만 아니라 "쿠쿨비타신"이라는 성분은 항암작용에도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포도는 자연산 피로회복제다. 인체에 흡수가 가장 빠른 포도당을 갖고 있다. 떫은 맛을 내는 타닌은 바이러스나 충치,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또 검붉은 껍질 속에 든 색소 안토시아닌은 위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아스피린보다 10배나 강한 소염작용을 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물은 자주, 소금은 멀리.
갈증은 단순히 입과 목구멍의 점막이 말라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신체조직에 수분이 결핍되어 생기는 현상이다. 갈증은 늦게 나타나서 빨리 사라지는 게 특성이다. 수분이 부족한 상태를 지나서 탈수상태에 이르러야 갈증이 나타나므로 그 전에 물을 마셔줘야 한다.
땀으로 빠진 염분을 보충하기 위해 소금을 즐겨 먹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잘못된 상식이다. 땀을 많이 흘리면 염분보다 수분이 더 많이 빠져나간다. 여기에 소금을 먹으면 목이 더 탈 수 있다. 굳이 소금을 먹어야할 경우엔 물과 함께 마시도록 한다.
(도움말=강남베스트클리닉 이승남 원장)
( 김인구 기자 clark@sportschosun.com )
푸드김인구2004/08/02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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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더위에 녹초가 되어서 밤잠을 청하려는데 앵! 하는 모기 소리에 반사적으로 손바닥을 휘둘러 내리쳤으나 허탕이다. 제 볼만 아플 뿐 모기는 내빼고 만다. 몇 번을 이렇게 당하다보면 드디어 교감신경이 바짝 팽팽해지기 시작한다.
모기가 우리를 괴롭힌다. 그래서 별의별 수단을 다 써서 잡으려들지만 어디 모기가 바본가. 수놈 모기를 불임(不姙)으로 만들어 짝짓기를 해도 새끼를 낳지 못하게도 해봤고, 근래 들어선 모기의 유전자를 재조합해 사람을 물지 않는 녀석들로 만들어 보려고도 한다. 녀석들이 매년 세계적으로 100만명이 넘는 생명을 앗아가는 학질(말라리아)을 옮기기에 더욱 연구에 박차를 가한다. 그러나 모기는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는다.
모기는 날개가 몇 장(개)일까? 그렇다. 모기가 손등을 물려고 달려들면 당장 때려잡아 죽여 버릴 일이 아니다. 녀석이 어떻게 깨무는가를 들여다보면서 모기의 생태를 알아보면 어떨까. 모기 날개는 두 장이다. 파리 무리도 마찬가지 두 장이다. 그래서 이들을 날개가 두 장이라고 쌍시류(雙翅類)라 한다.
그림에 날개가 넉 장인 파리나 모기가 있다면 그것은 편견과 선입관이 만든 오류다. “곤충은 날개가 넉 장이다”라는 선입관 말이다. 이것들은 뒷날개가 퇴화되어 앞날개만 남았고 대신 뒷날개는 평형곤(平衡棍)이라는 하얀 돌기로 바뀌어 몸의 평형(balance)을 조절한다. 누가 뭐래도 모기 날개는 두 장이다.
1초에 500번… 날개 떨며 ‘앵~’
그 날개의 떪이 앵! 하는 모기소리지만 잠들려는 사람에겐 우뢰, 천둥소리로 들린다. “모기도 모이면 천둥소리 낸다”고 했던가. 알고 보면 그 소리는 같은 종끼리, 또 암수가 서로 소통하는 사랑의 신호다. 모기는 날개의 진동(1초에 약 500번을 떤다!)으로 말을 한다. 지구상에는 2000종이 넘는 모기가 살고, 종에 따라서 모기 소리도 다르다.
모기 녀석은 귀신들이다. 모기가 깨물고 간 다음에야 문 자리가 가려워지고, 아! 물렸다고 느끼지 않는가. 모기가 물 때는 진통제와 항혈액응고제를 혈관에 집어넣는다. 물론 침에 그 물질들이 들어있다. 진통제 때문에 깨무는데도 아픈 줄 모른다. 모기가 피를 빨아도 피는 굳지 않고 술술 모기 목으로 잘도 넘어간다. 나중에서야 물린 자리에 백혈구들이 달려와서 히스타민(histamine)을 분비하여 혈관을 확장시킨다. 때문에 물린 자리가 가려워지고 부어오르면서 피의 흐름이 늘어난다. 하여 백혈구 항체가 더 많이 와서 상처를 빨리 낫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모기는 어찌 사람이 있는 줄을 알고 찾아드는가. 양성주화성(陽性走化性)이라는 것이 있다. 화학물질이 있는 곳으로 동물이 이동하는 성질을 말하는데 사람이 내뿜는 열기, 습도, 이산화탄소, 땀에 들어있는 지방산, 유기산, 체온 등의 화학물질이 자극이 되어서 모기를 부르는 셈이다. 때문에 어른보다는 대사기능이 활발한 어린이를 그리고 건강한 사람에게 잘 달려든다. 모기 탄다고 하는데 유독 왜 나만 모기에 더 잘 물리느냐고 불평할 일이 아님을 알았다. 그건 당신은 매우 건강하다는 뜻이기 때문에!
모기는 방에 들어올 때 문(창문)의 위쪽으로 듦을 안다. 대류(對流)의 원리가 여기에 동원된다. 더운 공기는 가벼워서 위로 떠올라 날아나가고 거기에 앞에서 말한 몸에서 나오는 여러 화학물질이 섞여 날아나가니 모기는 그 냄새를 맡고 위로 날아든다. 여기에 우리는 모기향을 방 안에 피울 때 방바닥이나 책상 밑에 놓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모기향은 제충국(除蟲菊)이라는 국화과 식물에서 뽑은 것으로 피레스로이드(pyrethroid)라는 신경마비 물질이 들어있어 모기만 아니라 사람에게도 무척 해롭다. 모기향이나 매트를 책상 위나 농 위에 올려놔도 연기가 대류를 타고 나가기 때문에 모기는 얼씬도 못한다. 작은 과학이 큰 건강을 가져다주는 셈이다.
/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
종합2004/07/29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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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암이지혜2004/07/27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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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의학전문2004/07/27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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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식2004/07/27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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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과임호준2004/07/27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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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년기증상2004/07/27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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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강남의 한 병원에 마련된 건강식품 코너에서 중년 여성들이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함유된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식물성 에스트로겐’이 들었다는 건강 식품들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폐경 증상 치료에 사용되는 호르몬제가 유방암 등의 발생률을 높인다고 알려지면서 많은 폐경 여성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 이 같은 심리를 파고든 게 주효했을까?
식용 식물에서 추출한 부작용 없는 천연 성분의 여성 호르몬이란 선전에 많은 여성들의 귀가 솔깃해 지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건강식품의 효과에 관해선 아직도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 식물성 에스트로겐 제품 "봇물"
시중에 유통 중인 식물성 에스트로겐 함유 건강식품은 100여종이나 된다. 국내 건강식품 업체나 제약회사에서 만든 제품에서부터 유럽이나 일본에서 수입된 제품까지 종류와 가격도 다양하다. 대개 한 달치가 5만∼30만원선. 주로 인터넷이나 약국에서 판매돼 왔으나 최근엔 서울 강남 지역 유명 산부인과, 피부과, 내과, 한의원 등 개원가에서도 판매되고 있다.
지난해 후반부터 올해 초까지는 석류 제품이 홈쇼핑이나 인터넷에서 건강식품 매출 1위를 차지했으며 현재는 효모, 홉, 메밀, 보리, 맥아 등에서 추출한 성분을 혼합해 만든 E 제품이 단연 인기다.
처음에는 ‘가슴 커지는 약’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폐경기 증상에도 효과가 있고 피부도 좋아진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30대 여성들도 많이 찾고 있다.
◆ 식물성 에스트로겐의 효과
식물성 에스트로겐은 ‘파이토 에스트로겐’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화학 구조가 여성 호르몬 에스트로겐과 비슷해 체내에서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작용을 나타내는 물질이라는 뜻이다. 대표적인 것이 콩에 많이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소플라본. 이 외에도 승마, 달맞이꽃, 석류 등에서 추출한 성분이 여기에 해당한다.
제조·판매사들은 “안면홍조·우울증 같은 갱년기 증상을 완화시키는 효과는 에스트로겐과 같지만 식용 식물에서 추출했기 때문에 부작용이 전혀 없어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서울 강남지역 H약국 약사는 “비타민E 제제 등과 함께 복용하면 상당히 효과가 있다”며 “다른 나라에서는 대체의학으로 인정돼 적극적으로 활용된다”고 말했다.
3년 동안 호르몬제를 먹다 올해 초 식물성 에스트로겐 제품으로 바꾼 권모(53)씨는 “호르몬제와 효과는 비슷한데 장기적인 부작용이 없어 아주 만족한다”고 말했다.
◆ 호르몬제를 대체할 수 있나?
전문의 중에도 식물성 에스트로겐 건강식품을 활용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이들이 있다. 예를 들어 폐경기 증상이 심해 단기간 호르몬제를 투여했다가 어느 정도 몸의 변화에 적응한 뒤 호르몬제를 끊을 때라든지, 아니면 증상이 경미한 경우에는 이런 건강 식품이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현재로선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의들이 훨씬 많다.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김정구 교수는 “흔히 식물성 에스트로겐은 유방암 발생 같은 기존 호르몬제의 부작용이 없다고 선전하는데, 그 이유는 에스트로겐 성분이 워낙 적어 갱년기 증상 완화 효과 자체가 미미하기 때문”이라며 “이런 걸 두고 부작용이 없는 고급 천연 에스트로겐이라고 믿는 것은 어이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호르몬제든 건강식품이든 복용하는 이유는 결국 에스트로겐의 효과를 보려고 하는 것인데, 호르몬제보다 가격이 훨씬 비싼 데다, 의학적으로 효능이 검증되지도 않았고, 전문기관의 규제도 거의 받지 않는 건강식품을 굳이 찾을 필요가 있나”라고 반문했다.
이화여대 약대 김화정 교수(약물학)도 식물성 에스트로겐 섭취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다.
김 교수는 “최근 식물성 에스트로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효능이나 안전성에 대해서 확실하게 밝혀진 것이 없다”며 “식물마다 함유하고 있는 성분도 아주 다양한데, 우리가 먹는 식물에서 추출했으므로 농축해서 장기간 먹어도 안전하다고 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 이지혜 기자 wigrace@chosun.com )
갱년기증상이지혜2004/07/27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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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2004/07/27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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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2004/07/27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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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실외 운동은 상승하는 체온, 탈수와의 한판 싸움이다.
심한 운동으로 체온이 섭씨 38~41도가 되면 열피로(Heat Fatigue), 열경련 같은 가벼운 열병(熱病)이, 체온이 41~43도가 되면 의식을 상실하고 체온조절 기능도 일부 마비되는 심각한 열병, 즉 열사병(Heat Stroke)이 생긴다. 43도를 넘어가면 우리 몸을 구성하고 있는 단백질이 변성·파괴돼 버리므로 생명을 유지할 수 없다.
또 땀 등을 통해 체중의 3~4%의 수분이 배출(탈수)되면 구토와 함께 운동수행 능력이 감소되며, 5~6%가 탈수되면 호흡과 맥박이 증가하면서 체온조절 능력에 문제가 생긴다. 12% 이상 탈수되면 사망할 수 있다.
따라서 여름철, 불가피하게 땡볕 아래서 운동이나 훈련을 할 경우엔 수분을 충분히 섭취해 탈수를 예방해야 하며, 체온이 높아지지 않도록 운동 강도와 시간을 줄이거나 적절하게 휴식을 취해야 한다.
우선 탈수 예방을 위해선 운동 10분쯤 전에 500㎖ 정도의 냉수를 마시고, 15~20분 간격으로 한 컵 정도의 물을 계속 마시는 게 좋다. 하늘스포츠의학클리닉 조성연 원장은 “당분이 많은 주스나 탄산음료 등은 10분이 지나도 대부분 위에 남게 되므로 운동시 위벽을 자극해 다른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며 “전해질이나 탄수화물 등이 많은 스포츠 음료도 냉수보다 흡수가 느리므로 신속한 수분 공급을 위해선 냉수가 제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 시간 이상 운동을 지속할 경우엔 스포츠 음료가 더 좋다고 조 원장은 설명했다. 삼성서울병원 스포츠의학클리닉 박원하 교수는 “목이 마르다고 한꺼번에 많은 양(600㎖ 이상)을 마시면 위에서 흡수되는 양이 너무 많아 호흡이 힘들거나 메스꺼움을 느끼는 등 불편한 증상이 생길 수 있다”며 “가급적 자주 조금씩 마시는 게 좋다”고 말했다. 운동 상황에 따른 수분 섭취량과 간격은 〈표〉와 같다. 운동 전후 몸무게를 달아 자신의 몸무게 감소량에 따라 수분을 섭취하면 된다.
한편 땀을 통해 염분이 빠져나간다고 소금을 먹어선 안 된다. 경희대병원 정형외과 정덕환 교수는 “땀을 많이 흘리면 염분보다 수분이 더 많이 배출돼 혈액 중에는 고농도의 염분이 남는다”며 “이런 상태에서 또 소금을 섭취하면 염분 농도가 더 올라가서 피가 끈끈해지므로 심한 경우 심장병·뇌출혈·신장 손상 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둘째로 체온이 높아지지 않게 하기 위해선 땡볕이 내리쬐는 한낮을 피해서 아침과 저녁에 운동하는 게 중요하다. 신촌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강희철 교수는 “아침에는 구기운동, 덤벨운동, 빠르게 걷기, 달리기와 같이 심폐지구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운동이 좋으며, 저녁에는 걷기, 맨손체조, 가벼운 조깅이 좋다”고 말했다.
