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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월은 연간 꽃게 어획량의 절반 이상이 수확되는 가을 꽃게철이다. ‘제철음식은 보약’이라는 말처럼 산란기 이후 가을 꽃게는 맛이 좋고 영양도 뛰어난 것으로 유명하다.국, 탕, 찜 등 다양한 꽃게 음식 가운데서도 단연 인기 메뉴는 ‘간장게장’과 ‘양념게장’이다. 간장 혹은 양념을 흠뻑 먹은 말랑한 게살은 ‘밥도둑’이라는 별명이 붙었을 만큼 인기가 매우 높다. 이러한 게장의 인기는 국내를 넘어 이웃나라 일본까지 미쳐 현지에 게장 전문 외식 프랜차이즈가 생겼을 정도다. 이렇듯 남녀노소에게 사랑 받는 간장·양념게장은 훌륭한 맛 이외에 건강에 어떠한 효능을 지니고 있을까?우선 꽃게는 한의학적으로 차가운 성질을 가져 몸에 쌓인 열을 내려주는 음식으로, 가을과 겨울철 건조한 날씨로 인해 체내 음기가 부족해져 얼굴, 손, 발 등에서 열이 나고 입안이 자주 건조해지는 등 ‘음허(陰虛)’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또한 꽃게는 어혈(피가 제대로 돌지 못해 뭉쳐있는 현상)을 푸는데 도움을 줘 기혈이 원활히 순환하도록 하며 소화를 돕는 효능이 있다. 이에 예부터 꽃게는 소화 불량 및 복통, 생리통, 숙취 등 치료에도 활용돼 왔다.실제 영양학적으로도 꽃게는 비타민 A·B와 함께 칼슘 등 무기질이 매우 풍부하다. 단백질 비중이 높고 지방은 적어 소화에 용이하며, 꽃게의 함유된 타우린과 키토산은 혈관 건강과 소화기관의 활동성을 높이는데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그렇다면 게장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간장게장과 양념게장은 한의학적으로 어떠한 차이가 있을까? 두 음식은 맛과 조리법에서 다소 차이를 보이지만 익히지 않은 게에 다양한 재료로 맛을 낸다는 점에서 동일한 성격을 지닌다. 간장게장의 경우 간장의 주 원료인 콩과 소금은 따뜻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 간장과 함께 들어가는 고추, 마늘, 생강 등 재료도 찬 꽃게의 성질을 어느 정도 중화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양념게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양념게장도 게를 양념에 무치기 전 잠시 간장에 담가 밑간 및 살균과정을 거친다. 부재료도 고춧가루, 다진 마늘, 간장, 설탕 등으로 간장게장과 유사하다.자생한방병원 강만호 원장은 “간장게장과 양념게장은 전혀 다른 음식처럼 보여도 성질과 효능이 비슷한 형제 음식이다. 가을철 급변한 날씨로 인한 열감, 빈혈, 소화 불량 등 증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게장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체질과 관계없이 기호에 따라 게장을 즐겨도 무방하다”고 말했다.하지만 몸에 좋은 게장이라도 제철을 맞았다고 과하게 즐길 경우 몸에 탈이 날 수 있다. 가을은 높은 일교차로 인해 음식이 상하거나 식중독 균이 증식하기 쉬워 수산물을 조리·보관할 때 주의가 요구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식중독 발생 건수를 분석한 결과, 전체 31%의 환자가 여름철(6~8월)에 발생했으며 이에 못지 않게 가을철(9~11월)에도 26%의 환자가 집중됐다.또한 간장·양념게장은 나트륨을 많이 포함하고 있어 고혈압, 뇌졸중 등 각종 성인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섭취량 조절이 필요하다. 