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몬 요법 '약인가 독인가'

폐경 여성에게 여성 호르몬제를 투여하는 호르몬 요법(HRT·Hormone Replacement Therapy)은 단기적으로 얼굴 화끈거림·우울감 등 갱년기 증세를 줄여주고, 장기적으로는 골다공증을 예방·치료한다. 한편으론 유방암과 심혈관 질환의 위험성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상반된 입장을 갖고 있는 두 전문가의 견해를 소개한다.

▲ 윤병구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

■ 윤병구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

HRT의 가장 큰 부작용인 유방암의 경우 국내 발병률은 서양의 1/4~1/6 수준으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HRT는 유방암에 걸릴 소지가 있는 사람의 발병률을 높이는 것이지, 아무런 위험 요인이 없는 사람은 HRT를 해도 유방암 발병률이 높아지지 않는다.

설혹 위험 요인이 있는 사람이라도 HRT와 함께 정기검진을 받으면 오히려 조기에 유방암을 발견해 치료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유방암은 조기 발견하면 95% 이상 완치가 가능한 반면, 중년 이후 여성에게 문제가 되는 골다공증은 HRT로 예방·치료하는 것 외엔 별다른 방법이 없다는 점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 이정노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교수

■ 이정노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교수

우리나라도 식생활이 급격히 서구화되면서 유방암과 심혈관계 질환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가능하면 호르몬 요법을 쓰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신 폐경기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저용량 호르몬제를 단기간(5년 이내) 투여해 여성의 불편과 고통을 덜어주고 몸의 변화에 적응해 가도록 도와주는 것이 좋다.

폐경 증상을 호르몬제에만 의존하지 말고, 운동이나 취미 활동 등을 통해 극복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젊었을 때부터 무리한 다이어트를 피하고 충분한 영양 섭취와 운동으로 뼈를 튼튼하게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