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 장마철이다. 여기저기 물난리 소식에 우울하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서 뚫린 하늘만 쳐다 보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무어라도 먹고 힘을 내야 새출발을 하지 않겠는가.
예전 비오는 날엔 김치를 넣은 장떡이나 빈대떡을 부쳐 먹곤 했다. 농촌에서 비가 오면 마땅히 할 일도 없고 군것질거리도 없던 차에 시골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막걸리 안주로 만들어 먹곤 했다고 한다. 과학적으로도 비가 오는 날이면 기름진 음식이 먹고 싶어진단다.
그러나 모든 것이 풍족한 요즘엔 빈대떡 부치는 일마저 '귀차니즘'으로 바뀌었기에, 몸이 원하는 기름을 삼겹살에서 찾게 된 것 같다. 양철이나 함석으로 된 지붕 아래 빗소리를 음악삼아 연탄을 넣은 도라무통(드럼통) 석쇠에 삼겹살을 구워먹는 맛이야 일러 무엇하랴. 하지만 요즘은 그나마도 그런 집 찾기가 힘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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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 구워먹는 방식도 매우 다양해졌다. 짚불 삼겹살, 솥뚜껑 삼겹살, 3초 다림질 삼겹살, 대패 삼겹살, 돌판 삼겹살, 철판 삼겹살, 연탄불 삼겹살 등이 있지만 내 입맛에는 참숯불 위에 석쇠로 구워내는 삼겹살 맛이 최고가 아닐까 한다. 참숯의 복사열이 주는 불맛이란 정말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를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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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소고기면 모를까 돼지고기 굽는 데까지 참숯을 쓰는 것이 격에 맞지 않아서인지, 비용의 문제인지 어쨋든 압축탄을 흔히 사용한다. 숯향이 배제된 압축탄은 향기없는 꽃이요 성형미인에 다름 아니다.
차라리 가스불로 달군 돌판이나 철판에 구어 먹는 것이 의학적으로도 훨씬 유리할 뿐만 아니라 김치를 구워 삼겹살을 싸서 먹는 재미를 얻을 수 있다. 게다가 기름이 충분히 밴 김치를 잘게 썰어 각종 양념을 추가한 뒤 볶아먹는 김치볶음밥이야말로 한방에 승부를 역전시키는 '피니쉬 블로우'가 아니겠는가.
삼겹살 마니아들은 흔히 삼겹살의 두께나 불판 위에서 뒤집는 횟수 등등을 가지고 논쟁을 하지만 그것이 뭐 큰 대수랴.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과 빗소리를 들으며 세상사 이야기며, 가족들 이야기며 웃고 떠드는 맛이 삼겹살 구이의 궁극일 뿐.
분당 인근에 자주 찾는 삼겹살집이 두 곳 있다.
한 집은 '느림의 미학'을, 한 집은 '빠름의 미덕'을 느낄 수 있는 식당이다. 똑 같은 분량의 고기와 볶음밥을 해먹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두배 이상이나 차이가 나지만 맛만큼은 언제나 환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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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김치볶음밥의 우열도 가릴 수가 없다.
새말(구 수레실 가든)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 신현3리 523번지 031-719-5292
삼겹살 1인분 1만원 오리 한마리 2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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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네 솔밭24시
경기도 용인시 동천동 185-1 화정빌딩 1층 031-264-0715
도드람생삼겹살 8000원 선지해장국, 설렁탕 6000원
/석창인-수원에스엔유치과병원 원장 s2118704@freechal.com
입력 : 2006.07.18 15:54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