간이 센 게장을 많이 먹을 경우 자연스레 탄수화물인 쌀밥의 섭취도 늘어나 과식에 따른 배탈을 야기할 염려도 있다.자생한방병원 강만호 원장은 “가열하지 않는 게장의 특성상 갖가지 기생충이나 세균이 증식할 수 있기 때문에 게장의 냄새가 비리거나 의심이 된다면 되도록 먹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며 “겨울을 준비하는 기간 동안 적절하게 게장을 즐겨 떨어진 입맛을 돋우고 건강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하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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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볶음탕·닭갈비·삼계탕 등 한국인의 밥상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닭요리다. 실제 농촌진흥청이 성인 1100명을 대상으로 ‘닭고기 소비 실태 및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상 가구의 70.8%는 주 1회 이상 닭고기를 먹었다. 또한 닭고기 소비량은 늘어나는 추세며, 코로나19 이후엔 약 3.6%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닭고기는 잘못 조리하면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닭고기에서 주로 발견되는 식중독균은 '캠필로박터균'이다. 캠필로박터균은 각종 야생동물이나 가축의 몸속에 있는데, 동물에서 사람으로 옮겨올 수 있다. 사람의 체온보다 높은 42도에서 잘 증식하고 닭·칠면조 등 가금류의 장내에서 활발하게 활동한다. 하지만 고온에는 약해 70도에서는 1분 만에 사멸한다.캠필로박터균 식중독의 잠복 기간은 대개 2~7일이며 길게는 10일까지 이어질 수 있다. 증상은 발열, 권태감, 두통, 근육통이 먼저 나타나고 이어서 구토, 복통이 발생한다. 그 후 수 시간~2일 후에 설사 증상이 나타난다. 캠필로박터 식중독을 예방하려면 생닭을 보관법과 조리법에 유의해야 한다. 생닭을 냉장고에 보관할 때는 생닭에서 나온 핏물에 다른 식품이 오염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따라서 생닭은 밀폐 용기에 넣어 냉장고 제일 아래 칸에 보관한다. 음식 재료를 씻을 때는 채소류, 육류, 어류, 생닭 순으로 생닭을 가장 마지막에 세척한다. 생닭 세척 할 때는 미리 씻어놓은 채소류, 조리기구 등 주변을 치워놓고 세척해야 식재료가 오염되는 것을 막는다. 생닭을 세척한 손은 반드시 비누 등으로 씻은 다음 다른 음식재료를 다뤄야 하고 생닭 조리에 사용한 칼‧도마 등은 다른 식재료와 구분해서 사용한다. 조리기구를 구분해서 사용하기 어렵다면 식재료 종류를 바꿀 때마다 칼·도마를 깨끗하게 씻거나 소독한다. 생닭을 익힐 때는 닭고기 단면의 색상을 확인하는 방법으로 익혀진 정도를 확인해서는 안 된다. 노르웨이 국립 식품농수산물연구소 연구팀은 닭고기 안쪽의 색상이 하얗게 변했더라도 충분히 익혀진 상태가 아닐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닭고기를 조리할 때는 속까지 완전히 익도록 충분히 가열 조리(중심온도 75℃ 1분 이상)하는 것이 안전한데, 온도를 확인하기 위해 요리용 온도계를 사용해 조리하는 것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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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가 시작되고 나흘 내리 북한산에 올랐다. ‘닷새 내리’는 위험하다. 