불가피하게 한낮에 실외에서 운동을 할 때는 평소보다 운동 시간과 강도를 10~20% 낮추어야 하며, 바람이 잘 통하고 땀 흡수가 잘 되는 옷을 입고 모자와 선글라스·양산 등으로 자외선을 차단하는 등 복장에 신경을 써야 한다. 덥다고 윗옷을 벗고 운동하면 오히려 주위의 열을 흡수하는 역효과가 나타나므로 밝은 색의 가벼운 옷을 헐겁게 입는 게 좋다. 서울아산병원 스포츠의학센터 진영수 소장은 “여름철 실외 운동은 가급적 1시간 이내로 줄이되, 골프처럼 오랜 시간 운동해야 하는 경우엔 1시간에 10분 정도씩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는 게 좋다”며 “수시로 얼굴과 팔 등을 물이나 젖은 수건으로 닦아 땀의 증발을 도와주면 체열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조성연 원장은 “찬물 샤워는 혈액 공급을 일시적으로 감소시켜 현기증을 유발하는 등 자율신경계의 균형을 깨뜨릴 수 있으므로 좋지 않다”고 말했다.
( 임호준 기자 hjlim@chosun.com )
종합임호준2004/07/27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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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호준 기자의 "건강을 다스리는 지혜"
관련 핫이슈명의들의 명강의
조선일보 의료건강팀 임호준 기자가 최근 낸 단행본 ‘건강을 다스리는 지혜, 한국최고명의 30명의 진단과 처방’의 내용을 앞으로 30일간 chosun.com을 통해 연재합니다. 총 30편으로 된 이 책은 신체 부위 30곳에 생길 수 있는 질병의 원인과 예방, 치료법을 그 분야 최고 명의 30명에게 취재해서 일반이 이해하기 쉽게 정리한 것입니다. 많은 도움되시길 바랍니다. (편집자 주)-------------------
신장은 우리 몸에서 가장 푸대접 받는 장기 중 하나다. 많은 사람이 신장이 완전히 망가져도 혈액 또는 복막 투석을 통해 생명을 연장할 수 있으며, ‘재수’가 좋으면 신장을 이식받아 다시 정상생활을 할 수 있다고 가볍게 생각하는 것 같다. 두 쪽의 신장 중 한 쪽을 떼 줘도 문제가 없기 때문에 더더욱 신장을 ‘우습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인지 혈뇨 또는 단백뇨가 나오거나, 몸이 붓는 등 신장질환을 의심할 만한 증상이 나타나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좀 한가해지면...”이라며 병원행을 미루다 아예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의사들도 신장질환의 심각성을 과소평가하고 환자에게 적극적으로 검사와 치료를 권하지 않는 편이다.
신장질환을 결코 만만한 병이 아니다. 일반인들의 생각과 달리 만성 신장염은 대부분 잘 낫지 않는 불치의 병이다. 시기의 차는 있지만 결국 말기 신부전증으로 진행돼 투석이나 신장이식을 받아야 한다. 이같은 말기 신부전 환자가 매년 6000명씩 새로 발생하며, 2002년 12월말 기준 말기 신부전 환자는 약 3만4000명 정도다. 이중 20,010명이 혈액투석을, 5,712명이 복막투석을, 8,721명이 신장이식을 받았다.
투석만 하면 생명을 무한정 연장시킬 수 있을 것 같지만 모르는 소리다. 투석을 받아도 여러가지 합병증이 점점 심해져 매년 투석 환자의 12~15%가 사망한다. 투석을 시작한 환자의 나이가 40대라면 그 사람의 기대 수명은 같은 나이 조기 대장암 환자의 기대 수명보다 일반적으로 짧다. 미국의 한 통계에 따르면 40대 초반(40~44세) 투석을 시작한 아시아인의 평균 기대 수명은 11년, 50대 초반(50~54세)에 투석을 시작한 아시아인의 평균 기대 수명은 7.7년이다. 그러나 조기에 대장암을 발견해 수술받으면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암이라면 벌벌 떨면서 신장병이라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무지(無知) 때문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신장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자. 신장은 복부 뒷쪽, 척추를 사이에 두고 좌우에 하나씩 있다. 크기는 길이 10㎝, 폭 5㎝, 두께 3㎝, 무게 120~170g 정도다. 신장은 피질, 수질, 신우 세 부분으로 구성돼 있으며, 그중 가장 중요한 곳이 피질이다. 제일 바깥쪽에 있는 피질에는 한쪽 신장에 100만개씩, 모두 200만개 정도의 네프론(nephron)이 있다. 네프론 안에는 모세혈관이 마치 둥근 실타래처럼 엉켜 있는데, 그래서 이를 사구체(絲球體)라 한다.
사구체는 일종의 소변공장이다. 신장으로 흘러 들어간 혈액은 사구체를 통과하면서 노폐물 등이 여과돼 소변이 된다. 사구체는 약 200만개나 되므로, 절반 이상이 없어져도 소변을 만드는데 큰 지장이 없다. 그러나 염증 등으로 지나치게 많은 사구체가 파괴되면 몸 속 독소가 배출되지 못하고 쌓여 결국 생명을 잃게 된다. 투석은 망가진 사구체를 대신해서 인위적으로 독소를 걸러주는 치료다.
▲ 신장질환은 심장병이나 뇌졸중 등 다른 병에 비해 심각성이 과소평가돼 있지만 사망률이나 치료비용 등을 따져볼 때 결코 만만한 병이 아니라고 한대석 교수는 강조한다. /황정은기자
따라서 사구체가 파괴되는 급-만성 신부전증은 신장과 관련해서 가장 경계해야 할 병이다. 예를 들어 신장결석은 무척 고통스럽지만 그것 때문에 사망하지는 않는다. 체외충격파를 이용해 돌을 부셔버리거나, 방광경 등으로 제거하면 된다. 또 여성들에게 많은 신우의 세균성 염증(신우신염)도 항생제 치료를 하면 비교적 쉽게 낫는다. 신장암도 물론 치명적이지만 발병 빈도가 그렇게 높지 않고, 또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가 가능하다.
그러나 사구체염증이나 당뇨합병증 등으로 거미줄보다 가는 사구체가 파괴되기 시작하면 사실상 치료할 방법이 없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가능한 서서히 사구체가 파괴되도록 하는 것 뿐이다. 따라서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신부전증만 오지 않게 미리미리 대처하면 신장에 대해선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할 수 있다.
신부전증의 정의는 매우 애매모호하다. 신장의 기능이 정상보다 크게 떨어지면 신부전이라 부른다. 또 이같은 신장기능의 감소가 3~6개월 이상에 걸쳐 지속적으로 나타나면 만성 신부전이라 부른다. 그러나 신장기능이 얼마나 감소해야 신부전이라 부르는지 뚜렷한 기준이 없다. 대개의 경우 평소보다 신장기능보다 절반 정도가 감소하면 신부전이라 부른다.
이때 신장 기능을 평가하는 척도는 혈중 크레아티닌 농도다. 크레아티닌이란 근육에서 만들어지는 물질로 정상인의 경우엔 신장 사구체에서 모두 여과돼 소변으로 빠져 나간다. 그러나 사구체가 망가지면 크레아티닌이 소변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혈액속에 머물게 되며, 따라서 혈중 크레아니틴 농도가 높아지게 된다.
정상인의 크레아티닌 수치는 0.5~1.3㎎/dl 정도다. 일반적으로 어떤 사람의 크레아티닌 농도가 평소보다 두배 증가하면 신장 기능이 2분의 1로 감소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대개의 경우 크레아티닌 수치가 2㎎/dl를 초과하면 신부전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신장은 최고 90% 까지 망가져도 모르고 지낼 수 있으며, 크레아티닌 수치가 10㎎/dl이 넘어서 병원을 찾는 환자도 드물지 않다. 따라서 건강검진 결과표를 받아들면 혈액 검사 항목에서 자신의 크레아티닌 농도를 한번 체크해 봐야 한다. 크레아티닌 검사는 정기검사에 포함돼 있는 경우도,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한편 만성 신부전이 오면 체내의 독소를 걸러내지 못해 여러가지 다양한 증상이 생기는데, 이를 통칭해서 ‘요독증후군(uremic syndrome)’이라 부른다. 피속 칼륨이나 인산, 요산의 농도가 올라가고, 칼슘이 부족해 지는 등 전해질의 이상이 초래된다. 특히 칼륨의 농도가 높아지면 심장 부정맥을 초래해 사망할 수도 있다. 신장 기능의 균형이 깨어져 소변이 잦아지거나 반대로 줄어들기도 하며, 얼굴과 손-발 등 온 몸이 붓게 되는 증상이 나타난다. 또 빈혈, 백혈구 감소 등으로 면역력이 떨어지며, 출혈이 잦아지기도 한다. 소화기능이 줄어들고, 뼈의 생성이 둔화되며, 근육이 마비되거나 경련되고, 피부가 가려워 지며, 잠이 오지 않고, 쉽게 피곤해 지는 등의 증상도 나타난다.
그러나 이런 증상이 자각할 수 있을 정도로 뚜렷해 지는 것은 신장 기능이 크게, 예를 들어 80% 이상 감소했을 때다. 그러나 그제서야 병의 심각함을 알고 치료에 나선다면 이미 늦었기가 십상이다. 이런 사람은 결국 말기 신부전으로 진행돼 투석이나 신장이식을 받아야 한다.
어느 병이나 마찬가지지만 신부전증도 가급적 빨리 발견해 사구체가 파괴되는 속도를 최대한 늦춰야 한다. 그 길만이 살 길이다. 예를 들어 신장 기능이 40~50% 정도 감소됐더라도 그때부터 적극적인 치료와 관리를 하면 말기 신부전에 이르지 않고 여생을 마칠 수도 있다.
따라서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으로 소변검사를 받고 피나 단백질이 검출되는지 체크하고 이상이 발견되면 미루지 말고 즉각 치료를 받아야 한다. 특히 신부전이 진행되면 소변으로 단백질이 빠져나오므로 소변에 거품이 많고 탁한 게 특징이다. 물론 육식을 지나치게 많이 하거나, 운동을 심하게 한 경우 일시적으로 소변이 탁할 수도 있지만, 계속 소변이 탁하다면 빨리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온 몸, 특히 얼굴이 아침에 붓거나 밤에 소변을 자주 보는 경우에도 신장질환을 의심해 봐야 한다.
신부전증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사구체 신염, 당뇨 합병증, 고혈압 합병증 등 세가지가 가장 중요하다.
사구체 신염은 사구체에 급성 또는 만성 염증 반응이 나타나는 것이다. 염증 반응이라면 누구나 세균이나 바이러스 감염을 생각하기 쉽지만, 70% 정도의 사구체 신염은 아무런 이유 없이 만성적으로 사구체 모세혈관에 염증 현상이 나타난다. 이중 가장 흔한 ‘IgA성 신증’은 면역 단백질이 사구체에 달라붙어 생기는 병으로, 이 중 20~30%가 말기 신부전증이 된다.
사구체 신염의 나머지 30% 정도는 B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 류머티즘의 일종인 전신홍반성낭창(루프스), 감기(인후두염, 편도선염 등), 기타 세균 감염의 합병증으로 나타나며, 이 때는 대부분 급성으로 사구체 신염이 생겼다 일부는 낫고 일부는 만성으로 진행된다.
이 중 감기나 기타 세균 감염으로 생긴 급성 사구체 신염은 비교적 쉽게 치료되며, 특별한 합병증도 없으며, 약 10% 정도만 만성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급성 사구체 신염의 원인이 B형 간염 바이러스 또는 루프스 일 경우엔 대부분 만성 사구체 신염으로 진행되며, 루프스로 인한 만성 사구체 신염인 경우 10~20%, 간염으로 인한 만성 사구체 신염인 경우 10% 정도가 말기 신부전이 돼 투석 또는 이식을 받아야 한다. 따라서 루프스나 간염 환자는 신장을 각별히 아끼고 보호해야 한다.
최근엔 사구체 신염보다 당뇨 합병증 때문에 말기 신부전이 되는 사람이 훨씬 많다. 대한신장학회 통계에 따르면 2002년 투석 치료를 시작한 말기 신부전 환자의 40.7%가 당뇨 합병증이 신부전의 원인이었다. 이에 비해 사구체 신염이 원인인 환자는 13.9%에 불과했다. 1992년의 경우엔 사구체 신염이 25.3%로 말기 신부전의 제1 원인이었으며, 당뇨 합병증이 원인인 환자는 19.5%에 불과했다. 10년 새 사구체 신염으로 인한 말기 신부전은 줄고, 대신 당뇨 합병증으로 인한 말기 신부전 환자가 두배 이상 증가한 게 특징이다.
당뇨병이 무서운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인체의 모세혈관들을 막아버리기 때문이다. 당뇨 환자의 피 속에 있는 필요 이상의 당(糖) 성분은 혈액내 단백질 성분과 결합해서 ‘당화단백’을 형성하며, 이것이 혈관의 콜라겐과 들러 붙으면 혈관이 딱딱하게 경화(硬化)된다. 딱딱하게 경화된 혈관이 눈이라면 당뇨 망막증, 발이라면 당뇨발, 신장이라면 당뇨성 신장병(신병증)이 된다. 일반적으로 당뇨병 발병 10~15년이 지나면 소변에서 단백질이 조금씩 빠져나오기 시작하며, 15~20년이 지나면 35~40%의 환자에게 신장병이 생긴다. 그로부터 5~10년이 지나면 대부분 신부전이 된다. 따라서 당뇨 환자는 6개월에 한번 정도 소변 검사를 받고 미세(微細) 단백뇨가 있는지를 체크해야 한다.
대부분의 당뇨 환자가 당뇨망막증이나 당뇨발 등 다른 합병증 예방을 위해선 큰 관심을 기울이면서도 정작 신장 합병증에 대해선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 경향이 있다. 당뇨망막증이 생기면 실명하고, 당뇨발이 생기면 발을 잘라야 하지만, 신장은 꽤 많이 기능이 없어져도 별다른 이상 증세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인 것 같다.
