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면 성장클리닉을 찾는 부모와 아이들이 급격히 증가한다. 진료를 받으러 오는 아이들의 평균키 번호는 100명중에서 앞에서 5번 아래가 대부분이다. 부모의 키가 작은 경우도 있지만 요즘은 부모가 커도 아이를 데리고 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큰 키의 프리미엄을 누리고 살았던 자신들의 삶을 더 많이 물려주고픈 맘이 있어서 그런듯하다. 부모보다 더 키우고 싶은 맘과 최소한 자신들 만큼은 커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부모들이 공존을 하고 있다.
키는 유전이라고 단정을 짓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한세대를 건너면서 평균키는 대략 10㎝정도 커진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1965년대의 남자 평균키가 162㎝내외 이었다고 하니 격세지감이다. 집안의 경제력이 좋아지면 키도 커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국가 전체의 경제력이 좋아지면서 체격이나 키도 동반상승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키 큰 집안은 아무리 못 먹고 자라도 평균키 보다 크고, 작은 집안은 상대적으로 아무리 잘 먹어도 작다면 유전을 부정하진 못한다. 그러나 비록 부모의 키가 작다고 해도 후천적인 노력으로 10㎝정도는 더 클 수 있다.
일본의 가와하다 박사는 유전은 23% 밖에 차지하지 않는다고 하고, 식생활의 중요함을 강조하였다. 그 외 생활습관, 식습관, 운동, 만성질환 등 여러 가지 요인으로 결정된다. 실례로 1년 전 성장클리닉을 찾은 중학교 1학년 김 진호 군은 내원 당시 142㎝, 37kg으로 한눈에 봐도 또래보다 작고 마른 아이였다. 어머니는 부모가 작아서 키를 닮을까 걱정이 되어 밤잠을 못 잔다고 한다. 키 때문에 당한 소외감과 고통만은 아들에게는 물려주기 싫다고 했다. 검사결과 전형적인 영양결핍 상태였다. 성장호르몬 역시 아주 낮은 수준이었다. 이런 상태로 계속 놔둔다면 1년에 간신히 4㎝ 정도만 크는 성장장애 였다.
하루 종일 밥을 안주어도 배고프다는 말은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정해진 량보다 조금만 더 먹는 날엔 어김없이 복통과 설사를 하기 일쑤다. 면역력도 약해서 유행하는 감기는 가장 먼저 앓고 가장 오래 병치레를 한다. 비염, 중이염, 기관지염, 편도선염을 돌아가면서 섭렵을 해야 새로운 계절을 맞이한다고 한다. 우선 식욕부진과 소화불량 흡수 장애를 치료해야, 키 뿐 만 아니라 몸도 더 건강해질 것으로 판단이 되어 건비성장탕을 가감하여 처방을 하였다. 3개월 정도 치료 후 혼자 밥을 찾아서 먹을 정도가 되었다. 복통 횟수도 줄었고, 간간이 설사는 하고 있다. 특히 우유를 먹으면 아직은 속이 불편한 편이다.
이후부터는 성장치료를 본격적으로 하였는데 3개월이 지나자 키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 과거엔 1년에 4㎝미만으로 자랐는데 3개월에 2㎝나 큰 것이다. 규칙적인 생활과 균형 잡힌 영양소가 공급이 되어야 하는데 영양의 결핍과 식욕부진 소화불량이 성장을 막는 원인이었던 것이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니콜라 에르팽은 <키는 권력이다>라는 저서에서 ‘키 큰 종자는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한 국가의 평균키는 유년기의 생활환경이 좌우한다고 하였다. 특히 유년기의 영양 상태와 의료 수준이 좋아 질수록 성장 잠재치 까지 최대한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모가 작다고 해도 어릴 때부터 관심을 가지고 영양 상태와 건강을 관리한다면 유전 보다 10㎝는 충분히 더 키울 수 있다.
하이키한의원 성장클리닉 원장 박승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