가사 노동력의 상시적, 의도적 이탈에 대한 우려가 집안에서 나올 테니까. 연휴 마지막 날 아침엔 산 대신 부엌으로 향했고, 된장국을 끓였다. 뭉근한 불에 완도에서 올라온 다시마만으로 국물을 냈다. 연한 투명 갈색의 감칠맛 육수에 무얼 투하하나. 명절 끄트머리의 즐거운 고민으로 머릿속이 맑다. 다시마 국물만큼 따뜻하고 맑았다.된장국 레시피가 114개나?서른 넘어 감동적으로 읽은 책 중 하나가 일본 요리연구가 오토모 이쿠미의 ‘미소시루 한 그릇’이다. 부제만으로 내용을 알 수 있다. 출판사는 ‘어떤 재료로도 맛있게 5분 완성! 건강한 미소장국 114’라고 부제를 달았다. 책에는 미소장국 끓이는 114가지 방법이 담겨 있다. 그것뿐이다. 그런데 된장국 끓이는 방법이 114가지나? 크게 놀랐다가는 금방 마음 놓았다.된장국엔 정말 아무거나 넣어도 되는구나!114가지 미소장국의 재료 중엔 양파, 감자, 파슬리, 순무, 버섯, 연근 등 채소가 있는가 하면, 고등어, 닭고기 완자, 소고기, 방어, 달걀프라이 등 육류도 있다. 심지어 방울토마토가 들어간다. 문화적 충격 같은 걸 받았다. 요리적 충격이라 해야 옳을라나. 된장국에 한계는 없구나, 된장국은 정말 ‘천의 얼굴’을 가진 극강(極强)의 요리로구나.114가지의 미소장국을 만난 뒤, 집에서 끓이는 된장국에도 한계가 사라졌다. 된장국의 전통적 재료는 대개 두부, 애호박, 미역, 버섯 등이다. 그러나 서른 이후, 감동의 독서 이후 된장국 레시피에 대한 심리적 저항선 같은 게 사라졌다. 냉장고에 남은 자투리 식재료 어떤 것이든 된장국의 훌륭한 재료가 됐다. 일본 요리연구가가 114개 종류의 미소장국을 만들었다면, 나는 365개 스타일의 된장국을 완성하리라, 그래서 매일 다른 된장국을 맛보고 말리라……. 그렇게 다짐했다. 다짐이 그랬다는 얘기이고, 실제론 20개 안팎의 식재료를 활용했을까, 말까. 어쨌든.해초를 담뿍 넣은 된장국은 어떨까?그래서 명절 연휴 마지막 날, 새로운 된장국의 재료는 모둠 해초였다. 연휴 직전 장 보러 가신 어머니가 해초 모둠 한 봉을 가져다 주셨다. 꼬시래기, 곰피, 미역, 미역줄기, 다시마, 톳, 감태 등등. 냉장고 야채실 구석엔 눈처럼 흰 소금을 뒤집어쓴 모둠 해초가 명절 동안의 홀대와 무관심을 이겨내고 오롯이 제 자리를 지키는 중이다. 한 움큼, 해초를 쥐어 큼지막한 그릇에 넣고 물을 부었다. 한 삼십분, 소금기를 뺐을까. 우려 놓은 다시물에 넣어 약한 불로 잠깐 데치듯만 끓이고, 오랫동안 데웠다. 된장을 넣고, 국그릇에 담아내니……. 거슬리지 않을 만큼 아주 미묘하게만 걸쭉한, 해초 된장 수프가 완성됐다. 마른 미역을 불려 미역된장국을 끓인 적은 있다. 소금을 뒤집어쓰고도 아직 탱탱하고 싱싱한 해초들로 된장국을 끓인 건 처음이다. 계획 없이, 리허설 없이 끓인 된장국은 기존의 된장국을 뛰어넘어 가슴 뭉클하게 할 만큼의 맑은 수프로 거듭났다. 잠깐 아삭하다가,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는 해초 모둠, 좀처럼 식을 줄 모르는 뜨끈한 국물……. 연휴의 끄트머리에서, 몸과 맘이 호강했다.미역은 늘 옳다, 된장국도 늘 옳다미역은 늘 옳다……고 언젠가 썼다. 벌써 20여 년 전 거제의 한 등대에서, 친절한 어느 가족의 호의로 갑작스레 먹게 된, 남해의 싱싱한 물미역에 대한 사랑을 고백하던 자리였다. 미역은 정말 늘 옳지 않나. 물미역 초무침, 미역국, 미역줄기 볶음, 미역귀 간장 무침 그리고 미역 냉채까지, 미역은 항상 옳았고, 지금도 옳다. 미역에 대한 사랑은 변함없다.20년이 지나 또 하나의 사랑을 고백하자면, 된장국은 늘 옳다. 채소로부터 육류, 때론 생선까지, 때론 과일까지 어느 것 하나 품지 않는 게 없다. 그렇게 모든 걸 품으면서도 자신을 뽐낼 줄 모르는, 우직스럽게 조연으로 일관하는 된장국……. 