신부전을 일으키는 또 다른 원인은 고혈압이다. 고혈압은 그 자체로 신장질환을 유발할 수 있으며, 역으로 급-만성 사구체신염 등의 신장질환에 의해 사구체내의 고혈압이 유발되기도 한다. 대한신장학회 조사에 따르면 2002년 투석을 시작한 말기 신부전 환자 중 16%가 고혈압이 원인이었다. 10년전인 1992년 조사에서도 15.4%로 나타나 고혈압으로 인한 신부전 발병은 같은 비율은 유지하고 있다. 그 밖에 요로결석이나 전립선 비대로 인한 요로폐쇄, 만성 간질성 신염, 다낭성 신장 질환 등이 신부전을 일으킬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 신부전증은 완치되는 병이 아니다. 따라서 일단 신부전증으로 진단되면 신장 기능이 파괴되는 속도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우선 치료 또는 조절 가능한 만성 신부전의 원인을 찾아내서 이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게 혈압의 관리다. 신부전의 원인이 사구체 신염이든 당뇨병이든 관계없이 신부전 환자는 대부분 2차적으로 고혈압이 나타나며, 이 때문에 사구체 파괴가 가속화된다. 따라서 일단 만성 신장질환이 있거나 신부전으로 진단되면 혈압을 130/80mmHg 이하로 엄격하게 조절해야 한다. 단백뇨가 심하게 나온다면 혈압을 125/75mmHg 이하로 낮추는 게 좋다. 최근에는 전신 혈압 뿐 아니라 사구체 내 고혈압까지 동시에 낮추는 고혈압 약이 개발돼 있으므로, 이런 약을 복용하는 게 좋다. 만성 신장병 환자는 정상인 보다 심장병이나 뇌졸중 같은 심혈관 질환의 발병 위험이 훨씬 높기 때문에 이같은 합병증을 낮추기 위해서도 혈압의 철저한 조절이 필수적이다.
그 밖에 혈당치(당뇨환자인 경우)와 콜레스테롤도 적정 수준으로 관리해야 하며, 요로폐쇄, 요로감염, 고칼슘혈증, 신장혈관협착, 통풍, 간질성 신장염 등도 신부전의 진행을 촉진시키므로 즉시 치료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신부전 자체를 낫게 할 순 없지만, 최소한 더 빨리 나빠지게 되는 것은 막을 수 있다.
신부전의 진행을 늦추는 또 하나의 중요한 방법은 식이요법이다. 일반적으로 염분 배설 능력이 떨어져 있는 신장병 환자는 몸이 붓고 혈압이 높아지기 때문에 염분 섭취를 제한해야 한다. 또 단백질을 다량 섭취할 경우 요독(尿毒)증상이 심해지므로 단백질 섭취를 제한해야 한다. 그 밖에 혈중 칼륨 농도가 높을 경우엔 칼륨 섭취도 제한해야 하며, 부종이 심한 경우엔 수분의 섭취도 제한해야 한다. 칼륨이 많은 음식은 시금치, 감자, 오렌지(귤), 견과류, 초콜릿 등이다.
그러나 저염-저단백-저칼륨식 등을 모든 신장병 환자에게 일반화해선 곤란하다. 신장기능이 정상이고 부종 등도 없는 초기 신장병 환자는 구태여 저염식을 할 필요가 없다. 또 저단백식이 좋다고 해서 단백질 섭취를 지나치게 제한할 경우 영양실조 등으로 또 다른 문제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신부전 환자라 해도 정상인의 60~80% 정도 단백질을 섭취해야 한다. 특히 신장병 중 소변으로 다량의 단백질이 빠져나가면서 몸이 붓는 신증후군은 오히려 단백질 섭취를 늘여야 한다.
때문에 신부전을 비롯한 모든 신장병 환자의 식이요법은 의사와 전문 영양사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 다른 사람의 말만 믿고 식이요법을 해선 오히려 낭패를 보는 경우가 있다. 신부전 환자들을 위해 대부분의 대학병원에선 식이요법 강좌를 시행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신부전 환자는 약물 복용을 가급적 삼가해야 하며, 불가피하게 약을 복용할 경우엔 그 약의 신장 독성 유무를 체크해야 한다. 감기 등으로 병원에 가더라도 의사에게 신부전 환자임을 밝히고, 신독성이 없는 약의 처방을 요청해야 한다. 환자 마음대로 약국에서 약을 사서 복용하다 신장 기능이 급속히 악화되어 말기 신부전으로 진행된 경우가 허다한 게 우리 실정이다.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신장 기능이 10% 정도만 남게 되면 요독증으로 인한 각종 합병증이 심해지므로 이 때는 혈액-복막투석이나 신장이식을 받아야 한다. 신장의 역할을 투석 또는 이식이 대신한다는 의미에서 이를 ‘신 대체 요법(腎 代替 療法)’이라 한다.
혈액 투석은 인공신장기를 이용해서 몸 속에 있는 피를 빼 낸 뒤, 피 속의 노폐물이나 과도한 수분을 제거하고, 깨끗해진 피를 다시 몸 속으로 넣어주는 치료다. 보통 1회에 4~5시간 걸리며, 주 2~3회 시행한다. 복막투석은 배(복강)에 도관을 설치하는 수술을 한 뒤, 가정 또는 직장에서 매일 3~4회 투석액을 교체해 주는 것이다. 즉 가정 등에서 배 안에 있는 이미 사용한 투석액을 도관을 통해 빼낸 뒤, 새 투석액을 넣어 주는 것으로 한번에 30~40분 정도 걸린다.
혈액투석과 복막투석의 효과와 비용은 비슷하나 장단점은 다르므로 환자의 형편에 맞는 방법을 선택하는 게 좋다. 예를 들어 혈액 투석은 1주일에 3~4회 하지만, 한번에 시간이 많이 걸리며, 복막투석은 반대로 하루에 서너번씩 해야 하지만 한번에 걸리는 시간은 짧다. 복막투석의 경우 복막염의 위험이 있지만, 대신 식이제한이나 수분 제한을 덜해도 된다. 가정에서 혼자 시행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그러나 혈액투석은 식이-수분제한이 엄격하며, 반드시 병원에 가야 받을 수 있다는 게 단점이다.
환자들은 두가지 방법의 장단점을 꼼꼼히 비교해서 자기에게 가장 적합한 것을 선택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선 의사들이 혈액투석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의학적 판단보다 의학외적인 판단 때문인 경우가 없다고 할 수 없다. 값비싼 혈액투석기를 들여놓은 병원이나 의사들이 기계의 가동률을 높혀서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혈액투석을 더 우선적으로 권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어느 것을 선택해도 비용과 효과가 비슷하기 때문에 어느 한쪽을 권하는 게 뭐가 문제가 되냐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투석방법이 환자의 입장보다 의사의 필요에 의해 선택되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따라서 환자들은 의사에게 혈액-복막투석의 장단점을 분명하게 설명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자신의 상황과 의사의 권고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투석 방법을 선택하는 게 좋다.
투석을 받아야 할 정도로 신장기능이 떨어진 경우엔 가급적 조기 투석도 고려해야 한다. 투석을 받으면 인생이 끝장난 것처럼 낙담하는 사람이 많고, 때문에 가급적 투석 시기를 늦추려는 사람이 많은데 이는 어리석은 일이다. 어떤 사람은 요독증으로 인한 심장이나 폐, 뇌 합병증이 심해져 응급상황에 내몰리고 나서야 비로소 투석을 시작한다. 그러나 이처럼 긴급한 상황에 몰려서 투석을 시작하는 것보다, 가급적 빨리 투석을 시작하는 게 좋으며, 그렇게 하면 합병증을 미리 막을 수 있으므로 결과적으로 환자의 생명을 연장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또 투석을 하면 하지 않을 때보다 식사나 수분의 제한도 덜해지므로 환자의 삶의 질도 높아진다.
소변으로 알아보는 내 건강
소변은 건강의 이상을 알려주는 바로미터다. 소변의 색, 냄새, 거품 등은 건강상태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인이 하루에 배출하는 소변의 양은 1~1.5ℓ정도다. 소변의 99%는 물이며, 나머지 1%는 오래된 적혈구가 파괴돼 생긴 색소와 노폐물 등이다. 정상적인 소변은 아주 묽은 노란색으로, 맥주와 물을 1대1로 섞었다고 보면 된다. 소변의 노란색은 유로크롬이란 색소의 함유량에 따라 달라지는데, 사람마다 소변의 색은 차이가 나서 무색에서 짙은 노란색까지 다양하다. 또 비타민C 음료 등 특정 음료를 마셨거나, 탈수가 심해 유로크롬의 농도가 높아진 경우에도 일시적으로 소변의 색이 진해진다. 그러나 특별한 이유없이 소변 색이 황갈색으로 변하는 것은 소변으로 담즙이 빠져나오는 신호일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소변이 핏빛이거나 분홍색이거나 짙은 갈색인 경우는 콩팥에서 소변이 만들어져 방광과 요도를 거쳐 배설되는 과정 중 어딘가에서 피가 새어나온다는 신호다. 혈뇨의 원인은 사구체 신염, 신우신염, 요관결석, 신장암, 방광암, 전립선염 등 수도 없이 많다. 따라서 혈뇨가 지속될 경우엔 정밀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그러나 정상인도 심한 운동을 했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거나, 감기에 심하게 걸린 경우 일시적으로 혈뇨가 있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옆구리나 하복부의 통증이 동반된 혈뇨는 요로결석 때문인 경우가 많다. 소변을 자주 보며 소변을 볼 때 통증이 있는 혈뇨는 신우신염, 방광염 등 급성 세균 감염증일 수 있다. 소변색이 일시적으로 붉었다 얼마 뒤 괜찮아진 경우엔 방광암 신장암 등 암일 가능성이 있다.
소변의 거품과 탁한 정도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정상인의 소변은 맑고 투명하며, 거품이 생기더라도 양이 많지 않다. 매우 탁하고, 마치 비누를 풀어 놓은 듯 거품이 많은 소변이 지속된다면 단백질 성분이 소변으로 빠져나오고 있다는 신호므로 즉각 소변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그러나 건강한 사람도 심한 운동을 했거나, 고열이 지속됐거나, 탈수가 됐거나, 등심이나 삼겹살 등 육류를 많이 섭취한 경우 일시적으로 거품 소변이 나올 수 있다.
한편 소변은 지린내가 나는 게 당연하지만, 만약 암모니아 냄새가 코를 톡 쏠 정도로 심하다면 세균 감염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세균이 소변을 분해해 암모니아를 생성시키기 때문이다. 당뇨병 환자 중 일부에게선 소변에서 은은한 과일향기가 나므로, 이 때도 조심해야 한다.
신장암
신장암은 발병 빈도가 낮고 또 조기발견시 비교적 쉽게 치료 된다. 그러나 신장암이 폐 등으로 전이된 경우엔 치료가 어려우므로 마음을 놓고 있어서도 안된다.
통계청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한해 약 500명 정도가 신장암으로 사망하고 있다. 남자가 여자보다 2배 정도 많이 발병하며, 40~60대에 주로 나타난다.
정확한 발암 원인은 밝혀져 있지 않지만, 흡연, 비만, 고혈압 치료제 복용, 진통제 남용, 동물성 지방 위주 식생활, 장기간의 혈액투석, 중금속 노출 등이 발암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따라서 신장암 예방을 위해선 무엇보다 금연해야 하며, 육류 섭취를 줄여야 하며, 규칙적으로 운동함으로써 비만을 방지해야 한다.
신장암 환자는 옆구리 통증, 혈뇨 등의 증상이 나타나지만 초기엔 자각 증상이 거의 없다. 이 때문에 과거엔 암이 어린애 주먹만큼 커진 다음에 발견되기도 했다. 최근엔 복부 초음파 검사와 컴퓨터 단층촬영의 확대로 대부분 암 크기가 3~4㎝ 이하인 조기에 진단된다. 신장암은 크기가 3~5㎝면 1기, 5~7㎝면 2기로 본다. 그 이상이면 폐, 뼈, 간 등에 잘 전이된다. 전이가 일어나지 않은 1~2기 암은 내시경 등으로 신장을 떼 내면 비교적 쉽게 치료된다. 재발률도 5~20%로 비교적 낮은 편이다. 그러나 다른 장기로 암이 전이되면 치료가 쉽지 않다. 이 때는 수술과 항암치료, 면역요법 등을 시행해야 한다. 신장암 진단시 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된 상태로 발견되는 환자는 전체 환자의 약 30% 쯤이다.
한대석 교수는
미국에서 인턴과 레지던트를 마친 신촌세브란스병원 내과 한대석 교수는 그래서인지 진료스타일도 미국식이다.
▲ 한대석 신촌세브란스병원 내과 교수./ 조선일보DB문 밖에 환자들이 줄을 서 기다리고 있지만 그는 아랑곳 하지 않고, 초진환자인 경우 환자의 가족 얘기, 직장 얘기, 친구 얘기를 시시콜콜 캐 묻고 기록한다. 또 자신이 직접 환자의 혈압을, 그것도 시간 간격을 두고 세차례나 해서 평균값을 낸다. 자동혈압기나 간호사를 이용할 수도 있을텐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 신부전증의 진행에 혈압만큼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게 없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그 바람에 환자 한명 당 외래 진찰 시간은 10~15분 정도가 걸리고, 점심 시간 이전에 마쳐야 할 외래 진료가 매번 오후 서너시를 넘겨서야 끝이 난다. 그는 입원환자 아침 회진에도 한시간 이상 할애해서 환자의 의무기록과 건강상태를 꼼꼼히 체크한다. 레지던트들은 하는 수 없이 환자의 가족관계는 물로 주소까지 암기해야 할 정도다. 한 교수가 물어보기 때문이다.
“왜 혈압을 직접 재냐”는 질문에 한 교수는 “혈압만 재는 게 아니라 혈압을 재며 이것 저것 묻고 대답하면서 환자와 유대감을 가지려는 것”이라며 “신부전증은 완치되는 병이 아니므로 의사-환자의 파트너십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은 작고한 스승 홍석기 교수가 항상 ‘눈에 보이는 한 가지만 생각하지 말고, 보이지 않는 여러가지를 생각하라’고 가르쳤다”며 “환자와 친해지지 않으면 절대 여러가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1943년생인 한 교수는 1967년 연세의대를 졸업한 뒤, 1973년까지 임상이 아닌 기초의학(생리학)을 전공했다. 1973년 미국으로 건너가 뉴저지주 성요셉병원서 인턴을 하고, 뉴욕 브롱스 알버트 아인슈타인대학 부속병원에서 신장내과 연수를 마쳤다. 1978년부터 1983년까지 하바드의대 내과 임상강사를 역임했으며, 같은 기간 맨체스터 재향군인병원 내과 과장으로 일했다. 1983년 귀국한 한 교수는 연세의대에 근무하면서 세브란스병원 외국인 진료소장, 임상연구센터소장, 신장질환연구소장 등을 역임했거나 맡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대한신장학회 이사장도 역임했다.
