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기계 질환
‘조금만 기름진 음식을 먹어도 배가 아파요!’라며 병원을 방문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원인이 뭘까? ‘소화 과정에 작용하는 호르몬’과 ‘지방 흡수에 필요한 쓸개즙’에 대해 알고 있다면 왜 그런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소화 과정에 작용하는 호르몬
작은창자 소화는 장운동과 호르몬에 영향을 받는다. 음식물이 위액으로 분해돼 죽처럼 바뀐 ‘미즙(chyme)’이 십이지장에 도착하면 여러 ‘호르몬(세크레틴, CCK, GIP)’ 이 분비된다. 호르몬은 미즙 이동과 소화액(이자액, 쓸개즙, 장액)을 조절한다. 미즙과 소화액이 잘 섞이면, 충분한 시간 동안 융모와 접촉하면서 영양소들이 흡수된다.
십이지장에 ‘산성 미즙’이 들어오면 세크레틴(secretin)이 분비된다. 세크레틴은 위 배출을 느리게 하고 위 운동과 위산 분비를 억제한다. 또한, 이자에서 중탄산염 이온(HCO3¯)을 증가시켜 산성 미즙은 중화된다. 십이지장에 ‘지방 미즙’이 들어오면 CCK(cholecystokinin)가 혈류로 분비된다. CCK는 쓸개즙이 모여 있는 쓸개(담낭)를 수축시키고, 이자액 분비를 촉진한다. 십이지장에 ‘탄수화물 미즙’이 들어오면 GIP와 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GLP-1)이 분비된다. 이들은 위산 분비를 억제하고 이자에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한다. 기름진 음식과 복통은 바로 CCK 작용에 따른 ‘쓸개 수축’과 관련 있다. 멀쩡한 쓸개는 상관없지만, 만약 ‘주머니 같은 쓸개에 돌(담석)’이 있다면, 쓸개가 수축할 때 통증을 상상할 수 있다.
지방 흡수에 필요한 쓸개즙
지방(fat)은 주로 작은창자에서 흡수된다. 탄수화물, 단백질과는 달리 ‘지방’은 물에 녹지 않기 때문에 둘러싸는 ‘쓸개즙’이 꼭 필요하다. 쓸개즙(bile)은 간에서 분비되고 물, 무기염류, 점액, 색소 및 콜레스테롤 등으로 구성돼 있다. 쓸개즙은 간관(hepatic duct)을 따라 쓸개(담낭, gallbladder)에 저장돼 있다가 십이지장에 지방이 포함된 미즙이 들어오면, CCK 분비로 자극, ‘쓸개가 수축’하면서 총담관(common bild duct)을 거쳐 십이지장으로 분비된다.
쓸개 염증인 담낭염(cholecystitis)은 ‘담석(90%)’, 수술 후 협착, 종양이 원인으로 쓸개즙이 분비되는 길이 좁아져 장내 세균이 쓸개즙 내에서 증식하면서 발생한다. 식사 후 복통이 나타난다면 검사와 진단이 필요하다. 쓸개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내과적인 치료 혹은 ‘외과적 담낭절제술(cholecystectomy)’을 시행한다. 수술로 쓸개가 없어지면 기름진 음식을 먹었을 때, 소화 불량이 생길 수 있다. 비록 ‘쓸개 빠진 놈’이지만, 쓸개즙은 조금씩 조금씩 저장되지 않고 간에서 십이지장으로 흘러나간다. 수술 이후 ‘기름진 음식은 소량 나누어서 먹는 것’이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