된장국은 정말, 미역만큼이나 늘 옳다고 중얼거리며 코로나19로 잔잔한 연휴의 마지막 날을 환하게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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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이번 추석 연휴는 '집콕'을 계획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오랜 시간 집에만 있다 보면 "입이 심심하다"고 말하며 자꾸 먹을 것을 찾게 된다. 그러나 막상 뭘 먹으려고 하면 코로나로 인해 찐 살 때문에 걱정부터 앞선다. 심심한 명절, 입이 심심할 때 마음 편히 먹을 수 있는 간식 네 가지를 소개한다.▶파인애플=비타민C, B1, B6, 섬유질, 망간 등이 함유된 파인애플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간식이다. 망간은 대사 작용을 촉진해주고, 비타민B6는 트립토판을 세로토닌으로 전환해주는 역할을 한다. 세로토닌 분비가 촉진되면 스트레스를 줄여줘 식욕도 함께 줄어든다. 다만, 파인애플을 너무 많이 먹으면 산성 성분으로 인해 혀가 아리거나 소화기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주의한다.▶요거트=칼슘, 단백질, 아연, 비타민B2, B5, B12 등이 함유돼 영양가가 풍부한 요거트는 다이어트 중에도 부담스럽지 않다. 이들 영양소는 빠르게 흡수돼 금세 에너지를 내는 데 도움을 준다. 특히 '타이로신'이라는 비필수아미노산이 함유돼 있다. 타이로신은 도파민 등 신경전달물질을 촉진해 우울감이나 피로 해소에도 도움을 준다. 열량이 걱정된다면 식품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은 저지방 요거트를 먹는 것도 방법이다.▶통곡물 과자=통곡물에는 단백질, 섬유질, 망간, 철분, 비타민B1, B2 등이 들어 있다. 비타민B는 역시 피로 해소를 돕고, 밤잠도 잘 자게 해준다. 통곡물은 금방 포만감을 느끼게 하므로 과식할 걱정도 적다. 빵이 먹고 싶을 때는 통곡물빵으로 고르고, 우유와 함께 시리얼로 먹으면 끼니를 해결하기에도 좋다.▶아몬드=아몬드에는 비타민B2, 비타민E, 마그네슘, 트립토판 등이 있다. 특히 마그네슘은 ‘기적의 미네랄’이라 불릴 만큼 에너지 생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요즘 같은 감염병 유행 시기, 면역력을 높이는 데도 좋다. 아몬드에 풍부한 단백질과 섬유질은 혈당을 조절하고 포만감을 느끼게 해 줘 다이어트 간식으로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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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추석엔 레시피를 읽기로 했다. 레시피를 읽는다? 레시피는 매뉴얼이다. 매뉴얼은 독서의 대상이 아니라, 활용의 대상이다. 예컨대 부추달걀비빔밥 한 그릇을 만들려면 이런 재료가 필요하다. 달걀 1개 부추 5줄기 간장 1/2큰술 참기름 1/2큰술 통깨 1/2큰술 현미밥 2/3공기(『한 그릇 집밥 다이어트 레시피』, 최희정, 비타북스). 레시피가 담긴 책에는 제조 공정이 함께 정리돼 있고, 그걸 잘 따라 하기만 하면 맛난 요리가 뚝딱, 만들어진다. 그렇게 레시피를 '활용'하면 그만인데 그걸 ‘독서’한다? 기이한 취미를 가지게 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소설·에세이·자기계발서 모두 싫증나고 말았다!나이 들면서 글씨가 빼곡한 책을 읽기 힘들다. 철학서나 인문서는 글씨만큼이나 추상적 어휘까지 빽빽해 집중이 불가(不可)하다. 나이 들고도 총기(聰氣)를 유지하는 분들은 물론, 그대로 철학·인문서 독서에 열중하면 되겠다. 