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방문한 초등학교 5학년 연정이(여.12세/마포구)는 키 148cm로 또래 평균 키다. 그러나 초등학교 3학년 때 초경을 했다. 당시엔 143cm로 가장 큰 편이었는데 2년 동안 5cm밖에 크지 않아 지금은 반에서 중간 정도가 되었다. 어머니는 168cm로 크신 편이다. 엄마가 크니까 아이도 당연히 클 거로 생각하고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초경이 너무 빨라서 이제는 더는 크지 않을까 잠을 이루지 못한다.
키는 이제 사회적 경쟁력이 되고 있다. 아이들의 성장 과정에서 키는 그만큼 중요하다. 모 대학에서 서울 시내 초, 중, 고 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남학생 41.7%, 여학생 56.7%가 자신의 키에 불만족이라 했다. 본인이 원하는 이상적인 키는 남자 181cm, 여자 169cm로 한국인 평균 키보다 8cm, 9cm나 더 큰 키를 원하고 있다.
성조숙증이란 영양 불균형이나 외부에서 유입되는 호르몬에 의해서 신체적 사춘기가 또래보다 일찍 시작되는 증상이다. 성조숙증의 어린이들은 또래보다 성장이 빠른 만큼 성장판이 일찍 닫혀 정상적인 사춘기를 경험한 또래보다 키가 낮을 확률이 매우 높다.
부모나 가족중 성조숙증이 있었다면 아이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유전 요인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들은 환경 요인이 조금만 작용해도 쉽게 발병할 수 있다. 식생활 변화 때문인 영양 과잉과 다양한 환경호르몬에 의해서도 성조숙증은 발생하기도 한다.
성조숙증은 여자아이는 만 8세, 남자아이는 만 9세 이전에 2차 성징이 일어나는 현상이다. 초등학교 2학년 여자아이가 가슴에 몽우리가 나타나고 초경을 시작했다면 성조숙증으로 진단할 수 있다.
그 외에도 머리냄새, 겨드랑이 땀 냄새, 여드름, 음모가 보인다면 성조숙증으로 의심할 수 있다. 이러면 성장판 검사를 해서 뼈 나이가 실제보다 1~2년 빠르거나 혈액 검사상 여성호르몬이 실제 자신의 나이보다 높게 나타났다면 성조숙증이라 말할 수 있다.
최근엔 초경 나이도 점차 빨라지고 있다. 여학생들의 초경 나이는 1970년대 14.4세, 1998년 13.5세, 1999년 12.8세, 2005년 12.25세, 2010년 11.98세로 나타났다. 어머니들의 초경 평균 연령인 14.41세와 비교해보면 2.43세가 낮아졌다.
특이한 점은 비만 때문인 과체중인 경우는 정상체중의 학생보다 초경 시기가 빠른 것으로 조사되었다. 정상구충을 가진 여학생은 초경 평균 연령이 12.01세인데 반해서 과체중은 11.39세로 나타났으며, 비만은 11.43세로 조사되었다. 저체중 여학생의 경우 초경은 12.73세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초경 이후에 평균 5~8cm 정도밖엔 안 크기 때문에 초경이 빨라지면 어른이 되었을 때 최종 예상키가 작아질 수밖에 없다. 또한 비만이 성조숙증의 주된 원인으로 알려졌지만 마른 아이들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필자는 지난해 임상 경험을 정리하다가 마른 아이들도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것을 체득했다. 기존의 뚱뚱한 아이들과는 다른 원인으로 보아야 하고 치료법도 달라야 하고 한약 처방 역시 다르게 해야 했다. 치료하면서 효과가 좋았던 아이들을 비교 관찰한 결과 마른 아이들은 열이 많은 현상이 발견 되었다.
그래서 마른 그룹의 경우 청열조경(淸熱調經) 요법으로 치료했고 비만그룹은 체지방을 줄이면서 여성호르몬을 억제하는 감비조경(減肥調經) 요법을 사용했다. 두 요법으로 치료 후 성장호르몬이 증가하고 키는 연평균보다 조금 더 자라면서 여성호르몬의 진행은 다소 진정이 되었다.
사춘기가 빠른 아이들이 별 치료를 하지 않을 때에는 최악에는 어른이 되었을 때 여자아이는 150cm, 남자아이는 160cm 안팎의 저 신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콜레스테롤이 높은 알종류 갑각류 조개류와 같은 음식이나 트랜스지방이 높은 음식을 피하는 것이 좋다. 보양식 역시 가능하면 피하는 것이 좋다. TV와 인터넷 비디오게임 등 시각적인 자극을 피하는 것이 좋다. 전자파 역시 호르몬 계를 교란시켜 성호르몬의 분비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에 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채소를 많이 먹어서 몸 안에 쌓인 환경호르몬을 해독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하루 30분 이상 주 3일 정도 땀이 흠뻑 날 정도의 유산소 운동을 하는 것도 좋다. 비만 때문인 피하지방은 역시 여성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한다. 따라서 체중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같은 음식 재료라도 튀기고 볶는 것보다는 찌고 끓이고 삶아서 섭취하는 것이 도움된다.
/기고자 : 하이키한의원 박승만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