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부터 오랫동안 우리 병원에 내원해온 환자가 어느 날 앞니 사이에 회색 반점이 비친다며 내원했다. 앞니 사이의 표면에서 회색 반점이 보였지만 눈으로 보았을 때는 별거 아닌 것 같아 보일 만큼 미세한 정도였다. 물리적 탐침으로는 문제가 크게 나타나지 않아 특별한 파장을 쏘면 아주 초기 단계의 충치까지 발견할 수 있는 광학식 치아우식 진단 기구인 큐 레이(Q- ray)를 투입해 검진했다. x-ray 촬영까지 마치니 충치의 특징이 확연히 관찰되어 곧바로 충치 치료를 시작했다. 드릴로 에나멜의 표피를 살짝 제거해 보니 작은 반점으로 보였던 회색 반점은 법랑질을 지나 점점 커지고 짙어지면서 다음 치아 조직인 상아질까지 번져있었다. 별 이상이 없을 거라고 느낀 아주 작은 점이었지만, 그 밑에선 생각보다 충치가 빠르게 진행 중이라는 사실에 놀랐다. 다행히 상아질의 경계까지만 충치가 퍼져 레진이라는 간단한 충전 재료로 치료가 가능했다.
충치의 원인은 구강 내에 있는 미생물이 원활히 제거되지 않고 다른 음식물 찌꺼기와 결합하여 산을 발생시키는 데서 비롯된다. 이 산이 치아를 구성하는 미네랄을 치아 조직에서 빠져나가게 만들어 치아 조직에 구멍을 낸다. 소위 ‘이가 썩는다’라고 표현하지만 정확한 표현은 ‘치아우식증’이다. 충치가 오래 방치되어 치아의 뿌리 부분인 치근단까지 녹아내리고 농양이 발생하여 아주 고약한 냄새가 나는 질환이다. 흔히 치아우식증은 어금니에서 발생한다고 생각하지만 앞니에서도 쉽게 나타나는 질환이다.
그렇다면 치아우식증 유발 원인 중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흰 설탕, 흰 밀가루 등 정제된 당분의 섭취가 급격하게 늘어난 것을 꼽을 수 있다. 높은 당분을 섭취하면 이 당분은 구강내의 미생물과 결합하여 더욱 활발하게 산을 생성한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 산에 의해 치아의 주성분인 칼슘, 인산염, 불소 이온을 잃게 되는 것이다. 즉, 충치는 단순히 ‘썩는 것’이 아니라 석회화 조직의 일부가 용해되고 파괴되는 감염성 세균질환이라 할 수 있다. 치관까지 근접하지 않으면 거의 자각증상이 없을 수도 있기 때문에 치과 방사선 검사와 임상 검진으로 조기에 발견하여 치료하는 것이 고통과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치아우식증이 상아질을 지나 더 깊이에 있는 치수(치수강을 채우고 있는 부드러운 결합조직)까지 퍼지게 되면 차가운 물이나, 뜨거운 물을 마실 때 찌릿하거나 시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치아 조직의 표피층인 에나멜과 그 안에 있는 상아질 속으로 침투된 충치(미생물)는 물리적으로 제거하지 않으면 상아질의 관을 통해 지속적으로 치아 조직 안으로 침투되어 신경관까지 이르게 된다. 이렇게 침투된 미생물 때문에 치아는 온도와 단 것에 반응하게 되는 것이다. 만약 초콜릿같이 단 음식을 섭취할 때도 자각증상이 심하게 나타난다면 충치가 치아 조직 깊숙이 침범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이럴 때는 좀 더 복잡한 신경치료와 충치 치료로 손상을 입은 자연치아를 수복해야 하고 보철 치료로 치아의 기능을 회복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이 시기마저 놓치고 충치를 방치하면 치조골과 잇몸까지 침투되어 치아를 뽑아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에 이를 수 있다. 그래서 충치는 예방과 조기 발견이 고통을 줄이는 최선의 치료라고 할 수 있다.
사례 속 환자는 다행히 빠른 시기에 앞니의 충치를 발견했기 때문에 간단한 레진치료가 가능했지만 만약 이 시기를 놓쳐서 앞니의 여러 표면이 충치로 침범되었다면 좀 더 강도가 높고 심미적인 효과도 뛰어난 라미네이트라는 도재의 치료도 고려해볼 수 있다. 라미네이트는 변색된 앞니와 충치를 동시에 치료할 수 있다. 하지만 앞니에 충치가 광범위하게 번져있다면 씹는 힘에 의해 부러질 위험도 있어서 앞니의 잇몸 밖으로 보이는 전체를 도재로 감싸는 크라운이라는 치료를 추천하기도 한다.
환자의 치아 상태에 따라 적절한 치료를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충치를 방치해서 앞니가 완전히 파절되거나 어떠한 치료로도 자연치아를 살리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브리지 또는 임플란트라는 치료로 심미적인 것은 물론 앞니의 기능을 회복할 수도 있다.
치아우식증은 어금니뿐만 아니라 앞니를 비롯해 어떤 치아에서도 발생할 수 있고, 치과 질환 중 가장 흔한 질환이다. 그만큼 간단한 검진과 x-ray 촬영으로 쉽게 진단하고 쉬운 치료로 얼마든지 치아를 보호할 수 있다. 하지만 검진 시기가 늦어질수록 치아의 상태는 심각해져 자연치아를 보존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를 수도 있다. 적어도 6개월에 한 번 치과 정기검진을 받도록 하고 자각증상이 나타나거나 육안으로 이상이 발견된다면 바로 치과를 방문해 검진을 받도록 해야 한다. 조기 발견 즉, 정기적인 치과 검진은 소중한 치아를 지키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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