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의 가슴을 바싹바싹 태우던 무더위가 주춤하고 장마가 시작됐다. 가뭄을 해결해 주는 단비라 더욱 반갑지만 이런 날씨를 반길 수만은 없는 사람들이 있다.
“아이고, 비가 오니 온 관절이 다 쑤셔.” 요즘 병원을 찾는 대부분의 환자가 하는 말이다. 관절염 환자들에게 장마는 절대 달갑지 않은 손님이다. 겨울이든 여름이든 노인들에게 급격한 날씨 변화는 관절 통증을 유발하는 요인이 된다. 그래서 통증 완화를 위해 환자들에게 운동을 권하지만 장마철과 같이 궂은 날에는 야외 활동을 하기도 쉽지 않다.
장마철 빗길을 걷는 것은 눈길을 걷는 것만큼이나 위험한 일 중 하나이지만 그 위험성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빗길을 걸을 때 신경 써서 조심하다 보면 관절 주변 근육이 지나치게 긴장하고 인대가 받는 스트레스도 늘어나 관절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가장 위험한 부상이 골반, 즉 고관절 골절이다. 골반과 대퇴부를 연결하는 고관절은 보행을 위해 꼭 필요한 부위이다. 신체 중에서 어깨 관절 다음으로 활동 범위가 넓어서 골절상을 입으면 거동 자체가 불편해지고 결국 걷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특히 고령 환자들은 골절상을 입은 이후 제대로 치료하지 않아 폐렴, 욕창 등의 합병증 때문에 3개월 내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30~50%로 높은 편이다. 노인들은 수개월 동안 움직이지 않고 누워만 있게 되면 심장과 폐기능이 약화하고 욕창과 패혈증, 하지혈전 등의 합병증으로 사망 위험이 커진다.
노인성 골절은 불유합이나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 등의 합병증이 위험이 크기 때문에 인공관절수술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특히 나이가 많다고 고관절 골절을 내버려두면 오히려 합병증 등으로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치료를 서두르는 것이 좋다. 최근에는 ‘근육과 힘줄을 보존하는 최소절개 고관절 인공관절수술’을 통해 빠른 회복과 일상 복귀가 가능하다.
비 오는 날에는 빗길 운동 대신 실내 운동을 하도록 한다. 장마철에는 줄어든 일조량과 습한 날씨 탓에 우울해지기 쉬운데 실내 운동은 우울증 완화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푸른 여름이다. 짙어지는 녹음만큼 몸과 마음에도 건강과 활기가 넘치는 올여름이 되길 바란다.
/기고자 : 웰튼병원 송상호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