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진료를 하다 보면 흔히 볼 수 있는 질환이 날파리증이라고도 불리는 비문증이다. 환자는 갑자기 시야에 거무스름한 물체가 여럿 떠다니는 것을 호소하며 찾아오게 되는데, 잠자리나 파리부터 거미줄, 옅은 색의 실커튼 등등 다양한 모양으로 물체를 묘사하게 된다.
우리 눈의 안쪽은 망막이라는 신경조직이 마치 벽지와 같이 안구내벽을 감싸고 있는데, 이곳에 수정체를 통해 상이 맺히면 시신경을 통해 뇌로 신호가 전달되어서 물체를 볼 수 있게 된다. 안구의 수정체와 망막 사이의 공간은 투명한 젤리형태의 물질인 유리체로 채워져 있다. 만약 유리체 안에 혼탁이 생기면 이것은 망막에 그림자를 만들게 되고 마치 눈앞에 뭔가가 떠다니는 듯한 증상을 느끼게 된다. 이것이 바로 비문증이다. 따라서 엄밀히 말해, 비문증은 눈이 느끼는 증상의 일종이지 이 자체가 질병을 뜻하지는 않는다. 다양한 유리체망막질환에서 유리체 혼탁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경우 비문증은 '후유리체박리증'이라는 현상과 연관이 있다. 말 그대로 뒤쪽의 유리체가 떨어졌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겠다. 유리체는 90% 정도가 물이고 나머지는 콜라겐 섬유로 이루어진 탄력있는 젤리 형태의 물질인데, 나이가 들면서 유리체는 많은 부분이 액화가 되며 탄력을 잃게 되어 흐물흐물해지게 된다.
이 경우 눈 안의 공간을 팽팽하게 채우고 있던 유리체가 망막신경으로부터 떨어질 수 있으며, 이것을 후유리체박리라고 한다. 유리체 내의 콜라겐섬유 종류 및 분포는 중심부와 주변부가 서로 다른데, 후유리체박리가 생기면 유리체 주변부의 콜라겐 섬유가 뭉친 부분이 마치 부유물과 같은 상황이 되므로 이것이 비문증을 유발하게 된다.
따라서 비문증이 느껴지는 것은 나이에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비문증과 연관된 여러 망막질환이 있으므로 동반증상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만약 시야상에 뭔가 불빛이 번쩍이는 듯한 섬광이 느껴지는 증상이 있다면 이것은 망막에 견인력이 작용하고 있다는 의미이며 유리체가 망막을 당기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후유리체박리가 생길 때는 어느 정도 망막에 견인력이 작용할 수밖에 없으나, 유리체와 망막간의 유착력이 강할 경우 후유리체박리와 동반되어 망막이 찢어지는 현상인 망막열공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액화된 유리체가 찢어진 구멍을 통해 유입되어 망막이 안구벽에서 분리되는 망막박리라는 병이 생길 수 있다. 망막박리는 실명에 이를 수 있는 중한 질환이며 조기발견이 시력예후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연속적으로 장시간 시야 상에 불빛이 번쩍이는 증상을 느낀다던지 비문증과 동반되어 한 눈의 일정 시야가 가려보이는 증상이 있다면 반드시 신속한 망막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 외에도 유리체나 망막의 염증성 질환, 당뇨망막병증이나 망막정맥폐쇄증에서의 유리체출혈 등이 급격한 비문증의 발생과 연관이 있으므로 류마티스질환 환자나 당뇨, 고혈압 환자는 증상에 유의할 필요가 있겠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비문증을 느꼈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여 질환을 방치한 경우를 볼 때다. 모든 경우에서 성공을 하는 것은 아니나 현대의 유리체망막수술은 대부분의 망막박리를 재유착시킬 수 있는 수준에 와 있다. 다만 망막의 중심인 황반부까지 박리된 경우 재유착에 성공하더라도 시력의 회복이 제한적일 수 있으며, 작은 국소망막박리의 경우 비교적 간단한 레이저시술로 안정화시킬 수 있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신속한 진단 및 치료가 필수적이라고 하겠다. 요컨대 전에 없던 비문증이 생겼다면 우선 안과를 찾아 현재 상태를 확인하자. 동공을 확장시키는 안약점안 후 눈 안을 들여다보는 산동검사만으로 정확한 진단을 받을 수 있으며 대부분의 실명을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