국내서 가장 많은 말기 신부전 환자를 관리하고 있는 한 교수는 투석환자, 특히 복막 투석 환자의 영양 상태에 관한 연구에 관심이 깊다. 그를 포함해 세브란스병원서 관리하는 복막투석 환자는 500여명으로 한 기관에서 이렇게 많은 복막투석 환자를 관리하는 경우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다.
취미는 음악감상이며, 주량은 소주 1병 정도다. 특히 학창시절 음악 지휘자를 꿈 꿀 정도로 클래식 음악에 심취했으며, 지금도 외국서 발행되는 음악 전문잡지를 구독할 정도로 조예가 깊다. 틈나는 대로 헬스클럽에 나가 체력을 다지고 주말엔 등산이나 골프 연습을 한다.
( 임호준 기자 hjlim@chosun.com )
책/문화임호준2004/07/26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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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의료건강팀 임호준 기자의 신간 ‘건강을 다스리는 지혜, 한국최고명의 30명의 진단과 처방’의 내용을 30일간 연재중입니다. 책은 신체 부위 30곳에 생길 수 있는 질병의 원인과 예방, 치료법을 그 분야 최고 명의 30명에게 취재해서 일반이 이해하기 쉽게 정리한 것입니다. 많은 도움되시길 바랍니다.(편집자 주) ----------------------------------
분만은 극심한 고통이 따르는, 사람 목숨이 가장 위험한 순간 중 하나다. 태아나 산모가 사망하는 일도 드물지 않아, 불과 100년 전만 해도 신변을 정리하는 등 ‘비장한’ 각오를 하고 분만에 들어가야 했다. 그러나 과거의 분만 중 사망을 현대 의학으로 분석하면 전치 태반이나 비정상 태위 등 ‘고위험 임신’이 원인인 경우가 대부분이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대부분 집에서, 때로는 밭이나 변소에서 ‘쑥쑥’ 잘도 애를 낳았다. 할머니들에게 ‘분이’ ‘분내’란 이름이 많은 것도 뒷간에서 낳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변 ‘분(糞)’ 자를 넣어 이름을 만든 것이다. 그날 따라 새참을 늦게 가져온 아내에게 이유를 캐 물었더니 “애 낳고 오느라고…”라고 대답했다는 얘기도 있다.
진반농반(眞半弄半)인 이같은 얘기들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설혹 농담이라 해도, 우리 조상들이 그만큼 분만을 대단찮은 일로 생각해 왔음을 엿볼 수 있다. 당시엔 산부인과 전문의도 없었고, 거창한 분만장비, 시설, 약품도 없었다. 그저 천장에 매달은 광목 줄 하나면 ‘쑥’하고 애를 낳았다. 시어머니나 동네 꼬부랑 노파는 복잡한 산부인과학을 배우지 않았지만, 능숙한 솜씨로 애를 받아 냈고, 인류는 그렇게 수천년간 ‘종족’을 번식시켜 왔다.
현대의학은 분만의 풍속도를 180도 바꾸어 놓았다. 요즘 병원에서 이뤄지는 분만은 마치 군사작전을 방불케 한다. 분만을 위해 입원하는 순간, 임신부의 팔 정맥에는 포도당 링거주사가 꽂히고, 배에는 태아의 심장 박동과 임신부의 자궁 수축을 측정하는 센서가 2개 부착된다. 뿐만 아니라 분만 직전엔 관장과 금식도 해야 한다. 진통실서 분만실로 옮겨지면 임신부는 여자로서 가장 수치스런 자세로 침대에 꼼짝 말고 누워 있어야 하며, 수술용 무영등(無影燈)이 벌린 다리 사이를 그림자 하나 없이 밝게 비춘다. 감염 방지 등의 이유로 음모를 밀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 박문일교수는 분만의 주체는 의사가 아닌 임신부 자신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정경렬 기자 그 때 등장한 의사는 양수를 터트리고, 회음부를 절개하며, 경우에 따라 경막외 마취나 분만촉진제를 주사하는 등 분만 과정을 총 지휘한다. ‘병원 분만’이 보편화되면서 임신부들이 중환자로 취급당하고 있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임신부는 환자가 아니다. 환자가 아닌 사람을 환자 취급하는 현재의 분만 관행은 크게 잘못됐으며, 따라서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
산부인과에서 행해지는 진통과 분만 중의 여러가지 처치들은 태아 발육부전이나 비정상 태위 등 ‘고위험 임신’에만 필요한 것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들은 모든 임신을 고위험 임신으로 간주하고, 불필요한 처치들을 관행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의사들은 분만 과정에서 산모나 태아가 잘못되면 책임을 지게될 수 있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이중 삼중 사중의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조금이라도 이상 징후가 보이면 바로 제왕절개를 해 버리는 것이다. 좋게 표현해서 안전장치지, 사실상 방어진료-과잉진료인 셈이다. 우리나라 여성의 40% 정도가 배에 칼 자국을 갖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무엇이 어떻게 잘못됐는지 조목조목 지적해 보자.
먼저 진통하고 분만하는 자세다. 팔에 링거주사가 꽂히고, 태아감시장치 등이 복부에 부착되는 순간 임신부는 꼼짝도 못하고 누워 있어야 한다. 아프면 눕는 자세도 바꾸고 몸도 뒤척거리기 마련인데, 몸에 주렁주렁 의료장비를 매달아 놓으면 꼼짝 할래야 할 수가 없다. 그러다 보니 온 몸이 긴장되고 근육에 힘이 들어가 분만이 더욱 어려워 진다.
이와 같은 누운 자세 분만은 순전히 의사의 편의를 위해서다. 사실 분만에 가장 적합한 자세는 누운 자세가 아니다. 앉거나 선 자세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앉거나 서야 중력의 작용으로 태아 머리가 산도(産道) 쪽으로 잘 빠져나오게 된다. 누우면 수평 방향으로 힘을 받으므로 훨씬 힘이 들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유럽에선 18세기 중반까지 분만용 의자가 사용됐으며, 우리나라의 광목 줄도 그것을 잡고 힘을 주면 상체가 일으켜 세워 지면서 자연스레 앉는 자세가 된다. 경주에서 출토된 토우(土偶) 중엔 서서 분만하는 모습을 묘사한 것이 있으며, 동서고금의 민속자료 속 분만자세도 대부분 앉거나 선 자세다.
그러나 18세기 중반, 아기의 머리를 잡고 꺼내는 겸자(가위처럼 생긴 기구)가 발명되면서, 의사가 겸자를 수월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임신부가 눕게 됐다고 의료사학자들은 설명한다.
둘째, 금식 하는 문제다. 분만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젖 먹던 힘까지 다 짜 내 분만을 해야 하므로, 분만하는 날은 오히려 더 잘 먹어야 한다. 그런데도 금식과 관장을 시키는 이유는 만에 하나 응급 수술, 즉 제왕절개가 필요할지 모르므로 그것을 대비하기 위함이다.
셋째, 임신부의 복부에 부착되는 태아 심장 박동 감시장치와 자궁 수축력 감시장치다. 이는 고위험 임신의 경우, 임신부의 자궁 수축력이 너무 세지나 않은지, 태아가 자궁수축에 얼마나 잘 견디는지 등을 알아보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다. 정상 임신인 경우 사실상 이런 장비가 불필요하다. 오히려 이 장치들을 이용함으로써 의사의 마음까지 조급해져, 그 때문에 작은 문제도 크게 받아들이고 불필요한 제왕절개술을 시행하는 원인이 된다.
넷째, 기계적인 회음절개술의 문제다. 이는 분만시 회음부가 이리저리 찢기는 열상(烈傷)을 방지하기 위해 미리 깨끗한 상처를 내 주고 분만 뒤 봉합하는 것. 자연분만인 경우, 우리나라에선 80~90%의 임신부에게 이를 시행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마취로 인한 위험이 수반되며, 때로는 분만 뒤 성교통 등의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유럽에서 30% 정도, 미국에선 50% 정도에게만 이 수술을 시행하지만, 이 땅에선 자연분만인 경우 거의 관행적으로 회음절개술이 시행되고 있다.
그 밖에 진통촉진제와 척추(경막외)마취의 부적절한 사용, 분만실의 눈부시게 밝은 조명, 관행적인 양수 터트리기 등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진통촉진제는 분만 시기가 지났거나 자궁수축력이 비정상적으로 약한 사람에게만 써야 하며, 무통주사(경막외 마취)는 통증에 대한 공포감이 비정상적으로 강한 사람에게만 사용돼야 한다. 또 너무 밝은 분만실 조명은 태아에게 스트레스가 될 수 있으므로 조금 줄일 필요가 있다.
반복되는 얘기지만 병원에서 행해지는 이 모든 처치는 임신부가 환자라는 가정에 기초하고 있다. 즉 내버려 두면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크므로, 미리부터 의사가 모든 분만 과정을 책임지고 지휘해야 한다는 게 병원분만의 기본 전제다. 그러나 단언컨데 적어도 최근 1000년간 여성 골반의 구조적 변화는 없었다. 과거 밭에서 김을 매다 ‘쑥쑥’ 애를 낳았던 것처럼, 현대인도 의사 도움 없이 얼마든지 애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현대여성들은 과거보다 영양 상태가 좋고 건강해 훨씬 좋은 분만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산부인과 의사는 산모나 태아 생명이 위태로운 고위험 분만인 경우만 나서서 제왕절개를 하는 등 분만을 도와주면 된다. 소방수는 불이 났을 때만 출동해 물을 뿌려야지, 시도 때도 없이 출동해 아무데나 물을 뿌려서는 안된다. 마찬가지 이치로 산부인과 의사들도 출동할 때와 하지 말아야 할 때를 잘 분별해야 한다.
한편 이 모든 변화를 의사에게만 맡겨서는 안된다. 현재와 같은 의사 중심 분만을 임신부 중심으로 되돌려 놓기 위해선 무엇보다 임신부가 꼼꼼해져야 한다. 그 어떤 경우든 환자는 의사 말을 따라야 하지만 분만에 있어서만은 예외다. 의사가 시키는 대로 무조건 따라 하는 것 보다, 그것이 진짜 필요한 처치인지 아닌지 이것 저것 자세히 캐물어 보는 게 좋다. 권위적이고 방어적이며 기계적인 의사들이 많으며, 그런 의사는 내버려 두면 분만도 그렇게 진행된다. 따라서 불필요한 처치가 행해지는 것을 막으려면 의사에게 미리부터 이것 저것 물어보고, 때에 따라선 자신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표현함으로써, ‘기계적인 분만’에 브레이크를 걸어줘야 한다.
그러나 임신부가 의사를 견제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으므로 아예 임신 초기 병원을 선택할 때부터 주위의 평가 등을 토대로 의사나 병원의 분만 환경과 철학을 ‘탐색’하고,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곳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그렇게 하다보면 좋은 병원과 좋지 않은 병원이 자연스레 판가름 나게 된다. 어떻게 해야 골치아픈 문제에 휘말리지 않고 돈도 많이 벌것인가를 고민하는 의사와 어떻게 분만하는 게 임신부와 태아에게 가장 좋을까를 고민하는 의사를 구별해 내는 일은 조금만 신경쓰면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러나 의사들의 ‘변명’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들은 분만 사고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지나치게 편향적이어서 어쩔 수 없이 ‘의사 중심’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즉 자연분만을 위해 최선을 다하다 불가피하게 의료 사고가 난 경우, 서구에선 대부분 임신부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책임을 묻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 법원은 ‘빨리 제왕절개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이가 위험해 졌다’는 식으로 판결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많은 의사가 ‘제왕절개 무죄, 자연분만 유죄’라는 식의 선입견을 갖고 있으며, 자연히 처음부터 철저하게 방어진료를 하고,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즉각 제왕절개를 해 버린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제왕절개율이 세계 최고인 이유도 의사가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같은 법원의 판결 때문이라는 게 의사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서구, 특히 유럽 국가들의 경우 분만 과정에서 발생하는 의료사고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의사의 책임을 묻지 않고, 모자보건 차원에서 정부가 직접 개입해 분쟁을 해결하고 있다. 덕분에 의사들은 자신이 배웠고, 임신부가 바라는 대로 분만을 진행시킬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의사들은 처벌이 무서워 미리부터 빠져나갈 궁리만 하고 방어적 차원에서 분만을 진행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스스로의 고백이다. 물론 그런 의사를 도덕적으로 비난할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우리의 분만 문화를 의사의 도덕감에만 맡겨 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분만에 관한 의료분쟁만이라도 신속하고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시급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
임신 기간 중 임신부 행동수칙은 임신부가 더 자세히 알고 있으므로 여기에선 짧게만 언급하자. 당연한 얘기지만 임신부는 임신 주수(週數)에 따라 병원을 방문하고, 의사 지시에 따라 필요한 산전 검사를 받아야 한다. 특히 35세 이상 임신부,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만성질환이 있는 임신부, 습관성 유산 환자 등은 유산, 조산, 사산, 기형아 출산 위험이 있으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이들은 경우에 따라 임신 유지를 위해 자궁 수술이나 약물 치료 등을 받아야 한다. 이같은 처치는 대부분 의사의 전문 영역이므로, 임신부는 의사 말을 충실히 따르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그 다음은 임신부의 몫이다. 의사가 뱃속 아기의 건강상태까지 챙겨줄 수는 없다. 뱃 속 아기가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게 하는 건 전적으로 임신부의 책임인데, 이를 위해 임신부는 무엇보다 임신을 기쁘고 축복된 일로 받아들여야 한다. 입덧이 나서 괴롭다고 짜증을 내거나, 형편이 어려운데 아기를 가졌다고 임신을 부담스러워 한다면 뱃속 아기가 엄마의 마음을 알아채리고 괴로워 할지 모른다. 따라서 매사에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마음의 평안을 유지해야 한다.
