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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분업 만든 프레데릭 2세는 호기심狂

이야기 의학사

울산 의과 대학교/이재담 교수

의약분업 만든 프레데릭 2세는 호기심狂

이재담 교수의 이야기醫學史

프레데릭 2세는 독일 왕 헨리 6세의 아들로 태어나 시실리의 왕이 되었고 후일 신성로마제국의 황제가 되었던 인물이다. 그는 40세 된 어머니 콘스탄스 왕비가 나이가 많아서 아이를 낳지 못할 것이라는 국민들의 의구심을 불식시키기 위해 일부러 사람들이 많이 모인 시장에서 공개적으로 출산을 했다는, 날 때부터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였다.

유럽 수학에 처음으로 0(제로)의 개념을 도입하였고, 새에 관한 논문을 쓰기도 했던 이 왕은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은 절대로 납득하지 않아서 번번이 주위 사람들을 곤란하게 만들었다. 의학에도 관심이 많았던 그는 의문이 생길 때마다 실험으로 진실을 밝히려고 애썼는데 대표적인 예로는 다음과 같은 일화들이 있다.


어느 날 왕은 식사를 한 후에 쉬는 것과 운동을 하는 것 중 어느 쪽이 소화가 빨리 될 것인지가 궁금해졌다. 그는 감옥에서 두 명의 죄수를 불러내어 한 상 가득 차린 음식을 먹이고 한 명은 잠을 자도록 하고, 다른 한 명은 사냥터를 뛰어다니도록 지시했다. 몇 시간 후 그는 두 사람을 다시 궁전으로 불러서 배를 갈라 내용물을 직접 살펴보았다. 그 결과 잠을 잤던 사람이 음식물을 더 빨리 소화시킨 것으로 밝혀졌다고 전해진다.

인간의 원초적인 언어를 찾기 위한 논쟁에 얽힌 이야기도 있다. 언어가 자연발생적으로 나타난다고 생각했던 왕과 신하들은 히브리어, 그리스어, 라틴어 등을 원초적 언어 후보에 올리고 내기를 하기로 했다. 이 때에도 왕은 단순하고 기묘한 실험을 생각해냈다.

갓난아기들을 징집하여 각각 독방에서 인간의 말을 전혀 듣지 못하는 상태로 키워보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내기에서 이긴 사람은 없었다. 살아남은 아기가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팔 백 년 전의 이 무참한 실험은 현대의 정신의학자들이 ‘모성결핍증후군’이라는 병을 설명할 때에 가끔 인용된다.

그러나 이렇게 의학실험을 즐기던 프레데릭 2세는 의학적 업적에 의해서가 아니라 최초의 의료법을 제정한 인물로 역사에 남았다. ‘살레르노법’이라고도 불리는 이 법은 의사가 약사를 겸하는 것을 금지하고 다양한 치료법과 처방약의 가격을 정해놓은 일종의 의약분업제도였다.

당시의 돌팔이 의사들이 멀쩡한 사람에게 애매한 병명을 붙인 다음, 아무 쓸모가 없거나 심지어 몸에 해롭기까지 한 약물들을 비싼 값에 마구 팔았기 때문이었다. 이 법은 이후 유럽사회의 약제 업무를 규정하는 모범으로 받아들여져 그 전통이 오늘에까지 계승되고 있다.

 

/울산의대 인문사회의학과 교수

* 본 칼럼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야기 의학사

의학의 역사를 이야기형식으로 재미있게 소개하는 이재담교수의 의학사 탐방코너

울산 의과 대학교 /이재담 교수
서울대 의과대학
일본 오사카 시립대학 박사
미국 하버드 대학 과학사학교실 방문교수
현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인문사회의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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