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들이 앓고 있다. 공통된 원인은 딱 하나 고객 감소다. 도대체 이유가 뭘까? 왜 고객이 줄어드는 걸까? 불경기, 인구 감소, 병원 수의 증가…이런 것이 원인이라면? 경기가 좋아지기를 넋 놓고 기다려야 하나? 아니면 머리띠 두르고 아이 낳기 캠페인에라도 앞장서야 하나? 그것도 아니면 생기는 병원마다 찾아다니며 ‘지금은 병원 차릴 때가 아니다’고 말려야 하나? 이 모든 게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소리인 걸 누가 모를까? 그랬다가는 ‘병원 차려놓고 끙끙거리다 돌아버렸다’는 소리나 듣기 십상이다.
과연 고객 수가 줄어드는 이유로 그게 다일까? 그래서 개개의 병원은 그저 앓을 뿐, 할 수 있는 일은 없는 걸까? 그 답은 ‘아니다’이다. 고객 수를 늘리는 방법이 ‘있다’이다.
우리(병원들)는 대부분, 병원이 안 되는 이유를 병원 밖에서만 찾고 있다. 앞서 말한,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원인들을 탓하는 것 이외에도, On-Line으로든 Off-Line으로든, 잘 먹히는 광고나 효율적인 매체를 찾아 나서는 방법이 그 예가 될 것이다. 그 결과는? 안타깝게도 ‘그래 봤자’이다. 그러다 보니 오늘 대다수의 병원이 용하다는 약은 이것저것 안 써 본 것 없지만 여전히 골골하고 있는’꼴이 되어 있다.
그런데 눈앞에 두고 놓치고 있는 것이 한 가지 있다. 바로, 병원 안에서의 고객 관리이다. 말하자면 ‘In-Care’이다.
시내 모 척추·관절 병원에서 실시한, 병원 선택 요인에 대한 고객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소개와 구전’이 33.3%로 39.9%를 차지한 ‘거리가 가까워서’에 이어 두 번째를 차지한다.
그러고 보면 병원의 선택과 결정에 미치는 ‘소개와 구전’의 영향력이 질환이나 지역 특성에 따라 60~70%가 넘을 수도 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는 이미 알고 있는, 전혀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내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대부분의 병원이 생면부지의 고객을 끌어오려는 Before-Care에만 집중하고 있다. 일단 문지방을 넘어 들어선 고객에 대해서는 그다지 큰 정성(In-Care)을 쏟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에 병원들이 찾고 싶어 하는 해결책의 핵심이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In-Care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고객이 내원한 병원에서의 차별화된 경험의 가치’이다. 이것이 곧 ‘소개와 구전’으로 연결되는 순환 고리의 출발점이다. 이제 병원은 시선을 안으로 돌려 접수에서부터 진료→검사→예약→수술→입원→퇴원→재진에 이르는 전 과정 속에서 고객과 만나는 모든 접점(MOT)에 대해서 세부적인 In-Care 전략을 세워야 한다.
그중 당장 급한 몇 가지만 짚어보면, 접수 단계에서의 초두효과(Primacy Effect:이후의 好不好에 큰 영향을 미치는 첫인상) 제고, 각 접점에서의 대기시간 보완, 증상과 치료 단계에 따른 1:1 맞춤 서비스, 개인의 취향에 대한 DB의 구축과 적용 등… In-Care 전략의 경우와 수는 어떤 배율의 현미경을 들이대느냐에 따라 다양해진다. 비단 치료를 위해 내원한 고객들만이 아니다. 심지어는 지나가다가 잠깐, 화장실에 들린 행인 한 명에게까지도 인상적인 In-Care를 경험토록 해야 한다. 하물며 고객이 머무는 일정 기간 동안, 몇 시간일 수 있고, 며칠이 될 수도 있는 그 절호의 In-Care 기간 동안, ‘소개와 구전’의 씨앗조차 심지 못하는 병원이라면 그 병원은 분명 중증질환을 앓고 있다고 봐야 한다.
“(병원)고객이 기술적 케어(Technical Care)의 품질을 이해하는 데에는 훌륭한 판정자가 아닐지 모르지만 인간적인 케어(Interpersonal Care)의 품질을 평가하는 데에는 고객만한 훌륭한 판정자가 없다”는 하버드대학의 공중위생학교수 로버트 카플란(Robert Kaplan)의 말을 이제라도 다시 곱씹고 되새길 필요가 있다. 그래서 당장 In-Care의 품질을 높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저 앓고 또 앓다가 그길로 그냥 가버리고 말게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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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광고비, 얼마나 써야 할까?’] 명쾌 한 답은 없다. 단,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있다. In-Care의 질을 높일 수만 있다면 광고비의 상당 부분을 줄여도 된다는 것이다. 개원 초기의 병원이라면 Before-Care 단계에서 브랜드를 알리는 온·오프라인 광고가 당연히 필요하다. 그러나 만약 3~5년 이상 된 병원이, 알려야 할 새로운 Facts(새 장비나 첨단의 의술 도입, 병원 이전 등)도 없이, 이제 막 개원한 병원만큼 또는 그 이상으로 광고비를 쓰고 있다면 뭔가 한참 잘못되어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기고자: 송재순 jssong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