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내장은 시신경이 파괴되는 질환이지만, 초기에는 증상도 별로 없고 환자들도 경각심이 적은 질환 중 하나이다. 하지만, 뒤늦게 녹내장 진단을 받고 나서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놀라게 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 눈 속에는 눈으로 들어온 빛 신호를 전기 신호로 바꾸고, 이를 머리로 보내는 시신경이라고 하는 조직이 있다. 시신경이 온전해야 보이는 부분이 온전하게 뇌로 전달된다. 시신경을 파괴하는 질환인 녹내장은 높은 안압이 가장 중요한 위험 요인이다. 안압이 조절되지 않으면 시신경의 파괴는 진행된다.
안압을 조절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방법들은 약물, 레이저, 그리고 수술적 치료이다. 일차적인 치료 방법은 약물치료다. 하지만, 모든 녹내장에서 통하는 것은 아니다. 안압 조절에도 불구하고 녹내장이 진행되거나 그럴 가능성이 높은 경우, 부작용 등으로 인하여 약물치료를 지속하기 어려운 경우 등에서는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전통적인 녹내장 수술 방법은 1960년대에 고안된 섬유주절제술이다. 눈 안에서 바깥으로 액체가 빠져나갈 수 있는 통로를 윗눈꺼풀 아래 흰자 부분에 만드는 방법이다. 안압을 효과적으로 떨어뜨릴 수 있는 반면, 수술 후 회복 시간이 긴 편이고, 장기간 시력저하 등 심각한 수술 후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외과 수술이 개복 수술에서 복강경 수술로, 이후 다시 로봇수술로 발전하는 것처럼 녹내장 수술도 급격하게 발전하고 있다. 미국, 싱가포르, EU 등 의료선진국에서 최근 수년간 사용이 급증하고 있으며 최근 국내에서도 신의료기술 인증을 받은 ‘젠(XEN)’ 녹내장 스텐트 삽입술도 그 중 하나다. 이 수술은 6mm 길이로 섬세하게 디자인된 속눈썹 굵기의 스텐트를 결막 아래 공간과 안구 내부에 걸쳐 섬세한 조작을 통하여 삽입하는 방법으로 안압을 조절하게 된다.
기존 섬유주절제술의 경우 절개 범위가 광범위한 데 비하여, 젠 스텐트 삽입술은 1.8mm 정도의 미세절개창을 통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더 안전하다. 기존의 약물 혹은 레이저 치료 등으로 안압이 조절되지 않아 녹내장 수술이 필요한 환자들 중에서, 기존 녹내장 수술인 섬유주절제술의 부작용을 최대한 피하고, 수술 후 일상생활로의 빠른 회복을 원하는 사람들이라면 관심을 가져 볼 만 하다.
심장의 혈관이 좁아지는 협심증 치료를 예로 들어 본다면, 예전에는 손목의 동맥을 절단해서 심장혈관에 이식하는 방법 밖에는 없었지만, 스텐트가 개발된 이후에는 이것이 일반적인 수술 방법이 되었다. 녹내장의 치료도 첨단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더 많은 치료 옵션들이 생기고 있다. 예전 같았으면 엄두도 못 낼 녹내장들도 더 잘 치료할 수 있게 되는 세상이 온다는 것은 녹내장 전문의로서 정말 기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