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아무래도 자기 눈이 이상한 것 같다며 병원을 찾은 젊은 여성이 있었다. 보아하니, 흰자위가 부풀어 눈동자보다 튀어나와 있었는데, 환자는 혹시 눈에 큰 이상이라도 있을 까봐 노심초사하고 있었다.
진단을 해 보니, 눈 주위의 피부상태, 결막의 상태로 보아 눈을 계속해서 비벼댄 것이 확실했다. 아니나 다를까, 환자는 친구들과 함께 봄나들이를 다녀왔는데, 잠자리에 들던 때부터 눈이 가려워서 참을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환자의 상태는 자고 있는 사이에 자신도 모르게 눈을 비벼댄 결과였다.
환자의 병명은 알레르기 결막염이다. 화창한 날씨 덕분에 황사철이라는 것을 잠깐 잊은 채 아무런 준비 없이 야외활동을 한 까닭이다. 본격적으로 황사가 시작되면 미세먼지와 카드뮴, 납 등 인체에 유해한 중금속 성분, 오염물질 등이 피부와 호흡기를 자극하기 때문에 눈이 가렵고, 충혈이 되어 안과를 찾는 환자들이 눈에 띄게 많아진다.
환자는 알레르기 결막염을 앓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알레르기결막염은 눈을 감싸고 있는 외부 조직인 결막에 염증이 생기는 것으로, 가려움증을 호소하고 눈이 충혈되며 결막부종 등으로 인해 이물감을 느끼게 된다.
알레르기결막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바람이 많이 불고 건조한 날이나 황사가 심한 날은 가급적 외출을 삼간다. 외출 시에는 마스크와 모자를 착용하도록 하고, 물티슈를 챙겨 손을 자주 닦아주는 것이 좋다. 집에 돌아와서는 문 밖에서 옷을 털고 들어와 목욕을 하고 깨끗이 씻어야 한다. 이불이나 베개도 자주 털어줘 청결에 신경 쓰는 것도 중요하다.
알레르기성 결막염은 단순한 안구건조증이나 세균성 또는 바이러스성 결막염, 각막염 등과 그 증상을 구별하기 어렵다. 야외 활동을 많이 할 예정이라면 보호 안경 착용을 필히 하는 것이 좋고 예방 차원에서 인공눈물 등 적절한 안약을 투약하는 것이 좋다.
만약 황사로 인해 눈이 가렵고 붉어지거나 눈에서 끈끈한 분비물이 나오는 등 알레르기성 결막염의 초기 증상이 나타날 경우 적절한 약을 처방 받는 것이 좋다. 그러나 결막과 각막 손상이 심해 2차적 염증이 생기거나 세균에 감염된 경우에는 항균점안제 등의 약물 투여가 필요하므로 안과를 직접 방문해 의사에게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특히 라식이나 라섹 등 시력교정술을 받은 환자라면 봄철 황사는 반드시 피해야 하며 부득이하게 외출 시에는 반드시 보호 안경을 착용해야 한다. 황사철은 특히 눈이 건조해지기 쉬우니 인공눈물을 꼭 소지해 수시로 넣어주는 것이 좋다.
시력이 나빠 콘택트렌즈를 착용하고 있다면 더 큰 주의가 필요하다. 가장 좋은 것은 황사예보 발생 시 콘택트렌즈 대신 안경을 착용하는 것이다. 부득이 렌즈를 사용해야 할 경우에는 렌즈의 소독 및 세정관리를 보다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
콘택트 렌즈를 세척할 때는 렌즈의 종류에 따라 전용세정액을 사용해야 하며 황사로 인해 오염된 렌즈는 깨끗이 세척해 전용보존액에 담가 보관해야 한다. 또한 8시간 이상의 장시간 착용을 피하는 것이 좋다.
/기고자 : 성모맑은눈안과 임석범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