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세계유방암학회 조직위원회가 연령별 인구 비례 기준으로 서울 지역 일반 여성(25세~55세 미만) 300명을 대상으로 유방암에 대한 인식조사를 실시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61.3%, 특히 40대 중반 여성 74.5%가 유방암 발병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유방이 여성에게 갖는 의미에 대해서는 “모성애(36.3%)”와 “성적 매력(33.3%)”의 비중이 컸으며, 39.3%의 여성이 유방암 환자가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이 "여성으로서 매력 상실"이라고 답해 "투병 과정의 고통(33%)”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성향은 20대 여성에게 59.6%, 30대 초반에서도 52.7%로 높은 비중을 나타냈다.
통계결과가 보여주듯, 본인이 유방암인 것을 알았을 때 여성에게 암의 공포와 함께 엄습하는 또 하나의 충격은 여성성의 상징을 잃는다는 것이다. 지난 해 유방암 진단을 받고 절제 수술을 받았던 50대 주부 S씨. 청천벽력처럼 느껴지던 유방암선고에, 남편도 아이들도 해외출장과 유학 중이어서 그 상실감은 몇 배나 컸다고 한다. 다행히 수술 소식을 접하고 급히 귀국한 남편의 외조덕분에 힘겨운 과정을 이겨냈지만, 한동안 그녀는 자신의 감정과 힘든 사투를 벌여야 했다고 고백했다. 많은 여성들이 S씨처럼 유방암치료를 위해 가슴을 잘라내는 수술을 받은 후에 생명을 되찾은 기쁨보다는 오히려 가슴을 잃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아 우울증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
다행히 최근에는 유방재건술이 발달해 수술전의 모습과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복원’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유방재건술은 단순히 없어진 조직을 만들어 주는 의미 외에도 유방암 환자의 정신적 만족감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유방암 절제수술 후 유방을 재건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가슴확대수술처럼 보형물을 삽입하는 방법과 자신의 뱃살이나 등살을 옮겨 가슴을 만들어주는 방법이 있다.
유방재건술은 정상 쪽의 유방을 기준으로 가장 유사한 모양의 유방을 만드는 것이 목표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절제하지 않은 쪽의 유방을 수술해서라도 양쪽의 모양을 비슷하게 만들기도 한다. 최근 유방재건술은 유방암 수술(종양절제)과 동시에 재건을 시행한다. 유방암 수술과 재건을 함께 할 경우 유방의 모양이 더 자연스럽고, 수술후의 심리적인 충격을 최소화 할 수 있으며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등 여러 가지 장점이 있기 때문. 다만, 수술 후에 방사선 요법이나 항암제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동시재건을 할 수 없다.
종양을 제거하면서 한 차례 상실감을 맛본 유방암 환자들은 재건술을 앞두고 고민에 빠지기 쉽다. 이는 수술이 잘 될 것인가의 여부와는 상관없이 유방재건술의 특징과 관련이 깊다.
우선, 유방암 수술과 동시에 재건을 시행하는 경우, 암 조직이 더 퍼질 수도 있으리라 걱정하기 쉽다. 미국성형외과학회 보고에 의하면 지난 20-30년 동안 유방재건술 때문에 암조직이 더 퍼졌다는 보고는 전혀 없다. 오히려 유방재건술을 받은 환자의 생존률이 받지 않은 환자보다 높은 편으로 알려져 있는 상황이다.
또한, 재건수술로 인해 삽입한 보형물 등으로 유방조직이 가려져, 이후 유방암 재발을 발견하는데 장애물이 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많은 여성들이 유방재건술 후 재발이 늦게 발견되지 않을까 고민하지만, 정기적인 검진을 받는다면 유방재건술 시술과 종양의 판독여부는 무관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유방암도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조기 발견할수록 치료율이 높다. 특히 유방암은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이 밝혀져 있지 않은 만큼, 암으로 인해 가슴에 두 번 상처를 입지 않기 위해서는 꾸준한 정기검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바람성형외과원장 심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