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나도 갱년기라오!”
"내가 뭘 가지러 갔더라?" 50대 중반 이모씨는 요즘 ‘깜박깜박’하는 일이 잦아졌다. 은행에서 돈을 인출하고도 챙기는 것을 잊는다거나 평소 자주 걸던 전화번호가 영 생각나지 않는 식이다.
뿐만이 아니다. 덥지도 않은데 식은땀을 흘리거나 갑자기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기도 한다. 잠자리에서 힘을 못쓰는 횟수가 늘어나면서부터는 전에 없던 아내 눈치까지 보게 됐다.
“당신도 올 것이 온 모양이네” 아내가 무심코 던진 말에 이씨는 그만 “남자가 무슨 갱년기냐”며 발끈했다고 한다.
갱년기는 남녀를 가리지 않는다. 나이가 들면서 호르몬 분비량이 서서히 감소하는 것은 당연지사, 40, 50대에 이르러 몸이 예전과 다르다고 호소하는 남성들 대부분이 남성갱년기와 관련이 있다.
다만 여성의 경우 50세를 전후로 여성호르몬의 분비가 급격하게 줄면서 비교적 뚜렷한 증상으로 나타나는데 비해, 남성은 호르몬의 분비가 점진적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증상을 인식하기가 쉽지 않을 뿐이다.
남성갱년기는 기억력 감소, 식은땀, 안면홍조 외에도 불면증, 이유없는 짜증 등의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또 신체적으로 항상 피곤하고 수염 및 체모가 적어지며 가늘어지기도 한다. 이씨와 같이 성기능장애의 동반이나 흔히 말하는 '소변발'이 약해지면서 심한 위축감과 우울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갱년기는 노화로 인한 증상이 가장 크지만, 평소 동맥경화증 및 비만, 심근경색, 고혈압을 앓고 있거나 흡연, 음주 등을 가까이 하는 남성이라면 갱년기증상이 보다 일찍 시작될 수 있다.
남성갱년기는 부족한 남성호르몬을 약으로 보충해 주는 방법으로 호전될 수 있다. 예전에는 2-3주마다 근육주사를 맞거나 먹는 약 또는 붙이는 패치 등을 통해 남성호르몬을 보충했으나 이는 전신부작용이나 피부부작용 그리고 호르몬이 몸 속에 일정하게 분포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따라서 최근에는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고 3개월에 한번씩 맞는 주사를 통해 증상을 호전시키고 있다.
노화가 진행되면서 자연스레 찾아오는 갱년기, 하지만 현대의학 덕에 간단한 방법으로 갱년기장애를 벗어날 수 있게 됐으니 ‘나이를 거꾸로 먹는다’는 말이 빈말은 아닌 듯싶다. 여기에 꾸준한 운동과 균형있는 식단이 더해진다면 인생의 황금기인 중년, 여유롭고 행복한 노년의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연세우노비뇨기과 / 진옥현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