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숨겨져 있어 ‘은밀한 부위’로 인식되는 겨드랑이. 눈에 잘 띄진 않지만 여름철에, 특히 여성에게는 많은 고민을 안겨주는 부위일 것이다. 이런 인체부위를 무심코 남에게 보일 경우 누구나 무의식적으로 수치심을 느끼기 마련인데, 더군다나 주변인으로부터 ‘책’을 잡히게 될 때 수치심은 극에 달한다. 일례로 겨드랑이에 털이 많다거나, 착색, 어루러기 같은 문제가 있다면 민소매 옷이나 팔 들어올리는데 엄청난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이 밖에도 겨드랑이에 움트는 ‘살’과 관련하여 남모를 고민에 고통 받는 이들이 있었으니, 이른바 겨드랑이 부유방을 지닌 사람들이다.
얼마 전, 수 차례의 인터넷 상담 끝에 내원한 주부 B(27)씨는 결혼 전부터 양쪽 겨드랑이 옆에 쥐젖 같은 조직이 있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고 한다. 임신 뒤 갑자기 임파선이 있는 겨드랑이 근처가 부풀어 오르자 유방암이라 생각하고 ‘법석’을 떨기도 했으나 임신이 진행될수록 쥐젖 같은 조직은 점점 커졌고, 유두의 색이 검게 변하면서 쥐젖 같은 조직도 함께 거무스레하게 변했다. 민소매 옷을 입는 것은 물론, 대중목욕탕에 갈 수 없을 지경이 되자 자신의 은밀한 고민을 해결해 줄 방안을 어렵게 찾아온 경우이다.
B씨의 경우처럼 겨드랑이 부유방(副乳房)은 민소매옷을 포기하는 여성들 상당수에서 발견된다. 전체 여성인구의 2-3%정도가 '액세서리'와 같은 부유방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성도 1%에서 겨드랑이, 혹은 그 부근에서 부유방이 발견된다. 타 질환과 비교했을 때 환자수가 많은 편이지만 대부분이 증상을 감춰 남들은 잘 모른다. 부유방은 포유류인 인간에 있어 퇴화가 완전히 이뤄지지 않아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일 뿐 특별히 건강상의 문제는 부르지 않는다. 단, 조직자체가 유방과 같기 때문에 유방의 변화에 따른 증상을 똑같이 겪을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여성의 경우 월경을 할 때 유방이 부풀어 오르거나 통증이 나타나는데, 부유방에도 이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때문에 부유방의 존재를 모르다가 B씨처럼 증상만 겪고 암인 것으로 오해하고 병원을 찾는 경우도 있다. 부유방은 조직만 남은 경우가 많지만 일부에서는 유두도 발견된다.
의학적 관점에서는, 부유방은 정상 유방조직과 동일하므로 굳이 제거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생리 때마다 부유방이 팽창한다거나 출산한 뒤 부유방에서 젖이 나와 생활에 불편하다면 치료가 필요하다. 단, 임신 중에 갑자기 커진 부유방은 출산 뒤 작아질 수도 있어 치료는 출산 후에 결정하는 것이 좋다.
치료는 외과적 수술로 피하의 유선조직, 유두, 유륜까지 모두 제거하는 게 일반적이다. 제거 원칙은 일반 종양과 같으나 미용이 목적 수술인 만큼 흉터를 최소화하는 게 관건. 우선 지방흡입술로 조직을 줄여준 후 겨드랑이를 안쪽 주름을 따라 피부를 절개, 남은 유선조직을 모두 제거한다. 회복에는 3-5일 정도가 걸리고 일주일이 지나면 팔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크기가 작다면 지방 흡입술 만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지방흡입술은 부분마취로 진행되고 흉터가 거의 없는 대신 유선조직까지는 제거할 수 없다는 게 단점이다. 부유방이 아니면서 겨드랑이에 살이 유독 많은 경우에도 지방흡입술로 치료할 수 있다.
시원한 민 소매는커녕 물놀이 조차 포기할 정도로 겨드랑이 콤플렉스가 심한 사람에게 여름은 덥고 짜증나는 계절일 뿐이다. 거기에 아무도 원치 않는 ‘액세서리’ 유방이 있다면 마음의 고통은 더욱 클 터. 부디 올 여름엔 무지와 근심가운데서 고생하는 환자들이 없기를 간절히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