어떤 경우든, 소설이 있지 않나? 다른 분들은 모르겠지만, 나이 들수록 소설의 존재 이유인 ‘허구’ 자체가 거슬린다. 현실에 집중하기도 버거운데, 왜 가상의 세계에 관심을 둬야 하나. 누군가의 머릿속에서 만들어진 세계에 몰입해야 할 이유를 스스로에게 납득시키기 어려운 상황도 생긴다. 소소한 일상을 다루는 에세이는 너무 소소하게 일상적이어서 싫다. 출판가의 오랜 효자였던 자기계발서도 멀리한지 한참 됐다. 책을 읽어서 자기계발이 되는지도 의문이거니와, 어렵사리 자기를 계발해 놓아도, 그렇게 계발된 자기를 제시할 곳이 마땅치 않은 나이가 돼버렸다. 시(詩)가 남는데, 시란 건 시를 쓰는 시인들을 위해 존재하는 문학 장르 아닌가, 하는 생각이 가끔. 개인적인 흠결과 부족을 과도하게 일반화시키고 있단 걸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또래 중 비슷한 경지의 무(無)독서 인구가 적지 않다. 최근, 스마트폰의 제국주의만을 탓할 수 없는 건, 스마트폰 이전에도 지하철 독서 인구는 희귀했으니까. 누구도 ‘독서의 계절’ 따위를 특정하지 않는 시대다.요리의 본질 역시 ‘개념의 조합’ 아닐까?그에 비하면 레시피는 읽기 쉽다. 식재료들의 사진과 식재료의 총합인 요리의 사진이 전체 지면의 2/3다. 글은 많아 봐야 1/3이고 여백을 감안하면 그만큼도 안 된다. 읽기에 우선, 한가하다. 그러나 한가하고 편한 것만으론 시·소설·에세이·인문서·자기계발서의 대용품이 되긴 어렵다. 시간을 할애할만한 효용이 있어야 한다. 그 중 하나가 인류의 최고 발명품 중 하나인 요리의 본질에 대한 통찰이다. 요리의 본질……?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인류의 다른 발명품들처럼 요리도 ‘개념의 조합’이 아닐까. 요리는 식재료들의 조합과 조합의 방식(찌고, 볶고, 굽고, 삶고)에 의해 좌우되지만, 이때 뒤섞이는 건 식재료들만이 아니다. 하나의 요리가 탄생하려면, 특정 요리의 이미지가 머릿속에 먼저 그려져야 한다. 밀가루가 면이 되고, 빵이 되고, 떡이 되고, 만두피가 된 건 우연이 아니다. 제분을 통해 내 앞에 새하얀 밀가루가 수북하게 쌓였다고 치자. 이 밀가루를 반죽하고 치댄 후 면으로 만들지, 이스트로 발효시켜 빵으로 만들지, 이런저런 모양으로 쪄서 떡으로 만들지, 얇게 펼쳐서는 방금 전 갈아둔 고기와 야채를 푸짐하게 감쌀지는 순전히 부지런하고 정교한 상상에 의존한다. 그리고 상상은 개념들의 조합이다. 서양에서 건너간 포크커틀릿이 일본에 들어가 돈까스가 되고, 짬뽕과 짜장면만 있던 중국음식점에서 짬짜면이 나오려면 식재료 이전에 기존 요리의 개념이 이리저리 뒤섞여야 한다. 향 대신 색을 즐기는 ‘레시피 독서’의 맛레시피 독서의 또 하나의 효용은 다이어트다. 먹고 싶은 걸 다 먹어가며 살을 뺄 순 없다. 그런데 음식을 섭취한다는 건, 단백질·지방·탄수화물을 위·장에 투입하는 행위를 넘어선다. 무언가 먹을 때 우리는 5대 영양소와 함께 맛(味)과 향(香)과 색(色)을 소비한다. 레시피 독서를 통해 우리는, 맛과 향을 포기하는 대신 더욱 강렬해진 색을 즐긴다. 맛과 향이 사라진 자리에서 증폭된 요리의 색은 점차 요리 자체가 되어간다. 훈련(?) 강도에 따라 우리는 식재료가 내뿜는 다양한 색들의 조합만으로 요리 하나를 온전히 탐닉할 수 있게 되고, 바로 그 순간 식욕과 다이어트가 한꺼번에 해결되는 동시에……. 마시고(飮) 먹으니까(食) 음식(飮食)이다. 허기진 내 몸 속으로 이 세상 한 조각 떠 넣어주는 일의 숭고와 쾌락을 어디에 비교하겠나. 그러나 때로는 현명한 제약이 우리를 더 즐겁게 한다. 눈으로 즐기는 음식, 읽는 레시피가 생각만큼 황당한 것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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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전 점심, 찬(饌)으로 나온 짜장 떡볶이를 절반만 먹었다. 