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병원 1층에는 항상 은은한 커피 향이 배어 있다. 왜냐하면, 1층에 커피숍이 있기 때문이다. 병원 속에 배어든 커피 향내에 대해 환자마다 찬반이 엇갈린 의견을 내놓곤 한다.
특히 항암치료 중인 암환자들은 이 커피 향이 구토를 유발하여 싫다고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반면 커피 향이 병원의 독특한 소독 냄새를 중화시켜 주어 병원에 들어서면 오히려 편안함을 준다는 의견을 주는 환자들도 많다.
최근에는 커피숍 맞은편에 빵집이 자리를 잡아 빵 냄새가 커피 냄새를 중화시켜 논란이 잠잠해 져버렸지만 말이다. 여하튼 나는 아침에 모닝커피를 즐겨 마시며 하루를 설계하는 여유를 사랑한다.
우리가 즐겨 마시는 커피의 원산지는 에티오피아이고 아랍지역에서 재배되기 시작하여 15세기 이후 인도, 유럽 등으로 전파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류의 기호품이 된 커피는 건강에 어떠한 역할을 미칠까? 커피는 사람의 건강에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커피의 주성분은 모두 알다시피 카페인이다. 카페인은 뇌에 각성효과를 나타내고 이뇨작용을 하며 교감신경을 자극하여 심장을 빨리 뛰게 한다.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성인의 하루 카페인 권장량을 400mg으로, 미국 FDA는 하루 4컵(32온스) 정도 마시는 것은 건강에 문제가 없다고 하였다. 고혈압, 골다공증 그리고 당뇨병의 경우는 카페인이 악영향을 주므로 주의를 필요로 한다. 그리고 역류성 식도염, 위궤양이 있는 환자는 커피가 병을 악화시키므로 삼가야 한다.
그럼 카페인은 유방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유방에도 양면의 영향을 미친다. 카페인은 양성 유방질환, 즉, 섬유낭종성 질환같이 유방통을 동반하는 유방낭종, 섬유종 등을 망라하는 양성 유방종양을 악화시킬 수 있다.
반면에 유방암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결론을 내리기에는 이르지만, 유방암을 증가시키거나 유방암 환자의 생존율을 낮게 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험실에서 적정량의 카페인은 유방암세포의 성장을 억제시킨다.
매일 200mg의 카페인을 섭취하면 유방암의 위험률이 1% 감소한다. 그러나 다량의 카페인은 홀몬수용체 음성 유방암을 약간 증가시킨다고 알려져 있다. 반면에 적당량의 커피는 이러한 유방암의 발생률을 감소시키며 타목시펜을 복용하고 있는 유방암 환자가 적당량의 커피를 마시면 유방암의 재발률을 억제한다는 보고도 있다. 그리고 유방암을 일으키는 유전자 BRCA1을 가진 환자는 커피가 유방암의 발생을 억제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홍차나 녹차 그리고 우롱차 같은 차 종류도 카페인을 함유하고 폴리페놀 같은 항산화제를 함유하고 있어 세포의 돌연변이나 세포 손상을 막음으로써 항암작용을 한다. 그렇지만 차와 유방암의 관계는 확실하지 않아 예방 효과가 확실하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코코아도 카페인을 함유하고 있고 많은 항산화제를 내포하고 있으므로 항암작용이 기대되지만, 유방암을 예방한다고는 말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 같이 카페인을 함유하고 있는 커피, 차, 코코아와 같은 기호품은 유방암을 확실하게 예방한다고 할 수 없으며 다른 암 즉 대장암, 췌장암, 간암, 방광암, 신장암 등에 예방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보이지만 대개 후향적 연구 결과이고 전향적 연구에서는 항암효과가 증명되지 않아 아직은 확실하다 할 수 없다.
따라서 커피나 차는 매일 3~4컵(400mg) 이하로 마실 것을 권장한다. 결론적으로 유방암 환자는 커피를 지나치게 많이 마시지 말고 적절히 조절해서 마시면 손해 볼 것은 없다는 말이다. 유방암 환우들이여! 구수한 커피 향내를 맡으며 커피를 음미하면서 하루를 계획하는 즐거움을 누려 봅시다.
/기고자 : 건국대병원 유방암센터 양정현 의료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