우리 조상들은 예로부터 임신부의 생각과 마음가짐이 그대로 태아에게 영향을 준다고 믿고, 태교를 중시해 왔다. 이같은 믿음은 현대적 심신의학(心身醫學)에서도 어느정도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예를 들어 감미로운 음악을 통해 얻게 되는 마음의 평안은 태아의 건강과 심리적 안정에 영향을 미치며,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것과 같은 모체의 지적 활동은 태아의 대뇌발달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임신부는 명상이나 기도로 마음을 편하게 갖고, 자신이 원하는 아기의 이미지를 가능한 구체적으로 머리 속에 그려보고, 그 이미지대로 생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자신이 꿈꾸었던 것과 꼭 같은 아기를 얻게 될지도 모른다.
좀 다른 얘기지만 미국 코넬대학 ‘임신-신생아 연구센터’ 소장인 나다니엘 교수는 태아가 출생한 뒤의 건강상태는 임신 기간 중 미리 ‘프로그래밍’ 된다고 주장한다. 나다니엘 교수는 ‘자궁 안의 삶(Life in the Womb:The Origin of Health and Disease)’이란 저서를 통해 임신 중 자궁안 환경은 태아의 장기와 조직이 분화되는 과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태아가 어른이 돼서 생길 병까지 미리 결정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심장병, 당뇨병, 고혈압 등 대부분의 만성질환은 태아 때 미리 프로그래밍 됐으며, 그같은 프로그래밍에 영향을 미치는 게 임신부의 행동과 마음가짐이라는 것이다. 특히 임신부의 스트레스는 태아의 혈액순환에 큰 영향을 줘서, 태아가 성인이 됐을 때의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따라서 태아에게 영어 테이프를 들여주는 등과 같은 과도한 태교는 욕심이며, 욕심은 그 자체가 스트레스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한편 임신초기(3개월 이전)엔 부부관계를 줄이는 게 좋다. 특히 유산이나 조산 경험이 있는 사람은 더욱 조심해야 한다. 임신 12주까지 여성의 자궁은 딱딱한 근육 덩어리와 같으며, 태아는 외부 자극에 쉽게 영향을 받는다. 남성의 정액에는 여성의 자궁을 수축시키는 물질이 있는데, 이 물질은 임신부 유도분만 할 때 쓰는 진통촉진제와 성분이 같다. 따라서 정액이 자궁에 자주 닿으면 유산될 위험도 있다. 그러나 임신 중기부터 분만 1개월 전까지는 성 생활을 자제할 필요가 없다. 술과 담배는 당연히 끊어야 하며, 카페인이 있는 커피, 홍차, 콜라 등도 삼가해야 한다.
임신 중기(4~7개월)에 접어들면 유산의 위험이 줄어들므로,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적당한 운동을 하는 게 좋다. 분만을 하려면 골반 주위 관절과 인대가 늘어나야 하므로 근육과 관절의 유연성을 길러주는 수영이나 가벼운 체조 등이 적당하다. 입덧이 끝나면 식욕이 왕성해지는데, 체중이 지나치게 빨리 증가하지 않는다면 특별히 음식을 자제할 필요는 없다. 임신 5개월 이후엔 매주 500g 정도 체중이 증가하면 정상이다.
임신 말기(8~10개월)가 되면 진통과 분만에 대비해서 자신에게 적합한 분만법과 호흡법을 익히는 등 준비를 해야 한다. 지나치게 두려워 할 필요가 없으며, 진통은 아이가 태어나기 위한 에너지라 생각하고, 태어날 태아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분만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게 좋다. 임신 말기 부부관계는 삼가해야 하며, 예정일부터 빨리 분만할 수 있으므로 항상 분만에 대비하는 게 좋다.
■ 박문일 교수는
박문일 교수는 수중분만을 국내 최초로 시도한 의사로 대중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1999년 뮤지컬 배우 최정원씨의 수중분만 장면은 방송을 통해 전 국민에게 공개됐고, 덩달아 박 교수까지 여성지나 아침 방송의 ‘스타’로 부상했다. 덕분에 수중분만은 빠른 속도로 확산됐고, 그 뒤 공 분만, 그네 분만, 기(氣) 분만 등도 이같은 분위기에 편승해 확산되고 있다. 말하자면 각종 이색 분만의 ‘전도사’ 역할을 그가 맡고 있는 것이다.
그는 또 “분만은 의료가 아니라 문화”라고 강조하며, “새로운 분만 문화의 창달”을 소리 높혀 외치고 있다. 현재 병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대부분의 분만법들은 “임신부 입장에서 선택된 최선의 분만 방법이 아니라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려는 의사들의 방어 진료”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렇듯 ‘쓴 소리’만 내뱉는 바람에, 때로는 ‘환자 인기에 영합하는 의사’란 비판도 받는다. 그의 트레이드마크처럼 수중분만과 관련해서도 분만시 분변(糞便)을 통한 감염 위험이 높다는 등의 이유로 공격 받는다. 그러나 그는 아랑곳 하지 않고 “수중분만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수중진통이라도 권유하가”고 주장한다. 그것이 그가 믿는 ‘임신부 중심 분만’이기 때문이다. 이미 학계의 중진인 그로선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더불어 두루두루 좋은 방법을 모색할 수도 있을 터이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의사가 아닌 환자 편이 되라고 배웠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한다.
1952년생인 박 교수는 한양대 의대를 졸업한 뒤 한양대병원서 인턴과 레지던트를 마쳤고,미국 유타대학과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연구원 생활을 했다. 그의 주 전공은 습관성 유산의 치료. 그는 우리나라 임신부의 습관성 유산은 외국과 달리 자궁의 해부학적 이상 때문인 경우가 가장 많으며, 그 중에서도 자궁입구가 무력(無力)해 만삭까지 임신이 유지되지 못하는 자궁경관무력증이 가장 흔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아울러 이런 환자의 자궁 입구를 묶어주는 수술을 국내서 가장 많이 시행하고 있다.
박 교수는 2001년 한양대에서 ‘최우수 교수상’, 2002년 세계산부인과학회서 ‘치우수 임상연구논문상’ 등을 수상했다. 1999년엔 대한태교연구회를 만들어 지금껏 회장으로 일하며 과학적 태교의 중요성을 전파하고 있다. 2003년 3월엔 인터넷에 ‘박문일 교수의 태교닷컴(www.taigyo.com)’ 사이트를 열고, 임신과 태교, 출산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저서로 ‘태교는 과학이다’ ‘엄마와 아이를 위한 출산혁명’ 등이 있다.
<최근 유행하는 각종 분만법들>
최근 분만 환경은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과거의 획일적 병원 분만은 조금씩 사라지면서 라마즈분만, 소포롤로지분만, 수중분만, 그네분만 등 생소한 분만법들이 등장하고 있다. 각각의 장단점을 간단하게 알아보자.
-라마즈분만: 진통이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그것이 아기에게 꼭 필요한 과정으로 적극적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하는 산전 교육 프로그램. 진통을 긍정적으로 이해하는 순간 진통에 대한 두려움이나 긴장을 떨칠 수 있게 되며, 몸에서 강력한 진통효과가 있는 엔도르핀이 분비돼 실제 진통도 훨씬 적어진다는 원리다. 산전 교육은 정신적 스트레스를 감소시키는 훈련, 근육 긴장을 풀기 위한 이완 훈련, 분만시 통증 감소를 위한 호흡법 훈련 등으로 구성돼 있다. 남편 등 가족 구성원이 함께 분만 교육을 받고 도와주는 게 특징이다. 이 분만법을 처음 소개한 프랑스 의사 라마즈의 이름을 땄다.
-소프롤로지분만:라마즈 분만법의 진화된 형태. 반가부좌 비슷한 자세로 임신부는 점진적 근육이완법과 자율훈련법, 복식호흡법, 명상 등을 익혀야 한다. 점진적 근육이완법이란 근육을 긴장시키고 이완시키기를 반복해서 근육을 탄력적으로 만드는 것이며, 자율훈련이란 영상훈련을 통해 잠들기 직전의 상태에 접어들게 하는 훈련이다. 이 분만법을 완전히 익히게 되면 좀 과장해서 웃으면서 아기를 낳을 수 있다고 할 만큼 통증을 적게 느낀다고 한다. 라마즈 분만법이 남편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데 비해, 소프롤로지분만법은 임신부 자신이 자궁속의 태아와의 교감을 통하여 모든 것을 감당한다.
-수중분만:자궁 입구가 열리기 시작하면 특수 욕조에 들어가 물속에서 진통과 분만을 하는 방식. 물에서 진통을 하면 온 몸이 이완되므로 통증이 줄어들고, 산도(産道)가 쉽게 열리며, 회음부의 탄력성이 좋아지므로 회음절개술을 하지 않고도 분만이 가능하다는 등의 장점이 있다. 그러나 임신부가 싼 대소변에 태아나 모체가 감염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이 때문에 구미 각국에서는 물의 청결함과 물의 온도를 정확히 유지해야 하는 엄격한 규정이 있다. 비정상 태위나 전치태반, 거대아, 임신 중독증인 경우엔 수중분만을 할 수 없다. 간염, 매독, 에이즈 보균자도 이 분만이 불가능하다.
-좌식분만:좌변기처럼 바닥이 뚫려 있는 의자에 앉아 그 구멍으로 아이를 받는 분만법이다.
기원전 2500년 이집트에서 이미 시행돼 18세기쯤 까지 유럽에서 활발히 시행됐다. 앉아서 분만을 하면 태아의 체중이 아래로 몰리므로 임신부는 훨씬 효과적으로 힘을 쓸 수 있어, 분만 시간도 단축되고 통증도 덜 느낀다. 그러나 분만 의자에 오래 앉아 있으면 회음부에 피가 몰려 출혈이 많아 질 수 있다. 또 임신부가 앉는 대신 의사는 쪼그려 앉아야 하므로 의료적인 처치를 하는데도 불편하다. 최근 유행하는 그네분만도 좌식분만의 한 유형으로 볼 수 있다.
-자유자세분만:서거나, 걷거나, 의자에 앉거나, 쪼그리고 앉거나, 엎드리거나, 웅크리는 등 임신부가 가장 편한 자세로 진통과 분만을 하는 방식이다. 임신부는 벽에 기대거나, 큰 쿠션을 안고 엎드리거나, 고무공을 안고 엎드리는 등 다양한 자세를 취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임신부들은 상체를 세운 자세, 그 중에서도 쪼그리고 앉은 자세를 가장 선호하는 편이다.
책/문화2004/07/24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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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호준 기자의 "건강을 다스리는 지혜"
조선일보 의료건강팀 임호준 기자가 최근 낸 단행본 ‘건강을 다스리는 지혜, 한국최고명의 30명의 진단과 처방’의 내용을 앞으로 30일간 chosun.com을 통해 연재합니다. 총 30편으로 된 이 책은 신체 부위 30곳에 생길 수 있는 질병의 원인과 예방, 치료법을 그 분야 최고 명의 30명에게 취재해서 일반이 이해하기 쉽게 정리한 것입니다. 많은 도움되시길 바랍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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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피부’는 이제 여성만의 관심사가 아니다. “피부 곱다”는 얘긴 여성에게만 가능했던 칭찬이었으나, 요즘엔 남자들도 그 말을 듣고 싶어 한다. 남자의 매끄러운 피부를 부러워하며 ‘장난이 아니네...’라고 말하는 TV 광고까지 등장했다. 여자 일색이던 피부 관리실의 한쪽 모퉁이를 남자들이 차지했고, 특히 취업을 앞둔 남성들은 여드름 흉터, 잡티, 점 등을 없애기 위해 피부과로 몰려가고 있다. 주름과 잡티, 검버섯 치료를 위해 피부과를 찾는 40대와 50대, 심지어 60대 남성들도 늘고 있다.
당연히 여성들은 한 술 더 뜬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아침 저녁 영양 보습크림, 아주 가끔씩 에센스 오일 바르는 게 고작이었으나, 이젠 몫 돈을 모아 보톡스 주사를 맞으러 간다. 화학약품으로 얼굴 피부를 홀라당 벗겨내고, 레이저를 쪼여 심부(深部) 피부를 자극하며, 수십만원씩하는 피부 맛사지를 받는다. 눈가의 미세한 잔주름 하나 지우기 위해 왠만한 근로자 한달치 봉급을 쏟아 붓는 것이다. 그 바람에 피부과 의원은 초대형, 호화판으로 탈바꿈했고, 화장품-뷰티숍 등 피부미용산업은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적당히 거칠어지고 주름져서 연륜의 무게와 깊이가 느껴지는 그런 얼굴이 얼마나 자연스럽고 친숙한가? 영화 ‘닥터 지바고’의 오마 샤리프와 ‘25시’의 안소니 퀸의 얼굴이 20대 30대처럼 팽팽했다면, 그래도 우리에게 그토록 깊은 감동을 안겨 줬을까.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는 것 자체가 관념적이다. 현실에선 하나둘씩 늘어나는 얼굴 잡티와 주름에 예민해 지는 스스로를 발견한다. 어쨋든 나이보다 젊고 건강하고 팽팽해 보이고 싶은 것은 본능이기 때문이다.
피부는 표피, 진피, 피하지방, 피부 부속기(털 손톱 발톱 피지선 땀샘 등) 등으로 구성돼 있다. 피부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햇빛, 바람, 열, 화학가스, 세균 등 외부의 자극으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는 것. 피부 가장 바깥에 있는 표피의 각질층은 인체를 지키는 최전방 부대에 해당한다. 피부는 또 우리 몸을 정상적으로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수분이나 영양분이 몸 밖으로 빠져 나가지 못하게 보호막 역할을 하며, 피부 혈관과 땀샘을 이용해 체온을 조절하는 기능도 한다. 아픔, 뜨거움, 가려움, 화끈거림 등 다양한 감각기능도 수행한다.