그 이틀 후엔 당면에 시금치·당근을 곁들인, 연한 간장 빛이 고운 잡채를 쳐다만 봤다. 떡만둣국을 마주한 적도 있다. 만두 위주로 먹고, 떡은 입에 대지 않았다. 쌀쌀한 초가을, 그렇게 나는 쫄깃한 것들과 이별하고 있다. 모진 마음으로 절교하고 있다. 짜장면도 안 먹는다. 연하면서도 질긴… 그 매력적인 이중성당질(糖質) 제한식을 실천 중이다. 뱃살을 빼기 위한 몸부림이다. 잠재적인 당뇨의 가능성도 낮춰야 한다. 탄수화물에 대한 애정을 이대로 유지하다간 내장 지방의 비대와 인슐린 분비의 혼란을 막을 도리가 없다고 판단했다. 참아야 한다.멀리해야 한다.탄수화물과 당질이 나를 망가뜨릴 수 있다.몇 해 전만 해도 흥분한 채 쫄깃한 것들에 대한 사랑을 고백했다. 어디엔가 푸드 칼럼을 쓰면서 떡볶이, 쫄면, 순대, 어묵, 데친 오징어, 칼국수, 잡채, 수제비, 족발, 아귀찜을 열거했다. 열거하는 것만으로 좋았다. 사랑한다고, 아주 많이 사랑한다고, 심하게 사랑한다고 고백도 했다. 쫄깃한 것은 도대체 무얼까. 그 매력은 도대체 무얼까. 깊은 밤 홀로 깨, 쫄깃한 것들을 개념화하면서 스스로 탄복하기도 했다."‘쫄깃’의 치명적인 매력은 바로 저 이중성이다. 서로 상반되는 것의 절묘한 결합……. 쫄깃하기 위해서는 먼저 연해야 한다. 처음 씹을 때 ‘아, 이거 무지 부드럽네!’란 느낌이 와야 한다. 그러나 직후 입 안에서 갑자기 탄성(彈性)이 느껴진다. 자신에게 가해진 힘을 이겨내고 본래의 모습을 회복하기 위해 입 안에서 안간힘을 쓰는 떡볶이와 쫄면과 순대와 족발을 생각해보라. 그 질긴 투혼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세상에 순응하는 듯 연하면서도, 세상에 절대지지 않을 기세로 질기기도 한 이중성……."걱정된다, 내 몸 속 미토콘드리아의 노화몇 년 만에 내 몸엔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유례없는 ‘이중성’의 매력을 나는 왜 포기해야만 하나. 내 몸뿐 아니라 남의 몸에도 똑같이 일어나는 일이지만, 미토콘드리아의 효율이 떨어지는 게 문제다. 당(糖)을 연료로 내 몸에 필요한 에너지를 생산하던 미토콘드리아가 노화하면서, 남아도는 당이 늘기 시작했다. 차곡차곡, 복부를 중심으로 지방이 쌓이기 시작한다. 나는 매일 붓는 중이다.당질 제한이, 쫄깃한 모든 것들과의 이별을 강요하는 건 아니다. 칼국수는 피해야겠지만, 족발은 취해도 누가 뭐라 안 한다. 잡채는 포기해야 하지만 데친 오징어를 멀리할 필요는 없다. 그럼에도 여러 번 치대고 숙성한 밀가루 반죽으로 만들어낸 ‘쫄깃’들이야말로 싸면서도 고탄력을 자랑하는 ‘대표 쫄깃’들 아닌가. 쫄깃한 것들과 헤어지기 위한 몸부림그러나 이성은 식욕을 이기지 못한다. 며칠 전엔 아침부터 라면을 끓였고, 그 담날엔 술을 진탕 마신 뒤 허기를 이기지 못해 면과 떡과 쌀밥을 다량 흡입했다. 그러다가도 다시 마음을 다잡고 미토콘드리아를 자극하지 않기 위한 나와의 투쟁을 결연히 행한다.예컨대, 어제는 회사의 한 여자 후배와 함께 저녁을 먹으며 밥에 거의 손대지 않았다. 맞은편에 앉은 후배는 식사의 끝자락, 여태 수북한 내 밥그릇을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고, 내 설명을 들은 뒤엔 씁쓸해 했다. 그의 밥그릇은 텅텅 비어 있었다. 후회하는 눈치였다. 쓸쓸해 보였다.말(馬)의 비만(肥滿)을 추앙하는 천고마비의 계절에, 나는 나의 복부 비만을 제어하기 위해 참고 또 참는 중이다. 후배와의 식사 분위기가 어색해져도 할 수 없다. 잘 가, 쫄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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