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구니’를 ‘니구바’로 읽는 학습장애
초등학교 1학년인 김 군은 어릴 적 똑똑하다는 소리를 듣고 자랐다. 가르쳐주지 않아도 혼자 컴퓨터를 끄고 켜는 것은 물론 어른들의 질문에도 곧잘 대답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한글을 배우면서부터 시작됐다.
책 한 장을 보는데 30분이 넘게 걸리는 김 군은 확실히 또래에 비해 책읽기가 더딘 편이었다. ‘아직 어리니 그럴 수도 있겠지’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에는 그 정도가 심각했다. 보다 못한 엄마는 아이의 손을 잡고 부랴부랴 병원을 찾았다.
진단결과 김 군은 학습장애로 인한 난독증을 앓고 있었다. 책을 읽어보라고 했더니 ‘바구니’를 ‘니구바’로 읽는가 하면 사이사이의 단어도 많이 빠뜨렸다.
아이가 조금만 뒤쳐져도 불안한 것이 요즘 부모의 심정일 터, 난독증이라는 아이의 병명에 엄마는 무척이나 충격을 받은 듯 했다. ‘왜 하필 내 아이가’라는 물음은 김 군의 엄마도 예외는 아니었을 것이다.
김 군처럼 학습장애가 난독증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지만 그 유형은 다양하다. 학습장애는 읽기 장애, 계산 장애, 쓰기 장애로 나뉘어지는데, 한 가지 장애만 나타날 수도 있고 여러 가지 장애가 동시에 나타날 수도 있다. 숫자개념을 혼돈해 간단한 계산을 힘들어하기도 하고 간혹 색깔과 형태를 잘못 이해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학습장애는 왜 나타나는 것일까? 원인은 ‘뇌의 불균형’에 있다.
주로 외부요인으로부터 받은 과도한 자극이 뇌의 불균형을 유발하고 이 때문에 정보를 올바르게 분석하지 못하면서 생기는 것이다. 뇌를 과도하게 자극하는 요소로는 물리적인 자극과 정신적인 자극이 있다. 물리적인 자극으로는 머리를 부딪쳐 발생하는 외상이나 한쪽으로 치우친 생활습관을 들 수 있고, 정신적 자극으로는 성적 스트레스, 교우관계, 지나친 경쟁심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러한 학습장애는 불균형이 생긴 뇌의 기능적 균형을 다시 바로 잡아줌으로써 치료가 가능하다. 집중력검사, 종합심리검사, 집행기능평가, 학습능력검사 등 다양한 검사를 거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에 따른 객관적 데이터를 토대로 다양한 방법의 치료법이 시행된다.
음악의 진동을 전신으로 느끼게 하는 음악감각치료, 시각청각 민감도를 보정하는 메트로늄치료, 근육을 조절해 신체와 뇌의 유기적인 연결 관계를 강화시키는 한방운동치료 등이 그것이다. 또한 짐볼 등을 이용한 근력운동과 놀이치료, 필요에 따라서는 심리상담 등을 통해서도 학습장애를 치료할 수 있다. 여기에 뇌의 균형을 잡으면서 머리를 맑게 해주는 탕약과 손발에 있는 경혈을 침으로 자극하는 치료를 병행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지능도 멀쩡하고 자의식도 있는 아이가 ‘저능아’나 ‘바보’ 취급을 당하게 되면 자기비하나 우울증은 물론 성인이 되어서도 사회적응에 부정적 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학습 장애는 아이가 자신감을 잃기 전에 조기 발견하고 치료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변한의원 / 변기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