▲ 때를 밀면 수분과 기름기를 머금고 있는 각질층이 파괴돼 피부가 건조해 진다./조선일보DB사람의 모든 장기와 마찬가지로 피부도 나이를 먹는다. 사람의 피부가 부드러우면서도, 탄력이 있고, 내구성이 강한 이유는 콜라겐(교원질) 섬유와 탄력섬유 덕분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이 두가지 섬유가 모두 감소해 피부는 탄력을 잃고 얇아지며 잔주름이 많이 생기게 된다. 모든 사람에게 생기는 이같은 변화를 ‘내인성 노화(자연노화)’라 한다.
그러나 피부 노화는 나이 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나이보다 늙어 보이는 사람을 흔히 볼 수 있는데, ‘외인성 노화(일광노화)’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외인성 노화는 피부가 거칠어지고, 굵은 주름과 잡티가 생기는 게 특징으로 주범은 자외선이다. 자외선에 많이 노출되면 콜라겐 섬유는 감소하고 탄력섬유는 다소 증가한다. 그러나 거칠게 변성된 비정상 탄력섬유가 증가된 것이므로 오히려 피부는 탄력성을 잃고 거칠어 지게 된다.
얼굴은 이같은 피부노화가 가장 먼저 시작되는 곳이다. 내인성 노화만 진행되는 ‘속살’과 달리 내인성 노화와 외인성 노화가 동시에 진행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나이가 들면서 얼굴 피부는 점차 건조하고 거칠어지며, ‘운동량’이 많은 눈 주위 근육과 피부부터 탄성을 잃으면서 주름이 생기게 된다. 경우에 따라 눈꺼풀이 축 처지고, 눈 아랫쪽엔 지방이 볼록하게 불거져 나온다. 또 자외선의 영향으로 잡티와 검버섯이 하나둘씩 생기고, 예전에 없던 점까지 자라나서 사람의 인상을 바꿔 놓는다. 문득 거울을 보면 갑자기 늙어버린 자기가 그 속에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가는 세월을 문고리에 붙잡아 매기라도 해야 할까. 어떻게 하면 쭈글쭈글 늙지 않고 팽팽한 젊음을 유지할 수 있을까?
첫째, 자외선을 차단해야 한다. 내인성 노화는 어쩔 수 없다해도 외인성 노화만 방지하면 “나이보다 어려 보인다”는 얘기를 듣게 된다. 따라서 야외활동을 할 경우엔 반드시 모자를 쓰고 자외선 차단제를 발라야 한다. 자외선 차단제는 여름철 해변에서만 사용하는 게 아니다. 또 여성들만 쓰는 게 아니다. 남녀 가릴 것 없이 어렸을 때부터, 흐리든 비가 오든 날씨에 관계없이 외출시엔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또 자외선 차단제를 발랐다해도 자외선이 완벽하게 차단되지는 않으므로 가능하면 야외 활동 시간도 줄이는 게 좋다.
둘째, 피부를 촉촉하게 유지해야 한다. 사람의 피부는 10~15%가 수분이다. 그러나 아파트에서 살고 대형빌딩에서 일하는 현대인은 피부를 촉촉하게 유지하는 게 쉽지 않다. 낮은 습도, 지나친 난방, 밀폐돼 순환되지 않는 공기 등이 피부에서 수분을 빼앗아 가기 때문이다. 수분이 빼앗기면 피부는 땅기고 각질이 일어나면서 노화가 촉진된다. 따라서 가습기 등을 이용해 실내 습도를 적절하게 유지하고, 보습 로션을 충분히 발라 피부 건조를 막아야 한다. 또 너무 잦은 샤워나 목욕은 피부의 피지를 제거해서 수분 증발을 일으키므로 주의해야 한다. 특히 사우나를 자주 하면 모공이 확대되면서 피지도 많이 빠져나오므로 피부가 쉽게 건조해 진다. 그 결과 피부 탄력이 떨어지고 주름이 질 수 있다.
셋째, 때를 밀지 말아야 한다. 이태리 타월로 온몸과 얼굴까지 박박 문지르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때를 밀면 수분과 기름기를 머금고 있는 각질층이 파괴돼 피부가 건조해 진다. 또 공중에 떠나니는 세균이나 진균에 대한 방어력도 상실돼 쉽게 감염이 일어나 뾰루지 등의 원인이 된다. 때를 밀어야 피부가 고와진다는 말은 아마도 한달에 한번 샤워나 목욕할 때 생긴 것 같다. 그러나 요즘은 샤워를 너무 자주해 오히려 문제다. 따라서 때는 어떤 경우에도 밀지 말아야 한다.
넷째, 술과 담배다. 술 마신 다음날, 피부가 건조하고 푸석푸석해지는 것은 알콜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수분을 빼앗아 가기 때문이다. 또 간에 부담을 주므로 자외선에 의한 피부 손상을 막는 항산화제를 감소시키게 된다. 따라서 술을 마신 다음날엔 물이나 오렌지 주스를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담배는 피부를 주름지게 한다. 담배 속의 여러 산화물질들은 피부 세포의 재생 능력을 떨어뜨리고, 특히 콜라겐과 엘라스틴 성분을 감소키켜 주름이 생기게 된다. 또 피부 혈관을 위축시켜 영양분과 산소의 공급을 감소시키며, 이 때문에 피부색이 칙칙해 진다.
그 밖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피부의 방어기능인 색소 형성 세포가 증가해 피부색이 칙칙해 지므로 충분한 휴식과 마음의 안정을 취해야 한다. 또 피부에는 언제나 수많은 균들이 들러붙어 있으므로 항상 청결하게 유지해 피부염증을 예방해야 한다.
한편 피부에 좋은 신선한 야채와 과일 등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도 피부노화를 더디게 하는 비결이다. 채식을 주로 하는 스님이나 수녀들의 피부가 젊고 팽팽한 이유는 햇볕을 덜 받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채식을 주로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신선한 채소나 야채 속에 들어 있는 비타민 A, C, E 등 이른바 ‘항산화제’는 세포의 산화(酸化), 즉 노화를 억제해 피부를 젊고 탱탱하게 유지시키게 된다. 호흡을 하는 모든 생물은 산소가 이산화탄소로 바뀔 때 ‘유해산소’란 물질이 생성되며, 이것이 세포의 노화를 촉진시키고 각종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항산화제란 이같은 유해산소의 작용을 억제하는 물질이다.
이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먼저 ‘베타카로틴’이라고도 부르는 비타민A는 녹황색 야채, 특히 시금치와 당근에 많이 들어 있으며, 계란 노른자나 어유(魚油)에도 풍부하다. 세포의 노화를 억제할 뿐 아니라 이미 노화된 피부를 젊게하는 효과도 부분적으로 있다고 알려져 있다. 또 기미 주근깨 잡티 등의 감소 효과도 있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 ‘레티놀’이란 물질을 첨가한 화장품이 많은데, 레티놀은 피부에서 비타민A를 유도해 내는 역할을 한다. 비타민C 역시 세포 노화 억제, 콜라겐 섬유 합성, 피부 염증 감소 등의 역할을 한다. 따라서 오렌지나 사과 등 신선한 과일을 많이 먹는 게 좋으며, 비타민C 제제를 적당히 복용해도 좋다. 최근엔 비타민C가 피부에 직접 흡수되게 하는 화장품이나 치료법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토코페롤’이라고 더 잘 알려진 비타민E는 지용성으로 도토리, 호두, 밤 등 견과류에 많으며, 옥수수, 콩 등에도 있다. 주로 세포막의 손상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그 밖에 건강식품점 등에서 구할 수 있는 알파리포산이나 DMAE 등의 항산화제도 피부를 젊고 팽팽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그렇다면 이미 생긴 잡티와 기미, 잔주름 등은 어떻게 제거할 수 있을까? 앞서 설명했듯 잡티나 기미가 생기는 원인은 자외선에 의한 멜라닌 색소의 침착 때문이다. 아무리 모자와 자외선차단제 등을 이용해도 100% 자외선을 차단할 수 없어 피부색이 칙칙하게 변하고 잡티과 기미 등이 끼게 된다. 따라서 자외선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피부를 관리하고 필요한 경우 전문의의 치료를 받아야 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맑고 깨끗한 피부를 위해선 클린징, 보습크림, 화이트닝 제품 등을 적절히 사용해 피부를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 외출 뒤엔 깨끗하게 세안하고 보습크림 등을 발라야 하며, 만약 얼굴이 땅기거나 화끈거리거나 붉어지는 등 자극을 받았다는 신호가 느껴지면 화장품 등의 사용을 중지하고 즉각 얼음이나 차가운 우유, 유연 화장수 등으로 피부를 진정시켜야 한다. 미백성분 등이 들어있는 화이트닝 크림이나 에센스를 바르거나 팩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시중에 유통중인 화이트닝 크림은 멜라닌 색소가 생기는 것을 억제하는 성분과 각질 등에 이미 침착돼 있는 멜라닌 색소를 제거하는 성분 등이 함유돼 있다. 멜라닌 색소의 형성을 억제하는 미백 성분으로는 알부틴, 코직산 등이 있으며, 색소가 침착된 각질을 제거하는 물질로는 AHA, BHA, 레티노이드 등이 있다. 한편 예로부터 사용돼 왔던 감초, 뽕나무, 수세미, 닥나무 등도 미백효과가 커서, 최근엔 이 식물들의 추출액을 화장품에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피부가 심하게 거뭇거뭇한 경우엔 화이트닝 크림만으로 원래의 밝고 깨끗한 색을 회복하기 어렵다. 이 때는 피부과에 가서 하이드로퀴논 연고를 처방받는 게 좋다. 하이드로퀴논은 미백효과가 너무 강력해서 화장품 사용이 금지돼 있다. 거뭇거뭇한 정도를 넘어 기미, 주근깨, 검버섯, 잡티 등이 도드라져 보일 때에는 그 밖의 전문적인 화이트닝 치료나 색소 레이저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간혹 피부관리실 등에서 기미나 잡티를 없애기 위해 화학 약품으로 박피 시술을 받다 얼굴을 망치는 경우가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기미나 잡티 등을 없애기 위해 피부과에선 산소를 피부 깊숙히 투입시키는 ‘산소흡수치료’, 비타민C 등의 미백성분을 피부에 침투시키는 ‘전기이온영동법’과 ‘초음파 치료’, 피부를 얇게 벗겨내는 ‘스킨 스케일링’ 등의 화이트닝 치료를 한다. 또 경우에 따라 색소 레이저를 사용하기도 한다. 특히 기미의 경우엔 치료를 받아도 효과가 즉시 나타나지 않아 치료를 중단하는 환자들이 많은데, 꾸준히 관리와 치료가 필요하다. 그 밖에 얼굴의 점이나 주근깨는 레이저 수술로 비교적 간단하게 제거할 수 있다. 점이나 주근깨는 1차 레이저 시술을 하고 2개월쯤 지나 다시 시술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한편 콜라겐 섬유가 감소돼 생기는 주름의 제거는 잔주름이냐 굵은 주름이냐에 따라 방법이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잔주름의 제거를 위해선 박피술이 많이 사용된다. 박피술이란 피부에 인위적으로 상처를 내서 새로운 피부 조직이 재생되도록 유도하는 것으로 의료용 사포(沙布) 등을 이용하는 기계박피, 화학 약품을 이용하는 화학박피, 레이저를 이용하는 레이저 박피 등이 있다. 이마나 양미간, 눈꼬리, 입 주변 등에 생긴 굵은 주름은 보톡스란 독소를 주사해서 쉽게 완화시킬 수 있다.
마지막으로 여드름에 대해 살펴보자. 흔히 사춘기 피어나는 청춘의 상징이라 말하지만 요즘엔 그렇지 만도 않은 것 같다. 20대, 30대까지 여드름으로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 여드름은 대개의 경우 어느 순간 만개(滿開)했다 슬그머니 사라지지만, 잘못 관리하면 고운 얼굴에 깊은 상처와 흉터를 남기게 된다. 마치 포탄이 터진 것 처럼 얼굴 이곳 저곳이 패인 여드름 흉터는 레이저 치료 등을 받아도 생각만큼 쉽게 좋아지지 않기 때문에 처음부터 흉터와 자국이 남지 않도록 잘 관리해야 한다.
여드름은 기본적으로 피지의 왕성한 분비 때문에 생긴다. 물론 피지 분비가 많아도 모공을 통해 신속히 배출되면 여드름은 생기지 않는다. 그러나 피지 분비가 많아지면 자연히 모공 아래쪽에 각질이 쌓여 피지가 잘 빠져나가지 못하게 되고, 여기에 프로니오니균 등 세균이 증식해서 여드름을 악화시키게 된다. 그 밖에 유분이 많은 화장품이나 피로, 스트레스, 과음 등도 여드름의 생성과 깊은 관계가 있다.
따라서 여드름이 많은 경우엔 적절한 세안으로 얼굴을 항상 청결하게 유지하고, 화장은 가급적 하지 말아야 한다. 불가피하다면 ‘오일 프리(oil free)’라고 적힌 화장품으로 옅게 화장해야 한다. 여드름을 짤 때는 따뜻한 수건 등으로 모공을 열어 준 뒤, 깨끗하게 소독된 ‘면포압출기’로 짜야 한다. 이미 고름과 함께 염증이 생긴 여드름을 손으로 짜면 염증이 더 악화돼 흉터를 남길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이런 여드름은 피부과에서 짜는 게 안전하며, 경우에 따라 항생제와 피지 억제제를 복용해야 한다. 여드름 약은 가급적 의사의 처방을 받아 자기 피부에 맞는 것을 고르는 게 좋다. 간혹 ‘특효약’이라는 것 중엔 스테로이드 성분 등이 섞여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효과가 즉시 나타나지만 대신 실핏줄이 늘어나거나 모공이 커지는 등의 부작용이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그러나 음식은 가리지 않아도 된다. 어떤 사람은 초콜렛이나 돼지고기가, 또 어떤 사람은 아이스크림이나 커피가 여드름을 악화시킨다고 말하지만, 특정 음식이 여드름을 악화시킨다는 보고는 없다. 단지 술은 여드름을 악화시키는 중요한 원인이므로 삼가해야 한다.
