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의 동맥질환은 뇌와 심장의 동맥질환과 함께 3대 주요 동맥질환으로 분류된다.
질환의 발생 빈도는 꽤 높아서, 60대에서 25명 중 1명, 70대에서는 6명 중 1명 꼴로 나타난다고 하니 나이가 들면서 같이 어울리는 친구들 중 하나는 이 질병을 가지게 된다고 볼 수 있다. 이 질환의 주 증상은 다리의 불편감 혹은 통증이다. 보통 다리가 아프다고 하면 어디가 다치거나 부러지지 않는 이상 그 원인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첫 번째로 다리에서 올라가는 신경이 허리에서 눌려 생기는 허리디스크(요추 추간판 탈출증), 두 번째로 다리의 정맥이 망가지는 하지정맥류 혹은 심부정맥혈전증, 세 번째로 다리의 동맥질환이다.
허리디스크는 흔히 허리나 엉치의 통증을 동반하며, 바닥에 앉아 있거나 서있을 때 통증이 심해지는 양상을 보인다. 하지정맥류는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지만 주로 저녁이나 밤에 증상이 심해지며, 일정한 거리를 걸을 때 나타나는 동맥질환에서의 불편감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이에 대해서는 추후 하지정맥류에 대한 기고에서 자세히 다뤄볼 예정이다.
다리 동맥질환의 경우 그 증상은 질병의 심각한 정도에 따라 다음과 같은 양상으로 나타난다. 경증인 경우 운동 시에 불편감이 있다가 쉬고 나면 호전되며, 괜찮은가 싶어서 다시 같은 거리를 걸으면 똑같은 불편감이 생기는데 이를 ‘간헐 파행’이라고 부른다. 퇴근시간이 되면 주차장에 있던 차들이 도로로 쏟아져 나와 좁은 길에 많은 차가 몰리며 정체가 시작된다. 그렇지 않아도 좁은 길에 한 차선이라도 공사중 표지판이 세워지면 정체는 더욱 심각해진다. 걸을 때는 다리 근육이 쓰는 혈액의 양이 많아지게 되는데, 좁아진 동맥을 통해서는 혈액(퇴근차량)이 근육(집)까지 제때 도착하지 못하면서 불편감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질병이 진행될수록 불편감이 생기는 거리는 짧아지며, 이런 단계에서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게 되면 쉴 때에도 다리 통증이 지속되거나 궤양이 생기는 지경에 이른다. 이때 생기는 궤양을 ‘허혈성 궤양’이라고 부른다.
동맥질환의 원인은 버거병(폐쇄혈전혈관염), 슬와 포착 증후군, 외상, 만성 색전 등으로 다양하나 가장 흔한 원인은 동맥경화이다. 각종 매체에서 잔소리처럼 술, 담배 좋아하고 치킨, 피자, 햄버거 많이 먹으면 혈관에 찌꺼기가 낀다더라, 오메가3 같은 영양제를 챙겨 먹어야 한다더라 얘기하는 그것이 동맥경화 얘기이며, 다리의 동맥질환에서도 가장 흔하고 중요한 원인이 되는 것이다.
다양한 원인 질환들을 구분 지어 진단하고 이에 맞는 치료를 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데,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혈관 초음파, CT, MRI, 혈관조영술 등 다양한 진단 도구를 이용할 수 있다. 이중 혈관초음파는 환자의 몸에 주사나 약 등을 쓰지 않고 비교적 간편하게 동맥혈관의 상태를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이며, 혈관조영술은 혈관에 바늘을 찔러 넣고 조영제 약물을 넣어가며 아주 작은 혈관의 상태까지 세세하게 그려볼 수 있는 방법이다. CT나 MRI 같은 기계를 이용하면 혈관 주변의 근육이나 지방조직까지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혈관조영술에 비해 정밀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진단 및 치료를 위해 혈관조영술 검사를 추가로 받아야 할 경우가 있다.
예전에는 막히거나 좁아진 다리 혈관을 수술로 치료했다. 막힌 혈관의 위쪽에서 막힌 혈관의 아래쪽으로 우회로를 만들어주는 수술적 우회술이 그 방법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혈관 내 치료를 우선적으로 시행하는 경향이며, 그 치료 결과 또한 매우 빠른 속도로 향상되고 있다.
세계적인 치료지침(TASC classification)에 따르면 병변의 복잡도에 따라 시술로 치료할지 혹은 수술로 치료할지가 결정되는데, 혈관 내 치료 방법과 기구가 점차 발전하면서 복잡한 질환에서도 시술적 치료(수술처럼 큰 절개를 하지 않는 치료)를 우선 적용할 수 있도록 적응증을 확대하는 추세이다. 단, 막힌 병변의 길이가 너무 긴 경우, 오금동맥에 병변이 있는 경우에는 시술보다는 수술적 치료를 하는 것이 좀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
혈관내 시술은 병변의 특징에 따라 다양한 방법을 적용할 수 있다. 가장 간단하게는 풍선으로 좁아지거나 막힌 부위를 넓히는 방법이 있으며, 풍선만으로는 부족한 경우 스텐트(혈관을 넓어진 채로 유지시켜 주는 철 그물망)를 넣거나 딱딱한 혈관 내막을 깎아내는 기구를 사용할 수도 있다. 병변의 특성을 고려하여 시술 전 영상검사와 시술 중 상황에 따라 최적의 치료법을 찾아서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텐트는 당장에 혈관을 넓어진 채로 유지해주는 능력은 뛰어나지만, 그물망이 끊어지거나 그 안쪽으로 다시 좁아졌을 때 재치료가 더 까다로운 면이 있다. 혈관 내막을 깎아내는 시술은 석회화가 심한 경우 등에 한해 적용해 볼 수 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기술이 개발됨에 따라 변화하는 실생활의 모습들이 의료 현장에서도 비슷한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배관공의 관점에서 보자면, 예전에는 수도관이 막히거나 샌다고 하면 바닥을 뜯어내고 새로운 관으로 갈아 넣는 것만이 방법이었지만 요즘은 내시경으로 들여다보고 뚫거나 막아주는 방법으로 고치는 경우도 많다. 다리 동맥질환의 치료 또한 그렇게 발전해 왔으며 앞으로 혈관 내 치료에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이 개발되어 더 좋은 치료 결과를 얻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본 칼럼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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