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콘돔 준비되셨습니까?
얼마 전 일 년 중 출산율이 가장 높은 시기는 6월과 10월이라는 우스갯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분위기가 한창 무르익는 8월 휴가철과 12월 연말이 임신율이 가장 높기 때문이라나. 한번 듣고 웃어넘기면 될 농담이건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한껏 들뜬 기분에 계획 없는 임신이라니 얼마나 무책임한 행동인가.
첫 경험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혼전 성경험 비율은 늘어나고 있지만 피임에 관한 지식은 무척 낮은 편이다. 경구용 피임약은 혈전증 등의 심혈관계 부작용이 있고, 자궁 내 장치인 루프도 자궁내막염이나 월경량 과다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여성보다는 남성이 콘돔을 사용하는 것이 남녀 모두에게 안전하고 성병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콘돔을 제대로 사용하는 경우는 의외로 적다. 콘돔을 쓰지 않는 이유야 여러 가지겠지만 대부분은 성에 대한 잘못된 상식이나 무지에서 비롯된다. 질외사정을 하면 되는데 굳이 콘돔을 써야 하냐고 되묻거나 콘돔을 끼면 성감이 떨어지기 때문에 쓰지 않는다는 남성도 많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약국이나 마트에서 콘돔을 구입하는 장면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미국 남성들은 콘돔없이 성관계하는 것은 상상조차 못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다수의 한국 남성들은 피임은 여자가 알아서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가하면 성관계 이전이 아닌 사정직전에 콘돔을 사용, 임신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많다. 이렇게 되면 인공중절수술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여자 몫으로 남게 된다.
실제로 최근 피임연구회에서 진행한 피임 행태 조사에 따르면 기혼 여성 3명 중 1명꼴로 원치 않은 임신으로 인한 임신 중절 수술을 했다고 답했다.
콘돔의 역사는 꽤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이집트 벽화에도 콘돔을 찬 남성이 등장한다. 물론 당시에는 곤충 등으로부터 성기를 보호하고 출산을 늘리는 부적 역할이 컸을 뿐 본래의 기능을 갖추고 있진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가족계획을 주도하는 최전방에 위치하고 있는 게 콘돔이다. 이는 콘돔이 음지에서 양지로 나와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시 말하지만 원치 않는 임신을 사전에 차단하고 혹시 모르는 성병이나 염증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콘돔의 사용이다. 17세기 50여 명의 애인을 두었던 영국의 찰스 2세가 당시 유행하던 매독으로부터 자신을 지킨 방법은 어린 양의 맹장을 이용해 만든 콘돔이었다. 유럽 최고의 플레이보이였던 카사노바 역시 피임방법으로 콘돔을 애용했다. 이렇듯 철저한 피임 덕분인지, 카사노바는 단 한 명의 여성도 임신시킨 적이 없었다고 한다.
최근에는 리처드 기어조차 인도 뭄바이에서 수천 명의 창녀들을 앞에 두고 “노 콘돔, 노 섹스”를 외쳤다 한다. 에이즈를 몰아내기 위한 캠페인의 일환이었으나, 꽤 괜찮은 발언이라는 생각이 든다.
즐거운 성생활에 있어 콘돔은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질외사정은 절대 피임방법이 될 수 없으며, 사후피임약을 복용한 여성의 25%는 실패 확률이 있다. 특히나 OECD국가 중 한국이 가장 낙태율이 높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콘돔의 필요성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벨라쥬여성의원 / 원철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