한편 여드름을 짜고 난 뒤 생긴 붉거나 갈색의 여드름 자국은 대부분 6개월~1년만에 저절로 없어진다. 또 바르는 약이나 레이저 치료 등을 받으면 단번에 없앨 수 있다. 그러나 피부가 깊게 패인 여드름 흉터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흉터의 제거에는 화학약품이나 레이저를 이용한 박피술, 진피층을 자극해 새 살이 돋게 하는 레이저 재생술, 동물의 콜라겐 섬유나 식물성 레스틸렌 등을 패인 상처에 직접 주입하는 방법 등이 시행되는데, 흉터의 상태와 정도에 따라 시술법도 달라져야 하므로 경험있는 의사를 찾는 게 좋다. 대개의 경우 여드름 흉터는 오랜 기간에 걸쳐 여러차례 반복 시술을 받아야 하며, 치료를 받더라도 깊은 여드름 흉터를 깜쪽같이 제거하기는 쉽지 않다.
■윤재일 교수는
윤재일 교수는 국내 건선 치료의 1인자다. 그가 병력(病歷)을 관리하는 건선 환자가 5000여명이나 된다. 아시아는 물론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을 정도 관리하는 환자가 많다.
▲ 윤재일 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정감있게 나긋나긋한 목소리와 꼼꼼하고 자상한 진료 스타일에 매료되기 때문일까? 끊임없이 환자가 다른 환자를 데려온다. 외래 진료를 기다리는 한 환자에게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인상이 참 좋고 친절하다”고 말했다.
1947년생인 윤 교수는 1972년 서울의대를 졸업한 뒤, 서울대병원서 인턴과 피부과 레지던트 과정을 마쳤다. 1982년부터 서울대병원에 근무하고 있으며, 1985~1986년 미국 하바드의대서 광(光)의학을 연수하고 온 뒤부터 광의학과 건선에만 매달려 있다. 국내 최초로 서울대병원에 광(光)의학과 건선 클리닉을 개설했으며, 대한 건선학회 회장과 대한 피부과 광의학학회 회장을 역임하며 이 분야 학문 발달에 이바지 했다.
연구를 하는 의사에게 환자가 많다는 것은 최대의 자산. 윤 교수는 5000명에 달하는 환자의 진료 차트를 정리-분석해 매년 수 많은 광의학-건선 관련 논문을 쏟아낸다. 동료 교수들은 “병원내에서 가장 제대로 된 연구를 하는 분 중 한 분”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는 또 병원 내에서 제대로 된 교육자이자 인격자로 정평이 나 있다. 한 병원 관계자는 “차트를 기록하는 방법에서부터 환자에게 대하는 말투까지 사소한 것 하나하나까지 세심하게 신경써서 가르치는 어머니 같은 분”이라고 그를 평했다. 한 동료 교수는 “윤 교수가 화를 내거나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법을 거의 본 적이 없고, 레지던트에게 꾸중할 때도 그같은 꾸중이 교육에 도움이 되는지를 여러번 생각한 뒤 꾸중을 한다”며 “레지던트 인기투표를 하면 아마 1등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1년부터 2004년 현재까지 대한피부과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 건선 습진 무좀
1. 건선:인구의 약 1%에게 나타나는 만성 피부병으로 살갗에 좁살같은 것이 오톨도톨하게 올라오고 그 주변에 새하얀 비듬같은 각질이 겹겹이 쌓이는 병이다. 주로 팔꿈치, 무릎, 머리속 처럼 자극과 충격을 잘 받는 부위에 많이 생긴다. 발병원인은 정확히 밝혀져 있지 않지만 정신적 스트레스나 피부 자극이 있으면 더 잘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밀이 타올로 때를 세게 민 뒤 생기는 경우도 흔하므로 조심해야 한다. 환부에 광선을 쪼이는 자외선 치료나 약물치료를 하면 80~90% 정도 호전되지만 수개월 또는 수년내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 과로를 피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피부에 자극을 주지 않으면 재발방지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 보기 흉하지만 전염성이 없기 때문에 타인이 접촉해도 문제 없다. 스테로이드 연고로 자가 치료하는 경우엔 증상이 악화될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2. 습진: 여러가지 자극 때문에 일어나는 피부의 염증 반응으로 아토피피부염(알레르기 김유영편 참조), 접촉피부염, 지루피부염 등이 대표적이다. 접촉피부염은 금속이나 장신구 등에 자극을 받아 피부가 빨갛게 붓고, 물집이 생기며, 가려움증이 동반된다. 합성 금속으로 만든 반지나 팔찌, 목걸이, 안경 등에 자극을 받아 생기는 경우가 많다. 증세가 가볍다면 접촉피부염을 유발한 물질을 제거하는 것만으로도 좋아지지만 심한 경우엔 치료를 받아야 한다. 피부염이 생기면 몹시 가려운데, 참지 못하고 긁으면 증상이 더 악화된다. 얼음 등 찬 물건을 대서 모세혈관을 수축시키면 가가려증이 조금 덜 해진다. 지루피부염은 전 인구의 2~5%에게 나타나며, 여성보다 남성에게 더 많이 생긴다. 주로 생기는 부위는 두피나 안면 등이다. 과다한 피지 분비가 원인으로 알려져 있으며, 정신적 스트레스나 음주도 악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기름기 많은 음식이 증상을 악화시킨다고 흔히 생각하는데 지방 성분과 지루피부염은 상관관계가 없다.
3. 무좀:백선균이란 곰팡이가 일으키는 피부 감염질환이다. 발에만 생기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타구니, 손톱, 발톱, 가슴, 머리에도 비교적 잘 생긴다. 발의 무좀은 바르는 무좀약으로도 비교적 잘 치료되지만 증상이 심하거나 손톱이나 발톱에 무좀이 생긴 경우엔 먹는 약을 이용해야 한다. 무좀이 잘 낫지 않는 이유는 두가지 이유 때문인데 첫째는 균이 완전히 없어질 때까지 충분히 치료하지 않기 때문이며, 둘째는 동일한 생활 습관과 환경 때문에 재차 감염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치료를 할 때는 증상이 사라지고 난 뒤에도 1~2주 더 약을 도포 또는 복용해야 하며, 무좀이 있는 부위, 특히 발을 깨끗이 씻고 잘 말려야 한다. 특히 공중 목욕탕에서 무좀균이 옮는 경우가 많으므로 목욕탕에서 나올 때는 발을 깨끗이 씻은 뒤 여름 사람이 함께 발을 닦는 타올이나 체중계는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 임호준 기자 hjlim@chosun.com )
책/문화임호준2004/07/23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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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겨울, SBS-TV에서 인기리에 방송됐던 김수현 극본 연속극 ‘완전한 사랑’은 ‘특발성 폐섬유화증’이란 불치병으로 시한부 인생을 사는 한 여성과 그 가족을 중심으로 스토리가 전개된다. 눈에 밟히는 아들과 딸을 두고 먼저 떠나야 하는 비운의 여 주인공 역에는 김희애씨, 아내가 죽은 뒤 정신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해 결국 아내 뒤를 따르고 마는 순정파 남편 역에는 차인표씨가 열연했다. 김희애씨의 북받치지만 절제된 슬픔 연기는 많은 주부 시청자의 눈시울을 적셔 화제가 됐다.
이 드라마는 TV나 영화 속 ‘시한부 인생 = 암’ 이라는 공식을 깨고 대중에게 생소한 ‘특발성 폐섬유화증’이란 긴 이름의 불치병을 등장시킴으로써 호흡기 질환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불러 일으켰다. 아마도 작가 김수현씨는 시한부 인생의 소재로 암을 설정하기엔 너무나 식상해 무언가 새로운 것을 찾다 의학사전 한 구석에서 ‘특발성 폐섬유화증’이란 희귀병을 찾아 냈는지도 모른다. 어쨋든 이 드라마 탓에 호흡기 질환의 심각성과 무서움은 대중에게 어느정도 홍보됐다. 만성폐쇄성 폐질환, 기관지 확장증, 기관지 천식, 결핵 등 호흡기 질환을 앓는 사람이 소화기나 순환기 질환을 앓는 사람에 비해 결코 적지 않고, 병의 위중도(危重度)도 결코 덜하지 않은데, 다른 질병만큼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고 불평해 왔던 호흡기 전문의들로선 이 드라마가 꽤나 고마왔을것 같다.
특발성 폐섬유화증을 얘기하려는 게 아니므로 이 병에 대해선 간단하게만 언급하고 넘어가자. 이 병은 허파꽈리(폐포)의 벽을 구성하는 세포가 점점 딱딱해져(섬유화) 산소가 허파과리 벽을 통과해 혈관으로 들어가기가 어려워 지며, 이 때문에 혈중 산소 농도가 떨어지는 병이다. 아울러 허파꽈리가 딱딱해 져 심한 호흡곤란을 겪게 된다. 여러가지 원인에 의해 폐 섬유화가 일어나는데, 그 중 원인을 모르는 폐섬유화증에 ‘특발성’이란 형용사를 붙이고 있다. 다른 폐섬유화증은 어느정도 치료가 가능하지만, 특발성인 경우 대부분 섬유화가 점점 심해져 결국 사망한다. 40세를 전후해서 많이 발병하며, 유일한 치료법은 폐 이식 뿐이다. 치료법 뿐 아니라 예방법도 없어 병에 걸리고 말고는 그야말로 운명에 맡길 수 밖에 없지만, 다행히도 발병 확률이 매우 희박해 보건학적으로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현대인에게 가장 위협적인 호흡기 질환으로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을 꼽을 수 있다. 생소하게 들리지만 미국에선 1500만명 정도가 앓고 있으며, 사망원인 제 4위 이다. 대한호흡기학회에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서도 45세 이상 성인의 8% 정도가 이 병을 앓고 있으며, 남성만 따진다면 12%나 된다. 특발성 폐섬유화증처럼 당장 죽지는 않지만 어떤 방법을 써도 낳지않는 불치병인데다, 발병 빈도가 엄청나게 높아 호흡기 전문의들이 가장 경계하는 병이 바로 COPD다.
이 병은 특정 병명이라기 보단 만성적으로 호흡장애를 초래하는 폐질환의 총칭이다. 만성 기관지염과 폐기종이 대표적이며, 임상적으로는 이 두가지가 뒤섞여 나타나 구분이 어려울 때 COPD로 흔히 진단한다. 이 병은 폐기능이 크게 떨어지는 게 특징인데, 의사들은 폐기능이 같은 연령대 평균 폐기능의 75% 이하로 떨어졌을 때 COPD로 진단한다.
일반적으로 폐기능이 75% 이하로 떨어져도 생활하는데 큰 불편을 못 느끼므로 사람들은 자신에게 COPD가 있음을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폐기능이 같은 연령대 평균의 50~60%로 떨어지면 걷거나 움직일 때 숨이 차기 시작하며, 그때부턴 증상이 악화되는 속도가 더욱 빨라진다. 병이 심하게 악화되면 가만히 있어도 숨이 가빠서 밥도 못먹고 대소변도 못가리게 돼 꼼작말고 누워 있어야 하며, 이때 감기 등으로 폐렴이 생기면 쉽게 사망하게 된다. 폐기능이 같은 연령대 평균의 40% 이하로 떨어지면 3급 장애인, 30% 이하로 떨어지면 2급 장애인, 25% 이하로 떨어지면 1급 장애인 판정을 받는다.
COPD를 유발하는 만성 기관지염은 심한 가래와 기침이 1년에 3달 이상, 2년 연속 나타나는 경우다. 흡연이 가장 중요한 발병인자며, 심한 대기오염이나 분진, 유독가스 자극, 세균감염 등이 발병을 촉진할 수 있다. 그러나 대기오염이나 세균감염 등이 단독으로 만성 기관지염을 일으키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이 병 환자는 거의 100%가 흡연자다. 거꾸로 말하면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은 절대 만성 기관지염에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흡연은 기도 점막의 기능을 떨어뜨리고, 허파꽈리의 세균 저항능력을 감퇴시켜 염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성 기관지염이 진행되면 기관지가 매우 예민해져 조금만 기온이나 습도가 떨어져도 환자는 발작적인 기침을 하게 되면, 그 때문에 염증이 더 심해지면서 병이 점점 악화된다.
폐기종은 허파 꽈리가 터져서 엑스선 촬영을 해 보면 허파 아래쪽이 축 처져 있는 것처럼 보이는 상태다. 허파 꽈리가 터지면 허파 꽈리와 혈관 사이의 산소교환이 어려워져 호흡곤란이 초래된다. 이 역시 거의 100% 흡연이 원인이다. 담배를 피우면 허파 꽈리에 백혈구가 모이게 되고, 이 백혈구의 단백분해효소 때문에 허파꽈리의 벽이 녹아 폐기종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노인들의 기침, 가래, 호흡곤란은 폐기종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만성 기관지염이나 폐기종 등은 수년 내지 수십년에 걸쳐 매우 서서히 진행하므로 빨라도 40대 이후, 주로 노년기에 많이 나타난다. 따라서 기관지염이나 폐기종이 COPD로 발전하지 않게 하기 위해선 당장 담배를 끊어야 한다. 일단 COPD로 진단 받으면 담배를 끊는다고 병이 낫는 것은 아니지만 담배를 끊지 않으면 증상이 악화되는 속도가 빨라져 엄청나게 괴롭게 된다.
COPD 환자에게 담배를 끊으라고 하면 “오래 살아 뭐하나. 계속 피우다 빨리 죽을테다”고 말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그에 반해 폐암 환자들은 담배를 끊으라고 하지 않아도 알아서 담배를 끊는다. 어떻게 보면 완전히 거꾸로 됐다. 진행된 폐암 환자는 담배를 끊는다고 더 오래 사는 것도 아니므로, 차라리 좋아하던 담배를 실컷 피우게 하는게 낳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COPD 환자들은 담배를 계속 피워도 ‘원대로’ 빨리 죽지 않는다. 대신 끊었을 때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고통스런 삶을 살아가야 한다. COPD에 대한 유일한 대처법은 금연 뿐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다소 의아해 할 지 모르지만 두번째 강조하고 싶은 병은 폐결핵이다. 폐병의 대명사격인 폐결핵을 아주 까마득한 날의 병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1995년 전국 결핵실태 조사에 따르면 인구 100명 당 1명이 활동성 폐결핵 환자다. 요즘도 매년 인구 10만명 당 96명 정도가 새로 폐결핵에 걸리고 있다. 매년 4만5000명씩 폐결핵 환자가 생긴다는 얘기다.
