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여성 환자 분이 내원하여 물으셨다. “제 나이에 교정이 가능한가요?”
차트를 보고 순간 깜짝 놀랐다. 50대 정도로 보았던 여성 환자분은 70대 어르신이었다. 필자보다도 나이가 많으신데, 이렇게 젊어 보이시는 비결이 뭘까. 상담을 해보니 그 비결은 환자분의 밝은 미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환자분의 고민이 바로 이 ‘미소’에 있었다.
구강 검진을 해보니 윗니, 특히 좌, 우 측절 치아가 설측 방향으로 많이 기울어져 있었다. 아래쪽 측절치들이 특히 삐뚤삐뚤했다. 그동안 이러한 치열이 창피하여 웃을 때 한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었다며 평생 마음에 두고 있던 치아 교정이 이제라도 가능한지 물으셨던 것이다. 환자분은 빠르게 치아를 고르게 할 방법이 있는지 궁금해 하셨다. 자세히 살펴보니 치료를 필요로 하는 상당 부분이 앞니에 집중되어 있었다. 고령임에도 꼭 교정을 받고자 하셔서 윗니와 아랫니 모두 치아 색상과 유사한 도재로 제작된 장치를 사용해 순측 교정을 시작하셨다.
다른 환자 한 분은 교정 치료 기간 중 장치가 밖으로 노출돼 티가 나는 것에 대해 부담스러워 하셨다. 이런 경우에는 설측에서 앞니 여섯 치아에 고정성 교정 장치를 부착해 치료하는 방법도 있다. 환자의 치아 상태에 따라 치료 기간은 달라질 수 있지만 미용적이면서 고정성이라는 장점이 있다. 플라스틱 교정 장치를 이용하는 투명 교정도 있다. 교정 장치가 눈에 띄지 않아 최근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러한 술식은 미용적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치아를 정확한 위치로 움직이는 것에 한계가 있다. 순측이나 설측으로 기울어져 있는 치아를 바르게 펴서 세워주는 움직임에는 아주 유용하지만, 심하게 회전되어 있는 치아를 바르게 되돌리는데는 제한적이다. 치아의 움직임을 바로 잡기 어렵다보니, 치료 기간도 길어질 수 있다. 보이지 않는 치아의 설측 부위에 교정 장치를 고정해 치료하는 것이 치료의 완성도 면에서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치아를 움직이기 위한 힘은 대략 50~100gram 정도면 충분하다. 중요한 것은 지속적으로 치아에 적절한 방향성을 가지고 힘을 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치아가 재대로 빠르게 움직인다. 달걀 1개의 무게가 얼추 50gram정도라고 생각해보면 치아를 움직이기 위한 힘은 그리 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보다 원하는 치아의 부위에 알맞게, 적절하게 힘이 가해지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아래치아는 오랜 세월, 교합의 압박으로 인해 전방이동의 힘을 받는다. 때문에 가지런하던 치아라도 밸런스를 점차 잃어 어긋나기 시작한다. 이는 미용적인 이유 외에도 잇몸 건강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치아가 서로 엇갈려 있게 되면 칫솔이 제대로 치태를 닦아내지 못해 치주질환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겹쳐져 있던 아랫니를 고르게 한 후에는 ‘공간’의 발생이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다. 주위의 하얀 치아와 선 분호색의 잇몸이 대비돼어 삼각형의 검은색 모양으로 보이는 공간, 일명 블랙트라이앵글(black space)이 생길 수 있는 것. 잇몸속의 뼈가 평행을 이루며 수축되어 나타나는 공간으로 생기는 것을 막을 수는 없으나 추가적인 치료로 개선할 수 있다. 치아가 틀어진 정도에 따라서 다르지만, 교정 치료 후에 이 공간을 메워주는 추가적인 치료가 가능하다.
글의 시작에서 이야기한 환자 분은 교정 장치를 제거한 후, 진짜 밝은 미소를 되찾으셨다. 환하게 웃으시며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며 교정 치료에 연령 제한이 없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교정에 있어 나이 때문에 고민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치아 교정으로 잃었던 웃음을 되찾으시길 바란다.
* 본 칼럼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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