좀 과장해서 말하면 우리나라는 아직도 결핵 왕국이다. 주변 어디에든 결핵균이 존재한다. 폐결핵 환자와 가까이서 이야기 하다 옮을 수 있으며, 환자가 뱉은 가래 속 균이 호흡기를 통해 침투할 수도 있다. 적게 잡아도 20만~30만명의 결핵 환자가 있는데, 이들은 아무런 제제없이 이곳 저곳에 균을 퍼트리고 다닌다. 균에 감염된 뒤 첫 몇개월 동안은 증상이 나타나지 않으므로, 자신도 모르는 상태서 균을 옮기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환자와 환자가 접촉한 사람 모두를 격리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우리나라 사람은 사실상 일년열두달 감염의 위험에 처해 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감염됐다고 모두 발병하지 않고, 5~15%에게만 발병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유일한 예방법이라면 감염돼도 발병하지 않도록 적당한 운동과 균형있는 식사로 건강과 면역력을 유지하는 것 뿐이다.
만약 폐결핵으로 진단됐다면 철저하게 치료해야 한다. 치료는 6개월 정도 꾸준히 약을 복용하면 대부분 완치가 된다. 결핵약은 간에 부작용이 생기는 등 독성이 강해 복용하기가 몹시 힘들다. 그러나 의사를 믿고 부작용을 참고 견뎌내야 한다. 만약 중간에 약을 끊거나, 자기 마음대로 약의 종류를 바꾸면 결핵균이 내성을 얻어 문제가 훨씬 심각해 진다. 이 때는 1차약으로 치료가 안돼, 독성이 훨씬 심한 2차약 치료를 최소 1년 6개월 이상 받아야 한다. 그렇게 해도 완치될 확률은 1차약 치료때보다 훨씬 떨어진다. 결핵약은 3차가 없다. 따라서 폐결핵에 걸린 사람은 1차약으로 끝장을 봐야 한다.
그러나 약을 써도 잘 죽지 않는 다제내성(多 耐性) 결핵균에 감염된 경우는 문제가 상당히 복잡해 진다. 1차약 치료를 하다 약을 끊는 바람에 원래 결핵균이 다제내성균으로 바뀌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때로는 처음부터 다제내성균에 걸리는 경우도 있다. 일반적으로 처음 폐결핵 진단받은 환자의 2%, 폐결핵이 재발한 환자의 10% 정도가 다제내성균이다. 이 때는 2차약 치료를 적어도 2년 정도 해야 하며, 폐결핵이 국소적으로만 발병한 경우엔 그 부위를 잘라내는 수술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 해서 완치될 확률은 60%에 불과하며, 나머지 40%는 사실상 치료가 불가능해 결국 사망한다.
모든 폐결핵 환자를 격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다제내성 결핵균에 감염된 환자만이라도 격리를 시켜야 한다. 약 복용을 게을리 해 다제내성균이 생겼다면 환자에게 책임을 돌릴 수도 있을 테지만, 처음부터 다제내성균에 감염된 사람은 그야 말로 아무런 죄도 없이 사망률 40%에 육박하는 병을 얻게 된다. 사망률 40%인 공포의 세균이 공기 중에 떠 다니고, 운이 나쁘면 나와 내 가족이 희생양이 된다는 사실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한편 건강검진 결과 ‘비활동성 폐결핵’으로 진단받고 놀라는 사람이 많은데, 이는 결핵균이 폐에 침투했다 흔적만 남기고 지난 상태를 말한다. 우리나라 사람에겐 비활동성 폐결핵이 너무 많아 이것이 있는데도 ‘정상’으로 판정하는 병원이 많지만, 병원에 따라선 ‘친절하게’ 사실을 있는 그대로 나타낸다. 그러나 전혀 놀라거나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 외에도 만성적으로 심한 기침과 호흡곤란을 유발하는 병에는 기관지 확장증과 늑막삼출등이 있다. 폐암과 기관지 천식도 만성 기침과 호흡곤란을 일으키지만, 폐암에 관해선 담배를 끊으라는 말 밖에 달리 설명할 말이 없으므로 생략하고, 기관지 천식은 ‘알레르기-김유영’편에서 설명하겠다.
기관지 확장증은 기관지 벽의 근육층과 탄력층이 파괴돼 기관지가 늘어나고, 그곳에 세균이 번식해서 염증이 생기고 가래가 괴는 병이다. 이 병은 대부분 어렸을 때 홍역이나 백일해, 독감 등으로 인한 폐렴을 심하게 앓고 난 뒤 생기지만, 대개의 경우 40세 이후에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 그제서야 병을 알게 된다. 악취가 나는 고름같은 가래가 많이 나오고, 만성적으로 기침을 하며, 세균성 폐렴이 반복되고, 가래에 피가 섞여 나오거나 각혈을 하는 경우엔 기관지 확장증을 의심할 수 있다. 이 병도 가래를 뽑아내고 항생제를 복용하는 등의 치료로 증상이 호전되긴 하지만 결코 완치되진 않는다. 따라서 환자들은 담배를 끊고, 매연과 먼지를 피해야 하며, 가족 등에게 가래를 뽑아내는 ‘흉부물리치료법’을 가르쳐 매일 가래를 뽑아내야 한다.
늑막삼출은 폐를 둘러 싸고 있는 막, 즉 늑막에 물이 고여 폐가 눌려서 호흡곤란이 생기는 병이다. 보통 폐암이나 폐결핵, 폐렴이 원인이다. 늑막삼출로 인한 호흡곤란이 심한 경우엔 가슴에 관을 삽입해 물을 빼내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한편 급성적으로 기침과 호흡곤란을 유발하는 병에는 급성기관지염과 폐렴 등 하기도 감염과 기흉, 늑막염 등이 있다.
급성 기관지염은 기관지 점막에 급성 염증이 생기는 병이다. 독감이나 감기 끝에 생길 수 있으며, 그 밖의 바이러스나 세균 감염, 강한 화학적 자극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특히 노인과 어린이에게 많이 생기는데, 기침과 고열이 특징이며 병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 가슴이 아플 정도로 심한 기침과 호흡 곤란 등이 동반된다. 원인이나 증상에 따라 항생제, 항바이러스제, 기관지확장제, 진해제 등을 투약하게 된다. 병이 있는 동안엔 금연은 물론이고 간접흡연도 피해야 하며, 수분섭취를 늘리고 실내 습도를 적절하게 유지하며, 절대 안정과 충분한 영양섭취를 해야 한다. 급성기관지염을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폐렴으로 진행된다. 고열, 가래, 기침, 흉통,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폐렴에 걸리면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한다. 폐렴의 원인이 세균인 경우엔 항생제를 투여하지만, 바이러스인 경우엔 대개의 경우 나타나는 증상만 치료한다.
늑막염은 폐를 감싸고 있는 늑막에 염증이 생긴 병이다. 늑막은 두겹으로 돼 있어 호흡을 할 때 부드럽게 서로 미끄러져야 하는데, 염증이 있으면 늑막끼리 마찰을 일으켜 숨을 들이 마쉴때 칼로 찌르는 듯한 심한 통증이 느껴지면서 호흡곤란을 겪는 병이다. 독감 때문에 생길 수도 있으며, 폐 손상이 늑막염의 원인이 될 수 있으며, 폐 혈관이 막힌 경우도 늑막염이 생길 수 있다. 늑막염 증상이 의심되면 24시간 이내에 의사의 진찰을 받고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기흉이란 두 겹의 늑막사이에 공기가 들어간 병이다. 흔히 실실 웃는 사람에게 ‘허파에 바람 들어갔다’고 말하는데, 실제 기흉이 생기면 늑막염에서와 같은 예리한 통증과 호흡곤란, 가슴답답함 증상이 나타난다. 기흉은 늘어나 있는 허파꽈리가 터져서 생기는데, 만성폐쇄성폐질환이나 천식 등의 합병증으로 주로 나타난다. 그러나 갈비뼈가 부러져 폐를 찌르는 경우 등 외상에 의해 생길 수도 있다. 역시 늑막 사이 공기를 빼내는 응급 치료를 받아야 한다.
감기와 독감
흔히 감기라 부르는 상기도 감염증은 가장 흔한 호흡기 질환이지만 대부분 1주일 이내에 저절로 낫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는 정상인의 경우다. 면역력이 약한 환자나 노인들에겐 폐렴 등 각종 합병증을 유발, 사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독감을 포함한 상기도 감염으로 수 많은 사람이 사망하고 있으며, 1917~1918년 스페인 독감 때는 전 세계적으로 2000만~5000만명 정도가 사망한 것으로 추계된다. 감기와 독감을 결코 만만하게 생각해선 안된다는 얘기다.
상기도 감염증은 보통의 감기와 독감으로 구분할 수 있다. 흔히 심한 감기를 독감으로 부르지만 독감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감기 바이러스와 완전히 다르므로 의학적으로는 구분을 한다.
감기는 감기 바이러스가 코, 인두, 후두 등에 주로 침투해 콧물, 기침, 목아픔 등의 증상을 일으킨다. 감기 바이러스는 200종도 넘는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 중 ‘라이노 바이러스’가 대표적이다. 이 바이러스는 주로 코 점막에서 증식하므로 콧물 속에 많이 들어 있다. 감기 환자가 손으로 콧물을 닦은 뒤 다른 사람과 악수하거나, 이 사람이 만진 물건을 다른 사람이 만지면 바이러스가 그 사람 손을 통해 체내로 침투하게 된다. 따라서 감기를 예방하려면 무엇보다 손을 깨끗이 씻어야 된다. 손 씻기야 말로 유일한 감기 백신이다.
감기 기운만 있으면 병원이나 약국에 달려가는 사람이 많은데, 지구상에 감기를 낫게하는 치료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흔히 감기약이라 부르는 것은 감기를 치료하는 게 아니라 감기의 결과로 나타나는 콧물, 기침 등을 완화시킬 뿐이다. 병원에선 항생제를 남용하는 경향이 있는데 쓸데없이 항생제를 쓰는 것은 좋지 않다. 감기는 저절로 낫기 때문에 약이나 주사에 의존하기 보단 무리하지 않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수분을 많이 섭취하는 게 최선의 처방이다. 비타민C를 섭취하는 것도 어느정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독감은 보통 감기와 달리 고열이 나고 근육통과 쇠약감이 심한 게 특징이다. 특히 독감에 걸리면 기관지 점막이 손상돼 2차 세균 감염의 우려가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독감이 낫는 듯 하다가 다시 열이나고 기침과 누런 가래가 생기면 2차 감염을 의심할 수 있으므로 병원에 가야 한다.
독감은 백신 접종으로 어느 정도 예방이 가능하다. 세계보건기구는 각 지역별로 그해 유행할 독감 종류를 예측하며, 제약사들은 그같은 예측을 근거로 백신을 제조한다. 대개의 경우 WHO의 예측이 맞기 때문에 백신을 접종하면 독감을 예방할 수 있다. 그러나 WHO 예측이 틀린 경우엔 백신을 맞아도 독감 예방 효과가 없다. 독감과 감기는 완전히 다른 종류기 때문에 독감 백신을 맞았다고 해서 감기가 예방되진 않는다.
한편 추위에 떨고나면 독감이나 감기에 걸린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의학적으로는 근거가 없는 얘기다. 감기나 독감이 겨울철에 유행하는 이유는 추위 때문이 아니라 감기-독감 바이러스가 겨울철에 유행하기 때문이다. 겨울철엔 춥기 때문에 아무래도 사람이 밀집한 실내에 있는 경우가 많고, 그 때문에 전염도 그 만큼 잘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권오정 교수는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 권오정 교수는 병원 내서 가장 시원시원한 의사 중 한사람이다. 그는 복잡하고 어려운 의학용어를 알기 쉽게 풀어서, 힘과 자신감에 찬 말투로 환자에게 설명한다. 설혹 폐암 치료 등이 난관에 봉착해도 환자에게 얼버무리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 할지 사실 나도 잘 모르겠는데, 내 생각엔 이렇게 하면 될 것 같다”고 속시원히 털어 놓는다.
환자와 환자 가족들은 그런 그에게서 신뢰감을 느끼며, 그를 ‘가장 친절한 의사’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가 환자를 대하는 말투와 행동은 레지던트 뿐 아니라 후배 교수까지 메모해서 따라 배울 정도로 병원내서 소문 나 있다.
1957년생인 권 교수는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병원서 인턴과 레지던트 과정을 마쳤다. 국내 호흡기내과학의 대부였던 고(故) 한용철 박사가 그의 스승이다. 2년간 영국 브롬프톤 병원에서 호흡기 질환 진단과 치료법을 익혔으며, 1994년 삼성서울병원 개원과 동시에 자리를 옮겨 근무하고 있다.
권 교수는 호흡기내과, 혈액종양내과, 흉부외과, 치료방사선과, 영상의학과 교수 등으로 구성된 폐암팀을 국내 최고 수준으로 끌어 올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가 “형님”이라 부르는 이경수(영상의학과)-심영목(흉부외과) 교수의 노력이 더 컸다고 그 자신은 말하지만, 주위에선 권 교수의 모나지 않게 헌신적인 리더십을 더 평가하고 있다.
권 교수는 만성폐쇄성폐질환 등 호흡기 질환 전반에 걸쳐 많은 연구업적을 냈으며, 최근엔 특히 난치성 다제내성 결핵균 감염 환자에게 인터페론 치료를 시도하는 등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 동일한 결핵균이 침투했을때, 어떤 사람은 병에 걸리고 어떤 사람은 걸리지 않는지, 그 이유에 대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권 교수는 소설가 박완서씨의 사위로, 서울대의대 생리학과 호원경 교수가 그의 부인이다.
( 임호준 기자 hjlim@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